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31일 월요일

순이.


내 고양이 순이.
오늘은 평소 보다 더 예뻤다.




.

2006년 7월 30일 일요일

과천에서 공연을 했다.


덥고 습기가 가득한 기온 때문이었는지, 아담한 장소에 쏟아지던 강한 조명 탓이었는지 반음 낮춰 조율된 베이스의 4번줄이 자주 풀렸다.
아마도 하루 전에 새 줄로 교환했어서 그랬던 것인지도 몰랐다.
줄이 조금 풀리게 되더라도 연주중엔 살짝 음을 높여서 쳐주는 것으로 위기를 넘겼다.

차분하게 집에서 출발해, 한 시간 일찍 도착해서 추억의 골목들을 걸어 보았다.
나는 이 곳에서 한 해 동안 살았던 적이 있었다.
정말 습하고 몹시 더웠던 날씨였다.
근처 편의점의 에어콘을 강탈하여 껴안고 있는 상상을 했다.
마치 공연장처럼 꾸며놓은 사우나에 들어와있는 것 같았다.


낯익은 그 자리에 빼곡히 사람들이 앉은 광경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공연은 정말 즐거웠다. 정희준이 사진을 찍어줬는데 사진속의 내 표정은 심각했다. 너무 더워서 정신이 혼미했어서, 집중하느라 인상을 쓰고 있었다.
아무리 더워도, 공연이 즐거우면 힘들지 않다. 개운한 여름밤의 공연이었다.




.

나는 이런 것을 입은 적도 있었다.


이런적도 있었다.
공연장에 도착할 때 까지 아무도 미리 이야기해주지 않아서 모르고 있었다. 
공연 시작 직전에 '자, 어서 입어야 해'라며 '의상'을 건네주길래 그걸 받아서, 부랴부랴 얼떨결에 저런 차림을 하고, (그 와중에 너무 우스워서) 화장실 거울에 대고 한 장 찍어뒀었다. 나는 우스꽝스런 옷을 입은 사람들이 왜 꼭 색안경을 함께 착용하는지 그때 알게 되었다. 구할 수 있었다면 가면이라도 쓰고 싶었다.
그날 공연후에 운전을 오래했어야했고, 시간약속 때문에 밤길을 질주하고 다녔었다.
그 기억때문에 밤늦은때의 일들만 생각났었고 수 년 전의 저 모습은 까맣게 잊고 있다가 사진을 발견하자마자 퍼즐 맞추듯 기억이 짜맞춰졌다.


.

2006년 7월 27일 목요일

순이가 하품을 했다.


순이가 하품하는 것을 찍었다.
고양이 턱이 빠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을 했다.




.

순이야 다치지 마라.


어디에 부딛혔던 것인지, 귀옆에 벌겋게 상처가 있었다. 
늘 집안을 어둡게 해두고 있어서 불을 켜기 전까지 그걸 알지 못했다. 
언제나 세심하게 돌보아야 했는데, 미안했다.

순이가 요즘 자주 다쳤다.
내 책임이 크다.
순이를 꼭 껴안고 미안하다고 말해줬다.



.

2006년 7월 26일 수요일

주말 공연을 기대하고 있다.


주말에 과천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 
장소를 알게 되었는데, 18년전 (무려 그렇게나 되었나) 어린애였을 때에 막연히 음악연주를 하고 싶어서 찾아가 시간을 보냈던 몇 백석 정도의 야외무대시설이다. 언제나 비워져있던 그 콘크리트 구조물의 객석에 앉아서, 당연히 늘 비어있는 무대를 내려다보면서, 이따위 재수생활을 하고 있을게 아니라 당장이라도 음악공부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혼자 푸념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할줄 몰랐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도 몰랐던 어린 시절이었다. 누구에게 도움을 얻을 수도 없었고 무엇 보다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었다.
그때 함께 앉아있던 친구들은 이제 모두 연락도 안되고, 몇은 이름도 잊었다. 나에게 음악과 기타를 가르쳐줬던 한 사람은 지금은 커피가게를 하고 있다.
각각 다른 밤에 나란히 앉아있던 여자아이들과 여름밤인데도 춥게 느껴지던 별빛들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것이 기억이 맞는 것인지 나중에 조합한 상상이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그곳에 가서 공연을 하게 되어서 기쁘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몰라주겠지만 나에겐 악기를 들고 다시 돌아온 장소가 될 것이니까.




.

2006년 7월 25일 화요일

천연덕스런 내 고양이.


