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7일 화요일

노란 꽃

 

바람 불고 추운 날인데 해바라기는 아직도 서서 가을걷이가 다 끝난 논을 굽어보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노란 들국화가 한가득 피어있었다. 나는 (또) 밤을 새우고 엄마를 모시고 시골집에 도착했다. 뒷산 자작나무 가지 사이로 드나드는 서늘한 바람이 내는 소리는 햇빛에 흩어지고 있었다.

꿀벌 여러 마리가 꽃 위를 돌아다니며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몸을 굽히고 앉아서 한참 구경을 하다가 일어섰더니 이마에 땀이 맺혔다. 이제 주말에 공연을 하고 나면 곧 십일 월이 된다. 정말 얼마나 빠르게 세월이 가는지.


2026년 10월 24일 토요일

노들섬에서

 

새벽과 아침에 계속 잠을 깨어서 몸 상태가 나빴다. 몽롱한 채로 하루를 보냈다. 낮에 리허설을 하고 순서를 기다리느라 네 시간 동안 대기해야 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차에서 한 시간 반 쯤 자다가 깨었더니 노량진 쪽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섬에 살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잔디 위를 지나가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거리가 멀어서 반갑다는 내 인사를 잘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머리 속이 여전히 맑지 않은 상태로 무대에 올라가 연주를 시작하는데 내 동작이 좀 굼뜨는 것 같았다. 베이스로 시작하는 첫 곡이 평소보다 느리게 진행되었다면, 내 탓이었다. 정신을 차리려고 먼 곳을 쳐다보면 온통 흐릿하게 보이기도 했다. 공연을 마친 후 강변길을 운전할 때에도 멍한 채로였어서, 창을 열고 달렸다.



2026년 10월 23일 금요일

성수동에서

성수동 공연장소에 도착했다. 무대 위에 악기를 내려놓고 동네 골목을 걷기 시작했다.

성수초등학교 나뭇잎들은 역시 아직은 노란색으로 변하지 않고 있었다. 그 부근을 걸으며 이십여 년 전 내가 혼자 살았던 오피스텔, 아버지의 가게가 있던 자리, 너무 변하여 옛 모습이 없어진 길을 보았다.

리허설을 한 후엔 길을 건너 화양동으로 넘어가 시장길과 수백 년 된 느티나무가 있는 언덕길을 걸었다. 그곳은 중학생 시절 내 통학길이었다.

좋은 날씨, 바람도 없어서 춥지 않았던 야외공연이었다. 악기의 프렛을 너무 문질러 닦았던 탓인지 새 줄이 닿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톤 노브를 많이 줄이고 연주했다. 사정이 있어서 베이스앰프 없이 연주했다. 그것이 공연에 지장을 준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아무래도 등 뒤에서 소리를 내주는 앰프와 캐비넷이 있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2026년 10월 22일 목요일

나이

펜더 재즈 핑거보드와 프렛을 닦고 새 스트링을 감았다. 내일 공연에 이 악기를 가져가려고 한다. 악기를 닦고 줄을 감는 동안 개 율리가 발 앞에 와서 눕더니 이내 졸고 있었다. 고양이 깜이는 아까부터 푹신한 의자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 악기에 새 스트링을 감을 때마다 곁에 와서 줄을 건드리며 재미있어 했던 우리 고양이들 기억이 났다. 세월이 이별하게 만든 게 많기도 하다.

저녁에는 아무래도 불편하여 악기 넥을 분리하고 트러스로드를 좀 더 죄었다. 이 베이스는 지난 이십 이 년 동안 좋은 넥 상태를 유지한 적이 별로 없다. 계절이 변하였으니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다시 넥을 결합했는데, 조인트 플레이트 나사 두 개가 헛돌고 있었다. 십여 년 전부터 이미 헛돌고 있었던 쪽의 대각선 반대 구멍이 헐거워진 것이다. 그동안 이 악기 넥을 분리하고 조립했던 것이 마흔 번은 넘을 것이다. 그럴 만 하지. 갑자기 나이 든 기분이 더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