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31일 화요일

나를 좋아하는 고양이

집안에서 수컷이라고는 사람 중에 나 하나, 고양이 중에 얘 한놈.

이 녀석도 나이가 벌써 나릅. 많이 컸다. 그런데 살좀 져라.



,

2011년 5월 30일 월요일

평창 감자꽃 스튜디오.

평창의 옛 노산초등학교 자리, 감자꽃 스튜디오에서 공연을 했다.
아주 오랜만에 밝은 기운으로만 가득한 장소에 다녀왔다.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연주하는데에 문제가 있었다.
공연 중에 계속 손가락과 팔목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연주를 마쳤을 때엔 저리고 손가락이 부어있었다. 아무리 문지르고 휘저어도 보아도 낫지 않았다. 뭐가 문제인건가, 점점 더 아프다.



,

2011년 5월 29일 일요일

울산 태화강변.

하루 전에는 울산의 태화강 앞에 다시 다녀왔다.
지난번엔 습기가 가득한 한여름이었어서 무더웠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엔 는개비가 종일 뿌려지고 있었고 해가 저문 후엔 춥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침에 일찍 집을 나서면서 긴 팔 옷을 현관 앞에 두고 안가지고 나와버렸던 덕분에 나는 살짝 떨고 있었다.
한대수 씨의 리허설이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내 엄마가 좋아하시는 가수 한경애 씨도 대기실 천막에서 뵈었다. 함께 도시락을 먹었는데, 그렇다고 '제 어머니가 좋아하셔요'와 같은 말은 절대 꺼낼 수 없었다. 식사를 하시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았다.

울산은 좋은 날씨를 만난 날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

2011년 5월 27일 금요일

밤 새우고 떠나는 길.

나는 거의 아침에 잠들고 정오가 지나면 일어나 활동을 시작한다.
매일 밤을 새우는 편이다.
그래서 이런 일을 겪을 때가 자주 있다.

잠깐 잠들었다가, 꿈결에 마치 알람 소리를 들었다는 착각을 했다.
착각이었을까 실제였을까를 의심하다가 결국 모든 의식이 돌아와 버려서 잠을 깨고 말았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대개 그렇게 끝나듯, 맞춰놓은 알람 시간과는 전혀 상관없는 시각에 혼자 깨어나 당황했다. 말짱해진 정신으로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할지를 결정하느라 털썩 주저 앉아있는 상태.

그래서 아침 일찍 길을 떠나야하는 날, 제 시간에 일어나지 못할까봐 잠을 못잔다.
그리하여 오늘 저녁 울산에서의 공연도 좀비 상태로 하게 될 것 같다.
오늘 새벽엔 어쩐지 밴드 멤버들의 트위터 글도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일찍 잠들었고 잘 자고 있는 중인가 보다.



,

큰 언니 고양이, 건강해라

이 집의 큰 언니 고양이는 올해 열 다섯 살.
아내가 잘 보살피며 살아왔던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워낙 건강해서 평소에 노묘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지내왔다.
그런데 고양이가 조금 아팠다.
나이가 많으니 작은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밥 잘 먹고 아무렇지도 않던 고양이가 갑자기 엉거주춤, 여러번 토를 하고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내와 함께 병원으로 갔다. 친절하고 헌신적인 수의사 선생님은 고양이 에기의 나이를 듣고 깜짝 놀라했다. 걱정하는 눈빛으로 고양이에게 인사를 했다.
"너 정말 동안이구나."

조금 더 젊은 고양이라면 무난하게 검사와 치료를 할텐데, 그것이 오히려 큰 언니 고양이에게 심한 스트레스가 되고 해를 입히는 것이 될까봐 조심해했다. 탈수 증세가 있고 몸이 불편하여 화가 나있긴 했지만 그렇게 성을 내고 기운을 쓰는 것이 오히려 건강한 상태라는 증거일 수 있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일시적인 탈이 난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의 심정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뭔가 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지 한 시간 가까이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수액 주사를 맞추고 약을 지어왔다.

집에 돌아와 아내는 큰 언니를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
나머지 고양이들은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방문 앞에 한 마리씩 앉아서 방 안을 향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아내는 고양이에게 약을 먹이고 음식물을 먹도록 돌봤다.
지난 밤 일을 하고 있을 때에 아내로부터 문자메세지가 왔다.
"에기가 밥도 먹고 고양이 우유도 마셨고 뒹굴뒹굴 논다. 우히히."
다행이다. 일시적인 변비라던가 배탈이었으리라.

큰 언니 고양이야, 꼭 건강해라.



,

악기를 좋아하는 고양이

기타 가방을 열어 악기를 꺼내려고 할 때 마다, 정말 무척이나 좋아한다.
고양이들은 악기에 반응한다.
가끔은 집착도 한다.
무심해하는 고양이도 물론, 있다.

http://aulait.tistory.com/1123

http://aulait.tistory.com/195

http://aulait.tistory.com/985

2011년 5월 24일 화요일

고양이의 악기검사

나이 순서대로 기타에 다가와 확인 및 검수절차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갔다.
막내 고양이 순서일때에 사진을 한 장 찍어주고 있었는데, 녀석이 슬며시 발톱을 세우고 기타 위에 올라가려는 몸짓을 하여 순간 급한 마음에 발로 차버릴 뻔 했다. (과장된 표현임...) 
미안하다, 막내 고양이. 서로에게 다행하게도 앞발로 툭 건드려보더니 다른 고양이에게 장난을 치러 가버려줬다.