순이는 초인종이 울리거나 하면 어느새 어디론가 숨어서 보이지 않는다.
나와 둘이만 있을 때엔 집안을 굴러다니며 편안하게 놀고 있다.

오늘은 저런 자세로 내가 곁을 지나가면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

2006년 7월 24일 월요일

자코 파스토리우스


Jaco Pastorius는 베이스라는 악기에 정착하기 전까지 드럼, 색소폰, 기타를 연주했었다. 70년대 중반에 베이스 연주자로서의 그는 여러사람들과 연주를 하면서 많은 곡을 써주기도 했다. 마이애미대학에서 빅밴드를 위한 편곡악보를 써주기도 했고, Ira Sullivan과 Peter Grave의 빅밴드를 위해 곡을 써주기도 했었다. Peter Grave는 언제나 Jaco Pastorius가 베이스 연주자이기 이전에 훌륭한 작곡자라며 칭찬해왔다. 그는 자코의 첫 앨범에서 직접 베이스 트롬본을 연주하기도 했다.
자코 말년의 빅밴드 활동도 함께 해줬던 피터 그레이브의 편곡은 자코라는 사람의 작곡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피터 그레이브가 프로듀스하고 직접 이끌고 있는 현재의 자코 빅밴드의 사운드는 자코가 생전에 원하던 빅밴드의 음악과 가장 가까운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자코의 작곡들 중에는 마치 그가 언제나 빅밴드 편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것처럼 들리는 곡들이 많다. 그의 곡들은 잘 설계되어있고 기발하지만 균형을 잃지 않는다. 사실 그의 베이스 연주들은 그대로 관악기 편성으로 옮겨도 좋을만한 것들이 많았다. 어쨌든 범접할 수 없는 수많은 음악적인 생각들이 그의 머리 속에 정리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굵직한 베이스 연주자들이 함께 했던 2003년의 첫번째 자코 빅밴드(피터 그레이브의 자코 빅밴드)의 음반이 크게 성공해서였는지 두번째인 이번 앨범에는 베이스 외의 다양한 연주자들도 참여해주고 있다. 대부분 자코와 함께 연주했던 사람들이다.

Word Is Out에 수록된 곡들은 나에겐 전작보다도 더 훌륭한 선물이다. 사운드도 좋고 음악들도 멋있다. 곡의 순서도 좋고... 피터 그레이브의 설명으로는 지난번 음반에서는 모두에게 친숙한 자코의 곡을 선정했었지만 이번엔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곡들을 골랐다고 했다. 그러나마나, 어떤 사람에겐 두 장 모두 낯설고 모르는 곡일테고 대부분의 자코의 팬에게는 모든곡들이 다 익숙한 음악들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왕팬이라면 자코의 작곡인 곡과 아닌것을 단번에 구분할 수도 있어야 옳다.) 이 시리즈 음반이 계속 나와줬으면 좋겠다. 아직도 새로운 빅밴드로 듣고 싶은 자코의 곡들이 많이 있다. 자코가 정상적으로 활동했던 시절이 겨우 십여년 남짓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귀한 음악들이 아닐 수 없다.

처음 수록곡들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이 팻 메스니의 음악이었다. 팻 메스니가 그의 첫앨범에서 자코와 함께 연주했던 Sirabhorn이 그곡이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팻 메스니의 1집, 자코의 1집, 그리고 자코가 참여한 웨더 레포트의 Black Market이 세상에 나왔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항상 즐겁다. 분명 76년 당시에 그들의 앨범들을 차례대로 사들고 행복해했던 사람들이 있었으리라. 이 음반의 Sirabhorn에서는 마크 이건, 마이크 스턴, 피터 어스킨이 함께 연주했는데 정말 아름답다. 자코와 팻 메스니, 밥 모제스의 트리오 편성이었던 단촐한 곡이 단지 간단한 소품일 뿐이 아니었구나, 생각했다. 이 곡에서의 마이크 스턴의 솔로가 좋다.

Gerald Veasley가 연주한 첫곡 Dania도 정말 반가운 곡이었다. 이 곡은 자코의 곡들중에서는 비교적 스탠다드 재즈에 가까운 곡인데, 정식으로 녹음된 음반으로는 그가 죽던 해인 86년에 피아니스트 브라이언 멜빈과 함께 했던 것 밖에 없다. 그런데 그 CD를 결국 구하지 못했다. 팔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90년대에 자코의 뉴욕라이브를 엉터리 사운드로 녹음하여 시리즈로 팔았던 음반들 중에서 서너개의 버젼으로 들을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ol.1 CD의 버젼이 꽤 좋다.)

