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30일 일요일

과천 공연.


심야공연이었다.
비가 내렸어서 축축했고 습하면서 서늘했다.
밤을 지나 새벽 한 시가 다 되어가도록 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던 관객들도 즐거워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졸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공연 외의 몇 가지 단상.
1.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사람들은 즐거운 음악을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 좋은 공연이 너무 부족할 뿐.
2. 사람들은 몹시 심심하다. 주말에 잠을 좀 덜 자더라도 놀 것이 필요하다. 술집이나 축구같은 것들 말고도.
3. 점점 공연기획자들 보다 관객들의 수준이 더 높아지고 있다.
4. 각 지역의 해병대 옷을 입고 다니는 아저씨들은 비공식 치안기관일지도 모른다. 부디 그들이 멀쩡한 돼지를 찢어 죽인다거나 성조기를 떠받드는 요상한 시위 따위는 그만두시고 지역 봉사만 해주시면 좋겠다. 그보다 좋은 것은, 군인이 아니면서 군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없어지면 좋겠다.
5. 어쨌든 뭐니 뭐니해도 사람들은, 즐거운 것들이 많이 필요하다. 사실 즐거우려고 사는 것이니까.


.

2007년 9월 29일 토요일

가르침.


그날 밤의 공연 후 멤버들 전부가 심한 이명에 시달렸다고 들었다. 단지 음량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밤 상훈씨의 설명에 의하면 우리의 연주 이후의 다른 팀들의 사운드는 훨씬 잘 정리될 수 있었다고 했다. 우리의 공연이 개관 첫날의 것이었으니 극장으로서는 좋은 테스트가 되었었나보다. 역시 음량만의 이유가 아니라 세세한 음질 콘트롤의 문제였던 모양이었다.
큰 소리에 익숙해져있는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을만큼 귀를 아프게 했던 무대위의 사운드였다면 소리의 크기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무대 위는 언제나 고요해야한다.' 광석형님이 늘 하시던 말씀이었다. 새삼, 그 형님에게서 배운 것이 많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젖은 바닥 위의 페달들.


연결 순서대로 MXR Dyna Comp, Xotic Bass RC Booster, EHX Bassballs, Providence Anadime Chorus, Boss RV-3 Reverb/Delay, BBE Sonic Maximizer, 그리고 Boss의 튜너. 파워서플라이는 뮤지콤의 Power Station II, A/B 스위치는 Moollon의 것.



.

야외공연.


야외공연은 흥미로운 일들을 구경하기 쉽다.
기온의 변화에 따른 소리의 움직임이나, 손이 시려울때에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방법이 떠오르기도 하고, 오늘같은 날에는 언제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동반한 적절한 긴장감도 느껴볼 수 있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관객들 저 너머의 다른 사람들의 모습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도, 고개를 쳐들면 밤하늘을 볼 수 있고 찬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재미있어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아직 해보지 못한 것이 있는데,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 눈을 맞아 얼어가며 연주하는 야외공연이다.




.

2007년 9월 28일 금요일

계속 고장났다.


피곤한 하루였고 날씨도 궂었다고는 하지만, 하루에 두 번이나 후진을 하다가 자동차의 뒷범퍼로 콘크리트 구조물들을 가볍게 들이받았다. 한 번은 제법 소리가 크게 나서 세게 부딛혔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런 상처가 없었고, 두 번째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범퍼의 옆이 스윽 긁혀버렸다.
내가 피로가 쌓여 잠시 방심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악기의 상태가 너덜너덜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브릿지는 녹이 다 슬어버려서 나사 머리가 아예 떨어져나간지 오래이고, 오늘은 공연리허설중 접촉불량인 부분이 발견되었다.

밤낮없이 사용해오고 있었던 맥북에서도 고장이 발생했다. 예전부터 간혹 집어넣었던 CD와 DVD 미디어가 추출되지 않고는 했는데, 드디어 오늘 아예 Eject 키가 아무 기능도 하지 않는 상태까지 되어버렸다.

또, 페달보드에 붙어있는 이펙터의 노브가 또 한 개 쑥 빠져버렸다. 지난번 공연때엔 코러스의 것이 빠져버려서 애를 먹였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놈의 것이 빠져버렸다. 덕분에 공연 도중에 노브를 돌릴 수 없었다.

