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30일 수요일

벌써 12월이다. 빠르다.

세월이 잘도 지나간다.

이번 주에는,
월요일에는 두 건의 레슨 약속이 있다.
화요일에 공연 연습이 있다.
수요일에는 공연 연습 후에 이동해야 한다. 김광석 밴드의 공연 연습이다.
목요일에는 공연 리허설 후에 이동하여 다른쪽 공연 연습을 해야 한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김목경 밴드 공연이 있다.
일요일에는 강원도 태백에서 김광석 밴드와 공연이 있다.

매일 평균 90킬로미터를 하루도 쉬지 않고 한 달 내내 운전을 했다.

벌써 한 해의 마지막 달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는 새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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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29일 화요일

고작 피눈물인가.


부모가 성당에 다니고 있어서, 어릴적에 영세를 받았던 나에게 아직도 종교적인 경험의 기억은 남아 있다.
지금은 더 이상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 그런데 언젠가 우연히 어느 성당에 들어가 미사에 참여했어야 할 일이 생겼었다. 함께 동행했던 친구가 남들이 하는 일을 따라하느라고 자신있게 영성체를 받아 먹는 것을 보았다. 그는 영세를 받지 않은 사람이었다. 나는 그가 영성체를 받아 먹는 것을 보는 순간 멈칫했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전혀 그럴 이유가 없었다. 나와 상관 없는 일 아니었나. 내가 무슨, 그 친구를 가로막고 서서 영성체는 아무나 받아 먹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해줘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또 얼마 전에는 일 때문에 부득이 어느 교회의 예배시간에 끝까지 앉아 있어야 했다.
갑자기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성당의 그것과 닮은 밀가루 조각들을 들고 와서 한 사람씩 나눠주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는 손톱만한 플라스틱 컵에 포도주를 담아와서 사람들에게 먹이는 것도 보았다. 근거도 이유도 없는 허식이었다.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천주교회에서의 영성체는 우스꽝스럽지 않은 것일까. 어쩌면 양쪽이 크게 다르지 않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절에서 우담바라가 피었다며 법석을 떤다.
인도의 전설에서 여래나전륜성왕이라는 존재가 나타날 때 피어난다는 꽃이 우담바라라고 들었다. 그것의 실체가 사실은 잠자리 알이거나, 아니면 무슨 곰팡이이거나 간에, 사람들의 불심을 자극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설화로 사람들의 마음에 옮겨 다니는 것 자체는 고운 일이다. 그런데 그것을 붓다의 계시인양 광고를 하고 등을 판매하고 신자들에게 돈을 걷는 것을 보면 속이 메슥거린다. 원래 사찰에서 하는 일이라는 것이 그렇기는 했다. 사주를 보고 중매를 서주며 등값을 걷어 테니스장을 만드는 일 아니었던가.

지금 미국의 어느 베트남계 성당에 있는 마리아상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다. 그 소식을 듣고 그곳에 사람들이 줄지어 모이고 있다고 했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성모상의 눈에서 붉은 액체가 흐르고 있으니 구경거리이긴 하겠다.
신을 믿는 사람들의 마음에 잔향이 이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그래... 고작 전지전능한 유일신의 체현이 시멘트 조각상에서 피눈물을 나게 만드는 것이란 말인가.
기껏 종교라는 것이, 고작 그런 것인가.
약을 파는 것이 낫지 않겠나.
고작, 고작 피눈물인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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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19일 토요일

차 문 고쳤다.



하루만에 수리할 것을 수 개월 동안 안 고치고 있었다.
역시 이런 말을 하면 조금 이상하다는 소리를 듣겠지만, 몇 개월 내내 한쪽이 찌그러져있었던 내 차에 정이 들었었다.
다시 개성 없는 승용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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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18일 금요일

가수가 밴드를 엿먹이기.

노래하는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을 엿먹이는 방법은 쉽고 간편하다.
보통 그런 사람들은 음악의 기본이 부족하고, 뭘 잘 모르니까 수치심도 없다.
부끄러운 줄 모르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청중들을 향해 어떤 매너를 갖춰야 하는지도 당연히 모른다.
뭘 모르니까, 그런 사람들은 용감하다.
그들은 한결같이 마이크 앞에 비스듬히 선다. 똑바로 서있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게 선채로 인사를 몇 마디 하지만, 당연히 관객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 상황을 만회하겠다는 생각에 밴드를 엿먹이기 시작한다.
'저희들이 연습을 하나도 못해서...'
'부족하고 미흡하지만 그래도 한 번 불러 보겠...'
대개 이런 핑계를 댄다.
사실을 말하자면 평소에 연습이 되어있지 않은 것은 자기자신이다.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음악의 흐름이나 화음의 움직임도 눈치채지 못하여 엉뚱한 곳에서 호흡을 하고 난처한 순간에 괴성을 지른다.
자신이 실수를 하면 반드시 이런 말을 한다.
'밴드가 약속에 없는 것을 갑자기 했네요.'


