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30일 일요일

대구에 다녀왔다.


대구의 더위를 잘 알고 있어서 미리 걱정을 했다. 심각하게 반바지를 입고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고민도 했었는데, 날씨가 무려 선선했다. 오락가락 가는 비가 종일 내렸다.
너무 많은 출연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이해해주기로 했지만 무대 위의 사운드가 매우 안 좋았었다. 그것이 연주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누군가 들어줄 사람이 있었다면 붙잡고 설명을 해주고 싶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서 두류공원 안에 있는 2.28 기념탑을 찾아가 보았다. 걷기 시작할 때엔 하늘이 개이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내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념탑은 공연장 근처였지만 공원 한 가운데를 빙 돌아서 가야했다. 몸이 땀과 비에 젖어버려서 대기실에 돌아와 셔츠를 갈아입고 연거푸 세수를 해야했다.
일행들은 어디에 갔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편의점을 찾아 다니다가 돌아왔다고 했다. 실제로 편의점에 들르기도 했었고, 그보다 굳이 무슨 기념탑에 다녀왔다는 말을 하여 '쟤는 점점 이상해지는구나'라고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거나 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많이 모인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몸을 흔들고 음악을 즐겨줬다. 무대 위의 상황은 전쟁터 같았는데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매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 간극의 느낌이 인상 깊었다. 2.28과 지금의 대구를 보는 것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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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7일 월요일

고양이와 꽃


꽃을 꽂아두었더니 고양이들이 한 마리씩 곁에 앉아 냄새를 맡으며 놀고 있었다.
고양이 까망이가 살며시 꽃가에 앉더니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마도 건드리고 물며 장난을 하고 싶어했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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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6일 일요일

성주에 갔었다.


공연을 위해 성주에 갔었다.
리허설 후 점심을 먹은 다음 일행과 함께 커피집에 들렀다가, 버들숲을 보게 되었다.
미리 알고 있던 지식이 없었다. 무슨 나무들인지도 잘 몰랐다. 잠을 거의 못 잤던 탓에 비실거리고 있었다. 수십그루의 오래된 나무들을 보고 홀려서 길을 건너 가까이 다가가 구경을 했다.
집에 돌아와 그 장소에 관하여 찾아 읽어보았다.
몇 백 년 나이를 먹은 버드나무들이 그곳에 있기 전에는 밤나무들을 심어 놓았었다고 했다.
무척 더웠던 여름날이었다.
공연 직전이 아니었다면 나는 천천히 나무들 사이를 걸어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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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5일 토요일

성주에서 공연.


매우 잠이 부족했던 하루였다.
공연 시작 5분전까지 몸이 무겁고 계속 졸음이 쏟아졌다.
처음 몇 곡은 조용하고 부드러운 곡들이어서 나는 연주하며 잠들 뻔했다.
덥고 눅눅했던 여름날이었다. 무대 위와 대기실에는 에어컨이 충분히 가동되고 있었다. 아마 적당한 실내온도와 조명의 따스함 때문에 잠을 쫓기 힘들었나 보다.

이 날은 계속 졸리운 상태로 공연을 마치고 빗길을 약 백여 킬로미터 운전했다. 휴게소에 들러 진한 커피를 마시고 화장실에서 찬물로 세수를 했다. 남았던 구간은 함께 차를 타고 갔던 윤기형님이 운전을 해주신 덕분에 안전하게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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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3일 목요일

한가로왔다.


약속이 없는 날이었다.
달력을 보면서 오늘이 아니면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자동차의 엔진오일을 교환하고 동네 도서관에 가서 회원등록을 했다. 사진을 준비해갔어야 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그곳 직원분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는, 최소 9년 전 모델로 보이는 로지텍 웹캠으로 사진을 찍어 회원증을 만들게 되었다. 정말 못생긴 남자 얼굴이 그 카드에 박혀 있게 되었다.
자동차의 내부세차를 했다. 세차장에는 못된 인상을 한 중년 여자 한 명이 세차일을 하는 노인들에게 고압적인 언행을 하고 있었다. 하필 듣고 있던 음악이 끝나버려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었는데도 그 소리를 다 듣고 말았다. 더위 속에서 땀을 줄줄 흘리던 노인들은 성가시고 귀찮은 표정조차 없었다. 가능한 요구하는 것을 어서 해주고 돌려보내고 싶어했던 것 같았다.
그 여자와 같은 인생은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스스로가 많이 아픈줄을 모르고 숨 쉬며 살고 있다니, 어쩌면 괜찮은 삶이다.

근처에는 나무에 가는 끈으로 묶여있는 의자가 있었다. 아마도 일하는 노인들이 가끔 앉아 쉬는 곳인 것 같았다. 나는 그곳에 앉아 더운 바람을 쐬었다. 모처럼 한가로왔던 오후였다. 이어폰은 가방 안에 넣어두고 잠시 더 앉아 있었다. 지나는 자동차들의 소음과 가끔씩 빼액 하고 비명처럼 노래하는 새소리들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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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2일 수요일

검은 고양이와 나.



오전에 잠에서 깨어나 게으름을 피우며 전화기를 들여다 보고 있는 동안, 아내가 이 사진을 찍어줬다.
검은 고양이 깜이는 덥고 재미도 없을텐데 자주 내 곁에서 시간을 보낸다.
바보스러운 얼굴과 표정이 우스워서 사진과 실물을 번갈아 쳐다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는 지금도 내 의자 옆에서 불편하게 졸고 있는 중이다.
왜 이러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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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1일 화요일

농활.


