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7일 월요일

Etienne Stadwijk


음악친구들에게 보나 밴드의 Etienne Stadwijk 씨의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처음 리차드 보나의 음반을 들었을 때에도 관심을 끌게 하는 인물이었는데 보나의 정규음반에는 그외에도 다른 건반 연주자들의 세션들이 담겨있었어서 자세히는 알 수 없었다. 수 년 전의 보나 공연을 보았을 때에야 그의 진가를 잘 볼 수 있었다.
그 후로 팬이 되었다, 라고 쓰면 좋겠지만, 그의 연주에 대해서는 보나의 앨범들과 공연실황에서나 듣고 즐거워할 뿐 아직도 그가 참여했던 다른 음반들을 들어본 것은 기껏해야 Sadao Watanabe의 라이브 음반과 애시드 재즈그룹 Groove Collective 정도일 뿐이다.

그의 연주는 공간이 많은 것 처럼 여겨지면서도 밴드 전체의 사운드를 전부 이끌고 가는듯 힘이 넘친다. 꽤 근사하고 세련되어있다. 재능이 넘치는 세션맨들이 세상에 가득하겠지만 이런 사람의 연주는 흠, 괜찮군, 하는 정도로 듣고 지나쳐버릴 수 없는 묵직한 느낌이 있다.
리차드 보나는 공연할 때마다 그를 네덜란드의 노틀담에서 왔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웹의 자료들에는 거의 대부분 남미의 수리남 출신으로 되어있다. 국적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개인사가 궁금해진다.
버클리 음대에서 Arranging을 전공했고, 그 후의 음악활동은 프랑스와 뉴욕을 오가며 해오고 있었던 것 같다.


아직 다 알고 있지는 않지만 대충 그가 함께 연주했던 연주자들은, Kenny Garrett, Herbie Mann, Cornell Dupree, Groove Collective, Brooklyn Funk Essentals, 라틴 팝 그룹 Barrio Boyz, Freddie Jackson, 기타연주자 Leni Stern, 그리고 Sadao Watanabe가 리차드 보나와 함께 했던 공연의 실황음반 One For You, 영화 Deep Blue Sea의 오리지날 사운드 트랙, 리차드 보나의 정규음반 전부에서의 세션들이다.

무척이나 더웠던 몇 해 전의 여름에 매일 아침마다 듣고 있었던 보나의 음반 Munia - The Tale의 11번째 곡 Playground 는 Etienne Stadwijk의 곡이다.
프랑스에서 출반된 Acid Jazz 음반과 몇 개의 편집음반에서는 그의 이름이 ATN Stadwijk으로 적혀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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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25일 토요일

커피


당번이 정해져있는 것은 없지만, 대개 먼저 깨어난 사람이 만드는 것으로 되어버린 커피 한 잔.
내가 만드는 것이 훨씬 더 맛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꼭 그렇지도 않다.
아무래도 내가 아내보다 잘 하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저 커피 콩을 간다거나 하는 단순 작업이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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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의 고양이


새벽, 듣고 있던 음악을 껐더니 어디에선가 그르르릉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면 아까 부터 보고 있었다는듯 막내 고양이의 모습.



눈이 마주치자 일어나 앉는가 했는데 곧 다시 엎드려 잠들어버렸다.
고양이의 숨소리가 방안에 냄새처럼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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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풀들.


관심이 일면 배우게 되고 알게 되면 사랑하게도 된다.
아내는 초록색 풀들을 집안에 하나 둘 데려오면서 살뜰히도 보살피고 가꾸더니, 잠깐 동안의 외출 내내 길 옆의 나무 골목 어귀의 풀들을 헌책방에서 책을 고르듯 보고 있었다.
헝겊과 솜들, 털실들, 고양이들, 풀과 꽃들이 집안에 어우러져 오후 내내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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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23일 목요일

꿈같았던 공연



이미 다 아는 순서, 너무 익숙해진 악곡들, 마지막까지 외워버린 공연.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도.
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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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22일 수요일

아프다.

