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 WonSik
최 원식
2026년 10월 23일 금요일
성수동에서
성수동 공연장소에 도착했다. 무대 위에 악기를 내려놓고 동네 골목을 걷기 시작했다.성수초등학교 나뭇잎들은 역시 아직은 노란색으로 변하지 않고 있었다. 그 부근을 걸으며 이십여 년 전 내가 혼자 살았던 오피스텔, 아버지의 가게가 있던 자리, 너무 변하여 옛 모습이 없어진 길을 보았다.
리허설을 한 후엔 길을 건너 화양동으로 넘어가 시장길과 수백 년 된 느티나무가 있는 언덕길을 걸었다. 그곳은 중학생 시절 내 통학길이었다.
좋은 날씨, 바람도 없어서 춥지 않았던 야외공연이었다. 악기의 프렛을 너무 문질러 닦았던 탓인지 새 줄이 닿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톤 노브를 많이 줄이고 연주했다. 사정이 있어서 베이스앰프 없이 연주했다. 그것이 공연에 지장을 준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아무래도 등 뒤에서 소리를 내주는 앰프와 캐비넷이 있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2026년 10월 22일 목요일
나이
펜더 재즈 핑거보드와 프렛을 닦고 새 스트링을 감았다. 내일 공연에 이 악기를 가져가려고 한다. 악기를 닦고 줄을 감는 동안 개 율리가 발 앞에 와서 눕더니 이내 졸고 있었다. 고양이 깜이는 아까부터 푹신한 의자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 악기에 새 스트링을 감을 때마다 곁에 와서 줄을 건드리며 재미있어 했던 우리 고양이들 기억이 났다. 세월이 이별하게 만든 게 많기도 하다.저녁에는 아무래도 불편하여 악기 넥을 분리하고 트러스로드를 좀 더 죄었다. 이 베이스는 지난 이십 이 년 동안 좋은 넥 상태를 유지한 적이 별로 없다. 계절이 변하였으니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다시 넥을 결합했는데, 조인트 플레이트 나사 두 개가 헛돌고 있었다. 십여 년 전부터 이미 헛돌고 있었던 쪽의 대각선 반대 구멍이 헐거워진 것이다. 그동안 이 악기 넥을 분리하고 조립했던 것이 마흔 번은 넘을 것이다. 그럴 만 하지. 갑자기 나이 든 기분이 더 들었다.
2026년 10월 17일 토요일
금천구청역 앞에서
토요일 오후에 금천구청역 앞까지 두 시간 걸려 도착했다. 운전하는 동안 해가 졌다. 차량통제를 하고 있는 구청 앞 삼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사 년 전 그곳 안양천 야외무대에서 공연했던 일이 기억 났다. 그날에도 토요일 오후에 도로가 극심하게 막혔었다. 그때엔 그날밤 집에 돌아와 토트넘과 에버튼의 경기를 보았었다. 이번엔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에 LAFC와 뉴욕의 경기를 보게 됐다. 판데믹이 지나간 것이 네 해나 되었구나, 그런 생각도 했다.
무대 위에 Ampeg Venture V12 앰프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 앰프는 처음 써보았다. 거기에 Aguilar 프리앰프 하나만 연결하여 연주했다. 연주를 시작했을 때 패시브 악기를 가져가면서 프리앰프를 챙기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무대 위엔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고 있었다. 연주를 마치고 한 시간 운전하여 집에 돌아왔다.
2026년 10월 15일 목요일
시골에
엄마를 모시고 아내와 함께 시골집에 도착하였더니, 문 앞에 해바라기가 머쓱하게 있었다. 종일 햇볕이 내리는 자리에서 아직도 선 채로 여름이 지나간 자리를 바라보고 있는가 보다.진한 금잔화가 참취꽃과 모여 살고 있었다. 잡일을 하는 동안 바람이 불면 낙엽이 눈처럼 떨어졌다.
바람이 불어 금세 땀이 식으면 추운 기분이 들었다. 혼자 집에 남은 깜이와 이웃에게 부탁해 둔 개를 위해서 돌아오는 길에 아내를 먼저 집 앞에 내려주고, 화양동에 엄마를 모셔다 드리고 돌아왔다. 오늘 하루 다섯 시간 반 운전했다. 나는 본래 방 안에서 꼼지락 거리며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살다보니 노상 멀리 다니고 많이 운전하고 있다.
피드 구독하기:
글 (A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