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2일 금요일

고양이 수혈.



여섯 시에 마치는 수업을 하고 있는 중에 아내로부터 소식을 들었다.
고양이 꼼이가 비틀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어서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꼼이는 수혈을 받기 위해 항히스타민과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있다고, 일곱시에 아내와 통화를 했다. 고양이를 치료실에 들여보낸 후 아내는 주치의와 긴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꼼이의 빈혈수치는 사흘 전 보다 더 나빠졌다. 지금은 철분제 조차 전혀 체내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일한 방법은 수혈 뿐이었다. 그 수혈이라는 것도 몸무게와 건강상태를 가늠할 때에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겨우 12일 뿐이라고 했다. 열흘 남짓 지나면 다시 수혈을 반복하여 받아야 한다. 그렇게 빈혈 수치를 겨우 붙잡고 있는다고 하여 병이 낫는 것은 아니다. 이미 몸 안에 있는 종양들은 제거할 수도 없다. 수술을 통해 체내의 출혈을 바로잡으려 한다고 해도 그 결과가 좋을지 어떨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고양이의 몸이 개복수술을 견뎌낼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아내가 수의사와 긴 이야기를 나눈 내용은 결국 어떻게 고양이를 치료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꼼이를 떠나보내는 것이 더 좋을까였을 것이었다. 그것을 말하는 줄 알면서도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자꾸 다른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고양이 꼼이와 이런 식으로 헤어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수혈하는데에 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들었다. 여전히 나는 잠이 부족하고 잇몸은 아프고 치아는 흔들리고 있었다. 미열이 나던 것은 겨우 사라졌다. 지금 내가 아프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밤중에 중요한 합주를 하러 가야했다. 합주실로 가는 길에 동물병원에 들렀다.
합주를 마친 후 지하에서 계단을 올라 밖으로 나왔을 때에, 두통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계속 어지러웠다.

다시 동물병원에 들러 수혈을 받고 수액을 맞는 중인 고양이 꼼이를 만났다. 꼼이는 방을 옮겨 더 조용한 곳에 있었다. 수액이 연결된 관에 아직 피가 남아있었다. 당직 의사가 다가와 관에 남아있는 혈액이 수액에 밀려 조금씩 더 들어가는 중이라고 알려줬다. 내일 데리러 오겠다고 고양이에게 말해주고 집에 돌아와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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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 이미 아내는 혼자 동물병원으로 출발한 후였다.
오전에 동물병원에 도착했는데 오후 세 시까지는 기다려야 고양이를 퇴원시킬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사이에 아내는 주치의 선생님과 긴 논의를 했고, 복용하는 항암제를 시도해보기로 했다고 했다. 그 방법과 순서를 전해들었다. 내 상태가 안 좋아서 잘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어지러운 것이 계속 되었다. 약 오십여분, 나는 자동차 안에서 눈을 붙였다.

꼼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고양이에게 더 많은 양의 스테로이드 약을 먹여야 하고, 조영제를 먹이고, 항암제를 나흘간 먹여야 한다. 그것으로 몸 안의 출혈을 막고 종양이 더 커지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하더라도 기대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는 않을 것을 알고 있다. 고양이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머지 않아 지금보다 더 나쁜 상태로 앓다가 떠난다면 어떻게 해줘야 더 좋은 것일까, 잠깐 생각했다. 그것은 아직 눈 앞에 닥치지 않은 일이다. 지금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내 몸이 아프다는 말을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는 없는 일이다. 아내의 손가락은 꼼이에게 사료와 약을 먹이느라 자주 이빨에 물려 구멍이 많이 났다. 늘 소독하고 약을 바르는 것만으로는 상처가 잘 낫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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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0일 수요일

추운 봄.


어제 밤에 이상한 꿈을 꾸고 일어나 몸은 피곤한데 다시 잠들지 못했다. 동이 틀 때에 다시 잠들었다가 그만 낮이 다 되어 깨었다.

꼼이가 하루 하루 더 아파 보였다. 안스러워 쓰다듬다보면 더 슬퍼졌다.
커피를 만들어 한 잔 가득 마셨다. 봄인데 마음은 한겨울 같다.

