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5일 토요일

영월에 다녀왔다


 영월 관풍헌에서 열린 행사에 다녀왔다. 무척 덥고 습한 날씨였다. 리허설을 한 후에 악기를 무대 위에 그대로 두었더니 세 시간 동안 물기를 머금어 옷에 쩍쩍 달라붙고 있었다. 습기 때문에 손끝이 점점 아파오고 있었던 바람에 중간에 몇 곡은 피크로 연주했다.

영월까지 가는 길은 도로정체가 심했다. 두어 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네 시간 넘게 운전했다. 운전하는 내내 하늘이 흐리고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도착한 후 잠깐 하늘이 개었었다. 봉래산 별마로 천문대 쪽에서 동강 쪽으로 날아오는 패러글라이더들이 보였다.

약속 시간 한 시간 전에 도착하여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녔다. 너무 오래 운전을 해서 일어나 걷고 싶었다. 정겹게 보이는 극장이 궁금하여 안에 들어가 구경도 했다. 극장 창유리에서 내다본 관풍헌의 뒷면을 보고, 팝콘 냄새를 맡다가 나왔다.

공연 시각이 될 때까지 주변을 산책하고 사진을 많이 찍었다. 나중에 쓸만한 것을 추리고 보면 몇 장 남지 않긴 했지만 돌아다니며 사진과 눈에 담은 모습들이 기억에 남았다.
이제 피해를 입은 자동차를 수리하고 한 주일에 두 번 세 번씩 예정되어 있는 밴드 일정을 시작하게 됐다. 여름이 길게 느껴지다가도 아직은 찬 바람이 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2026년 8월 13일 목요일

또 당했다.


 이른 아침에 모르는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몇 초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으면서 직감했다. 전화한 분은 아파트 경비원이었다. 지상에 주차해 놓은 내 자동차를 누가 긁어버렸으니 지금 내려와달라고 했다. 어째서 나에게 이런 일이 자주 생기는 거지.

이번에도 내 차 옆에서 차를 빼다가 뒷범퍼를 긁고 지나간 사건이다. 꼭 2 년 전 7월 31일에 같은 일이 생겼었다. 그날 일보다는 가벼운 피해다. 플라스틱 범퍼만 긁혀서 피니쉬가 벗겨졌다. 도색만 하면 될 일이다. 사고를 낸 이에게 보험회사에 사고 접수를 하시라고 말해주고 인사를 했다.

오후에 공업사에 갔다. 수리할 차량이 많아서 오늘 맡기면 토요일에나 찾아갈 수 있다고 했다. 토요일엔 공연하러 영월에 가는 날이다. 17일 월요일은 '대체 공휴일'이다. 수요일은 깜이 치과병원 진료를 예약해 놓았다. 다음 주 목요일 아침에 다시 오겠다고 그곳 직원에게 말하고 돌아왔다. 다음 주가 자동차를 수리할 수 있는 유일한 때다. 그 다음 주부터는 매주 두 번 세 번씩 먼 거리를 다니는 일정이 시작한다.

오래된 아파트에 좁은 주차공간, 과포화 상태인 자동차 수를 생각하면 이런 일은 일어나기 쉬운 것이 맞다. 그렇다는 것은 알지만 나는 이와 같은 일을 정말 많이 겼었다. 이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겪은 것은 세 번이다. 지하 주차장에서 두 번, 오래 전 여주대 주차장에서 무려 세 번, 서교동에서도 한 번 똑같은 일을 겼었다. 가해자가 내빼어서 내 돈으로 차를 고친게 절반은 넘는다. 삼십 년 전에는 역주행 하던 오토바이가 내 차를 들이받고, 교차로에 서있을 때 음주운전 차량에 들이받혔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자주 생기느냐고 해도, 된다.
공업사에서 돌아오면서 다이소에 들러 배수관 세척제를 샀다. 500 ㎖ 를 세면대 구멍에 따라놓고 삼십 분 후에 물을 가득 받아 부었다. 막혔던 세면대가 시원하게 뚫렸다. 그래서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2026년 8월 9일 일요일

여름


 어제 바람이 불더니 오늘 아침 기온은 23 ℃ 가 되었다. 한낮에는 다시 높은 기온이 될거라고 하지만 지독하게 더웠던 여름이 그만 물러가려는가 보다. 입추가 지났으니까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바람이 불고 있는 건 남쪽 멀리서 태풍이 옮겨 오고 있어서다. 강릉에는 갑자기 많은 비가 쏟아졌다고 했다. 풍랑주의보가 제주에 폭염주의보가 전남에 내려졌다. 어제 오후에는 여전히 무더웠지만 바람이 불어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파란 하늘이 시원하게 보였다. 시계를 보면서 일몰 전에 산책을 하러 나갔다. 내집 앞은 동쪽에 산이 있고 서쪽으로는 너른 한강이 흐르고 있다. 일몰 때 빛이 근사하다.

강쪽 자전거도로에 내려가 물이 불어 맑게 흐르는 월문천에 햇빛이 가득 번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오래 걷지 않았는데 땀으로 옷이 젖었다. 바람이 불면 뭐 해. 아직 여름은 한창이구나.

2026년 8월 3일 월요일

팔월


 팔월이다. 하루, 한 달이 빠르게 지나간다. 벌써 월말이야, 라고 말하며 달리는 자동차 뒷자리에서 한숨처럼 후, 소리를 내던 엄마가 생각난다. 낮에는 잠깐 외출했다가 뜨거운 기온과 높은 습도 때문에 나도 후, 소리를 내었다.

책상 위에 줄지어 누워있는 만년필들이 너무 많아서 한 개씩 세척하여 보관하기로 했다. 잉크를 다 쓰게 되는 순서대로 하나씩 파우치에 담아 서랍 안에 넣어두고 있다. 다섯 개짜리 펜트레이 한 개가 치워지자 책상 위에 공간이 생겼다. 새 로이텀 공책도 펼쳤다. 앞의 것은 반 년 넘게 썼다. 값이 비싸지만 한 해에 두 권 정도라면 괜찮은 가격이다. 쓰기 편하고 언제나 안정적이어서 제일 좋아하는 공책이 됐다. 새 공책을 다 쓸 즈음이 되면 벌써 연말인가, 하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