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29일 목요일

투입지가 뭐냐.

꼭 8일 동안, 그러니까,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분의 삼성 관련 폭로가 이슈화될 무렵부터 시작하여 아침마다 주문한 적 없는 중앙일보가 문앞에 던져지고 있었다. 문 앞에 '중앙일보를 두고 가지 말아라' 라고 적어놓았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그 메모 위에 다른 광고를 턱 붙혀놓고 신문을 떨어뜨린채 가버렸다. 

사흘째 부터 배달원이 도착하는 시간을 노려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았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 드디어 오늘 아침, 우연히 신문이 도착하기 전에 잠을 깬 덕분에 배달원을 현장에서 붙잡을 수 있었다.
붙잡힌 배달원에게 무슨 죄가 있겠나. 나는 그저 옷을 얇게 입은채 뛰어나오는 바람에 추워서 인상을 썼을 뿐인데 현행범으로 옷섶을 붙잡혀버린 그의 얼굴에 두려움이 보였다. 연신 사과하며 절대로 신문을 두고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단단히 약속을 받은 후 등을 돌려 집으로 들어가버리는 내 등 뒤에 대고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외쳐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의 변명 중에 들었던 새로운 단어 한 개. '... 그것은 투입지여서, 상부의 지시에 의해 지국에서는 꼭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투입지라, 투입지... 삼성아, 쪽팔리지도 않으냐.
투입지가 뭐냐고 물었더니 '무가지라고 보시면 됩니다'라고 대답해줬다.
그런거냐.

올해 초에 며칠 외국에 갔다가 집에 돌아왔을때에, 세 부의 조선일보가 문앞에 뒹굴고 있었다. 그때의 배달원은 내가 시간을 기다려 잡으러 나갈 수고를 덜어주느라 그랬던 것인지, 이른 아침에 초인종을 누르며 직접 찾아와줬었다. 찌푸린 얼굴로 문을 열었더니 몇 달만 공짜로 신문을 보라며 공손하게 말을 꺼냈었지. 선물로 자전거를 준다고 했다. 내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는 까먹었지만 현관문 앞에 서서 굴욕감을 느낀 얼굴로 나를 노려보던 젊은이의 표정은 기억이 난다.

그나저나, 이미 문앞에 접혀진채 차곡차곡 쌓여있는 쓰레기들을 내다 버릴 생각으로 귀찮아하고 있었는데, 낮에 부모님이 다녀가시면서 덥석 집어 가셨다. 그 종이들은 아마 시골로 실려가 고구마라든가 농작물을 위해 흙위에 깔리거나 할테지. 엄마가 요긴하게 쓰시길. 읽지는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