아이포토에서도 에러가 발생했다. 카메라와의 통신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인지 사진의 일부가 제대로 전송되지 않았고, 약 6분짜리 동영상은 아예 임포트 되어지지 않았다. 다행히 카드의 내용물을 남겨놓았어서 아마도 카드 리더기를 사용하면 복구할 수 있을 것이다.

집의 보일러도 고장이 났다. 어언 두어달이 넘었다. 그동안 춥지 않아서 방치중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쌀쌀해진 기온이어서 더 이상 귀찮아하지 말고 수리를 해야만 한다.

자동차는 정기점검을 앞두고 수리해야할 것들이 잔뜩이고, 악기는 수 개월만에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야할 것들 투성이다. 맥북은 결국 수리점에 맡겨야할텐데 컴퓨터 없이 며칠을 보낸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답답한 일이다. 그리고 그 많은 파일들을 언제 백업했다가 다시 설치할 것인가. 은근히 압박이 심한 일이기 때문에 계속 궁리만 하고 시작은 못하는 중이다.


.

고양이 순이가 지쳤다.


고양이 순이는 몇 달 사이에 식구들이 많아지면서 활동량도 많아졌다.
날씨가 조금씩 쌀쌀해지면서 자주 토막잠을 자고 있다.
밤중이 되면 고양이들이 따뜻한 방안으로 들어와 모여서 자기 시작했다.
따뜻하게 자고 싶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가끔은 그냥 어두운 집안을 뛰어 노느라 달려 들어오는 것이어서 소란할 때가 많다.

사람들의 잠을 다 깨운 다음 뉘엿뉘엿 아침이 밝아올 때 즈음부터는, 각자가 정해진 곳에 가서 정말 잘도 잔다. 심지어 얘들은 어떤 열악한 조건에서도 할당량만큼은 반드시 자고 만다.
그래서 고양이들이 잠들어있는 동안 가능하면 사람도 잠을 자야만 좋다. 그나마의 수면량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

순이와 쿠로.


순이와 쿠로는 서로 친하지도 않은 것 같으면서도, 사이가 나쁘지도 않은 관계이다.
두 고양이는 점점 장난과 싸움이 격렬해져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또, 둘 중 한 녀석이 없어지면 서로 찾아다니기도 한다.
결국 찾아내면 아주 반가와하다가, 물고 때리고 쫓기고 울며 도망다닌다.
아주 소란스럽고 불안할 때가 있지만, 나는 두 고양이가 서로 재미있어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2007년 9월 27일 목요일

악기.


이틀 뒤의 공연을 앞두고, 단시간에 많이 연습을 했다.
비가 내리는  아침에 음악을 틀어놓고 악기에 대한 생각을 오래 했다.

드라이브가 조금 걸린 베이스의 음색을 계속 생각해왔었다. 베이스 옥타브와 드라이브 사운드를 가지고 싶어졌다.
TECH 21의 산스 드라이브는 사용하다가 팔아버리고 없다. 다시 그것을 구입하고 싶은 생각은 당분간 없는데, 다른 사용자들의 느낌과는 반대로 너무 원래의 소리를 왜곡해버린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오전 내내 악기를 검색하고 나니 비가 잠시 그쳤었다.
커피를 내려 한 잔 마시고 집안 청소를 했다.



.

길고양이 식구들.


아내가 살던 동네에 가면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운영하시는 상점이 하나 있다.
그분은 늘 길고양이들을 위해 가게 문 옆에 먹을 것과 마실 것들을 준비해주고 있었다.
그곳을 지날때마다 그 자리에 찾아와 배불리 먹고 아저씨에게 아양을 떨고 있는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찾은 그 가게 앞에는 역시 고양이들이 모여서 먹고 마시고 놀고 있었다. 잠시 세워둔 내 차 아래로 그중 세 마리가 모여들더니 친근한 얼굴로 자리를 잡고 쉬고 있었다.


이 고양이들은 길고양이답지 않게 깨끗하고 건강해보였다.
상점 아저씨가 두 번이나 좋은 새 주인을 만나 호강(?)을 하라고 동네 주민에게 어린 고양이를 줘서 보냈었다고 했다. 그러나 고양이들은 며칠 지난 후 모두 탈출하여 가게 앞에 찾아와 소리 높여 울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상점 아저씨는 가게에 출근해서 제일 먼저 고양이들 밥을 챙겨주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고 했다. 그런 설명을 하고 있는 아저씨의 목소리는 어쩐지 자랑하는 어투였다. 그럴만도 하지, 라고 생각했다.



