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3일 월요일

봄이다.


오전에 밝고 따뜻한 햇살이 베란다에 뿌려지고 있었다.
고양이 이지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볕을 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이 기뻤다.

이젠 봄인가 보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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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6일 월요일

면허증, 동물병원


내일이 마감. 운전면허증 적성검사 만기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출발하려는데 아내가 함께 가주겠다고 하며 따라 나섰다.
고양이들을 베란다에서 햇볕을 쬘 수 있도록 자리를 보아주고 아내와 같이 운전면허시험장으로 갔다.

운전면허 시험장에는 예상대로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면허증은 십 년 전에 갱신했던 것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더 오래 기다려야 했고 더 절차가 까다로왔다. 디지털 기기들 덕분에 이제는 접수한 뒤 몇 분 안에 새 면허증을 그 자리에서 얻는다.

미리 증명사진을 찍어두지 않았어서 그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결국 못생긴 사진이 박힌 새 면허증을 손에 쥐었다.
잘생기게 나온 사진을 다시 찍은 후, 면허증을 재발급 받겠다고 말을 했는데, 아내는 못들은체 하며 뭐라고 반응해주지 않았다. 다시 촬영해도 계속 못생길 뿐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뜻이었을까.

시력검사를 할 때에 내 눈이 정말 나빠졌다는 것을 알았다. 한쪽은 1.0, 다른 한쪽은 0.8로 기록되었다. 십년 전에는 각각 2.0, 1.5였었다.

집에 돌아와 고양이 이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갔다. 예약했던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고양이에게 먹일 약을 사흘치 받았다. 며칠 전 수술을 받아야 했던 이지는 잘 낫고 있었다.
사실은 잘 낫고 있기를 바라고 있는 중이다. 너무 오래 고생하고 있었고, 이지를 돌보느라 아내는 지난 몇 달 동안 깊이 잠들어보지 못했다.

봄은 오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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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5일 일요일

밤 새운 뒤 아침에.


작은 방에 열세시간 째 앉아 있다.
오후 두시에 작업실에 와서 레슨을 두 번 했다.
레슨을 마치고 났더니 다섯 시 반. 대중음악사 강의 원고를 쓰며 참고자료를 읽었다. 새로 읽어야 할 것들 중 PDF파일로 된 것들의 일부는 텍스트로 옮겼다. 어떤 것은 Scrivener 폴더에 담고, 어떤 것은 epub 파일로 만들어 iBooks에 넣었다.

졸음이 밀려와 40분 정도 잠을 잤다. 의자를 발 아래에 받쳐 놓고 한쪽으로 돌아 누운채로 눈을 붙였다. 때가 되면 언제나 배는 고프고, 그 시기를 지나보내면 손이 떨리거나 몸 상태가 나빠진다. 어쩔 수 없이 먹어야하는 것이 늘 싫지만 먹어야 하고, 그러면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게 귀찮기도 하고 결국은 생존에 붙잡혀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근처의 심야 콩나물국밥집에서 밥을 먹고, 24시간 맥도날드에 들러 원두커피를 샀다.

열 시간 넘게 혼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는 이런 일을 정말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거의 모든 일들은 생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세 시 이십 분.
날이 밝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어쩌면 걱정을 잊고 싶어서 이 상자같은 지하 방에 틀어박혀 스스로 나가지 않으려는지도 모른다.


2017년 3월 1일 수요일

늦겨울 오후


아침에 잠들었다가 오후에 깨었다.
아내는 외출하고 집에 없었다. 가끔씩 날아와 놀다가 가는 비둘기들을 위해 아내가 베란다 창문 앞에 쌀을 조금 놓아두었던 모양이었다. 고양이들이 뛰어가길래 따라가 보았더니 저런 모습으로 놀고 있었다.

한 달 넘게 매일 매일 많이 읽고 많이 썼다. 정작 블로그에 옮겨둘 수 있는 것은 쓰지 못했다. 전부 드러내지 못할 잡설이거나 사변적 공상들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조심스러워지고 부끄러워진다. 아무렇게나 말하고 쓰지 않기 위해 마음의 띠를 바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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