볕이 뜨겁다.
오후에 서둘러 일을 하면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림도 없다.
올 여름에 나와 아내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씩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 한 말에 살충제 한 뚜껑, 무슨 첨가제 반 뚜껑이라고 하는 식으로 섞어 농약도 뿌리고 심어 놓은 나무와 농작물들 사이에서 일을 한다. 역시 어줍잖고, 어림도 없다.
아내는 나보다 농촌생활에 훨씬 적응력이 높다. 많은 풀과 꽃의 이름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신기했다.
사실은 부모님 두 분을 위한 노력봉사로 시작했던 일이었다. 힘들다. 그날 하루를 전부 소모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손가락의 통증이 낫지 않아서 밭일을 마친 후 다음날에는 악기연습을 처음부터 천천히 다시 해본다.
이 날엔 가족들과 점심으로 두부와 묵밥을 먹었다.
조용한 산 밑에서 새들의 소리를 듣는 것이 좋았다.
낮에 햇빛이 내리쬘 때엔 현기증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그만 축 늘어져 몇 시간 동안 잠을 잘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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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막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자동차의 후드에서 김이 나고 있는 것 같았다.
뜨겁고 습한 여름 오후였다.
눈 앞에 해바라기들이 거들먹거리고 있었다.
벌 몇 마리가 분주하게 날고 있었다.
지나가는 나비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가 따가운 해를 올려다 보고 말았다.
눈앞이 가물가물한 채로 비틀비틀 걸어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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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9일 일요일

기차역.


울산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날 플랫폼에 서서 이 사진을 찍었다.
그 직전에 이 역을 통과하는 고속열차가 굉음을 내며 빠르게 지나갔다.
나는 이제 '잠시 일상을 잊고 기차여행이라도 떠나보는...' 생각 같은 것은 하지도 않는다.
그런 일은 앞으로도 한참 동안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으니까.
언제나 일을 하러 갔다가, 일을 마치면 바빠진 마음을 쥐고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이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없는 기차역은 왜 그렇게 쓸쓸해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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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8일 토요일

울산에서 심야 커피.



마침 울산에 와있었던 친구를 일 년 만에 만났다.
공연장에서 인사를 하고 공연을 마친 후 늦은 저녁을 다 먹고 나서야 연락하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평소였다면 자고 있을 시간이었을텐데 밤 늦게까지 나를 위해 운전을 해줬다.
밝게 켜놓은 간판들이 반짝이는 거리에서도 커피를 팔고 있는 곳이 있었을 것이었지만, 가능한 조용한 곳을 찾고 싶었다.


다시 공연장 근처로 돌아와 24시간 맥도날드에서 평소에 자주 사먹는 로스트커피를 주문했다.
머그컵에 가득 담긴 커피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2017년 7월 7일 금요일

울산에서 공연.


이 날은 공연장에 도착하여 처음 소리를 내어볼 때부터 뭔가 좋지 않았다.
리허설을 하는 동안 여러가지 방법으로 소리를 바꾸어 보았다. 어쩐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리허설을 마치고 대기실에서 스트링을 교환했다. 공연시작 두 시간 전이었다.
줄의 문제가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새줄로 바꾸어 나의 기분이라도 달라지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두 시간 동안 연주를 할 때에 소리가 좋지 않으면 세 배, 네 배로 피로를 느낀다. 필요없는 힘이 들어가 손끝을 다칠 수도 있다.
그 덕분이었는지 아니면 객석이 관객으로 메워졌던 때문이었는지 편안하게 연주를 할 수 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극장 밖으로 나왔을 때 덥고 습한 공기가 코 안에 들어왔다.
울산에는 빗방울이 오락가락 하고 있었다.


2017년 7월 6일 목요일

금요일.


내 의자에는 바퀴가 있다.
고양이 까미는 항상 의자 바로 옆에서 자고 있거나 그루밍을 하고 있다.
의자를 무심코 밀며 일어나면 고양이의 꼬리나 발을 의자의 바퀴로 다치게 할 수도 있다. 그것이 언제나 염려되어 자리에서 일어날 때에 의자의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확인을 해야 한다.
그런데 까미는 까만 고양이여서, 한 밤중에는 바닥에 고양이가 있는지 없는지 쉽게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날 때에 고양이가 잘 보였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해보았지만 이미 잠을 깬 고양이가 기지개를 펴더니 소란스럽게 칭얼대기 시작했다.
더운 여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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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4일 화요일

마포에서 공연.


그 극장이 개관하던 때에 그곳에서 공연을 했었다.
그 사이 몇 번은 연주를 하러, 몇 번은 다른 공연을 구경하러 갔었다.
10여년 밖에 안되었는데 내부가 많이 낡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누군가가 무관심하거나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인가 보다, 했다.

공연에서 연주할 곡들은 열 여섯 곡이었다. 긴 시간일 줄 알았는데 끝나고 보니 금세 시간이 지나갔다.

염리동길에서 저녁식사 후 들렀었던 커피집의 커피가 아주 좋았다. 그 근처에 가게 되면 다시 찾아가보아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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