.

모두가 졸고 있던 오후.


연휴의 마지막 날 오후, 집안의 모든 고양이와 사람들이 쿨쿨 자고 있었다.
순이는 뒤적거리며 푹신한 곳과 서늘한 곳을 오가면서 잠을 잤고, 까망이 쿠로는 버섯집을 차지하더니 아예 바닥에 등을대고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언니 고양이 에기는 바닥에 코를 대고 침을 흘리며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하였다.

나는 모두의 잠을 깨울까봐 음악소리도 내지 못하고 혼자 깨어있었다.




.

고양이 순이 치료하기.

털을 일부 깎고 올리브 오일을 발라줬다.
순이의 고양이 여드름 치료과정을 가끔씩이라도 적어두면 다른 고양이들에게도 짤막한 정보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순이의 경우 비교적 빨리 증상을 발견하게 되었고 곧 집안에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미 5주 정도가 지났다. 이제 더 악화되어지지는 않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긴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니 안심할 수는 없었다. 오래 신경을 써줘야할 것 같다.

우선 플라스틱 용기를 사기그릇으로 바꿔줬고, 모질 개선 크림의 한 종류인 Groomer's Goop 를 구입하여 고양이의 턱에 발라주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검게 털위에 붙어있던 것들이 녹아서 떨어지게 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번지는 속도가 빠르기도 하고 하루만 지나도 다시 넓은 부위에 새로 생겨나고 있었다. 매일 한 번씩 면봉과 화장솜으로 닦아주는 것만으로는 점점 깊이 붙어있는 것들을 녹여없애기 힘들었다.

올리브 오일을 사용하여 말끔히 닦아줄 수 있었다.

고양이의 털을 깎아주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에 턱의 털들을 짧게 면도해주고 올리브 기름을 사용하여 오래 마사지를 해줬다. 그리고 다시 면봉 등을 사용하여 턱을 닦아내면 곧 털에 붙어있던 찌꺼기들이 모두 녹아 떨어져나오는 방법으로 매일 관리를 해주고 있는 중이다. 언제나 소독약이라든가 소독용 에틸알코올을 사용해서 기름으로 닦아낸 턱을 소독해주고 있다. 턱에 묻은 기름기는 역시 모질 개선과 피부에 좋다고 하는 Avo-Derm 샴푸로 씻어주고 있다.

고양이의 털을 깎아주는 일은 몹시 어렵다.....고들 하는데, 사실이다. 순이의 경우 어처구니 없는 도구가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조금 웃기지만 남자용 콧털깎는 면도기를 사용했다. 소음이 적고 힘이 약해서 고양이 순이를 안심시킬 수 있었다.

고양이 여드름은 방치하면 쉽게 피부 깊숙히 파고 들어가서 곪아 버린다고 했다. 다행히 순이의 경우는 아직 그 정도는 되어있지 않지만 그러나 자주 문질러 닦아주는 과정에서 털이 함께 뽑히고는 했고 턱의 약한 피부에 빨갛게 상처가 나기도 했다. 이것을 잘 소독해주고 염증으로 되어지지 않도록 주의했다.

고양이 순이가 빨리 낫기를.


.

2007년 9월 24일 월요일

순이 걱정.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순이의 턱에 고양이 여드름이라는 것이 생겨서 곤란을 겪고 있다.
자주 기름으로 닦아주고 소독약을 발라주고 있지만 좀처럼 나아질 것처럼 보이지 않아서 걱정이다. 큰 질병은 아니라고 하지만 꽤 신경쓰인다.

순이를 걱정하느라 입맛이 없어졌다.


.

사진들.


닷맥의 계정을 갱신하면서 아이포토의 라이브러리를 정리했다.
무식하게 우직해진 새 아이포토의 사진관리 시스템은 원본파일을 보존하는데에 몹시도 신경을 쓴 모양이다. 심지어 파인더에서 아이포토의 라이브러리 폴더를 열어볼 수 없게 해놓았다.  이것은 패키지를 보는 메뉴에서 강제로 들여다 볼 수 있다. 덕분에 사진들을 편집할 때에 조금 더 안심은 되지만, 하드 디스크는 금세 모자라게 되어버렸다.


예전엔 이런 자료들을 가지고 있거나 정리해두면 무엇에 써먹나, 하며 필요없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최근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내가 '다시 시작할 무렵'의 공연들 사진이 있었다면 좋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당시의 내 모습이 궁금해졌다.