지난 밤 연주했던 녀석의 이야기이다.
나는 그가 이 글을 읽게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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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16일 수요일

낡은 컴퓨터.


3년을 사용한 컴퓨터라면 지금의 시대에는 오래된 편이다.
몇 년 전의 컴퓨터 지식만 기억한채 새 기계를 물색하다보면 당황하게 된다.
빠르게 변하고 발전하는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컴퓨터 앞에서 집안에 있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몇 년이 지나도록 잔병 하나 없고, 오에스가 업데이트 될 때 마다 체감 성능마저 좋아지는 것 처럼 느껴져서 새것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드디어 DVD-RW가 맛이 갔다.
쓰기만 버벅대는 것이 아니고 읽는 것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많이 쓰긴 썼다.
새 맥을 구입할 때가 된 것일까 생각하며 돈 계산을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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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14일 월요일

새 줄.


매일 많이 치고 있으니까 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보름에 한 세트씩 베이스줄을 교환한다는 것은 정말 많은 비용이 든다.
어떤 사람은 일 년 동안 베이스줄을 세탁하고 끓여서 사용했다며 자랑을 했었다.
그것이 자랑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오래된 줄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라는 것도 있으니까 남의 일에 뭐라고 할 일은 아니다. 음정이 맞지 않게 되었는데도 계속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소리 때문일 것 같지는 않지만.

줄값이 비싸다고 투덜대고 있으면서도 악기에 새 줄을 감는 기분은 정말 좋다.
악기를 손질하고 튜닝을 했다.
끊어낸 낡은 줄을 잘 감아 치우려고 했는데 고양이 순이가 그 무거운 쇠줄을 물고 던지며 놀기 시작했다.
순이는 치아가 센 편이 아닌데, 다칠까봐 걱정했다. 무엇보다 낡은 줄은 많이 더럽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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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13일 일요일

고양이 순이.


고양이 순이가 아침 인사를 하며 다가오다가 기지개를 폈다.
기지개를 피고 있다가 아침 인사를 하며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나도 잠이 덜 깬 채로 다가가 꼭 안아줬다.

내가 밖에서 뭘 하고 돌아다니는지 얘는 알지 못할 것이다.
내가 없는 동안에 고양이 순이는 집안에서 혼자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나도 알 수가 없다.
자주 집을 오래 비워서 항상 그것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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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10일 목요일

죽는 사람들.


하루의 절반을 이어폰을 귀에 꽂은채로, 어떤날에는 코앞에 스테레오를 끌어당겨 안은채로 많은 시간을 그들의 음악에 취해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적이 있었다.
설명하기 쉽지 않은, 나에게 기쁨을 줬던 사람들이 해마다 세상을 떠나고 있다. 조 헨더슨도 죽었고, 지미 스미스도 죽었고, 레이 찰스도 죽었다.
지난 달에는 셜리 혼이 일흔 한 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마이클 브레커는 혈액암으로 투병중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매일 죽고 있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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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고양이


나는 자주 낮에 잠을 자야하는 경우가 있다.
고양이에게는 너무 넓은 침대가, 나에겐 조금 좁은 침대가 방안에 있다.
밤을 새우고 나면 어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잠들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세수를 하고 보니 고양이 순이가 그 사이에 침대를 차지하고 누워있었다.


귀엽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한 감정은 매일 똑같다.
집을 비운 동안 고양이 순이가 심심해하고 외로와할 것을 생각하면 항상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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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8일 화요일

웨스 몽고메리


독립된 한 장의 앨범이 아니라 음반회사가 재량껏 곡들을 짜맞추어놓은 '히트곡 모음집'을 나는 좋아한다.
일관된 음악적 방향을 가지고 내용물이 담겨있는 음반이 아니라면 독립적인 한 장의 앨범이라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잘 꾸며 놓은 컴필레이션 앨범 한 장이 진지한 감상자의 인생 한 부분을 새로운 색으로 칠해버리기도 하는 법이다.

