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2일 월요일

일몰에

 

열 두 날 동안 여덟 번 공연, 연주를 하였다. 일요일에 일을 마친 후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늦은 오후, 아내와 근처 식당에 갔다가 주차해 둔 한강공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화가가 아무렇게나 그려 놓은 것 같은 하늘 풍경을 보았다. 잠깐 졸음이 달아났다.

일몰은 순간 지나간다. 조금 전까지 얼른 드러누워 자고 싶었던 것을 잊고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이윽고 걸음을 재촉하여 집에 돌아왔다. 차 안에 있던 짐을 한번에 옮기지 못하고 대충 잡히는 대로 들고 들어왔다. 무거운 악기와 페달은 다음날 새벽에 가지고 왔다. 묻은 먼지를 닦고 브릿지 새들을 조정했다. 이제 이 달엔 공연일정이 네 건 남았다. 


2026년 10월 11일 일요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한 달 닷새 만에 다시 같은 장소에서 공연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리허설을 하러 갔다. 낮에는 더웠고 볕이 뜨거웠다. 늦여름, 초가을 짧은 날들이 지나간다.

한 달 전에 온통 녹색으로 가득했던 장소는 알록달록한 색으로 변하는 중이었다. 어린이들이 한가롭게 걷고 재잘거리며 다녔다.

민간인 통제선 앞, 임진강을 건너 다니는 곤돌라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낮에 연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언제나 밤 늦게 공연을 하고 귀가하였는데 낮에 돌아오는 일은 오랜만이었다. 마치 시차가 바뀐 듯 정신이 몽롱하였다. 


2026년 10월 10일 토요일

양평에서

양평에 도착했다. 자전거 길이 지나는 양근성지 앞에서 기지개를 켰다. 하늘은 파랗고 볕은 뜨거웠다. 한 해 전에는 엄마와 이모들을 차에 태우고 전라남도를 며칠 돌아다녔었다. 그 때에도 파란 하늘을 실컷 올려다 보았었다. 시월은 파란색인가, 했다.

여러 군데를 다니며 연주하다 보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일할 줄 모르거나 안 하고, 어떤 사람들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일을 해낸다. 아무 것도 없었던 무대 위에 여러 사람들이 힘을 모아 악기를 설치하고 케이블 작업을 하는 동안 메뚜기 한 마리가 장비 사이를 뛰어 다니며 놀고 있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양강섬 강가를 걸었다.

남한강 물이 갇혔다가 나가는 떠드렁섬 안쪽 축축한 풍경도 보다가 물안개공원 길도 걸었다. 해가 진 후엔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잠시 눈을 붙였다.

공연시간이 되자 무대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멀쩡하게 연주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악기팀과 음향 스탭분들이 고마웠다. 경강로를 따라 집까지 오는 데에 삼십 분. 어두운 밤중이었는데도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이 다녔던 그 길이 낯익었다. 운전 중에 잠깐 창을 열고 찬 공기를 마셨다. 벌써 이 달이 열흘이나 지났다니.





2026년 10월 9일 금요일

정선에서

 

닷새 만에 다시 정선에 갔다. 휴일 오전부터 강변길이 차로 가득해 있었다. 네 시간 걸려 공연장소에 도착했다. 지난 번에 다녀올 때에 경치가 좋았다는 말로 꼬드겨서 아내와 함께 갔다.

그곳에는 이제 막 개장한 광산 박물관이 있었다. 큼직한 커피집과 박물관은 보기에 좋았지만 파란 하늘과 울긋불긋해지고 있는 산을 보는 것 만큼 근사하진 않았다.

작동을 멈춘 수갱탑을 돌며 열심히 구경했다. 여기는 국내 최대 규모였던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와 650갱이 있었던 곳이었다. 어릴 적에 태백 장성광업소 근처에서 여름방학을 보냈었던 기억이 많이 났다.

산 너머로 해가 지는 것을 보며 연주를 시작했다. 손이 시려웠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한 곡을 마칠 때마다 입김을 불어 손을 녹여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