새벽에 잠을 깨고 일어나 사진들 정리를 하다가 날이 새고 말았다.



.

2007년 9월 22일 토요일

연휴.


추석이구나. 이제 곧 찬바람은 분다.
나는 차가운 겨울 바람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벽에 선반을 걸었다. 거기에 아내는 물건들을 짝지어 올려두었다.
나는 타고난 재능을 살려, 며칠을 빈둥거리며 집안에서 뒹굴고 싶어했다.
오랜만의 푸근한 가을인데 좀 그럴 수는 없을까.
명절이라는 말에 괜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연휴라는 것은 이제, 놀며 지내는 며칠의 연속일 뿐으로 되어가면 좋겠다.
민족의 명절이라고 부르는 것까지는 아름답고 좋은 일인데, 명절은 핏줄따라 민족 운운하며 어떻게든 명맥을 유지하려 애쓰는 모양이 되어서는 점점 추해질 뿐이다. 이 곳에 함께 일하며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축제일이거나 명절이 되어줘야 그나마 연휴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 아닐까.

.

2007년 9월 21일 금요일

창가에 앉은 순이.

순이가 창틀에 앉아 있었다.
창틀에서 베란다를 내려다 보다가, 커텐 안쪽으로 들어와 그늘에서 쉬다가, 다시 창가에 앉아 햇빛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름을 부르면 대답을 하고 금세 다가와 몸을 부볐다.
몇 번 더 이름을 불렀더니 무심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 후 안보이는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

쿠션 위의 순이.


순이가 쿠션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이런 자세로 자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살짝 안아들었더니 쿠션들 위에 고양이의 무게로 눌린 자국이 생겨있었다.

선선한 아침, 고요한 시간이었다.


.

아내의 선물.


아내가 새 휴대용 카메라를 선물해줬다.


고양이 순이.


순이는 내 곁에서 불편하게 자고 있다.
나와 함께 살기 시작한 후로 하루도 어김없이 곁에 다가와 불편하게 졸거나 불편한 곳에서 잠들어 있는 생활을 계속해왔다.
얼마든지 다른 장소가 있고, 순이를 위해 마련해준 잠자리들이 군데 군데에 있는데도, 이 고양이는 늘 내 곁에 와서 거리를 지키고 있다.

오늘은 하필 작은 앰프와 스피커 곁에서 잠들어 있었다.
나는 앰프와 스피커의 전원을 꺼두고 헤드폰을 꺼내었다.
잠시 헤드폰을 벗었더니 고양이 순이의 숨소리가 곱게 들려왔다.


.

2007년 9월 17일 월요일

선반에 앉은 순이.


얌전히 앉아 있던 고양이 순이를 선반위에 앉혀보았다.
고양이들은 우선 어딘가에 올라가 있는 것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인지, 순이는 내려올 생각하지 않고 두리번거리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사진을 찍어주는 것을 좋아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순이의 요청으로 한 칸 더 높은 선반에도 앉혀줬는데, 너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려 할 것 같아서 다시 안아 바닥에 내려줬다.

고양이들과 놀며 책이나 읽고 살면 좋겠다.
나는 고양이처럼, 적당한 곳에 올라가 앉으면 즐거워하고 조금 찬 바람이 불면 몸을 말은채 쿨쿨 잠이나 자고 싶어지게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2007년 9월 14일 금요일

TV 보는 순이.


순이가 택배 상자 안에 들어가서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TV를 켜줬다.
순이는 상자 안에서 편안한 자세로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

커피집 발견.


이 동네에서 커피집을 발견했다.
평소에 잘 다니지 않는 곳에 있었어서 미처 몰랐었다.
커피자루가 반가왔다.

원두를 사가지고 와서 몇 차례 커피를 내려 마셨다.



.

2007년 9월 12일 수요일

어린이의 기억.


조카 녀석은 내가 연주하는 공연을 어쩌다 보니 몇 번 구경하게 되었다. 
그 아이는 그것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어린이에게 묻지 않는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있는 그대로 즐길줄 아는 상태, 정보도 관념도 필요없이 좋아할 수 있던 시절에 공연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면 나의 지금도 뭔가 달라져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흥미로와하는 거의 모든 것에 제약과 금기가 먼저였던 시절을 보내야 했던 나와, 온갖 즐거운 것에 노출되어있던 어릴적 경험을 가졌던 조카와의 차이는 훗날 어떻게 다를까. 그런 것을 궁금해했다.