,

Guitar

내 분수에 맞지 않는 좋은 기타를 선물받았다.
내 손에 딱 맞는 기타를 오랜 시간을 들여 제작해주신 JK형님, 많이 고맙습니다.
사흘째 새벽. 드디어 이웃의 폭력적인 항의의 소리를 듣고서야 살금 살금 기타를 가방에 넣어두고 허리를 폈다. 순간 너무 미안해서 숨소리도 작게 내고 방안의 불을 살짝 껐다.
좋은 기타여서 울림이 아주 크고 멀리 간다. 결코 일부러 시끄럽게 하려고 크게 연주하고 있던 것이 아니다. 결백을 주장하는건 못하겠지만 변명은 이렇게 하고 싶었다.
출근, 퇴근길에 악기를 맨채로 엘리베이터를 탔을때, 함께 타신 누군가가 어깨 뒤에서 고약한 시선을 보내는 느낌을 받으면 안절부절 몹시 두렵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편하게 다니지 못한다.
기타 때문에 지금 기분이 많이 좋다.



,

2011년 5월 16일 월요일

그린플러그드 공연.

사진 ; 베이시스트 민경준 님
바람이 몹시 불어서 춥고 손이 시려웠는데 그래도 오월 중순. 무대 위는 약간 서늘했던 정도였다.
겨우 30여분 동안의 공연이었다.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무대 위가 몹시 시끄러웠다.
관객이 많고 공연장이 클 수록 무대 위의 사운드는 정돈되고 고요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것은 밴드의 문제였다. 사실은 나의 일정 때문에 사흘 전에 공연장 리허설을 하지 못했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관객들의 표정이 밝았었다.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하늘이 어두워지자 무대 위에서 누런 색깔로 넘실 거리는 한강이 어둠에 감춰져 흐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집에 오는 길에는 두리뭉실한 달이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약간의 몸살 기운이 있다.
아마도 센 강바람을 맞았기 때문일 것이다.



,

2011년 5월 15일 일요일

일요일 공연

일주일 내내 힘들었다. 잠을 못자고 운전하는 것을 이제 못하겠다. 많이 힘들다.
정말 이런 식으로 생활하지 않겠다고, 뭔가 생활 패턴을 바꿔보이겠다고 큰소리 쳤던 것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토요일을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소파에 엎드려 자버렸다. 다시 일어나 마저 일을 하고 바닥에 옆으로 누워 잤다. 잠깐 깨어나 일하고 의자에서 또 잠드는 일을 반복하며 보내버렸다.
이불을 덮지 않은 탓에 추워서 깨어나 보니 이른 아침이었다.
오늘은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 공연날이다.

상태가 말이 아닌 것도 그렇지만 머리 속이 텅 빈 것 처럼 되어서 제대로 멍청해져버렸다. 너무 찌뿌듯한 일요일 아침이었다.
지난 화요일에는 빗속에서 야외공연을 하는 바람에 페달보드가 흠뻑 젖었었다. 집에 와서 잘 말려두긴 했지만 케이블 사이에 습기가 남아있는지 아니면 녹이 슬었는지 접촉 상태가 좋지 않다. 당장 모두 분리해서 열심히 닦고 점검하면 좋을텐데 그것을 못했다. 멍청한 표정으로 그냥 쳐다보기만 하며 무덤덤하게 앉아 있었다.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배도 고프고 목이 마르고 그러나 움직이기도 싫고 계속 멍청한 상태로 하루를 보낼 것 같은 상태이다. 지금은 음악도 잘 안들린다.
오늘 연주할 공연장이 어디인지도 아직 모르고 있었다. 뒤늦게 검색을 해보고 지도를 살펴보다가 어제의 공연 후기들을 읽어 보았다. 사람들이 마음씨가 좋다. 좋지 않은 공연에는 비난도 퍼붓고 훈계도 늘어놓으면 좋겠다. 칭찬의 말들만 있다는 것은 어쩌면 그만큼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면 더 슬프다.



,

2011년 5월 6일 금요일

어린이 고양이

(하는 짓은) 아직도 어린이인 고양이.
집안에서 얘만 날씬하고 말랐다.
밥 좀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

워낙 가리는 음식(=사료)이 많고, 그나마도 많이 먹지 않는다. 그런 주제에 활동량은 제일 많다. 놀지 못해서 언제나 꿈틀 꿈틀 안달을 하고 있으니, 살이 붙을 겨를이 없다.
집안의 고양이가 건강할 수 있도록 신경쓰는 일이 참 까다롭고 어렵다.



,

봄.

봄.
꽃내음이 먼지와 함께 날아다니는 계절의 공연들을 치르고 있다.
이동하는 거리와 항상 이른 리허설 시간 때문에 언제나 잠이 부족하다.
연주할 때의 체력 쯤이야 문제되지 않지만 일정이 끝나면 졸면서 운전을 한다. 그것이 점점 위태로운 수준이 되었다.
공연하는 날에는 아예 아침 일찍 출발하여 현장에 도착 후 차에서 잠을 자는 것으로 해야겠다. 그래서 침낭을 한 개 사두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