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28일 토요일

Trio of Doom


Trio of Doom이라는 이름의 음반이 발매된다는 이야기를 읽고 나는 많이 궁금해했고 기다렸다.
배송된 음반을 손에 들고서도 다른 일들 때문에 들어보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와서야 감상할 수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어떤 훌륭한 연주자들의 이름이 인쇄되어있는 음반을 보게되면 정말이지 어쩔 수 없이 구매할 수 밖에 없게된다. 이 음반의 연주자들 세 사람은 모두 각각의 분야에서 최고의 연주자였던 분들이었다. 반드시 듣고 싶었다. 음반에 대한 첫번째 소감이라면, 무서운 연주자들의 다큐멘터리이고 재미있는 장면들이 가득한 기록의 느낌이었다.
그런데 정말 다른 음악팬들에게도 이렇게 소개해줄 수 있을까, 라고 한다면 선뜻 추천하게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국내의 블로그와 음반 리뷰를 읽어보면 마치 이 음반이 전설의 증거라도 되는 것 처럼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해놓았다. 구구절절 칭송하는 설명들이었다. 그것은 음반에 담긴 내용물을 근거로 적어둔 내용들이 아니라, 이 연주자들의 이름에 대한 찬사의 글이었다. 이 정도의 거물 연주자들의 음반이니 칭찬과 호평만 늘어놓아도 무리가 없고 손해볼 일이 없다는 태도였을 것이다.

나도 역시 자코와 토니 윌리엄스, 존 맥러플린을 몹시 좋아하는 음악팬이다. 진심으로 이 음반이 발매되어서 몹시도 좋아하고 기뻐했다. 그러나 단지 개인의 감상을 일기처럼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읽히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하고 싶다.

기술의 발전으로 어렵게 복원해준 덕분에 거의 사십여년 만에 들어볼 수 있었던 라이브 음원들을 들으면서 나도 고마와했다. 그러나 그들의 연주 자체를 냉정하게 들어보자면 정말 기괴하다고 말해도 좋은 것 아닐까. 

토니 윌리엄스의 드럼 연주로 시작하여 이어지는 세 사람의 첫 곡은 어수선하다. 테마가 연주된 이후에는 각자가 어디로 향해 나아가야 좋을지조차 몰랐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코의 베이스는 마치 멋대로 칠테니 알아서 따라오라는 식이었던건가 생각될 정도이다. 드럼은 심지어 화를 내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아슬아슬하게 기타가 다시 헤드 부분을 연주하는 것으로 곡의 마무리까지 무사히 끝나고 있지만 노련한 연주자들의 무대였으므로 그나마 겨우 넘어갔던 것이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함께 담겨있는 같은 곡의 스튜디오 버젼과 비교해보자.) 

내용을 놓고 보자면 그야말로 마구 치고 있다고 해도 좋았다. 어쨌든 함부로 연주했다고 해도 대단한 연주력이니까, 열심히 칭찬하면 그대로 좋은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분들은 이 음반을 진지하게 들어보긴 했던 것일까.

두 곡 세 곡 지나가면서 조금씩은 정리되어가기도 하고 차분해지기도 했지만 역시 그 내용 구석 구석에서 엿볼 수 있는 아슬아슬한 느낌 때문에 그것을 느끼는 재미가 있을 정도였다. 물론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대단한 연주 기록이다. 그러나 그런 분들의 귀한 연주였다고 하여 이 음반에 음악적인 점수를 넉넉하게 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라이브 음원의 뒤로 공연 후 며칠 뒤에 뉴욕의 녹음실에서 녹음되었던 스튜디오 버젼들이 수록되어있는데, 바로 그 음악들이 Havana Jam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던 가짜 라이브 음반의 음악들이었다. 거기에는 정리되어있는 세 사람의 훌륭한 연주가 그대로 담겨있다.
십여초도 진행되지 않는 짧은 녹음장면, 혹은 리허설 음원조차 음반에 실어준 것은 나로서는 고맙다. 나처럼 그런 부분들을 재미있어 하는 분들도 있을테니까. 어쨌든 그렇다면, 이 음반은 다큐멘터리의 성격인 셈이다.

미국에서 발매한 원판을 구입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없어서 라이센스를 주문했다. 포장을 뜯어보고 나는 지난번에도 다음부터는 반드시 주저없이 수입반을 사야지, 라고 결심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이유는 케이스안에 들어있는 우리말 설명 때문이었다.
정말 매번 느끼는 약간의 분노의 마음을 담아서 말하자면, 그런 글을 쓰고 자의적으로 번역하는 분들은 창피해할줄 알아야한다.


그래도 음악 이야기 몇 줄만.
허비행콕이 반주해줬던 자코의 Continuum을 떠올리며 존 맥러플린이 함께 연주해주고 있는 같은 곡의 라이브 버젼을 듣고 있으니 탄식이 나왔다. 이 장면에서도 자코의 솔로는 어쩐지 어디로 가야 제일 좋을지 모르며 연주한 느낌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더 없이 훌륭하다.

원 피킹 원 노트의 무서운 기타연주를 마친 후 아름답고 차분한 (차분하다고 말하면 안되는 것일까...) Para Oriente를 연주하고 있는 존 맥러플린을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리허설과 라이브를 마친 후 다시 녹음실에서 만났을 때엔, 그들 세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같은 곡의 짧은 두 테이크는 이상했던 것일까. 그 내용도 어디에선가 읽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라이브 버젼의 도입부는 세 사람의 어떤 신호가 맞지 않았던 것인지 멈칫하다가 주멜로디로 시작하고 있다.
또 하나. 내 취향은 언제나 모호하지만, 아무래도 재즈와 록음악에 양쪽 발을 다 담가두고 있는 음악인들의 음악에 언제나 더 감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하게 이 음반을 듣고 갑자기 생각이 나서 지미 헨드릭스의 기록 필름을 다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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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16일 월요일

에기가 잘 지내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사람엄마를 따라 이곳까지 온 고양이 에기.
이제 이곳이 내집이구나, 했는지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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