나의 연주가 어찌되어가는지는 자신과 상관없으므로, 조카는 그냥 소리가 들리는대로 춤을 추고 있었다고 했다.



.

2007년 9월 11일 화요일

순이, 착하다.


함께 살게된 가족들이 늘어나면서 집안의 공간들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게 된 것을 새로 배운 고양이, 순이.
순이를 안아올려 어깨에 태우고 집안을 걸으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해주기도 했고, 이해를 부탁한다고 말해보기도 했었다. 내가 그렇게 하거나 말거나 순이는 내 어깨를 움켜쥐고 그르릉 소리를 내며 좋아하였다.

아내를 잘 따르고 좋아해주고 있어서 그것도 고마왔다.
버리려고 내놓은 큰 상자 안에 들어가서 함께 놀아주기를 바라고 있는 모습이 유난히 귀여웠다.


.

2007년 9월 9일 일요일

더 많이 연주하면 좋겠다.

한 주 동안의 공연들을 모두 마쳤다. 무릎이 많이 아팠다. 이제는 정말 운동하고 있지 않으면 악기를 들고 오래 서있기 힘들게 되는 것인가보다.
갑자기 공연 사진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고양이 사진들도 많아졌다. 자주 집안의 모든 카메라들이 함께 외출하고는 했다.

다음 주 부터 또 열흘 남짓 '일'만 해야할 생각을 하니 아쉽다. 무릎을 훈련하기 위해서라도 한 주일에 서너 다서 여섯 번 정도는 공연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나는 여전히 공연의 마지막 곡을 연주할 때에 아쉽고 섭섭하다. 더 많이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

기분 좋은 공연.



필요하다면 서너시간동안 워킹베이스만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비밥과 스윙을 하고 싶어서 목말라했었다.
공연하기 전, 준비가 끝난 무대가 은은히 빛을 띠고 있었다.
늦여름의 저녁에 야외에서의 재즈연주, 기분이 좋아졌다.


.

2007년 9월 8일 토요일

부쩍 자란 조카.


뭐가 그렇게 좋은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공연 도중에 무대 앞에서 춤을 추는 어린이들을 보았는데, 그 중 한 명이 내 조카였다.
아내의 모자를 쓰고 생글거리고 있었다.


.

순이와 나란히.


순이가 침대 끝에서 이불을 덮고 있었다.
아내가 장난스럽게 곁에 다가가 순이와 같은 자세를 하고 누웠다.
순이는 잠깐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

2007년 9월 7일 금요일

여름은 지났다.


에어콘을 켜기 시작했더니 멈출 수 없었던 여름이었다.
이제 다 지났나보다.
집에 돌아오던 밤길엔 쌀쌀한 밤안개에 추위를 느꼈다.
밀리고 막히는 도로 위에서는 자주 졸음이 쏟아졌다.
레슨실에서 악기를 쥔 손에 경련이라도 날듯이 집중하는 학생을 보고 기운을 차렸다.
아이팟을 잊고 집을 나섰던 바람에 긴 운전시간동안 아무 음악도 듣지 못했다. FM에서는 음악을 틀지 못하도록 법이 바뀌었는줄 알았다. 발음도 언어도 목소리도 말투도 이상한 사람들이 마이크와 전파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내일의 공연에서 연주할 곡들 중 두어 개가 외워지지 않는다. 약간의 두통이 시작되었다.
꿈을 많이 꾸고 그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집안에서 덜렁대다가 발목 부근을 다쳤다. 그냥 아픈가보다 했더니 찢어지고 부어올랐다.
밖에서는 말이 적어지고 집에 돌아오면 수다가 늘었다.
연말의 선거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겼다. 그러나 그들의 사회인식 정치의식이란 순진무구하다. 아니면, 어리석다.
내일 모레의 공연을 위해 플렛없는 악기의 줄을 갈아끼우려다가 그만두었다. 생각해보니 조금 낡은 줄에서 나오는 둔탁한 소리가 필요했다.
내일은 새로 지어진 공연장에서의 연주이지만 모레의 것은 야외에서의 공연. 부디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여름 내내 아무 문제없이 좋은 상태를 유지했던 악기들인데 망가지게 하고 싶지 않다.


.

2007년 9월 6일 목요일

순이의 기행.


