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러 번 공연해보았던 어울림극장과 이곳 아람극장을 헷갈렸다. 마치 익숙한 장소인 것처럼 무대 뒤 복도를 걸어다녔기 때문에 공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다음까지도 착각하고 있었다. 시월 마지막 날, 오랜만에 두 시간 짜리 공연을 했다. 공연 첫번째 곡을 시작할 때에 그만 슬라이드를 하다가 반음을 더 올려 소리내는 바람에 다시 정신을 다잡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공연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집에서 연습했던 펜더 울트라 II 재즈베이스는 '64 커스텀 재즈보다 프렛이 한 개 더 있다. 암전된 상태에서 느낌으로 손을 움직이다가 정확하게 울트라 II 재즈베이스의 넥 길이에 맞추어 음을 내고 말았던 것이었다. 서너 곡이 지나갈 때까지 창피한 기분이 사라지지 않았다.올해에도 결국 실패한 것은 충분히 자는 일이었다. 언제나 수면부족 상태인 것이 이제 견디기 힘든데도 제대로 자고 있지 못하는 중이다. 공연장소에 도착하여 사운드체크를 하고, 한 시간 넘게 리허설을 한 다음 자동차 시트 열선을 켜두고 한 시간 동안 부족한 잠을 잤다. 시작하기 삼십 분 전에 깨어 대기실로 갔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열 건의 공연을 했고, 이제 시월이 지나갔다. 노란 단풍이 세상을 물들이기 시작한지 오래다. 이번 주에는 카메라를 들고 단풍구경이라도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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