지난 화요일 이후 한쪽 잇몸이 다시 부었다. 사흘을 잠을 못 잔 상태로 꼼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벼락같은 진단결과를 들었었다. 그 다음 이틀을 학교에 다녀왔는데, 피로를 제 때에 풀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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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병원에 가서 고양이 꼼이의 혈액검사 결과를 수의사, 아내와 함께 보고 있었다.
거의 모든 수치가 빨간색으로 표시되어있는 것을 보고 있어야 했다. 올해 2월부터 여덟 번의 검사결과들이 모니터에 보여지고 있었다.
지금은 꼼이에게 빈혈이 제일 심각했다. 빈혈이 무섭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수치들이 심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스테로이드 투약 덕분에 장기 내의 종양이 더 커지지는 않았고 복수도 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 뿐. 위장관 쪽에서 출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내는 꼼이를 위해 보조제를 구입하고 주사기와 피하수액을 주문했다. 우리는 무엇이라도 더 해줄 수 있는 것을 찾고 있다.

작고 하얗고 예쁜 어린 고양이를 안고 집에 돌아왔던 그 해의 겨울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순이가 어린 고양이를 며칠 혼내기도 하며 훈육했다. 천방지축, 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 금세 몸집이 커져버린 고양이 꼼을 순이는 자주 핥아주고 데리고 다니며 놀았다. 둘이서 함께 껴안고 자주 잠들기도 했다. 순이의 제대로 된 첫번째 친구, 고양이 가족이었다.

꼼이는 내 책상 곁에 놓여진 순이의 사진 앞에 웅크리고 있었다. 다시 깊은 밤이 지나가고 있다. 집안은 조용하고 창문 밖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너무 추운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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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13일 수요일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다.


퇴원 수속 후 아버지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졸음 운전을 하여 집에 돌아왔다.
아내에게 꼼이가 구토를 계속 했는지, 상태가 좋아지지는 않았는지 물어봤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고양이 꼼이가 혈변도 쌌고 구토도 계속 했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병원에 진료 예약을 했다고 말했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시간을 확인한 후 한 시간 정도 외출복을 입은채로 잤다. 알람을 듣고 깨었을 때에 숨을 쉬기 위해 여러 번 심호흡을 해야 했다. 사흘째 잠을 거의 못 자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로 다시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동물병원까지 가는 동안 아내도 나도 아무 말이 없었다.

고양이 꼼이의 검진이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나는 진료실 벽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이윽고 수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내 고양이 꼼이가 심각한 암에 걸렸고,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지난 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종양이 이미 간 근처와 소장, 대장에 모두 전이되어 있다고 했다. 복수가 생기기 시작했고 림프절로 보이던 것들이 암세포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했다. 나도 아내도 의사의 말을 그저 듣고만 있을 뿐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시 몇 개의 질문과 대답이 오가고, 수의사로부터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약 4주 안에 고양이 꼼이가 죽을 것 같다고 하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통보를 듣고 있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에, 문득 이 집의 천장이 이렇게 낮았던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긴 침묵, 창문으로 들어오는 강바람이 피부에 싸늘하게 닿았다.

이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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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10일 일요일

병원.


이른 아침, 알람을 듣고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짐을 챙겼다.
아픈 고양이를 살피고 곁에 앉아 오래 쓰다듬어줬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부친을 모시고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 입구의 검역이 더 엄격해졌다. 이틀 전에 돌아다니며 감염을 전파했던 사람에 대한 뉴스를 본 것이 기억났다.

밤중에 잠시 병원 밖에 나와 사람 없는 곳에 서서 마스크를 벗고 숨을 쉬었다. 집에 설치해둔 웹캠을 들여다 봤다. 고양이들이 모두 돌아다니며 놀고 있었다. 나는 이가 빠진 미완성의 직소퍼즐처럼 여러 개의 찰나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비어있던 퍼즐의 자리에 슬프고 화가 났던 기억들도 빠르게 지나갔다.

다시 병실로 돌아오는 길에는 응급실이 있다. 지난 번까지는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장모님 생각을 했다. 오늘은 어쩐지 그 기억들이 아득히 먼 옛 일들처럼 여겨졌다.

다시 병실로 돌아와 누워있는 부친을 살폈다.
지난 번에도 그는 몸에 연결된 주사 등을 뽑아버리는 바람에 병실 바닥을 피투성이로 만들었었다. 수술을 잘 마치고 집에 모셔다 드릴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나는 부친이 헛기침만 해도 벌떡 일어나 침상 위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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