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31일 목요일

밤길을 쏘다녔다.


비가 내려서 갑자기 운전을 하고 싶어했다.
심한 무기력감, 우울한 느낌이 계속되고 있었다.
감정을 잘 제어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동차 지붕에 쏟아지는 빗소리가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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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29일 화요일

구름 구경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이른 시간에 집을 나왔다가 아주 늦게 귀가했더니 많이 피로했다.
여러군데를 다녔고 뭔가 많이 했는데도 마음이 답답하다.
영 기운이 나지 않을때엔 그냥 기운내지 않는 것도 좋다.
그래도 오전에 구름을 구경했던 일이 좋았다.


2006년 8월 26일 토요일

고양이 순이.


나도 내멋대로인 나만의 기분의 주기가 있지만, 고양이의 기분상태는 좀처럼 가늠하기 어렵다. 함께 살다보니 적당히 행동을 예측해 볼 뿐, 고양이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일은 아직 쉽지 않다.
밤중에 쓰레기봉투를 버리러 문을 나서는데 고양이는 높은 곳에 올라가 표정을 찡그리며 원망하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봤다.
내가 언제나 밖이 어두워지면 나가버리니 순이는 이번에도 내가 외출하는줄 알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이내 다시 집에 들어왔을때, 고양이의 당황하는 얼굴과 마주쳤다. (그 표정을 정말 사진 찍어두고 싶었다.) 서로 멈칫, 그 자세로 잠시 정적.
분명히 내가 집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뭔가 우울한 표정이었는데 이 녀석, 종이봉투들을 몇 개 끌어다놓고 신나게 놀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 내가 금세 돌아올줄을 몰랐던게지. 몹시 당혹스러워하더니 냉장고 위에 올라가 몸을 핥기 시작했다.
그렇군.... 역시 사람이든 고양이든간에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닌거야. 내가 늘 집을 나선 뒤에 나를 바라보던 고양이의 눈빛을 기억하며 측은해했었는데, 속고 살았던 건지도 몰라.

따뜻해진 앰프 위에 올라가 나를 올려다 보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다시 혼자 남게 된 것인 줄로 알고 했던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미안했다.
나는 순이를 한참 쓰다듬어 줬다.


2006년 8월 24일 목요일

악기 손질

처서가 지나고 있다. 반드시 절기 때문은 아니겠지만 조금 덜 덥고 습도도 낮아졌다.
아직도 음력으로는 7월이다.
경험상 이렇게 계절이 지나갈 때에 한 번 쯤 네크를 바로 잡아주면 마음 편한 가을,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네크를 분리해서 줄감개도 닦고 몸뚱이도 슥슥 닦아줬다.
귀찮아서 하지 않았던 레몬오일도 발라줬고, 약간 뒤로 누워있던 네크의 상태도 잡아놓았다.
새 줄을 감고, (고양이 순이의 방해를 적절히 막아내면서) 튜닝을 마치고 튕겨보니 기분이 상쾌해지는 그 느낌.


이틀 전에 김락건과 통화하게 되었는데, 전에 이야기했던 그 스테인레스 줄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줄을 기다리다가 도착하지 않아서 대신 다다리오에 적응하고 있었다.
스테인레스 이야기를 듣고 또 솔깃해져서, 궁금해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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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며칠 전의 쌍무지개를 못봤단 말야?"
눈을 뒀다 뭐하고 있느냐는 표정으로, 동생이 물었다.
당연히 볼 수가 없었지, 잠들어 있던 시간인데. 계속 밤하늘만 보고 살았더니 해가 떠있는 풍경을 까먹을 지경이다.
사람들이 말하길 그 날 서울에서도 두 개의 무지개가 한동안 하늘에 떠있었다고 했다.


2006년 8월 22일 화요일

Spain Again

미셀 카밀로 Michel Camilo의 모습을 볼때마다 상상을 해보는 것이 있다. 존 파티투치, 칙 코리아와 함께 양아치 분위기 물씬 풍기는 모양의 정장을 입혀서 나란히 거리에 세워두면 영락없이 마피아의 무리처럼 보일 것 같다는 것.

얼마 전에 친구의 커피 가게에 들렀을때, 그가 음반들을 뒤적거리면서 나에게 이 앨범에 대해 물었었다.
그런데 나는 올해에 미셀 카밀로와 토마티토 Tomatito의 두 번째 앨범이 나왔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베이스가 없는 음반들은 우선순위 아래로 미뤄 두고 들어보려고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친구가 물어보았던 앨범은 이것이었다.

