2007년 11월 14일 수요일

게임기를 든 아이.


조카의 생일을 앞둔 어느날 밤 동생의 집에 들를 일이 있었다. 마땅한 생일선물이 없어서 (사실은 미리 생각해두지도 않았었다) 내 닌텐도 게임기를 선물로 줬다. 마리오와 그 일당들이 날이 새도록 뛰어다니는 게임팩 한 개와 함께.

그걸 두 손에 받아들고 어찌나 좋아하던지, 내가 쓰던 중고제품이라고 말해줄 시간도 없었다. 새것이었든 아니었든 그 녀석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까지 좋아할 줄은 몰랐었다. 어쨌든 흡족해하니 뭐 잘 되었네, 라고 생각했다.
며칠이 지난 후 동생의 블로그에서 그들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모습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사진 속에서 나는 게임기를 두 손에 꼭 쥐고 웃고 있는 조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샘이 많은 둘째 녀석의 생일이 다가올텐데,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제 오빠 정도의 선물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아주 오래도록 나를 미워할텐데, 걱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