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2일 일요일

1년 석 달.


고양이 순이가 떠난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순이가 향기를 맡으며 놀았던 꽃은 여전히 새로 피어나고 있었다.
아내가 그릇에 물을 담고 꽃의 가지를 잘라 테이블 위에 올려뒀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그 꽃잎이 떨어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손에 모아 순이의 재가 담긴 상자 위에 올려뒀다.
꽃잎은 천천히 마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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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9일 목요일

허리 통증이 심해졌다.

운전을 오래 하고, 짐을 조금 날랐다.
긴 하루를 보내고 저녁부터 밤까지 약속했던 일정을 했다.
일교차가 커졌다. 낮에는 23도, 밤에는 섭씨 8도까지 내려갔다.
감기기운이 시작되었다.

집에 돌아왔더니 열 한 시가 넘었다.

허리에 통증이 심해졌다.
이마에는 열이 났다.
그런데 내일 모레에는 최소한 여덟 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 한다.
더 아파지지 않도록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싶었다.

이틀 동안 청소를 하지 못했더니 바닥에 고양이 털이 뭉쳐서 공처럼 굴러 다녔다.
내일 낮에는 목욕을 하고 청소를 할 것이다.
허리의 통증이 덜 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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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8일 일요일

울산에 다녀왔다.


아침에는 오랜만에 아슬아슬한 운전을 해야했다.
예상했던 것 보다 도로에 차가 많았다.
왕십리를 지나 을지로의 좁은 도로를 빠져나갔다. 겨우 서울역에 도착했다.
예상했던 시간 보다 십오 분이나 늦었다. 역 앞에는 주차장으로 향하는 차들이 줄 서 있었다. 그것을 보고 당황했다. 주차를 하는데에 시간을 빼앗기면 어쩌나 싶었다. 알고 보니 한 대의 차량이 정차를 하고는 비켜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정작 주차장에는 자리가 많았다.
차를 세우고 역사를 가로질러 뛰어갔다.
출발 십 분 전에 열차에 올라 탔다.

잠이 부족했는데 기차에서 제대로 졸지도 못했다.
연주를 했던 시간이 짧게 느껴지기도 길게 느껴지기도 했다.

새벽에 돌아와 다시 도로를 달릴 때에는 느리고 천천히 운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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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6일 금요일

이지와 병원에.


이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다녀왔다.
일주일 분량의 약을 새로 지었다. 용량과 함량은 이전 보다 더 적은 양으로 하였다.
이지의 입 안을 수의사선생님이 살펴보았다.
염증이 가라앉고 있다고 했다. 이제 더 센 약이나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필요하다면 약을 다 먹은 후에 한 번 더 혈액검사를 하여 몇 가지 수치를 확인하여 수액을 맞추기도 하자고 논의했다.

자동차에 이지를 담은 가방을 조심스럽게 들여놓으며 '이제 집에 가자'라고 했다.
그 말은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는데도 가끔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온다.
아주 천천히, 뜨겁게 달궈진 쇠줄이 겨드랑이를 지나가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어떤 것은 잊지 않고 있다가, 혼자 아파하고 혼자 슬퍼한다.

고양이 이지는 훨씬 더 편안해 보이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1년 만에 처음이었다.
기쁜 일이다. 이대로 아프지 않고 말끔히 낫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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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일 일요일

이태원, 블루스 공연.


이태원에서 연주를 했다.
블루스 공연이었다.
도로가 막힐 것을 염려하여 일찍 출발했는데 금세 도착하게 되었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클럽에 가서 악기를 내려 놓았다.
혼자 길 건너에 있는 빵집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 먹었다.
드러머 대희가 밥을 먹지 않았다고 하여 빵집으로 불렀다. 샌드위치를 한 개 더 사고, 큰 컵으로 주문했던 커피는 종이컵에 따라 나눠 마셨다.

공연은 좋았다. 아마도 관객이 가득 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손님들은 자리를 지키고 끝까지 공연을 보아줬다.
연주의 질은 관객이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다.

텅 빈 강변도로를 달려 집에 돌아왔다.
불 꺼진 집안에 들어와 악기를 꺼내어 스탠드에 걸어두고, 옷을 갈아 입고, 세수를 하고 발을 씼었다.
무엇인가 덜 채워진 기분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자려고 누웠는데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고양이 이지는 아내의 곁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까만 막내 고양이도 오늘은 큰형 고양이 곁에 붙어서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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