그날 밤에 일부러 운율을 맞춘 것처럼 이름붙인 미셀 카밀로와 토마티토의 두 번째 시리즈 Spain Again과 키스 자렛의 두 장짜리 재즈 거장들에 대한 헌정음반을 알게 되어 당장 구매했다.


스페인 어겐 앨범은 행복한 소리들을 모두 모아 꾹꾹 눌러 담은 듯이 알차다. 악기라고는 기타와 피아노 두 개 밖에 없지만 전혀 빈틈이 없다. (그들에게는 당연한 얘기인가) 이번에는 작정을 하고 피아졸라 Astor Piazolla 특집이라도 꾸민 듯, 피아졸라의 곡이 세 곡 담겨있다. 당연히 'Libertango'가 들어가 있고, 'Fuga y misterio' 와 'Adiós Nonino'가 함께 들어있다. 그리고 스탠다드로 'Stella By Starlight'도 있고, 칙 코리아의 'La Fiesta'도 연주해줬다.(A key로 연주한 이유는 기타를 위한 것이었을까) 그리고 팻 메스니에게 헌정하는 곡이라고 하는 'A los nietos'가 있다. 평소에 칙 코리아, 조지 벤슨, 팻 메스니를 좋아하여 연구하듯이 듣고 있다는 Tomatito의 아이디어가 아니었을까 추측했다.

미셀 카밀로는 앨범의 첫 곡은 피아졸라에게 바치는 곡 'El Dia Que Me Quieras Tricuto A Piazzolla'으로 시작하여 그 곡을 프롤로그로 삼고, 마지막 곡은 이 음반의 이야기들을 마무리하듯 에필로그로 삼아 노래를 넣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 식으로 만든 시작과 끝이 근사하다. 마지막 곡 'Amor De Conuco'에서 노래를 불러준 Juan Luis Guerra는 사실 대단한 플라멩코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다. (이 사람도 마피아처럼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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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연주자

지난번 마이크 스턴의 DVD를 보다가, 포데라 베이스의 픽업을 고안한 사람 중 한 명인 Lincoln Goines의 연주를 처음 구경하면서 의문을 가졌었다. 분명히 흠잡을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연주인데, 밋밋하고, 느낌이 부족했다. 그가 사용하는 모델의 포데라 역시 좋은 소리를 내주는 베이스였는데, 내 취향으로는 전혀 알맹이가 없는 납작하기만한 소리였다.

지난 주에 칙 코리아의 가장 최근 일렉트릭 밴드 공연을 봤다. 멋지게 나이 먹은 프랭크 갬벨도 좋았고, 각자의 이름들 만으로도 청중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구성원들의 연주들은 정말 최고라고 느꼈다. 그런데 여기에서의 베이스 연주자는 포데라 베이스의 일렉트로닉을 고안했다고 하는 마이크 포프 Mike Pope였다.
링컨 고인즈의 연주를 들으면서 느꼈던 것과 흡사한 기분... 아니, 그렇게 능숙하게 연주하고 있는데 이렇게도 감흥이 없을 수 있다니. 정말 나무랄데 없이 현란하고 멋진 연주인데, 아무 감동이 없다. 왜 그런 것일까. 그의 포데라도 역시 정말 듣기 좋은 음색이었지만 뭔가가 빠져있었다. 드레싱은 충분히 담겨있지만 정작 신선한 채소를 씹는 맛은 사라져버린 샐러드와 비슷했다.

Mike Pope, Chick Corea Elektric Band
그 전에 마이크 스턴과 데이브 웩클, 제프 앤드루 Jeff Andrew 트리오의 연주를 역시 비디오 파일로 본 적이 있었다.
링컨 고인즈, 마이크 포프와 굳이 비교하자면 약간은 투박하고 덜 세련된, (그렇다고는 하지만 아주 높은 수준의 연주이다) 그의 플레이를 보면서 깜짝 놀라했다. 그의 연주에는 음 하나 하나에 모두 의미가 실린 듯 느껴졌다. 재즈의 언어를 충실하게 지켜가면서도, 변박과 변주의 연결에는 모두 당위성이 있었다. 혹시 그날의 공연이 그의 가장 좋은 연주였을 수도 있겠지만, Steps Ahead 시리즈 중에서 그가 참여했던 세션 역시 그 비디오에서의 연주처럼 정말 훌륭했었다.
그의 악기는 60년대 것으로 보이는 프리시젼 베이스에 싱글 픽업을 두 개 억지로 부착하고 나무를 뚫어(틀림없이 그랬어야 했을 것 같다) 프리앰프를 내장해둔 프랑켄쉬타인 베이스였다. (네크는 다른 연대의 것 같았다.) 그 베이스의 소리야말로 '제대로'였다는 것. (포데라보다 옛 시절에 제조된 펜더가 더 좋다, 라는 따위의 단순비교가 아니다.)

