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0일 토요일

양평에서

양평에 도착했다. 자전거 길이 지나는 양근성지 앞에서 기지개를 켰다. 하늘은 파랗고 볕은 뜨거웠다. 한 해 전에는 엄마와 이모들을 차에 태우고 전라남도를 며칠 돌아다녔었다. 그 때에도 파란 하늘을 실컷 올려다 보았었다. 시월은 파란색인가, 했다.

여러 군데를 다니며 연주하다 보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일할 줄 모르거나 안 하고, 어떤 사람들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일을 해낸다. 아무 것도 없었던 무대 위에 여러 사람들이 힘을 모아 악기를 설치하고 케이블 작업을 하는 동안 메뚜기 한 마리가 장비 사이를 뛰어 다니며 놀고 있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양강섬 강가를 걸었다.

남한강 물이 갇혔다가 나가는 떠드렁섬 안쪽 축축한 풍경도 보다가 물안개공원 길도 걸었다. 해가 진 후엔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잠시 눈을 붙였다.

공연시간이 되자 무대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멀쩡하게 연주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악기팀과 음향 스탭분들이 고마웠다. 경강로를 따라 집까지 오는 데에 삼십 분. 어두운 밤중이었는데도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이 다녔던 그 길이 낯익었다. 운전 중에 잠깐 창을 열고 찬 공기를 마셨다. 벌써 이 달이 열흘이나 지났다니.





2026년 10월 9일 금요일

정선에서

 

닷새 만에 다시 정선에 갔다. 휴일 오전부터 강변길이 차로 가득해 있었다. 네 시간 걸려 공연장소에 도착했다. 지난 번에 다녀올 때에 경치가 좋았다는 말로 꼬드겨서 아내와 함께 갔다.

그곳에는 이제 막 개장한 광산 박물관이 있었다. 큼직한 커피집과 박물관은 보기에 좋았지만 파란 하늘과 울긋불긋해지고 있는 산을 보는 것 만큼 근사하진 않았다.

작동을 멈춘 수갱탑을 돌며 열심히 구경했다. 여기는 국내 최대 규모였던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와 650갱이 있었던 곳이었다. 어릴 적에 태백 장성광업소 근처에서 여름방학을 보냈었던 기억이 많이 났다.

산 너머로 해가 지는 것을 보며 연주를 시작했다. 손이 시려웠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한 곡을 마칠 때마다 입김을 불어 손을 녹여보고 있었다.



2026년 10월 7일 수요일

휴식

 

걷고, 오래 운전하고, 공연하면서 나흘을 보냈더니 다리가 무겁게 느껴졌다. 낮에 고양이 깜이가 잔등에 햇볕을 쬐며 갸르릉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도 그 곁에서 벌러덩 누워 함께 있었다.


집에 두 사람이 있으니 기분이 좋았는지 깜이는 간식을 먹고 돌아다니며 놀다가 응가를 하고 한바탕 뛰어보기도 했다. 책상 앞에 있다가 오후에 나가보았더니  고양이는 푹신한 이불 위에서 자고 있었다. 창으로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2026년 10월 6일 화요일

흥례문 앞에서

 

연천, 정선을 다녀온 후 어젯밤에는 오늘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서 리허설을 했다. 광화문 뒤, 흥례문 앞에 차려진 무대에서 연주를 했다. 방송촬영을 위한 공연이었다.

높은 무대 위에서 흥례문을 뒤에 두고 세종대로를 굽어보며 연주를 해보는 건 드문 경험이었다. 나흘 동안 매일 긴 시간 운전을 하고 공연을 했다. 이제 이틀 쉬고, 다시 사흘 연속으로 연주를 하러 다니는 일정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