Victor Wooten이 연주해준 Beaver Patrol도 마찬가지이다. 이 곡 역시 뉴욕라이브 시리즈에 끼워져있었던 곡이었다. 거기에서도 Hiram Bullock이 기타를 치고 있었는데 이 음반에서도 역시 그가 기타연주를 맡았다. 뉴욕라이브 부트렉에서도 내 취향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기타연주였는데 이 음반에서도 그의 연주는 역시 똑같았다.(뉴욕라이브 부트렉들을 들을때엔 마이크 스턴이 참여했던 No.5 CD를 꼭 들어보길 바란다. 다른 CD들은 모두 Hiram Bullock의 연주이다.) 어쨌든 8분의 11박자로 진행되는 펑키한 곡이다. 역시 피터 어스킨이 드럼을 맡았고, 정말 시원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부트렉에서는 Kenwood Dennard가 드럼을 연주했었는데, 그의 드럼은 듣기 좋았다. 그러고보면 나는 Hiram Bullock만 싫어하고 있는 것 같다.

Kuru / Speak Like A Child의 엔딩에서의 Jimmy Haslip의 장난(Portrait of Tracy)도 재미있고, Oteil Burbridge의 아르페지오로 시작하고 Jeff Carswell의 연주로 이어지는 Three Views of a Secret도 훌륭하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Richard Bona가 혼자서 세 곡이나 - Cannonball, Blackbird/Word of Mouth, Good Morning Anya - 연주하고 있는것이 이 음반의 최고이다. (정말 편협한 감상자세이다... -_- ) 보나의 연주들은 설명할 것도 없다. 그냥 들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자코가 살아있더라도 이렇게 잘 연주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지나치게 보나를 편애하는 것일까...)
Blackbird/Word Of Mouth에서의 Arturo Sandoval이 트럼펫이 좋고, Good Morning Anya에서의 스틸드럼주자 Othello Molineaux의 연주가 반갑다. 그는 자코의 1집부터 그의 빅밴드까지 줄곧 참여했던 친구였고 Good Morning Anya는 그가 녹음했던 곡이다.

마지막 곡인 Reza는 자코 생전의 녹음에 빅밴드의 연주를 덧입힌 것이다.




.

2006년 7월 21일 금요일

마이크 스턴의 새 음반.


7월 초에 발매된다던 그의 새 음반이 왜 아직도 안 나오고 있는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아마존에서만 아직 발매안되었다고 나와있었다. Heads Up의 홈페이지에서는 이미 주문을 받고 있었다.(아마존 가격의 반값이다.)
마이크 스턴의 음반 "These Times""Voices"를 듣게 된 것은 순전히 리차드 보나의 연주를 듣고 싶어서 시작된 것이었는데, 이제는 마이크 스턴의 기타 연주를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심지어 수년전에 들어보고 '별로군'하며 잊고 있었던 "Between the Lines"를 다시 찾아서 자주 들으며 좋아하고 있는중이다. 마이크 스턴에 대한 내 편견 때문에 몇 년 동안 들어볼 가치가 있는 음악을 안듣고 살았던 것이었다. 질 나쁜 오디오 덕분에 '후지다!'라는 편견을 가졌던 것이었는데, 그러고보면 적당한 수준 이상의 오디오가 필요한 것이 맞는 것 같다.
Heads Up은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음반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는 레이블인데, 이번 음반은 마이크 스턴이 Heads Up에서 내놓는 첫번째 솔로 음반인 셈이다.
내가 이 음반을 기대하고 기다렸던 이유에 대해 베이스를 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수긍할 것 같다.
왜냐하면 아래의 세션 연주자들을 보시라... 기분좋아서 침을 흘릴 지경이다.

Richard Bona(b)
Anthony Jackson(b)
Meshell Ndegeocello(b) <- 심지어 이 언니까지.
Chris Minh Doky(b)
Victor Wooten(b)
+
Roy Hargrove(tp)
Bob Franceschini(sax)
Bob Malach(sax)
Dave Weckl(ds)
Kim Thompson(ds)
Gregoire Maret(har)
Jim Beard(key/produce)

커피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났던 탓에 고꾸라져 잠들고 싶었는데, 그동안 다시 익숙해진 깊은밤이 찾아오니 도무지 자고 싶지 않다. 며칠 음식다운 음식들을 먹은 탓에 컨디션이 좋아진 까닭일지도 모른다.
담배와 커피를 줄여보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고 있는 중이다.
담배갑 속에 담배가 여러개 남아 있는 것을 보고는, 피우지 않고 닫아뒀다.
그래, 안피우고 밤시간을 보내다가 잠들어야지, 생각했다.
커피를 마실 생각도 크게 없었다. 단지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겠다고 물을 끓이다가....
커피가 바닥난 것을 알게 되었다.
알게된 순간부터 기분이 우울해졌다.