어제 친구가 추천해준 아마추어 작가들의 단편을 읽다가 기분이 상했다. 혹시 내가 미처 놓치고 읽어내지 못한 것이 있지는 않을까 해서 다시 한 번 읽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심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소설의 수준이 안되는 문장들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느낌이 최근의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읽고 화가 났던 기분과 서로 닿아 있었다. 아마추어라고는 하지만 소위 '등단'을 하지 않았을 뿐 잘 읽히게 썼고, 특별히 어느 부분을 지적해서 이것은 엉터리, 라고 할만한 구석도 없었다. 그러나 소설이라는 것이 스토리의 나열일 뿐이라면 뭐하러 소설을 쓰느냐고. 영화 시놉시스를 쓰지.

이런 것들은 단지 취향의 차이이거나 감상자 입장에서의 나라고 하는 사람의 편견과 독단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만일 그렇지 않고 내 시각이 비교적 객관적이고 거의 옳다고 한다면, 능숙하지만 뭔가 모자란 느낌을 주는 그들의 것에는 어딘가 본질적인 것이 결여되어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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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나이를 든 프랭크 갬벨은 내 친구 김규하를 닮았다.
김규하도 저렇게 늙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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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19일 토요일

고양이의 밥.


몇 년 전 수입된 개 사료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어서, 그 사료를 사다 먹인 전국의 많은 개들이 한꺼번에 죽어버렸던 사건이 있었다. 나도 그 기사를 읽었지만 저런 쯧쯧... 하고는 잊고 있었는데, 두 해 전이던가 자신이 직접 그 일을 겪는 바람에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 잠들기 전 인사했었던 몇 마리의 강아지들을 쓰레기 봉투처럼 주렁주렁 들고서, 뒷산에 파묻어야만했다던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몇 달에 한번씩 인터넷으로 고양이 밥과 화장실용 모래를 주문하고는 하는데, 가끔은 갑자기 건조사료 한 봉지만 구입해야하는 일도 생긴다. 정해두고 다니는 가게가 없어서 그런 때 마다 동네 부근의 사료가게에 들르게 되는데, 이 동네의 동물병원과 애완동물가게들은 정말 가관이다. 쓸모 없는 것들이 필요한 상품보다 많기도 하고, 인터넷 쇼핑몰의 두 배 가격인 제품들도 있다. 어떤 곳은 아주 지저분해서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갑자기 토할 것 같은 냄새가 나는 가게도 있다.
너무 심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이다. 게다가 고양이라는 것을 집에서 키우고 있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양이 사료가 따로 안나오니까, 개 사료를 사다 먹이면 됩니다'라고 말하는 아줌마도 있었다.
동네에 새로 개업한 동물병원이 보이길래, 그곳에 들러 고양이의 사료를 검색(?)해 봤다. 그곳에는 고양이 사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무슨 수색을 하고있는 것 같았다. 한 개의 영양제와 두 서너 가지의 건조사료를 발견했는데, 그중 영양제 한 개는 유통기한이 2002년까지라고 되어있었다. 조금 어이가 없어서 주인을 쳐다봤더니 '그게 조금 오래된 거니까 할인가격에 드릴게요. 먹여도 이상은 없어요'라고 했다. 그가 제안한 가격은 무지 싼 값이었는데, 나는 그것을 들고 바라보다가 다음날 아침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내 고양이를 묻으러 가는 장면을 상상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화가 치밀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무 말도 안하고 그저 불쾌한 얼굴로 상점 문을 열고 나와버렸다. 주인아저씨가 무섭게 생겼기 때문은 절대 아니었다.

지금 집에는 내 고양이가 결코 입에 대지 않는 생선 통조림이 있다. 그것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내가 보기엔 생선과 새우가 가득 들어있어서 제법 먹음직스럽다고 생각하는데, 이 녀석은 그것을 먹느니 차라리 쥐를 잡으러 다니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관심도 두지 않는다.
버리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어제 밤중에 아파트 부근 길고양이들이 가끔씩 모여 회의를 하는 공터(라고 해봤자 아주 좁다)에 두어개 뚜껑을 열어 놓아두고 외출했었다. 아침에 집에 오다가 생각이 나서 깡통들을 주워다 버리러 다시 그곳에 가봤더니 놀랍게도 깨끗하게 비워져있었다. 누군가가 설거지를 해서 반듯하게 다시 놓아둔 것 처럼.
부디 그 깡마르고 까만 어린 길고양이들이 먹어치운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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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들.