재즈를 처음 들었을 때에 전혀 사전지식이 없이 무작정 골라 구입했던 음반들이 있었다. 그것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 Of Blue 와 웨스 몽고메리의 Verve 판, The Silver Collection 이었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그 두장의 음반으로 내 인생의 방향이 달라졌다.
웨스 몽고메리의 The Silver Collection 음반은 그가 Verve 에서 녹음했던 곡들을 간추려 7곡의 소규모 그룹 연주와 3곡의 오케스트라 협연을 담은 음반이다.
이것이 1965년에 발표되었다고 나와있으니 웨스 몽고메리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발매되었던 모양이다. Riverside 에서의 녹음과는 질감이 많이 다르고, 나는 이쪽이 더 정감있게 들렸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첫 곡 If You Could See Me Now 는 윈튼 켈리, 폴 챔버스, 지미 캅과 함께 쿼텟을 이루어 뉴욕의 하프 노트라는 클럽에서 1965년에 연주했던 것이었다. 이 세 사람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 Of Blue 를 녹음했던 멤버들이었다. 웨스 몽고메리의 좋은점들이 모두 담겨있다고 해줄 수는 없지만 풍부한 사운드와 따뜻한 음색의 솔로, 잘 짜여진 편곡이어서 수백번을 다시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이런 음반을 맨 처음 들어버리면 나쁜 점도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연주자들이 녹음한 If You Could See Me 가 있을텐데, 어쩐지 웨스 몽고메리의 이 버젼이 아니면 나머지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떤 사람들은 나와 다른 경험과 의견이 있겠지만.
이 음반의 다른 곡들도 모두 참 좋다. 이 음반에 있는 Misty에 완전히 빠져있었어서, 어느날 사라 본의 노래를 들었을 때에 뭔가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었다. 처음 들었던 재즈음반이었기도 하고, 처음 들었던 재즈 기타리스트의 음반이기도 했다. 재즈 초보자였던 나에게는 강한 첫경험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 아직 재즈음반을 돈을 내고 구입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거나, 기타를 연주하는데 어디 한 번 재즈도 들어보겠다는 생각이 있는 분이라면 이 음반을 꼭 들어보시면 좋겠다.
윈튼 켈리의 피아노와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오르간 연주자 지미 스미스와의 트리오 버젼도 두 곡 들어있다. 담백하게 편곡된 오케스트라와 쿼텟의 협연도 세 곡이나 담겨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2005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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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6일 일요일

사람들.



나라고 하는 사람에게도 이미지라는 것이 있다면 남에게 조금 잘 보이고 싶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든 최소한 나쁜 인상은 주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있다.
그런데 일을 하다가 보면 나는 인상을 쓰고 으르렁거릴 때가 있다.
어제 그랬었다.
결과만 보자면 인상을 쓰고 대충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후에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리허설 준비 중 소리가 나지 않고 있는 앰프를 조치해달라고 했더니 그냥 DI 박스로 대충 하면 안되겠느냐는 대답을 들었다. 나는 정말로 화가 났던 것은 아니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요식행위로 앰프와 캐비넷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면 음향업체의 스탭이라기엔 너무 무책임한 대응이라고 생각했다.
조금은 못된 인상을 하고 언성을 높여 말했고, 결국은 공연에 임박하여 새 앰프를 가져오는 것으로 문제는 해결했다. 그러나 리허설을 할 때에는 앰프의 사운드를 들을 수 없었다.

그 결과로 손해를 본 쪽은 그들이다. 시간과 비용을 더 들였어야 했고, 같은 일을 반복해야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은 많다. 또 자신이 하는 일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려면 다른 일을 하던가, 놀고 먹는게 낫지 않느냐, 따위의 한가한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일을 하다보면 언제나 나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을 바로잡을 것인지 아니면 대충 뭉개고 지나갈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고 가정해두며 사는 것이 좀 싫다. 어떻게 해서라도 바로잡고 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좀 해주면 좋겠다.

그런 반면에 공연장에서 잊지 못할 좋은 사람들을 만날 때도 있다.
어떤 스탭들은 스턴트맨들처럼 분주히 움직이며 '완벽하게' 무대를 준비해준다. 연주자의 입장에서 아무 것도 굳이 주문할 일이 없다. 아주 짧은 시간에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고 대개의 경우 공연의 질도 좋아진다.
그런 분들을 관찰해보면 특별히 조직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개개인이 그 분야의 뛰어난 실력자들인 것도 아니다. 업계에서 가장 비싼 임금을 받는 사람들도 아니다.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지금 그곳에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것, 그래서인지 그 일을 즐겁게 한다는 것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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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5일 토요일

보나의 새 음반.


리차드 보나의 새 음반이 나왔다.
제목은 TIKI이고 몇 개의 클립을 미리 들어볼 수 있었다.
아직 아마존의 판매목록에는 올라오지 않았다. 지난번의 DVD와 함께 주문하고 싶어서 자주 아마존 사이트를 열어보고 있다.
그는 지금 러시아에서 공연 중이고,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연주와 이동을 반복하고 있다. 스페인, 슬로바시아, 헝가리, 체코와 라트비아, 네덜란드, 스웨덴과 폴란드, 프랑스에서 다음 달까지 공연을 계속 한다.
그의 일정표가 맞다면, 11월 14일에 슬로바키아의 바빌론 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바로 다음날인 15일에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공연을 한다. 그런식으로 올해 말까지 공연이 계속된다. 대단한 정력이라고 생각했다. 자라섬에 왔을 때에도 한국 공연을 마친 바로 다음 날 그는 뉴욕에서 공연을 했었다.

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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