.

내 고양이 순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늘 음악을 켜두고 있다. 그럴 때면 고양이는 항상 스피커 옆에 올라와 앉아 졸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딱 신경에 거슬릴 정도로만, 가끔씩 스피커를 발로 툭툭 치며 심술을 부린다. (물론 고양이의 발이므로 툭툭하는 소리가 나지는 않는다.)



음악소리를 아주 작게 줄여주면 그 짓을 그만두곤한다.
아니, 그럼, 다른데 가서 자던가 하면 될텐데 순이는 언제나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 모양이 귀엽고 그 모습을 보는 것이 늘 미안하게 여겨진다.





.

2006년 7월 20일 목요일

고양이가 좋아하는 봉투


더 큰 봉투를 구해올테니 그만 하렴, 이라고 몇 번이나 타일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너는 결코 그 안에 쏙 들어갈 수 없단다, 좀 믿어봐...라고 말해보기도 했지만 고양이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돈을 주고 사온 고양이 장난감에는 아무 관심도 안 보였다.
비닐봉투, 종이봉투, 종이상자와 구겨진 프린트 용지를 가지고 언제나 잘 놀고 있는 고양이 순이.




.

Life is Live


예전엔 공연이 없을 때에 정말 연주하지 않고 있는 것이 답답해서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아무데라도 가서 연주하기 위해 돌아다녔었다. 연주료, 음악적 취향과 같은 것들은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다.
여전히 그런 기분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그리고 돈을 밝히게 되었다거나 배타적인 취향을 따지고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연주하고 있는 것이 최고이긴 하지만 목적없이 악기를 메고 돌아다니는 것은 이젠 너무 소모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동안 정말 칩거하다시피, 집안에 틀어박혀 연습만 했다.

그러던 중, 몇 개의 공연약속들이 생겼다.
몇 주 동안의 연습을 테스트해보는 기분이 든다.
과천, 춘천, 한양대에서의 공연은 세 군데 모두 깊은 추억이 있는 장소여서 마음속에 감회가 있다.
과천은 열 여덟 살 시절에 한 해 동안 살았던 곳이고, 춘천에서는 군시절 두 해 넘게 살았었다.
한양대에서는 열 몇 살 즈음에 처음으로 록밴드의 공연을 구경했었다. 몇 개의 환상이 깨지고 몇 개의 환상이 새로 만들어졌던 그날 저녁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이번엔 모두 야외무대이다. 비를 맞으면서 연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

비가 그쳤다.


전날 잠을 안잤던 탓에 일찍 잠들었다가, 이른 아침에 일어났다.
장마가 계속되는 동안 집안의 모든 것을 방치해두고 살았더니 水災를 입었던 것처럼 온통 지저분했다.
쓰레기 치우고, 미뤄둔 빨래도 세탁기에 집어넣고, 청소를 했다.
덥지도 습하지도 않고 집안은 말끔해졌다.
커피물을 끓이고 있는데 고양이 순이는 부엌의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뭔가에 흐뭇해하고 있었다.
아마 내가 집안 청소를 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던 것인가 보다.




.

2006년 7월 13일 목요일

기타


몇 년이 지나도록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 있다.
나일론 줄 기타이다.
좋은 통기타를 한 개 가지고 싶어하고 있다.

지난 새벽에 친구의 커피집에 가서 여러 잔의 커피를 얻어 마셨다.
커피는 맛있었고 기타 소리는 좋았다.



.

커피.


벌써 수 년째, 커피집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커피를 얻어다 먹고 있다.

결코 커피가 떨어진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만나러 나갔던 것은 아니었는데, (진짜다) 이번에도 새로 들어온 커피라며 챙겨줬다. 지금 한 사발을 마시고 있는데 꽤 맛이 좋다.

몇 년째 여러가지의 맛을 봤으니, 이제부턴 돈내고 사먹겠다고 친구에게 말했다. 그 말을 하고 보니 작년에도 나는 그에게 똑같이 말했었다.





.

2006년 7월 12일 수요일

순이.


고양이는 상처를 입거나 병에 걸려 아프더라도 쉽게 통증을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고양이 녀석이 아프다고 호소할때엔 정말 아픈 정도가 아니라 무지 많이 아픈 상태일때 그렇다.