정동.
망해버린 옛 왕조와 지배세력의 동네였던 곳.
백여년 동안 수도 없이 외세로부터 유린되어오고 있는 마을.
가을 냄새가 가득하다거나 진통제처럼 고요한 풍경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지랄맞은 관제행사들로 도회의 건물들 사이엔 쇠가 부딛히는 소음이 맴돌이 하고 있었고
외국의 이름으로 간판을 만들어 붙인 음식점들의 냄새만 골목에 가득했다.

리허설을 마치고 비어있는 너른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있는데
계속 어지럽고 뼈마디가 아파왔다.
이틀 새에 잇달은 訃告들 때문이었는지 그저 계절에 마음이 섞여 우울했던 것인지
잘 몰랐었는데
에잇... 감기몸살이었구나.

아침 일찍 일어나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타왔다.
오늘은 먼길을 달려가서, 기다려오던 공연을 구경하기로 했던 날이었는데
몸이 아프니 마음도 맥이 풀린다.

병원에서 돌아와 식은 커피를 따라 두고 연달아 담배를 피웠다.
좋은 음악을 골라 나직히 틀어놓았더니 주사약의 냄새가 코에서 났다.
오늘 밤 좋은 음악을 한껏 마시고 돌아오면 몸살도 낫고
내 악기들의 소리도 다시 상쾌하게 들렸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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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20일 월요일

내 고양이.


집에서 뭔가 하고 있을 때에는 자주 고양이들의 방해를 받는다.
지난 밤에 매우 집중해야 하는 녹음을 하고 있었는데, 고양이 순이는 무릎을 밟으며 느린 걸음으로 올라와 컴퓨터의 Delete 키를 한 번, 스페이스 바를 한 번 눌러줬다. 녹음한 것을 지워준 후에 다시 플레이까지 해주는 센스. 꼭 붙잡아 안고서 한숨을 쉬고 있으려니 아예 다리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그르릉, 그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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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18일 토요일

제주도 공연 직후


좋은 공연이었다.
공연을 마친 직후 무대에서 인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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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 공연.


분위기가 좋았던 공연. 공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에 아직도 햇볕이 따사롭고 밝은 세상이었어서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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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17일 금요일

악기 가방 안에는 고양이가.


언제나 어김없이 악기가방이 열리면 들어가 앉아서 논다.
사실은 무슨 가방이든 열어두면 들어가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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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닷가


조용하고 붐비지 않고 너른 곳을 원하느라 사람들은 소란하고 땀내나고 좁아터진 곳에서 아둥바둥하는지도 모르겠다.
역시 바닷가를 찾으면 좋은 때는 늦가을의 맑은 날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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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대


이 공연을 주최하신 분들은 환경이 열악하다며 연신 이해를 부탁하는 말씀을 해줬지만, 우리들은 오히려 재미있고 기분 좋았다.
나는 문득 오래 전 종로의 작은 소극장이 떠올랐다.
공연을 준비해온 분들이 어찌나 세심했는지 정겨운 무대가 꾸며졌고 오래된 건물의 내벽 때문에 잔향이 자연스러웠다. 전기기계로 가득찬 큰 무대에서 자주 시달려야했던 잡음도 없었다.
또 가보고 싶어지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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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16일 목요일

조용한 하늘


공항 - 공연장 - 식당 - 다시 공항의 하루 일정이었으므로, 나의 이번 제주도 초행길은 여행이라고 해줄 수 없어야 한다.
하지만 반나절 숨쉬어볼 수 있었던 남쪽의 공기 때문에 기분이 많이 좋아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고요했다. 공연장 입구 앞의 풀밭에 길게 누워서 한숨 길게 잘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소 듣고 싶지 않았던 소리들이 그렇게 많았던가 했다. 조용한 하늘, 시끄럽지 않은 해변에 며칠이라도 머물고 싶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도심이 아닌데도 언제나 소리가 가득하다. 혹시 소리들 때문에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인상이 어두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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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13일 월요일

풀잎이 위로를 해줬다.


