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5일 토요일

블루스 공연.


친구들과 춘천에서 블루스 공연을 했다.
건축가 김수근의 붉은벽돌 건물이 있는 곳, 그동안 여러 사람들과 여러번 찾아와 공연을 했던 장소였다. 그 이전에는 이곳에서 마주보이는 의암호를 지나 북한강 앞 군부대에서 군복무를 했었다.

공연을 마련한 분들이 준비를 잘해주신 덕분에 연주하는 것이 모두 편했다. 바깥에는 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다. 뒷풀이 장소는 신발을 벗고 다리를 접어 앉아야 하는 곳이었는데 그것때문에 조금 나아졌던 허리통증이 재발하고 말았다. 친구들에게 조용히 인사를 하고 그곳을 빠져나와 안개가 지독한 고속도로를 달려 돌아왔다.

2017년 11월 6일 월요일

통증, 손톱, 근심거리.

내 손톱은 언제나 말썽이다.

사소한 걱정이 반복되면 그것도 고질적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모양이다.
내 오른손 검지손가락 끝은 언제나 아프다.
이렇게 오래 악기를 연주해왔는데도 여전히 손톱 끝이 자주 들려서 통증이 느껴진다.
조금 괜찮은 것 같아서 다시 연습을 계속하면 어김없이 손톱이 덜렁거리는 느낌과 함께 손끝이 줄에 닿을 때 마다 아프다.
그러면 연습을 쉬어야 했다.

그런데 이 증상은 낫지 않는다. 통증이 완화되지도 않는다.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
연습과 연주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이제, 아프거나 말거나 그냥 계속 하기로 했다.
설마 손톱이 완전히 들려서 빠지지는 않을 것 아닌가, 생각했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아파도 참고 계속하면 어느 순간에는 괜찮아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괜찮아지다가 다시 나쁜 느낌과 함께 통증이 찾아온다.
그러면 그것을 무시하고 다시 계속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하고 싶은 만큼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할 것인지 나는 아직은 잘 모른다.

사소한 근심거리는 또 있다.
악기들의 네크는 언제나 말썽을 부릴 준비를 하고 있다.
조금만 네크가 휘면 연주 자체가 어려워진다.
소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손끝이 늘 아프기 때문에 네크의 상태가 나에게는 더 민감하게 느껴진다.
어떤 악기는 트러스로드를 늘 조정하고, 바디와 네크를 분리해야만 하는 악기는 줄을 느슨하게 풀어둔 채로 하드쉘케이스에 눕혀 넣어뒀다.
지난 세월 동안 하루도 이 문제로 편안한 적이 없었다.

허리는, 이제 너무 많이 아프다.
진통제도 먹었고, 스트레칭도 해봤다.
허리를 쓰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이 답이라고, 나보다 먼저 아파보았던 친구들이 말해줬다.
그럴 수가 없기 때문에, 그냥 아픔을 참는 수 밖에는 없다.
점점 그런 것이, 지겨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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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5일 일요일

일요일.


일요일인데, 두시 반이 되어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다.
허리 통증이 극심해졌다.
지난 밤에 맛사지를 받았다. 몸이 나른해졌던 때문이었는지 거의 여덟 시간을 잤다.

커피 콩을 갈아 기계에 넣고 물을 담았다.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진공청소기를 들고 청소를 했다. 매일 청소를 하는데 매일 비슷한 양의 먼지와 고양이 털이 수집된다.
청소를 하면서 오늘 해야 하는 일들을 떠올렸다.
해야 하는데 하기 싫은 일은 없었다.
하고 싶은데 제약이 있는 일들 뿐이었다.

고양이들은 자다가 일어나 사료를 달라고 보채었다.
이지는 청소를 하는 동안에 세 번이나 사료를 먹었다.
꼼이와 까만 초등학생 고양이는 뛰어 놀고 있었다.
까치 한 마리가 베란다의 난간에 잠시 앉았다가 날아갔다.
고양이 꼼은 바구니 안에 들어가 모처럼 잠을 청하려 하고 있었다. 분명히 소리도 나지 않았고, 꼼에게는 보이지도 않는 각도였는데 까치가 날아오르기 직전에 고양이 꼼이 바구니에서 뛰어 나와 베란다로 달려갔다.
놀라운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고양이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 것일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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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4일 토요일

본 것 몇 가지.

영화 몇 편을 보았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일찍 시작한 한국영화가 있었다.
유튜브에서 그 영화의 예고편을 보았을 때에 나는 그 영화가 후질 것을 미리 알았다.
그리고 그 영화의 첫 장면이 시작되었을 때에 나는 과연 이 영화가 유치할 것도 알 수 있었다.
좋은 배우들을 데려다가 쓸데없이 써먹는 영화들은 언제나 있었다.
음악도 유치했다.

십 몇 년 전에 시작하여 몇 해 동안 HBO에서 방영했었다는 미국드라마를 보았다.
The Wire 였다.
좋은 시리즈물이었다.
음악도 훌륭했다. 에피소드 마다 그것을 잘 드러내는 음악들이 들렸다.
영어자막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나중에 검색하여 알고보니 방언과 은어를 잘 골라서 대사에 끼워넣었다고 했다. 많은 미국인들이 재미있게 볼만 했던 드라마라는 것을 잘 알았다.

이 시리즈물에서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Omar Little 이었다.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그 배우가 묘사하는 인물이 입체적이었다. 훌륭했다. 그 배우에 대해 찾아 읽어보았다.
Michael Kenneth Williams 라는 인물이었다.
예상했던대로 가장 많이 인기를 모았던 캐릭터로 이 배우의 이름이 알려져있었다. 얼굴에 세로로 길게 나 있는 상처가 그의 실제 흉터라는 것도 알았다.

이 배우는 약국에서 일을 하다가 자넷 잭슨의 앨범 Rhythm Nation 1814를 듣고 각성하여 직장을 그만뒀다. 그 후 댄서가 되기 위해 배우고 커리어를 쌓기 위한 일을 하다가 Tupac 의 비디오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음악이 어떤 사람을 다른 예술의 길로 이끌고, 그가 다시 음악과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 예가 많이 있었다. 이 배우의 인생도 그랬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국에서 흑인배우의 쓰임새가 따로 존재하기도 하는 것이겠지만, 마이클 윌리엄스는 오마 리틀의 연기를 통해 그 영향을 더 넓혔다.
나는 자넷 잭슨의 음반을 틀어두고 노랫말을 검색하여 훑어 보았다.
80년대 끝물에 나왔던 앨범으로 당시의 사운드가 잘 담겨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을 가사의 내용들이라고 했다.
이 음반은 미국 내 흑인들의 머리속을 각성시키고, 그것에 영향받은 배우를 만들어 낸 앨범이 되었다. 그 배우는 이후 미국 흑인들의 메세지를 쏟아내었던 힙합 뮤지션과의 인연으로 다른 많은 힙합 아티스트들의 댄서로 활동하였고, 나중에는 TV 시리즈의 중요한 캐릭터를 맡았다. 다시 그 영향이 미국의 흑인과 다른 인종들에게까지 퍼지게 되었다. 이것은 좋은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나의 작은 나라에서는 위와 같은 좋은 스토리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영향이 미약하고, 그저 볼티모어의 작은 코너에 지나지 않을 음악시장터 안에서 서로 생존을 위해 약을 파는 것 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가득한 것 같았다. 그것에는 어떤 새로운 생각도, 반성도, 각성도 이루어지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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