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12일 월요일

순이와 쿠로.


쿠로가 화장실에서 변기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순이는 그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순이는 어릴적에 변기 뚜껑이 닫힌줄 알고 뛰어 올랐다가 그만 그 안에 빠져버렸던 적이 있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외치는 것 처럼 긴박하게 소리를 질렀었고, 나는 밤중에 달려가 순이를 꺼내어 다독이고 씻겨주며 무척 웃었었다. 젖은 몸을 말리고 다시 그루밍을 하고 나서야 안도하는 표정을 보였던 것이 계속 기억에 남아있다.

신중한 쿠로는 반대편에서도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흥미를 잃고 나가버렸다. 어쩐지 순이는 조금 아쉬운 표정을 했다. 쿠로가 변기에 빠졌다면 순이는 킬킬 웃으며 놀려주고 싶어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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