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28일 수요일

음악 전공.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하지 않아야할 말인줄은 알지만, 음악을 전공한다는 것은 그저 여러가지 중의 한 가지 길일 뿐이다. 지름길도 아니고 유일한 출구도 아닌 것인데 그것에 목숨을 건 것 처럼 여긴다. 실제로는 대부분 인생의 아무 것도 걸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은 계속 자기 암시만 하고 있다. '나는 뭔가를 하고 있다'라고 하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해야만 소설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미술대학을 거쳐야만 화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열정이라는 것이 생겨나지 않는 이상 아무 것도 될 수 없다.
실용음악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입시 과목을 놓고 그것에 매진하고 있는 학생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은 정말 음악을 좋아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의 여부일테다. 무엇을 위해서 연습을 하는지도 모르는 젊은이들이 대학에 입학하겠다고 레슨을 받으러 다니는 것을 보면서 나는 자꾸만 염증이 난다.

그들에게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있는지 물어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왜냐면 세상에 어떤 음악들이 있는지도 여지껏 모르기 때문이다. 음반을 구입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것들을 들어보라고 종이에 가득 적어줘도 듣지 않는다. 이유를 물어보면 어디에서 그 음악들을 다운로드해야하는지 몰라서라고 말을 한다. 그런 주제에 부모에게 악기를 사달라고 조르고 있는 것이다. 용돈을 아껴 공연을 보러 간 적도 없고, 인터넷을 뒤져 음악을 찾아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왜 학원을 수강하며 젊은 날을 보내는 것일까. 연애할 시간도 없을텐데.
왜들 그렇게 하향평준화를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일까.

대학의 수시입시라는 것 때문에 또 한 주 강의를 쉬게 되었다. 수없이 많은 학생들이 실용음악과 (도대체 어디에 실용된다는 것인지)에 지망하며 시험을 치르러 다니고 있는데... 부디 그런 경험들이 그들의 인생에 실용적인 무엇으로나마 남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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