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5일 목요일

시골에

엄마를 모시고 아내와 함께 시골집에 도착하였더니, 문 앞에 해바라기가 머쓱하게 있었다. 종일 햇볕이 내리는 자리에서 아직도 선 채로 여름이 지나간 자리를 바라보고 있는가 보다.

진한 금잔화가 참취꽃과 모여 살고 있었다. 잡일을 하는 동안 바람이 불면 낙엽이 눈처럼 떨어졌다.

바람이 불어 금세 땀이 식으면 추운 기분이 들었다. 혼자 집에 남은 깜이와 이웃에게 부탁해 둔 개를 위해서 돌아오는 길에 아내를 먼저 집 앞에 내려주고, 화양동에 엄마를 모셔다 드리고 돌아왔다. 오늘 하루 다섯 시간 반 운전했다. 나는 본래 방 안에서 꼼지락 거리며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살다보니 노상 멀리 다니고 많이 운전하고 있다.


 

2026년 10월 12일 월요일

일몰에

 

열 두 날 동안 여덟 번 공연, 연주를 하였다. 일요일에 일을 마친 후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늦은 오후, 아내와 근처 식당에 갔다가 주차해 둔 한강공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화가가 아무렇게나 그려 놓은 것 같은 하늘 풍경을 보았다. 잠깐 졸음이 달아났다.

일몰은 순간 지나간다. 조금 전까지 얼른 드러누워 자고 싶었던 것을 잊고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이윽고 걸음을 재촉하여 집에 돌아왔다. 차 안에 있던 짐을 한번에 옮기지 못하고 대충 잡히는 대로 들고 들어왔다. 무거운 악기와 페달은 다음날 새벽에 가지고 왔다. 묻은 먼지를 닦고 브릿지 새들을 조정했다. 이제 이 달엔 공연일정이 네 건 남았다. 


2026년 10월 11일 일요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한 달 닷새 만에 다시 같은 장소에서 공연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리허설을 하러 갔다. 낮에는 더웠고 볕이 뜨거웠다. 늦여름, 초가을 짧은 날들이 지나간다.

한 달 전에 온통 녹색으로 가득했던 장소는 알록달록한 색으로 변하는 중이었다. 어린이들이 한가롭게 걷고 재잘거리며 다녔다.

민간인 통제선 앞, 임진강을 건너 다니는 곤돌라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낮에 연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언제나 밤 늦게 공연을 하고 귀가하였는데 낮에 돌아오는 일은 오랜만이었다. 마치 시차가 바뀐 듯 정신이 몽롱하였다. 


2026년 10월 10일 토요일

양평에서

양평에 도착했다. 자전거 길이 지나는 양근성지 앞에서 기지개를 켰다. 하늘은 파랗고 볕은 뜨거웠다. 한 해 전에는 엄마와 이모들을 차에 태우고 전라남도를 며칠 돌아다녔었다. 그 때에도 파란 하늘을 실컷 올려다 보았었다. 시월은 파란색인가, 했다.

여러 군데를 다니며 연주하다 보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일할 줄 모르거나 안 하고, 어떤 사람들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일을 해낸다. 아무 것도 없었던 무대 위에 여러 사람들이 힘을 모아 악기를 설치하고 케이블 작업을 하는 동안 메뚜기 한 마리가 장비 사이를 뛰어 다니며 놀고 있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양강섬 강가를 걸었다.

남한강 물이 갇혔다가 나가는 떠드렁섬 안쪽 축축한 풍경도 보다가 물안개공원 길도 걸었다. 해가 진 후엔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잠시 눈을 붙였다.

공연시간이 되자 무대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멀쩡하게 연주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악기팀과 음향 스탭분들이 고마웠다. 경강로를 따라 집까지 오는 데에 삼십 분. 어두운 밤중이었는데도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이 다녔던 그 길이 낯익었다. 운전 중에 잠깐 창을 열고 찬 공기를 마셨다. 벌써 이 달이 열흘이나 지났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