순이가 하지 않던 행동을 자주 보이고 있다.
그것이 귀엽긴 한데, 어쩌면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자신의 어떤 상태를 알리고 싶어서는 아닌가 하여 마음이 쓰였다.

오늘은 가능한 좁은 곳에 몸을 끼워 맞춰보는 행동을 여러번 하고 있었다.


.

공연을 즐겁게.


오랜만에 밴드멤버들과의 연습을 했고 내일 공연을 준비했다.
사진은 올해 초봄의 어느 공연장 대기실에서의 한 장면이었다.
당시 나는 감기가 심했었다.

지나왔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모두 웃고 즐거워하면서 공연을 준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낄낄거리며 재밌게 연습했다고 해도 좋은 소리를 얻는 일이 드물었다. 조금만 더 충족된다면 좋겠다고 하는 불만을 언제나 입속에서 웅얼거리고는 있지만 나의 어제들을 돌아보자면 지금의 것은 많이 즐거워진 공연인 셈이다.
악기를 가방에 다시 담고 멤버들과 인사를 나누고 집에 돌아올때에는 언제나 머리 속이 '쏟아진 가방 속 처럼' 복잡하다. 이 시점에서 뭔가 더 무섭게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즐거워하고 있는 지금이라는 것이 쓸모없는 자기만족일 뿐이 될텐데. 웃고 떠들며 즐거워하는 것은 좋지만 웃고 즐기기 위해서만 연주하는 것은 아니니까. 오래도록 체한채로 지내는 것처럼 풀어내지 못하고 있는 답답함이 마음에 걸려있다.


.

2007년 9월 5일 수요일

벌써 가을인가.


밤 시간이 조금 쌀쌀해졌다.
고양이 순이와 쿠로가 나란히 잠든 것 같더니, 조금 후에는 서로 등을 대고 쿨쿨 잠들어있었다.

쫓고 도망다니고 으르릉거리며 싸우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친한 사이인가보다, 했다.


.

인생은 논리적인 전개라든가 기승전결 같은 것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돌연 벌어지는 사건들로 채워진 것 처럼 보일 때가 있다.
자신의 삶이라는 것도 열심히 걷고 있다보면 주변 풍경들은 미처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

2007년 9월 4일 화요일

순이와 놀아줬다.


내가 매일 외출을 하고 시간이 바빠 순이와 자주 함께 있지 못했었다.
오랜만에 순이와 한참 놀아줬다.
순이는 계속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뛰기도 하고 뒹굴기도 했다.
흥분을 가라앉힌 순이가 차가운 타일 바닥을 찾아 쉬고 있었다.


.

2007년 9월 3일 월요일

순이가 무섭게 굴었다.



순이가 고양이 쿠로에게 무섭게 굴었다.
쿠로가 더 덩치가 크기 때문에 순이는 쿠로를 때리려다가 가끔 얻어맞기도 한다.
그러나 잠깐 자존심 상한 표정을 지을뿐 주눅들어하는 법이 없다.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여기 저기에 뽑힌 고양이 털이 남아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위의 장면은 침대 위에서 쿠로를 앉혀놓고 한참을 말을 하는 모습이었다. 누가 보아도 뭐라고 훈계를 하고 있는 광경이었다.

순이는 쿠로와 동갑이다. 함께 뛰며 놀고있을 때에는 친한 친구의 모습 그대로인데, 가끔은 저렇게 화를 내고 뭔가 가르치듯 혼을 내고는 하고 있다.
순이와 쿠로가 둘 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안해하길 바라는 마음 뿐, 고양이의 세계에 끼어들어 뭐라고 참견을 할 수 없었다.


.

2007년 9월 2일 일요일

해변에서 만났던 고양이.


여행에서 돌아오자 바쁜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밤중에 깨어있는 습관이 바뀌어지지 않아서 낮 시간에는 늘 졸리운 얼굴로 외출을 하고 있는 중이다.

열대의 섬에서 고양이를 만났었다.
나와 아내가 앉아있는 자리로 성큼 성큼 와서는 테이블에 올라와 말을 걸고 얼굴을 부볐다. 그러더니 의자 곁에 누워 그대로 푹 잠이 들어버렸다.
우리가 그곳을 떠날 때에야 부시시 일어나서는 인사라도 하듯이 냐~ 소리를 내고 다시 어슬렁거리며 다른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 동네의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몹시 경계하고 언제나 여유가 없어보인다. 걱정이 없어보였던 해변의 고양이를 기억하면서 동네의 고양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