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1일 금요일

대전 호수공원에서

 

이틀 전 청주에 갈 때에 달렸던 중부고속도로 길을 따라 대전으로 갔다. 구월과 시월에는 하늘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다니는 기분이 든다. 아마 내가 덧없고 힘겨운 먼 여행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갑천생태호수공원을 산책하며 풀내음을 맡았다. 새들이 나무를 오가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몇 장 사진을 실패하고, 아무래도 새를 찍으려면 망원렌즈를 한 개 사야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엔지니어 김상현 씨는 한참 전부터 밴드의 모니터 음향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날 공연 모니터도 아주 훌륭했다.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공연 한 시간 전 서쪽 하늘이 아름다웠다. 그 풍경 때문에 잠시 차 안에서 쉬려고 했다가 다시 나와서 주변을 좀 더 걸었다.

너른 공원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 음악을 즐겨주어 기분이 좋았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해놓은 덕분에 연주를 마친 후에도 좀 더 걸었다. 어두워진 공원에는 불빛이 반짝거렸다.

깜깜해진 하늘 아래에서 어린이들이 밝은 조명이 비춰지는 곳에 모여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주차장으로 가는 중에 멈춰 섰다. 양손에 든 짐을 다리 사이에 내려두고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갈 때엔 두 시간 반, 돌아올 때엔 두 시간 운전했다. 낮엔 땀이 나고 밤엔 추웠다. 설마 겨울도 이르게 오는 건 아니겠지.


2026년 9월 9일 수요일

학교


청주에 다녀왔다. 오 년 전에 증축하고 리모델링을 했다는 예술고등학교 건물이 아름다웠다. 일을 하러 간 것이어서 천천히 주변을 걸어볼 시간은 없었다. 겨우 서너 장 사진을 찍었을 뿐이다. 건물은 적벽돌 외장에 크기가 다른 중정이 두 군데, 사방에 세로로 낸 창이 여러 개 있어서 어디에서나 빛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복도를 오가는 학생들의 얼굴이 밝고 환하게 보였다. 그들의 사정은 하나도 모르지만 그들이 일상을 보내는 공간과 환경이 주는 좋은 기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26년 9월 8일 화요일

늦여름

 


낮에 강변에 좁게 난 길을 잠시 걸었다. 살에 닿는 햇빛이 따갑게 느껴졌다. 청명한 늦여름 하늘, 한낮에는 아직 가을이 저만치 멀리 있었다. 이 길엔 길고양이들이 둘셋씩 어울려다니며 낮엔 볕을 쬐거나 그늘 아래에서 쉬거나 하는데, 오늘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보름 정도 후엔 이 길에도 낙엽이 떨어져 구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금세 겨울옷을 꺼내어야 하겠지. 

2026년 9월 5일 토요일

임진각 포크페스티벌

 

날씨가 좋았다. 아내와 함께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갔다. 외곽순환도로에서는 터널마다 정체가 심했다. 일찌감치 출발한 덕분에 약속시간 한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장소에 도착하니 드넓은 하늘에 흰구름이 아름답게 떠 있었다. 구월이 되자마자 성큼 다가온 가을이 느껴졌다. 언제나 여름은 길게 느껴지고 가을은 갑자기 와 있다.

파주 포크페스티벌에 마지막으로 왔던 것은 2023년이었다. 그동안 몇 번 그곳에 갔었지만 공원 전체를 빙 돌아 걸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멀찍이 서서 무대쪽을 바라보며 바람을 맞고 걷기도 했다.

이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온 아내는 나보다 체력이 좋다. 그가 풍경을 즐기며 언덕을 성큼성큼 오르는 바람에 나는 뒤쳐졌다. 이따가 공연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운을 아끼느라 느리게 걷는 중이라고 변명을 하고 싶었다.

리허설을 준비하는 데 삼십 분이 걸렸고, 실제 리허설은 십여 분 만에 끝났다. 이날엔 무대 위에서 아예 앰프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었는데, 전날 가로 뉘인 앰프 캐비넷 앞에서 음량 조절을 해본 것이 연습이 되었다. 보스 멀티페달에 XLR 케이블을 직접 연결하고 인이어에서 들리는 소리만으로 연주했다.

리허설을 하기 위해 무대에 있을 때에 반가운 분들을 만났다. 앞 순서 가수들의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리허설을 마치고 다시 찾아가 짧은 인사를 더 했다. 꼭 십 년 전에도 그곳에서 오래 전 함께 연주했던 분들과 인사했던 기억이 났다. 서로 건강을 묻고, 안부를 전했다. 

공연을 시작하고 리허설 때와 달라진 소리를 듣게 됐다. 첫 곡을 연주하는 중에 모니터 믹서에서 음량을 다시 조정할 여유가 있었다. 그 후로는 편안하게 공연을 할 수 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자동차로 돌아와 시동을 걸었다. 아직 푸드트럭에서는 음식을 팔고 있는 중이었다. 하루 종일 많이 걸었던 아내는 피곤해진 목소리를 냈다. 다시 자유로, 외곽순환도로를 달려 집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