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때엔 왜 그렇게 잠이 쏟아졌는지, 자동차 창문을 열어보기도 하고 혼자 고함을 질러보기도 하면서 겨우 집에 왔다.
최 원식
저녁에 강변을 걸으면서 음악을 듣다가 잠시 멈추어 섰다. 십여년 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밤낮 없이 달리고 있던 길 옆에서 곡선을 그리며 흘러가는 강을 보다가 다시 걸었다.
나는 우연히 전쟁이 끝나고 십오년 후에 태어나 부모 덕분에 궁핍과 가난을 겪지 않고 자랐다. 나를 둘러싼 사회에 온갖 부조리와 폭력이 시꺼먼 기름때처럼 묻어있던 십대, 이십대를 지나서, 그래도 반 걸음 나아졌다가 다시 몇 걸음 후퇴하곤 했던 땅에서 용케 살았다. 나는 성공하지 못하였지만 그렇다고 망하지도 않았다. 운이 좋았고, 찾아오는 기회를 쥐기 위해 무척 애쓰기도 했다. 모든 것은 우연히 이 시기에 여기에서 생겨나 살고 있던 덕분이다.
그러는 동안 먼 나라에서 들려오는 침략과 전쟁 소식을 듣지 않았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지금 바다 건너 저쪽에서 죄없이 사람들이 죽고 도시가 폐허가 되어가는 뉴스를 보는 것이 힘들고 괴롭다. 특별히 기쁜 일이 없었어도 저렇게 고요하게 흐르는 강처럼 평안한 일상을 보낸 것이 큰 혜택처럼 느껴져서, 한번 더 힘들었다.
지난 주말에 갑자기 어깨에 심한 통증이 생겼다. 치료를 받고 겨우 팔을 쓸 수 있게 되었지만 다 낫지는 않은 상태였다. 하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정이 있었던 때에 아프게 되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예상하지 못한 통증, 갑자기 어딘가가 아픈 것에 언제나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그래서 리허설을 한 다음 차에서 계속 드러누워 쉬어야 했다. 오늘 공연은 평소보다 짧은 것이니까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 시간 동안 거의 자세를 바꾸지 않고 연주해야 했다. 인이어는 그동안 쓰고 있던 Galdiolus 커스텀을 가져갔다. 몇 달만에 들어보니 어딘가 소리가 부산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마 내 상태가 불안정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