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9일 월요일

조용한 곳.


저녁이 되어가는 시간에 무슨 다급한 일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뛰어나왔다.
그리고 일몰시간을 확인하며 달렸다.
물병도 지갑도 챙겨오지 않아 기차역 앞에 앉아 헉헉거리 목 말라했다.
작은 소대급 자전거 부대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더니 여러대의 자전거가 지하철역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도망치듯 다시 달려와버렸다. 나는 조용한 곳을 찾아 나왔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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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높이가 적당한 의자를 한 개 들고 다니며… 이제는 앉아서 하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늘 지니고 다니는 통증도 불면도 강박이나 발작같은 쓸쓸함에도 아무 불만 없다.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 고마운 일과 사람들은 자주 지나쳐버린다. 
사실은 언제나 주변에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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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6일 금요일

귀여운 고양이.


고양이는 다 귀엽다.
집에서 함께 살고있는 고양이들도 모두 귀엽다.
그런데 고양이 이지는 특별히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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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2일 월요일

제주에서 공연.


좋은 동료들이 훌륭한 연주자라는 것은 복이다.
연주하는 동안에는 잡념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나쁜점이기도 하다.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느껴지는 간극이 심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공연을 마친 직후 나는 1미터 조금 못되는 곳에서 땅바닥으로 그만 추락했었다.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닥에 자빠지자 마자 벌떡 일어났다. 우연히 잘 떨어져서 작은 타박상만 입었다. 나는 꽤 운이 좋은 운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탭 한 분이 무대 옆의 커튼에서 사진을 찍어 보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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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0일 토요일

공연 사진.


어제 공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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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3일 토요일

토요일 오후.


내 창문에는 바람이 많아서 늦은 잠도 늘 설친다. (이 문장은 조동진의 노랫말을 훔쳐온 것이다)
아침의 수업을 마치고 아직 남아있는 오늘 일들과, 내일 나가야할 밴드연습 생각을 했다.
햇빛은 따사로운데 바람은 심통맞게도 분다.
아직도 자전거는 바람이 빠진채로 벽에 기대어 있다.

나는 그러니까, 무슨 사명감을 가졌다거나 큰 뜻을 지닌 교육자일리는 절대로 없다. 어쩌다보니 선생이라든가 하는 호칭으로 불리우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었을리는 없다. 겨우 악기 레슨을 오래 해오고 있는 딴따라일 뿐이다.

처음 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시작하지는 못했다. 해가 여러번 지나고 만나게 되었던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이 드디어 혼동이 될 무렵 부터인가, 다짐을 해뒀던 것은 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할 때에는, 그저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을 주려고 애쓰고, 내가 모르는 것을 마치 아는체 하려 들지 말도록 조심하고, 나의 사견이 마치 남에게도 이로운 이치인양 거짓말하지 말고, 내가 전달할 것을 벗어나 섣부르게 사람을 가르치려 나대지 않아야 하고, 학생이 머지않아 자기 스스로를 가르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도와야 한다.

그리고 꾸짖어야 할 때에는... 그것이 꾸짖어야 할 일인지 확신이 설 때 까지 생각하고, 굳이 나무라고 꾸짖어서 바뀌어질 수 있는 일인지를 다시 열 두 번 생각하고, 혹시나 단지 내가 화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화가 나더라도 곧 가라앉는다. 이런 경우에는 학생의 잘못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냥 내 성격이 둥글지 못하여 화를 내는 것이지.

생각을 여러번 하면 버럭 소리를 질렀던 하루를 일 년 동안 후회하는 일을 미리 막을 수 있다.
이런 습관의 좋은 점은 화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을 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논리적으로 따져 물을 수 있는 것이다.

나쁜 점은, 이미 너무 냉정해진 상태가 되어버린 나머지 매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러고보면 참 정이 없는 사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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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2일 금요일

모두 고되게 산다.


아침 아홉시에 밥을 먹고 나와서 열 두 시간을 굶었고, 커피를 다섯 잔 마셨다. 손목이 아프고 허리 통증은 주기가 잦아졌다. 어서 집에 가서 누워버리고 싶었다.
건널목 앞에서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데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발부터 무릎까지 통증이 심했다.
그때 오토바이 한 대가 앞에 나타났다.

