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 WonSik
최 원식
2026년 4월 21일 화요일
화요일에
자동차 앞유리와 와이퍼 사이에 꽃씨와 나뭇잎이 잔뜩 끼여 붙어 있었다. 그것을 대충 털어내고 나서 지하 주차장으로 차를 옮겨 두려고 하고 있었다. 그 때 마침 아내를 따라 산책 나온 개 율리가 곁에서 맴돌며 나를 쳐다 보았다. 문득 생각이 나서 사람과 개를 태우고 넓직한 근처 강변 공원에 가기로 했다. 너른 강을 보며 율리는 아주 신나게 뛰어 놀기 시작했다. 너무 빠르게 다가와서 간신히 한 장 건진 사진을 보니 개의 표정이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돌아올 때에 주유소에 들르고 싶었는데, 외출할 작정으로 나왔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갑도 신용카드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율리는 집에 돌아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깊은 밤이 되자 고양이 깜이가 내 의자를 차지하고 등받이에 기대어 기분 좋아 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의자를 내어주고 나는 높이 조절 스탠드를 놓고 책상 앞에 새벽 내내 서 있었다. 잠깐씩 음악이 지나가고 다음 곡이 시작될 때에 헤드폰 너머로 깜이의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손을 뻗어 토닥토닥 쓰다듬어 주면 잠시 멈추는 듯 하다가 고양이는 이내 다시 코를 골며 늘어지게 잠을 잤다.
2026년 4월 20일 월요일
봄비
2026년 4월 18일 토요일
안산에서
안산에서 공연을 했다. 사 년 전에는 여기 안산 예술의 전당 바로 옆 극장에서 공연했었다. 그곳은 달맞이 극장, 오늘 갔던 곳은 해돋이 극장이라는 예쁜 이름을 갖고 있었다. 어차피 실내 무대이므로 해도 달도 보이지는 않지만 이름은 곱다. 오늘은 한 달 만에 펜더 울트라 II 재즈를 가지고 갔다. 지난 밤에 악기를 가방에 넣기 전에 스트링을 새로 교환하려고 했다가 무슨 일인지 상태가 좋아서 그대로 두었다. 십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악기의 스트링을 자주 갈아야 했었다. 연주를 마치면 언제나 악기를 관리하는 습관이 되어있기도 하고, 이제는 손에 땀도 나지 않아서 베이스 줄을 더 오래 쓰게 되었는가 보다.공연을 마치고 극장 바로 옆 종합병원 길을 지나면서 오륙 년 전 그곳 장례식장에 두 번 연이어 갔었던 기억이 났다. 그 맞은 편에는 단원고 4.16 기억교실이 있다. 이틀 전은 세월호 참사 12주기였다. 이 년 전에 10주기 기억문화제에서 공연을 했을 때 하루 종일 비가 내렸던 것도 생각났다.
2026년 4월 11일 토요일
익산에서
꽃이 가득 핀 봄날 토요일에, 오전 일찍부터 고속도로 정체가 극심했다. 나는 일부러 조금 더 먼 거리로 경로를 정했다. 경부고속도로보다 가는 길은 좀 길지만 시간은 덜 걸린다고 내비게이션이 알려주고 있어서 중부고속도로를 선택했다. 두 번이나 긴 정체가 생겨서 도착 예정시간이 자꾸 뒤로 늦춰지고 있었다. 그런데 결국엔 처음 내비게이션이 알려줬던 시각 그대로 약속시간 한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연인지 아니면 기계의 예측이 맞았던 것인지.
한 주 전 공연에 썼던 내 오래된 펜더 재즈를 다시 가져갔다. 지난 해 내내 새로 산 베이스를 치고 있었는데 그 악기의 넥이 아주 약간 길어서 그 사이 거기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 바람에 지난 주에 연주 도중에 그만 순간적으로 프렛 한 군데를 잘못 짚고 말았었다. 이 악기를 나는 내 몸처럼 다루었었는데 이럴 수가, 했었다. 오늘은 실수 없이 잘 했다.
돌아오는 길은 경부고속도로를 선택했다. 갈 때엔 거의 네 시간이 걸렸는데 돌아올 때엔 두 시간 사십 분 운전했다. 오늘은 고속도로에서 쉬었던 적이 없었다. 휴게소 라면을 먹지 못했기 때문에, 어쩐지 라면 생각이 나서 집앞 가게에서 라면을 사가지고 왔다. 아직 잠들지 않은 아내를 꼬드겨 라면을 나누어 먹었는데 뭐라고 할까, 아주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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