가끔 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너무 일찍 잠을 깨어버린 때문에 머리가 무겁고 피로감이 가득하다.
커피를 내리고 난 뒤 아직 남아있는 젖은 여과지에 물을 끓여 부어놓고 창문을 조금 열어두었다. 그 창문 앞에 아내가 걸어놓았던 쬐그만 풀이 있었다. 그것이 어느새 길게 자라버렸다.
그 연한 색감에 잠시 사로잡혀 커피 서버에 재탕 커피가 넘쳐버릴 뻔 했다.

어쩐지 식물로부터 위로를 받는 느낌. 그들은 소리 없이 가쁘게 살아가면서도 넉넉해 보인다.
걔들 입장에서는 이쪽 포유류가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들은 의자를 하나씩 차지하고 똑같은 모양으로 누워 조용하게 잠들어있고, 집안에 가득한 화분마다 연한 녹색 진한 녹색들이 흥청거리고 있었다.
음악도 틀어두기 싫은 고요함이 맘에들어 피곤한데도 다시 잠들지 못한채로 앉아있다가 보니 창 밖이 환하게 밝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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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10일 금요일

아직도 천진한 어린이.


수 개월 전, 막내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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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에서


2008년, 자라섬, 공연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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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


유난히 지루했던 대기시간. 2008년 10월, 올림픽공원.

다른 것은 잊었는데, 정수라 님의 노래를 믹스했던 디제이 분의 선택은...  그냥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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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6일 월요일

언니 고양이.


열 세 살이 되는 암코양이 에기.
흰색 꼬리가 보이고 있어서 막내 고양이 녀석이 졸고 있는줄 알았다가, 커피를 가지러 일어났을때에야 큰언니 고양이였다는 것을 알았다.
책상이 아닌 곳에 랩탑을 올려두면 자주 스크린 뒤에 앉아 골골 거린다. 오래도록 함께 지낸 아내의 컴퓨터들도 매킨토시들이었어서 애플 마크 곁에 있는 것이 친숙한 것인가, 했다.
부쩍 활발하게 놀고 장난도 즐기고, 무엇보다도 건강하게 잘 지내주는 것이 늘 고맙다.
궁둥이를 툭툭 때려줬더니 소리를 내며 내 손에 코를 부비고는 금세 다른 의자에 가서 누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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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고 말썽많은 고양이.


악기의 줄을 교환하고 있는데 또 다가와서 장난을 하길래 멀찍이 밀어놓았다.
저렇게 쳐다보고 있더니 소리내지 않고 다가와서 또 장난... 그런데 이제는 금세 흥미를 잃는가보다.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가본데, 전부 맞장구 쳐줄 수가 없다.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몸집에다 이제는 힘도 세어져서 안되겠다.
계속 많이 먹고, 계속 커지고 있는 막내 고양이는 저러다가 대형 고양이가 될 것 같다.
잘 키워서 베게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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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주 도중에 길 옆의 건물 2층에서 창문 너머로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커피집의 유리벽에 기대어 내려다보고 있는 그들의 모습들이 고요해보였다.
어릴적 신발이 닳도록 걸어다녔던 그 거리는 더이상 내가 아는 동네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낯선 곳에 와버린 느낌이 들었다.
무대에서 내려올 때엔, 그때 그 서울은 어디로 간거지, 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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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며칠 전 한밤중에, 자다가 깨어난 아내가 김치를 담그고 있었다.
워낙 일반적인 시간 개념이라는 것이 없는 우리들이긴 하지만...
어쨌든 갑자기 불을 켜고 뚝딱 뚝딱 무우를 갈고 배추를 만지고 있어서 조금 무서웠다.
손을 다쳐서 상처가 있을텐데 맨손으로 고춧가루며 매운 양념을 마구 섞고 있어서 걱정이 되었다.
지난 번 열무김치도 훌륭했었는데... 아내는 유학시절에도 혼자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고 하더니 솜씨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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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 행사


