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8일 일요일

세종시에서

 

장거리 운전을 자주 하다보니 세종시에 다녀오는 것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로 여겨졌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공연하는 장소에 다녀왔다. 뜨거운 햇빛을 피해 그늘에서 올려다본 하늘빛이 고왔다.

공연 전까지 시간이 생겨서 너른 공원을 잠시 걸었다. 조금 걸었을 뿐인데 너무 더워서 땀이 많이 났다. 아내는 혼자서 먼 곳까지 더 걸었었다고, 나중에 들었다.

오늘은 Moollon 재즈 베이스를 가지고 갔다. 강가에 있는 내 집은 여름엔 습도가 높아서 악기의 상태를 항상 유지하게 하기가 어렵다. 공연 사나흘 전에 가장 상태가 좋은 악기를 골라 들고 나가곤 하는데 오늘은 Moollon 베이스가 가장 좋았다. 칠십여 분 공연을 즐겁게 잘 했다.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워서 분위기도 좋았다. 유월 공연을 좋은 기분으로 마무리했다.


2026년 6월 26일 금요일

고양이 깜이

 

사람 둘이 외출이라도 하면 이제는 혼자 집에 남아있게 되어버린 깜이가 늘 안스럽다. 고양이는 집에 혼자 있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나는 늘 고양이에게 마음이 쓰여 새 간식도 사줘보고 사료도 다르게 섞어 내줘보고 있다. 처음 한두 번은 맛있게 먹어보더니 깜이는 이내 새 간식에는 잘 입을 대지 않고 있다. 고양이는 배가 고프면 알아서 먹을테니 너무 과잉보호 하지 말으라고 아내가 핀잔을 주곤 하지만, 나는 신경이 쓰여 곁에 앉아서 고양이의 기분을 살피곤 한다. 

2026년 6월 24일 수요일

엄마 팔순

 

엄마의 여든 살 생신, 동생네 가족들과 함께 모여 점심을 먹었다. 강이 보이는 넓은 창유리 앞에서 딸의 자녀들을 양쪽에 앉히고 한 끼 식사를 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나는 노인이 웃고 있는 얼굴로 맛있게 음식을 잡숫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시중들며 먹을 것을 일일이 챙겨줘야 했던 아버지가 없는 두 번째 생일을 엄마가 만족하며 보냈다면 좋겠다.

보름 전에는 시골집에서 엄마를 태우고 돌아오는 길에 예정에 없이 아버지를 모셔둔 추모공원에 들렀었다. 잠시 그 앞에 머물다가 느릿느릿 걸어 주차장까지 가는 길에 노인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의 뒤를 따라 걷는 좁고 긴 사잇길이 전보다 짧게 느껴졌다.


2026년 6월 22일 월요일

그림, 광화문, 종로

 


밴드 리더님의 그림 전시가 수요일까지였다. 오후에 그 갤러리에 가서 그림을 보고 왔다. 고즈넉한 사직동 골목을 오랜만에 걸었다. 갤러리 앞 테이블에 호접란 한 송이가 있었다. 그림들은 내가 전에 보았던 것과 처음 보는 것들이 어울려 걸려있었다. 몇 달 동안 외국 출장 중이었던 친구를 갤러리 앞에서 만나 함께 그림을 본 후 광화문까지 걸었다.


교보문고에서 책 두 권을 사고 종로 거리를 걷다가 다시 역사박물관 앞으로 돌아와 찬 커피를 마시고 친구와 헤어졌다. 나는 십대 후반부터 십여 년 동안 종로, 퇴계로, 을지로 거리를 무척 많이 쏘다녔었다. 바쁜 일 없이 오랜만에 시내를 걸었더니 그 시절 기억들이 새롭게 떠올랐다. 지금 여기에 있는 서울의 냄새는 어쩐지 옛 것처럼 친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