헬멧 안으로 볼이 부풀도록 후 후 큰 숨을 쉬는 남자를 보았다. 얼굴에 가득한 피로가 입 안에서 밖으로 튀어나올듯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고되게도 살고 있구나. 부디 그 분도 일 잘 마치고 안전히 귀가하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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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1일 목요일

용산.


용산 미군부대 안에서 바라본 남산.

1880년에는 청나라 군대가 이곳에 주둔하며 조선 여자들을 강간하고 약탈했지만 조정에서는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았고, 일제시절에는 바로 이 자리에 일본군사령부가 들어와 앉아 군사기지를 만들었다. 그것을 이제 미국의 군대가 들어와 그 지역 일대를 미국령으로 만든지 육십년이 흐르고 있다.

이상한 영어를 말하는 한국인들과 어울려 있던 시간이 너무 길고 춥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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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0일 수요일

제주도 리허설.

제주도에 와있다.
두 시간 후에 공연이다.

나무들이 뭐라고 외치듯 흔들린다.
남쪽 끝에 아직 봄은 멀었다고 칭얼대고 있다.
바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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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9일 화요일

합주.


공연연습을 위한 합주였다.
서른 곡을 쉬지 않고 두 번 달렸다.
머리에서는 떠오르지 않던 곡의 구성들을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는 어둡고 나직한 음악소리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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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7일 일요일

쌍용자동차.

일찍 눈을 뜨고 창문을 열어뒀다. 한 시간 남짓 연습, 이제 준비하고 나갈 시간이다. 평온한 봄비였을 수 있었던 비는 계속 내리고, 중구청장과 남대문경찰서장은 아주 나쁜새끼였다는걸 시간이 지난 후에도 기억해둬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쌍용차의 희생자 가족들 가슴에는 빗물 대신 피가 질질 흐를텐데. 나는 먹고 살으려고 일하러 다닌다. 그 곁에서 함께 비를 맞아주는 사람들 보기가 부끄럽다.

적어둬야지, 까먹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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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6일 토요일

노래.

어제는 운전을 하면서 내내 조동진의 음반들을 들었다.
아주 오래도록 첫 음절이 시작되면 눈물이 맺히게 하는 노래들이 거기에 담겨있다.
평화로운 마음은 먼길을 돌아온 후일 수도 있고, 바로 곁에 있던 것이 이제서야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고 타일러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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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4일 목요일

아이패드 앞의 고양이.

고양이 이지는 이 게임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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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3일 수요일

비 개인 오후.


오전 늦게까지 자고 일어났더니 부슬 부슬 비가 뿌려지고 있었다.
비오는 날을 좋아하지만 오늘은 쉬이 그쳤으면 했는데, 오후 부터 하늘이 개이기 시작했다.


동네의 학교 옆에는 개나리들이 종일 비를 맞아 풀이 죽어있었다.
걸었던 덕분에 볼 수 있었던 올해 첫 개나리였다.

사월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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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일 화요일

아내 품의 고양이.


고양이답게 자고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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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싶은 고양이.

새벽.
놀고 싶어진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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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일 월요일

음악 듣기.

from http://flickr.com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이렇게 생긴 것을 주머니에 넣고 하루 종일 귀를 이어폰으로 틀어막은채 지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어떤 날에는 집에 돌아온 다음 내가 무엇을 타고 어떤 길을 지나서 귀가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귀를 막으면 여러가지가 편했었던 시절이었다. 코는 막을 수가 없었다. 최루탄에 유난히 약했던 나로서는 그것이 고생스러웠다.


세월이 많이 지나왔는데도 음악을 듣는 방법은 여전히 똑같다. 미디어만 변했다. 그리고 이제는 하루 종일 음악을 들으며 다닐 수는 없는 생활이 되었다.

예를 들어 주말이면 멀쩡히 설치해둔 오디오 기기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좋은 음반들을 처음 부터 끝 까지 몇 장씩 들어본다던가 하는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일을 위해서 늘 켜두고 있는 음악들 말고, 온전히 내 정신을 씻고 닦거나 할 수 있는 음악 듣기의 시간은 거의 없다.


가방 안에 카세트 테잎들을 담거나 시디를 수 십 장 넣어다닐 때에는 무거워도 힘들지 않았는데, 그리고 사실은 그 시절에 듣고 좋아했던 음악들 덕분에 지금의 생활이 있게 된 것일텐데 이제는 작은 기계에 몇 만 곡을 담아 다니면서도 뭘 들을 시간이 없다니.

공부는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음악은 다 들을 시기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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