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22일 금요일

고양이가 버틴다.


실내 온도가 섭씨 30도 이상이다.
정말 덥다.
순이는 털옷을 입고 더위 앞에서 버티고 있다.
나는 훌러덩 벗고 고양이와 함께 견디고 있다.
순이를 목욕시켜줬더니 털의 색이 밝아졌다. 고양이가 기분이 좋아졌는지 창가에서 소리를 내며 졸고 있었다.

순이가 더위에 너무 시달릴까봐 선풍기를 틀어줬다. 바람이 싫은지 도망을 다녔다.
얼음을 얼려서 비닐에 담아 고양이의 곁에 놓아줬다. 순이는 아무런 흥미가 없어 보였다.
더워죽겠으니 건드리지나 말아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내버려두었더니 순이는 혼자 그늘과 응달을 찾아다니며 쉬고 있었다.

오늘 강수확률은 0 퍼센트라고 했다.
비라도 내려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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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심하다.


나는 견딜만하지만,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가 걱정이다.
그리고 악기들도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
베이스의 네크들이 심하게 뒤틀려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난 해 여름과 비교하면 괜찮은 편이라고 위안하고 있지만, 정말 정말 덥다.
작년 여름에는 실내온도가 사람의 체온보다 높은 곳에서 견디고 있었다.
강물 앞의 집이라는 것이 이렇게 습할줄은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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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17일 일요일

좋은 연주를 들었다.


피아니스트 유성희 씨의 연주를 구경하고 왔다.
다녀오길 정말 잘했다.
무너져가던 기분을 바꿔주러 찾아온 친구처럼 고마왔다.
그 전날 다른 밴드의 공연을 구경하러 갔다가 잔뜩 실망을 하고 돌아왔었다. 그래서 더욱 구원같은 연주였다.

유성희 씨는 2001년에 닐스 헤닝 어쩌고 저쩌고 페데르슨이 내한했을 때에 LG 아트센터에서 처음 보았다. 그때에도 정말 좋은 피아노 연주자라고 생각했다. 검은 드레스를 입었었고 몹시 긴장했던 것처럼 보였는데도 참 좋은 연주였다.

지난 밤 작은 클럽에서 했던 유성희 씨의 연주는 물론 100 퍼센트는 아니었을 것이다. 듣는 쪽의 입장에서는 장소의 분위기와 사운드와 다른 몇몇 문제들이 있었다. 그런 것을 감안하고 생각해보면 더 좋은 연주였다.
최근에 구경해보았던 대부분의 젊은 재즈 밴드들과 비교가 되었다. 그들은 음악의 기본을 모르거나 아니면 무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유성희 씨의 피아노는 후텁텁했던 기분을 바꿔줬다.

집에 돌아와 아침까지 앤소니 잭슨의 라이브를 듣고 잠을 청했다가, 한 시간만에 깨어났다.
잠결에 계속 베이스의 지판이 보이고 음악 소리가 들렸던 것 같았다. 음악은 분명히 끄고 잠들었었는데도.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앉았을 때엔 자, 연습을 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금세 졸리웠다.
좋은 연주자들은 아마도 자는 시간을 아끼며 연습을 했겠지.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우선 잠을 자야겠다.

유성희 씨는 연주를 마치고 나서, 나와 일행이 앉아있던 테이블에 직접 오셔서 '끝까지 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나는 '천만에요, 저야말로 정말 고맙게 잘 들었습니다' 정도의 한 마디 대꾸도... 해드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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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15일 금요일

매듭 지었다.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으며 기분을 추락시키고 싶지 않았다.
스티브 스왈로우, 존 파티투치, 리차드 보나, 앤소니 잭슨의 비디오를 계속 보았다.
스티브 스왈로우의 음색과 멜로디가 정말 훌륭했다. 들을 때마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샤워를 하고 한참 연습을 했다.
어려운 매듭은 풀어줘야 한다. 사람과의 관계는 공을 들인만큼 귀해진다.
나는 저녁에 음식을 이것 저것 많이 먹어뒀다.
오늘로 운수 나빴던 날들이 일단락되어진 것이면 좋겠다.

내일은 오랜만에 다른 누군가의 공연을 구경가기로 했다.
뭔가 새로운 마음이 생겨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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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14일 목요일

운수 나쁜 날.


수요일.
운수 나빴던 날은 아니었다고 해도 어쩐지 뒤끝이 퀭하다.
이번 주는 아주 웃기는 나날이었다.
주말까지 또 무슨 일들이 있을지 흥미롭다.

상대방이 어쩐지 불편한 상태이거나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손익과 상관없이 그를 존중하고 배려해주려하고 헤아려보려하는 마음이 사람에게는 있다. 그런 마음을 뭐라고 이름 붙이려 한다면 제멋대로가 되겠지만 어쨌든 그런 것은 남들과 살아가는데에 중요한 일인가보다.
그러면 어째서 그런 정도의 마음가짐조차 보이지 않느냐고 질책하는 것도 옳지 않은 일이 되는 것인가. 그런 따위의 행동양식을 원래부터 가지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는 상대방의 상태와 상황도 존중하고 배려해야만 한다고 하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고.

