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0일 금요일

라디오 방송.


라디오 스튜디오는 어느 곳이나 편안하다.
좋아하는 것들만 들어있는 방이어서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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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8일 수요일

이상한 나라.


존경한다는 것은 대상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비판이 가능할 때에야 비로소 참이 된다.
흔히 자신의 아버지를 존경한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버지란 사랑하는 것이 맞다. 지나친 결벽이라고 해도 할 수 없지만, 자식의 입장에서도 존경할 수 밖에 없는 존재란 귀하고 드물다. 너도 나도 자신의 아버지를 '아버님'으로 부르는 세태는 우스꽝스럽다.

여기는 아직도 명령의 도덕만 판을 치는 나라여서, 도무지 동의로서의 도덕이 자리를 펼 구석이 없다.
이런 곳에서는 존경이라는 개념은 맹목적인 추앙과 다를 바 없다.

종교라는 것을 대하는 사람들의 맹목적인 태도, 이유와 근거를 캐묻는 것을 불경이라고 몰아세우는 신민의 근성은 도무지 진화하지 못하는 것인가. 어느 사제의 죽음을 놓고 벌어지는 일을 보니 여기는 과연 이상한 나라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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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7일 화요일

라이브 카페.


드러머 민우씨의 부탁으로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라이브카페에 연주를 하러 다녀왔다.
맛있는 저녁을 얻어먹고, 안내를 받아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의 분위기가 좋았다.
24시간 동안 잠을 못자서 몹시 피곤했었는데 기분이 편안해져서 많이 괴롭지 않았다.
몇 번이나,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처음 만나는 그곳의 연주하는 분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친절하게 악보를 준비해준 덕분에 잘 알지 못했던 곡도 연주할 수 있었다. 옛 기억들이툭툭 떠오르는 바람에 무대 위에서 무엇인지 아련한 공기를 마시는 것 같았다.

직업연주자라고 하면 나는 우선 그런 라이브카페의 음악인들이 먼저 생각난다. 나도 역시 그런 출신이고 지금은 엉뚱한 일로 보내고 있지만 결국 돌아가야할 자리라고 여기고 있는.

지금의 나보다 어린 나이에 먼저 세상을 떠나버린 바람에, 언제나 젊은 모습으로 기억되어질 연주하던 형,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고... 그들과 함께 하던 라이브 클럽들의 자욱한 담배 연기, 낯선 표정의 수많은 관객들의 표정들이 함께 기억났다. 하룻밤에 서너 군데를 돌아다니느라 위험천만한 운전을 했던 때도 있었고, 텅빈 테이블 때문에 기운이 빠져있을때에 고약한 말을 함부로 하던 업주들도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립고, 그런 곳에 가면 소꿉친구들이라도 모여있을 것 같은 환상이 있다. 사실은 어디에 가도 아무도 없지만.

그러나 열악한 것만 순환되어지고 있는 이 나라의 현실에서 라이브 카페라는 것은 술마시고 호텔 캘리포니아를 청하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우리의 유흥이란 그런 것 뿐인건가.

저질의 악순환이 더 이상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나라에서 도대체 사람들은 무엇으로 살면 좋다고 생각할 것인지. 추측컨대, 텔레비젼을 껴안고 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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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9일 월요일

귀찮을 권리.


꼬마 고양이는 계속 놀고 싶어하는데, 어른 고양이는 다 귀찮고 성가시다. 
고양이 에기는 사교적이지 못한 탓에 다른 놈들과 장난치며 뒹굴어본적 없는 어른 고양이여서, 아내의 마음은 그에게 각별하다. 어제 낮에는 사람의 실수로 고양이들 셋이 한 방에서 마주쳐 으르렁거리며 싸우고 말았다. 그 와중에 그만 어른 고양이는 피가 나는 상처를 입고 말았다. 

고양이들의 일에 일일이 간섭하기는 그렇지만, 그런 일이 생기면 마음 아프고 안스럽다. 상처를 입힌 유력한 용의자는 샴고양이 순이였는데, 범죄현장에 나타나지 않고 유유히 사라졌다가 어디에선가 다시 나타나 재범을 노리고 있었다.
어른 고양이 에기는 이해해줄 것 같은데, 나는 문득 먹고 사는 일이 귀찮고 지겨울 때가 있다. 뭐 누구나 그럴 때가 있는 것이겠지만... 나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즐거워하면서도 몹시 낯을 가린다. 친해지기 어렵다기 보다는 쉽게 친해지려하지 않는 쪽이고, 인간관계에서의 거래와 줄 맞추기, 앞으로 나란히하기를 질색을 하는 편이다.

일이 지겹구나, 라고 입으로 말해버리고 나서 조금 더 생각하니, 그것은 사실 일이 아니라 사람들에 대한 지겨움이었던가 하는 생각... 움집을 짓고 틀어박혀서 한 두어 달 음악만 듣고 연습만 하면 좋을까, 하는 공상. 나라가 망해버릴지도 모르는 판국에 집안에 앉아서 배부른 사치를 부리고 있다.

쉬지 않고 악기를 들고 집을 나서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평생 즐거울 가능성이 크다. 그것에는 불만이 없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대하는 일은 지겹다. 싫다, 좋다를 말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표현이 적당한 것 같다. 아... 정말 지겨울 때가 있다.

그러므로 어른 고양이 에기에게는, 귀찮은 것을 피하고 지겨운 일을 멀리할 수 있도록 언제나 도와주겠다고, 나는 소심하게 고양이 궁둥이를 두드리며 중얼 중얼 약속을 해준다. 귀찮을 권리를 누리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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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3일 화요일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마친 직후에 악기를 정리하며 한 장 찍어두었다.
오래전에는 라디오 스튜디오에도 방송사 소유의 베이스 앰프가 있었다. 그것만 기억을 하고 갔던 것인데 앰프는 없었다. 대신 좋은 D.I. 박스가 있었다.
고민하다가 페달보드를 가져갔던 것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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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2일 월요일

내 고양이 순이.


너무 건조한 겨울철이어서 방안의 악기들이 전부 나쁜 상태가 되어버렸다.
가습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였다. 한밤중에 욕실의 욕조에 더운물을 받아 습하게 만든 후 악기들을 집어넣고 문을 아침까지 문을 닫아두었다. 그리고 당분간 모든 세탁물은 방안에 두는 것으로.
악기의 네크들은 얄밉게도 정상으로 돌아와줬고...
깨끗한 것 좋아하고 세제냄새 좋아하는 고양이도 얄미운 얼굴을 하고 젖은 빨래 위에 올라가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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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하며 살기.


행복이 삶의 목표가 될 수 없다는 것에 수긍할 수 있으면 행복하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다.
만족, 충족이라는 것을 행복으로 여긴다면 천박한 목표를 위하여 아무리 긁어 모으고 채워가도 행복할 수 없을텐데...
친구들과 친구들과 친구들이 함께 연주하는 것을 지켜보며 단꿈을 꾸듯 행복해했고, 늦은 시간 집에 돌아와서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고 행복해했다.

행복하며 살아가지 않으면 타인들을 행복하게 할 수도 없고, 남들을 행복하지 못하게 해버리기도 한다. 그런 것인줄은 알겠는데 행복해하며 살기란 역시 어렵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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