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9월 27일 금요일

새 악기를 샀다.


펜더 재즈 베이스를 한 개 더 샀다.
가지고 싶었던 플렛리스 베이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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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월 18일 수요일

내가 잘 못하는 것.


어떤 날은 조금 쉴 틈도 없이 등을 떠밀리는 약속들이 생길 때가 있다.
도대체 하루에 한 가지의 일을 하는데도 늘 시간에 쫓기는 상황은 뭘까.
자신의 일정을 귀신같이 잘 관리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놀랐던 적이 있었다. 오전에 다섯 개, 오후에 다섯 개의 약속을 빈틈없이 처리하고 저녁에는 사람들과의 모임에 참석하며 밤중에는 스스로를 위해 운동을 한다고 했다.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늘 잠이 부족한 이유는 업무 때문도 연습 때문도 아니다.
시간관리를 잘 못하고, 무슨 일이든 너무 느리게 배우기 때문이다.
잠을 덜 자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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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월 5일 목요일

그것은 네가 할 일.


어릴 적에 어떤 기타 연주자가 자신의 기타에 줄을 갈아 끼우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때까지 악기라는 것에 대하여 별로 아는 것이 없었던 나는 그가 악기를 매만지며 조심스럽게 느릿느릿 새줄을 감고 있던 모습이 꽤 인상깊었었다.
감동이라고 말해도 좋을 어떤 느낌이 그 장면 안에 있었던 것 같았다.
줄을 다 감은 뒤 그가 새줄을 튕겼던 순간의 그 소리가 상쾌했었다.

나중에 내가 내 악기를 가지게 되었을 때에, 줄을 새로 감는 순간이 되면 괜히 나 혼자 엄숙해지곤 했었다. 자주 악기를 닦거나 손질을 했고 줄을 갈아 끼우는 일은 진지했다.

그런데 자신의 기타에 줄을 끼우는 것도 귀찮아서 버릇처럼 남에게 시키는 이들을 보게 되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 튜닝조차 남에게 떠맡기는 기타 연주자를 봤다.
그런 행동은 음악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권위를 위해서일 것이다.
너무 바빠서라면 줄을 갈아주거나 튜닝을 해주는 사람을 고용하면 좋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좀 덜 된 사람들이 아닌가, 했다.

그런 연주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겉멋이다.
내실은 없다.
그런 주제에 시기심은 제일 많다.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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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월 1일 일요일

즐거운가.


혼자 외로운 연습시간을 보낸 후 새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또 만나고, 다시 함께 긴 시간 연습을 하고, 고민하고 기다리다가 무대에 오르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를 바드득 갈며 참아야 할 일도 많다.
그런데 그래도 즐거운가, 하고 가끔씩 나에게 물어볼 때가 있다.
잘 모르겠는걸, 하다가도 연주를 하는 순간만큼은 그래도 즐겁다.
이것이 병이라면 큰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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