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4일 일요일

허리병


 두 주 전 심한 통증을 이겨내고 겨우 회복했다고 생각했었는데, 목요일 아침에 결국 허리병이 재발하여 집에서 쓰러졌다. 바닥에 무기력하게 드러누워 천장을 올려다 보는 중에 머리 속에선 계속 다음 달 밴드 일정 날짜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 전까지는 나아서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목요일 레슨은 하는 수 없이 연기했다. 당장 움직일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등허리에 뜨거운 찜질을 하며 계속 누워 있었다. 금요일이 되자 혼자 힘으로 일어나 몇 걸음 걸을 수 있었다. 토요일 아침엔 조금 수월하게 일어서고 걷는 데 문제가 없게 되었다. 꾸물대지 않고 동네 한의원에 찾아가 치료를 받았다.

아직 아파서 똑바로 의자에 앉아 있기가 쉽지 않다. 4년 전에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고 병원을 전전하다가 입원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동안 관리한다고 했는데도 또 이렇게 되었다. 이번엔 통증이 없어질 때까지 치료를 받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2024년 3월 15일 금요일

아침 산책


 아직 어둑할 때 나와서 강을 따라 걷다가 동이 튼 다음 집에 돌아오고 있다.

물안개가 걷히는 동안 오리들은 떼를 지어 다니며 자맥질을 하고 백로 한 쌍이 번갈아 강과 하천을 날며 놀았다. 멀리 검단산이 예쁘게 보였다.

2024년 3월 10일 일요일

하남에서 공연


 하남문화예술회관은 집에서 강을 건너면 바로 있는 장소다. 드문 일이긴 하지만 이번엔 집에서 가까운 곳에 공연 일정이 잡혔다. 약속 시간 30분 전에 도착하겠다고 생각하고 시간에 맞춰 출발했다. 공연장까지 17분 걸렸다. 나머지 멤버들은 나보다 먼저 와 있었다.

이곳에서 공연했던 것은 12년 전 일이었다. 오래 되어서 잘 기억나지 않았는데, 장비반입구 쪽 주차장에서 제일 먼저 길고 완만한 경사로가 보였다. 악기를 실은 수레를 밀고 들어가면 바로 무대로 향하는 출입구가 나왔다. 대기실도 가까왔다. 어제 공연장이 너무 열악했기 때문에 하남 문화예술회관이 매우 선진적이고 좋아 보였다.
어젠 몇 곡을 제외하고 전부 피크로 연주했다. 오늘은 피크를 가져가지 않고 모두 손가락만으로 연주했다. 두 시간 십오분 동안 연주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 이틀 연속 공연을 했기 때문이었는지, 지치고 힘이 들었다.
밤중에 귀가하여 지하 2층에 주차를 하고, 악기들을 차 안에 그대로 둔 채 집에 들어왔다.


2024년 3월 9일 토요일

부천에서 공연

 

연주하러 다니다 보면 불편할 때도 있고 고생스러울 때도 있는 법이지만, 이 극장은 너무 열악했다. 주차장에서 무대로 향하는 길엔 경사로가 전혀 없었다. 악기를 실은 손수레를 멈추고 악기를 들고 계단을 올라 옮긴 다음 다시 수레에 싣고 무대 앞에 도착했더니, 또 다시 계단이 있었다. 리허설을 마칠 때까지 난방을 해주지 않아 야외공연을 하는 것처럼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 대기실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였다. 불평하면 뭐 할 것인가. 주차장으로 가서 자동차 히터를 켜고 잠시 누워 있었다.

기분 탓인지, 첫 곡을 시작할 때에 소리가 고르게 들리지 않아서 두 시간 넘게 예민해져 있는 상태로 연주를 했다. 그런 날도 있는 것이니까, 더 불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쾌적했다. 며칠 째 듣고 있는 마리아 조앙 피르스의 쇼팽 앨범을 들으며 운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