동네에 외출했다 돌아와서 현관에 들어서는데, 높은 데 올라갔던 녀석이 나를 보고 반가와서 그랬던 것인지 조금 방정맞게 뛰어내리다가 그만 뒷발을 다쳤던 모양이었다. 바닥에 제대로 착지하지 못하고 나뒹굴더니 큰소리로 울며 발을 절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그런 울음소리는 처음 들었어서 나는 놀라고 말았다.
그게 걱정이 되어 다리를 살펴봤지만, 내가 봐서 뭘 알겠나. 그냥 꾹꾹 눌러보고 관절마다 움직여보고... 심하게 아팠는지 입을 찡그리고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비닐에 얼음을 담아다가 다리를 한참 문질러주고, 그래도 걱정이 되어 한참을 안고 있었다.

몇 시간 지난 후 지금은 아직 높이 뛰어오르지는 못하지만 절룩거리지 않고 잘 걸어다니고 있다. 무릎에 올라와 아양을 떨더니 아예 의자를 통째로 차지하고 누워버렸다. 발톱에 힘을 주고 비켜주질 않는다. 다행이다, 고양이.





.

나는 놀랐다.


나는 깜짝 놀랐다.
책상 밑에서 시선이 느껴지길래 내려다 보았더니 고양이 순이가 저렇게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

2006년 7월 7일 금요일

먼 곳의 친구.



Marci라고 하는, 알고 지낸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벌써 6년여가 되었다.) 한번도 만난적 없는 이탈리아인 친구가 있다. 처음 알게 되었을때에 그녀는 임신중이었는데 이제는 귀여운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낮에 자고 밤에 자는 생활로 돌아온(?) 까닭에 밤중에 메신저를 켜뒀다가, 몇 개월만에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친절하고 매력적인 그녀 역시 이탈리안이어서, 축구를 응원하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내주며 월드컵의 결승에 이탈리아 팀이 올라간 것 때문에 몹시 흥분하고 있었다. 사실 뭐 어느나라 사람이었다고 해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할테지만, 마시는 "여기 이탈리아 사내들은 오직 축구 얘기만 한다고."라며 푸념하듯 혹은 인정하듯 말하며 웃고 있었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게임은 정말 재밌게 봤고, 당연히 그날밤 저 귀여운 아이들도 어른들과 함께 즐거워하며 기뻐했겠지. 그런데 경기를 재미있게 구경하면서 자꾸 게르만족과 로마인, 나치와 파시스트들이 연상되어 우스웠다. 그들이 들으면 화를 낼지도 모르는 생각이긴하지만 깊은 지식이 없는 사람으로서의 외국들에 대한 이미지라는 건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유럽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들은 뭐 얼마나 다르려나.
우리나라팀의 실력이 늘면 늘수록 한국인들 역시 점점 그들을 닮아가거나 오히려 더 심한 기질을 부릴 가능성이 높겠지만, 지금 서유럽인들의 축구경기를 보면 집단적 강박마저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 모양이 더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 조카들과 그 또래인 Marci의 두 아들들이 자라나서 아이들이 모두 이십대가 되고 삼십대가 될 때엔 부디, 온 세상이 축구같은 것으로만 전쟁을 벌이는 시대였으면 좋겠다. 축구따위가 아무리 처절해지더라도 최소한 죽고 죽이지는 않을테니까.


.

2006년 7월 6일 목요일

서로 닮고 있다.


나는 고양이만큼 많이 자고 있다.
고양이 순이는 나만큼 많이 먹고 있다.
나와 고양이는 둘 다 체중이 불어버렸다.
사이 좋은 돼지가 되어 있는 중이다.

집안에 오래 있었더니 햇볕을 쬐어본지 오래 된 것 같다.



.

2006년 7월 5일 수요일

빅터 우튼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올해 자라섬에는 이 분이 오신다고 한다.
정말 와준다면 이번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작년보다도 대단하겠군...
조 자비눌과 색소폰 부는 빌 에반스도 오신다고 들었다.
무슨 팝스타를 기다리는 계집아이라도 된것 처럼, 마음이 들뜨고 있다.
'쥑이는' 가을이 되겠군.

글을 쓰다가 검색을 해보니 그 사이에 자라섬 공식홈페이지가 열렸다. 랜디 브렉커가 빌 에반스를 데리고 온다고 한다. 마이클 브렉커는 여전히 병중이기 때문에 빌 에반스로 바뀌었나 보다. The Zawinul Syndicate, Victor Wooten Band를 한 무대에서 뵐 수 있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