당연히 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였었지만, 진짜 후졌다.
가짜로 만들어진 개천과 조형물들이 동아일보, 조선일보 건물들과 제법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리허설을 하고 난 뒤에는 그냥 집에 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런 것을 기획하고 세금을 운용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밥을 먹고 출퇴근을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엉터리인 것들, 수준 이하의 것들 투성이였다. 겁도 없이 내걸어놓은 공연의 제목도 가관이었다.
 '국민가수 페스티발'

무대조명과 음향, 악기의 배치, 진행하는 꼬라지... 그들의 수준을 정말로 인정해줄 수 있었다.
쌈지 페스티발과 같은 곳에서는 아무리 불편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여도 즐겁게 할 수 있겠지만 이런 것에는 절대 적응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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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5일 일요일

예쁘지 않은가.


쌈지 페스티발의 후기들을 읽어보니 이런 저런 책망, 질타의 소리들도 보였다.
음향의 문제로 엔지니어들은 비난 섞인 말을 들어야 했고, 불편함을 의도했던 것이 아니었는데도 사람들은 공연을 준비해준 분들을 빈정거리기도 한다. 나름대로 고생했던 분들에게는 섭섭하고 속상한 일이겠지만 다른 쪽으로 생각하면 속상해할 일도 기분 나쁠 일도 아니다.
관객들의 기대치라는 것이 너무 높았다면 그것은 좋은 것이다.

연주 도중에 무대의 가까이에서 눈을 마주치며 웃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옛날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내가 고교생이었던 시절의 이 나라에서는 Rock 공연이라는 것을 특별히 통제되어야할 집회로 여겼었다. 큰 마음 먹고 공연을 보러 먼 길을 걸어 공연장에 도착을 하면, 무대 앞에 전경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던 적도 있었다. 근무중인 경찰복 차림도 아니고, 전투경찰들이 헬멧을 쓰고 방패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무대와 관객들 사이에는 100미터도 더 될 것 처럼 보이는 빈 공간을 억지로 확보하고, 바리케이드도 준비되어있었다. "여길 넘어오면 때린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초조하게 인생을 살아온 것 처럼 보이는 얼굴을 가진 경찰 관리 한 두명이 관객들에게 "줄 맞춰~! 질서를 지켜~!"라고 외치던 장면은 내 기억 속에 아주 오래 남아있다.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쯤 어떻게 늙어 있을까. 우연히 만나기라도 한다면 록페스티벌 한 가운데에 던져 놓고 "춤추지 않으면 때리겠다"라고 해주고 싶다.

불과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은 두 번 다시 그런 꼴불견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믿어도 될까.
이런 이야기를 지금의 관객들은 그게 뭐야~라며 웃어버릴테니까, 그것은 다행이다.
아무 망설임 없이 즐거워할 수 있고, 낯선 사람들과 음악에 맞춰 기차놀이를 하고 물을 뿌릴 수 있는 것이 행복하지 않은가. 그러므로 그들이 더 좋은 소리를 원하고 납득할 수 있는 진행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마땅하다. 그리고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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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1분 전.


어색한 자세로 한참을 기다리는 중에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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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말썽꾸러기


이제 한 살이 된 주제에 온갖 난행,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막내 고양이.
앞으로 더 심해진다면 얼굴에 다시 뭔가를 씌워 놓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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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4일 토요일

쌈지 페스티벌




10월 3일, 쌈지 사운드 페스티발.
전 부터 '쌈지'라는 이름은 예쁘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사정으로 리허설도 하지 못한채 연주할 수 밖에 없었고, 몇 가지 문제로 좋지 않은 상황이었긴 했어도 즐거워하는 관객들을 보니 기분 좋았다.
여러 팀이 함께 하는 것이었어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여기 저기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조금 더 여유있을 수 있었다면 훨씬 즐거웠을텐데.