배려라는 것도 사람따라 달라지기 마련이고 아무에게나 마음을 열거나 하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다. 입맛대로 남을 재단하고 습관대로 사람을 살피지 않으려고 노력해보자.

나는 친구들에게든 누구에게든, 뭔가 얻어내어보려고 거짓 친절 부린 적 없었다. 귀찮은 일을 떠넘기려고 잔머리 굴리지 않았다. 정말 엿먹이고 싶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에게 입속에서 욕설은 해줄지언정 내가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고 살지는 않았으니까, 그것으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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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13일 수요일

취중진담.


'어떤 날'의 곡 중에 '취중진담'이 있었다.
당시에는 소극적이나마 속시원한 가사도 들렸지만 지금 다시 들어보면 조금 소심하고 유약하게 들린다.

어제 하루 종일 운수 나쁜 날이었다. 만났던 모든 사람들과 겪었던 모든 인연들이 나를 힘들게 했다.

새벽에 모든 일들이 끝나고 서로 속 상하게 했던 친구와의 만남 뒤로 더 힘들었다. 생각을 거듭하면 나쁘다. 항상 문제의 원인제공은 나로부터 시작된 것 같고, 자꾸 자책하게 된다.

새벽 내내 소주를 마시고 비틀거리며 집에 돌아왔다.
갑자기 연락하였는데도 기꺼이 나와서 함께 술을 마셔준 희준이에게 민폐를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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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11일 월요일

한적하다.


매주 클럽에서 공연하고 드문 드문 몇 개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그외에는 바쁜 일이 없다.
갑자기 시간이 나니까 홈페이지나 뒤적거리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덥고 습하다.
건강하고 즐겁게 여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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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길었던 시절.


백업 시디들을 뒤지다가 발견한 사진이다.
몇 년 전 어디인지 금세 떠올랐다.
정말 저렇게 하고 다녔다니... 좀 기가 막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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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9일 토요일

잘 잤다.


밤중에 친구의 전화를 받고 나가서 빗길을 운전하며 돌아다녔다.
나는 여전히 비오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 평생 물난리를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새벽에 집에 돌아와 다시 하던 연습을 이어서 했다.
생소한 음악들을 들어보고 라면을 끓여먹었다.
고양이 순이는 생선통조림을 복스럽게도 먹어치우고 다시 잠들었다.
오늘 밤에는 블루스 공연이다.
비 내리는 밤 낯선 곳에서 연주한다. 마음 편하게 다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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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7일 목요일

기분이 가라앉아버렸다.


남의 탓을 하고 싶지 않다.
내 탓을 하며 이렇게 기록해두고 잊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에 정말 최선을 다 하고 싶었다. 연주 자체는 못할 수도 있고 잘할 수도 있다. 공연의 평가, 관객의 반응, 동료들의 격려, 칭찬 등은 콘서트라는 것과는 무관하다. 문제를 잘 알고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얼마나 해내었는가는 남이 아는 것이 아니다. 나는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 그것 때문에 정말 마음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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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6일 수요일

김광석 밴드.


7월을 광석 형님의 공연으로 시작했다.
일찍 도착하여 리허설을 하기 전에 앰프에 연결하고 소리를 들어보았다.
어쩐지 음향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리허설을 마친 후에 테이블에 악기를 올려두고 줄을 새로 갈았다.

공연을 마친 후에는 근처의 클럽으로 뛰어가 연주를 했다.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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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5일 화요일

공연하는 날.


이번 공연처럼 마음에 부담이 큰 적이 없었다.
조용한 마음으로 잘 자고 일어났어야 했는데, 포악한 꿈을 꾸고 잠을 깬 후에 다시 잠들지 못했다.
혹시 내 심연에는 어딘가 잔혹한 면이 있는 것인가. 어떻게 그런 끔찍한 꿈을 꿀 수 있나, 했다.
긴장 때문이었을까.

언제나 그랬듯이 연주하는 것 자체는 마음이 편했다. 악기를 연주하는 것에 대한 자만이 아니다. 당연히 두렵고 마음은 무겁다. 그러나 무대라는 장소는 늘 편안하다. 관객은 많을수록 쉽다. 다행히 인터넷 예매는 이미 매진이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항상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은 본질 외의 것들이었다. 지금도 몇 가지의 걱정거리들이 각성제가 되어 신경을 날카롭게 했다. 대부분 공연과는 상관없는 신변잡기의 일들이다.

비몽사몽으로 오늘밤 두 개의 공연을 어떻게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몸을 조금 더 긴장상태로 이틀만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목요일에는 푹 자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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