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5일 토요일

임진각 포크페스티벌

 

날씨가 좋았다. 아내와 함께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갔다. 외곽순환도로에서는 터널마다 정체가 심했다. 일찌감치 출발한 덕분에 약속시간 한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장소에 도착하니 드넓은 하늘에 흰구름이 아름답게 떠 있었다. 구월이 되자마자 성큼 다가온 가을이 느껴졌다. 언제나 여름은 길게 느껴지고 가을은 갑자기 와 있다.

파주 포크페스티벌에 마지막으로 왔던 것은 2023년이었다. 그동안 몇 번 그곳에 갔었지만 공원 전체를 빙 돌아 걸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멀찍이 서서 무대쪽을 바라보며 바람을 맞고 걷기도 했다.

이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온 아내는 나보다 체력이 좋다. 그가 풍경을 즐기며 언덕을 성큼성큼 오르는 바람에 나는 뒤쳐졌다. 이따가 공연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운을 아끼느라 느리게 걷는 중이라고 변명을 하고 싶었다.

리허설을 준비하는 데 삼십 분이 걸렸고, 실제 리허설은 십여 분 만에 끝났다. 이날엔 무대 위에서 아예 앰프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었는데, 전날 가로 뉘인 앰프 캐비넷 앞에서 음량 조절을 해본 것이 연습이 되었다. 보스 멀티페달에 XLR 케이블을 직접 연결하고 인이어에서 들리는 소리만으로 연주했다.

리허설을 하기 위해 무대에 있을 때에 반가운 분들을 만났다. 앞 순서 가수들의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리허설을 마치고 다시 찾아가 짧은 인사를 더 했다. 꼭 십 년 전에도 그곳에서 오래 전 함께 연주했던 분들과 인사했던 기억이 났다. 서로 건강을 묻고, 안부를 전했다. 

공연을 시작하고 리허설 때와 달라진 소리를 듣게 됐다. 첫 곡을 연주하는 중에 모니터 믹서에서 음량을 다시 조정할 여유가 있었다. 그 후로는 편안하게 공연을 할 수 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자동차로 돌아와 시동을 걸었다. 아직 푸드트럭에서는 음식을 팔고 있는 중이었다. 하루 종일 많이 걸었던 아내는 피곤해진 목소리를 냈다. 다시 자유로, 외곽순환도로를 달려 집에 도착했다.






2026년 9월 4일 금요일

청계천에서

 

을지로 CKL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했다. 금요일 오후에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길은 강변북로, 금호동 금남시장, 장충체육관을 지나 청계천을 지나는 경로였다. 도착하여 짐을 내리고 밖으로 나왔다. 푸른 하늘 아래 건물들 사이로 센 바람이 불고 있었다. 건너편 동아빌딩의 유리 벽면에 빛이 닿아 다동빌딩 벽에 물결처럼 반사되고 있었다.

광통교에 기대어 서서 풍경을 보며 가을이 좀 성급하다는 생각도 하고.

리허설을 하고 첫 끼를 먹은 후 음식점 거리의 한구석에서 쉬고 있는 고양이와 인사했다. 복집과 고기집 사이를 오가며 살고 있는 동네 아이인 것 같았다.

다동, 무교동, 을지로입구역을 걸으며 산책을 했다. 나는 이 길을 많이 걸어다녔었는데 이제 내가 기억하는 모습은 너무 옛날 일이 되어있었다.

무대는 높고 서있는 관객들의 위치는 낮아서 그랬겠지만 눕혀져 있는 앰프 캐비넷 앞에 오랜만에 서서 연주했다. 리허설을 할 때에 베이스 음량을 여러번 고쳐 만져서 편하게 연주할 수 있게 하는 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 인이어를 귀에 꽂고 있어도 언제나 등 뒤에서 울리는 앰프 소리와 진동을 느끼는 데에 익숙해져있었기 때문이다. 밴드 단독공연의 절반 정도 분량이어서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시작부터 계속 뛰고 있던 관객 몇 사람을 보면서 체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2026년 8월 31일 월요일

광화문, S Theatre

 

28, 29일에 세종문화회관 S Theatre 에서 이틀 동안 공연했다.

새 스트링을 감은 펜더 엘리트 5현 베이스를 썼다. 이번에는 페달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 악기를 공연에 쓴 것은 24년 12월 7일 의정부 공연이 마지막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무거운 베이스를 메고 연주를 해보았다.

금요일엔 긴 시간 리허설을 하느라 공연 전에 힘이 빠져있었다. 그래서 토요일엔 무대 위에 의자를 놓고 앉은채로 리허설을 했다. 공연 후에 허리가 아팠지만 집에 와서 스트레칭을 한 후 통증이 사라졌다. 이제 내 몸이 묵직한 악기를 써도 괜찮은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극장 옆 공원길에 키 작은 배롱나무가 있었다. 아직 많이 덥고 습했다. 진한 분홍색 배롱나무 꽃이 예쁘게 피어있었다. 배롱나무 꽃이 다 져버려야 가을이 시작한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2026년 8월 21일 금요일

세종 만년필

 

겸손몰 세종 만년필 스틸닙 두 자루를 받았다. 주문한지 일 년 만에 도착했다. 베럴이 정말 가볍다. 디플로마트, 파버카스텔 알루미늄 펜보다 더 가벼운데, 그립은 스테인레스로 되어 있어서 아래쪽으로 묵직하다. 쓰는 데 안정적이고 손에 힘을 주지 않게 되어 편안하다. 아주 좋다. 피스톤필러도 훌륭하고 닙과 그립에 PVD 코팅을 한 것도 마음에 든다. 잉크를 넣을 때 닙 파트에 묻은 잉크가 쉽고 깨끗하게 닦인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