후다닥, 지나가버린 몇 곡의 연주로 순서를 마쳤다.
낮부터 자리를 지켰던 관객들에게는 긴 공연이었을 것이다.
스탭들은 얼마나 고단했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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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3일 금요일

공연 직전.


사진은 인터넷에서...
촬영하신 분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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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직전.


한 달 동안 바쁜 일정을 대비하여, 지난 밤에 악기를 깨끗이 닦아 놓았다.
습한 강바람과 차가와진 기온 때문에 대기중에 들고 있던 악기에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가볍게 왁스를 먹여둬서 연주 직후 마른 수건으로 쓱쓱 닦아낼 수 있었다.
슬슬 녹슬어버린 브릿지가 ' 현실적으로' 걱정이 된다. 부식이 빠르게 진행되어버려서 이미 반쯤 떨어져나갔던 나사 하나가 아예 삭아서 없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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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과.


2008년 10월 2일, 자라섬의 무대 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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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며 하기.


무대 위의 모니터 상황이 좋지 않았어서 연주하는데에 힘들었지만, 음향이란 좋을 때도 있는 것이고 뭔가 좋지 않을 때도 있는 법이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었다.
동료들의 얼굴을 보며 상상력을 동원하여 연주하고 있으려니 답답했다.
그러나 즐겁게, 재미있게 연주했다.
이날 재밌게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짜증날 수 있는 상황을 뒤집어줘버린 민우씨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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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에서.


전야제의 공연.
오랜만에 다시 가본 자라섬.
몇 년 전 이 자리에서 리차드 보나 밴드의 연주를 들으며 눈을 깜박이지도 못했었다.
몇 주 후에 그의 공연을 다시 구경할 생각에 미리 설레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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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 리허설...


라디오 방송을 위한 공연의 리허설이었다.
마음은 공연 후에 자라섬에 머무르며 재즈공연들을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다른 이들의 연주를 듣고 구경하다보면 남으로부터 배워지는 것이 자주 생긴다.
연주하러 다니다보니 다른 분들의 연주를 거의 보지 못하며 지내게 되어버렸다.
그러면 점점 바보가 되어버린다. 가능하면 다시 구경하러 다니는 일에도 부지런을 떨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논리적인 사고를 포기한 종교인, 전문직에 종사하는 바람에 전문성을 잃어버린 전문가, 수 만권의 책을 헛읽고 만 작가라든가 학자들. 무엇보다도 살아지는대로 생각하자고 작심한 사람들.
그리고 매립되어버린 연주자들이 가지는 딜레마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이들은 스포트라이트라든가 음악이론, 혼자만의 우상, 추종하기에 급급한 소리 등등에 쉽게 파묻힌 후 두 번 다시 의심하거나 허우적대지 않는다. 그래서 늘 불만족해하고 자신을 탓하는 것도 못배워뒀다.
연습과 공부만으로 되어지지 않는 어떤 것에 대하여, 스스로 알고 있다고 믿어버리는 쪽도 그런 종류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사실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깨닫지 못할 것일텐데.

솔직하게 연주해주는 덕분에 듣는 이들도 함께 즐거워했던 음악도 구경했고, 즐거운체 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탓에 전혀 즐겁지 않았던 음악도 구경할 수 있었던 대기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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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여있었다.


며칠 전 줄을 갈아 끼울 때에 오랜만에 밝은 곳에서 악기를 손질했다.
그런데 나무가 무른 것인지, 너무 힘주어 연주해왔던 것인지, 움푹 들어가 있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어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자주 줄을 교환해왔는데 이제서야 발견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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