동생의 블로그에서 이 사진을 발견하고 좋아했다. 지난번 남이섬에서 공연할때에, 여동생 식구들이 그곳에 놀러왔었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지만 거의 만나지 못하는 (당연하다.) 삼촌이 연주하는 것을 처음 직접 보게된 셈이었다.
어느날 저 꼬마 남매중 오빠라는 녀석이 제 엄마에게 물었다지. '삼촌은 왜 밤에 돌아다닌대?'
그래서 그날 오후는 내가 조카녀석에게 삼촌이라는 작자는 좀비가 아니고, 낮에도 움직이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였다.
시끄럽지도 않은지 무대 앞에서 구경을 하는가 싶더니 어느틈엔가부터 넓은 흙마당을 차지하고 앉아 장난에 열중하고 있었다. 연주하는 도중에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재미있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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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한 여름.


새벽, 태풍 덕분에 바람이 불어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어제는 아예 오후에 잠들어서 밤 열시에 일어났다. 지금도 J형의 녹음실... 도로가 막힐테니 버스가 다니기 전에는 집에 돌아가야하는데.
Bonnaroo 2006에서 공연한 플렉톤스의 동영상을 봤다. 빅터 우튼의 쇼가 인터넷에 넘치게 돌아다니다보니, 식상할 지경이다. 이 벨라 플렉과의 공연이 빅터 우튼 밴드의 것과 흡사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이 가장 최근의 그의 모습이므로 다음달에 예정되어있는 자라섬에서의 공연도 이것과 크게 다를것도, 그다지 특별해질 것도 없을 것 같다. 어쩐지 점점 보러가고 싶은 마음도 덜 생기고... 아마도 우리나라의 관객들 역시 기대하는 것이 그런 것일테니 분명 서커스같은 공연이 될 것 같아서 흥미가 떨어지고 있다.
리차드 보나 밴드의 유럽투어나 (가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만 들고 있다.
소리들에 질려서 머리속이 몽롱해져버렸다. 아까 김동우를 만났는데, '너 일주일 동안 어디 다녀왔냐'라고 물었다. 낮에 자고 밤에 깨어있다보니 친구들에게는 '어디론가 떠나있는 존재'가 되어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밤과 낮을 바꾸어 지내다보면, 자고 일어날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전화했던 기록이나 확인하게 되고, 새벽시간이 되어 정작 심심하군... 싶을때엔 전화할 사람도 불러낼 수 있는 사람도 없게 되어있다. 이런 식으로 여름을 보냈으니, 선선해지면 일부러라도 낮생활로 돌아가줘야만 하지 않을까. 같은 땅에서 다른 시간대로 지내다보니 점점 더 혼자가 되는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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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16일 수요일

새벽.


새벽, 가로등.

2006년 8월 14일 월요일

징그럽도록 싱그럽다.


뙤약볕의 한여름날 남이섬. 초록색의 나무들이 열심히 그늘을 만들어줬지만 다 소용없었다.
소나기는 커녕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데 높은 기온에 더높은 습도에... 나는 완전히 축 늘어져서 젖은 수건과 함께 의자위에 널려져있었다. 몹시 지쳤지만 땀을 흠뻑 흘리며 연주를 마친 후에는 기분이 좋아져있었다.
흐느적거리다가 낮은 평상에 벌러덩 누웠더니 나뭇잎들이 킬킬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숲 냄새를 가득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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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12일 토요일

비가 그립다.





내일 남이섬에 다녀와야한다.
에잇, 공연할때에 소나기나 퍼부었으면 좋겠다.
시원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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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ast.


어릴적의 취향이라는 것은 그냥 똥고집에 불과한건가.
나는 바싹 구워진 식빵은 절대로 먹지 않았었다.
그런데 요즘은 적당히 바삭거릴 정도로 구워진 토우스트를 자주 먹었다. 단맛이 나지 않는 잼을 구입하기가 어려운 것이 흠이다.
입맛이 변한 것은 아닌데도 예전에 먹지 않던 추어탕을 한그릇 뚝딱 비우기도 하고, 가끔 돼지고기를 먹고 싶어 삼겹살 식당에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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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10일 목요일

우리는 뒹굴고 있었다.


강가에 있는 집이어서 그런 것인지, 덥고 습하다.
순이와 나는 종일 시원한 바닥에 누워서 뒹굴며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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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9일 수요일

더운 여름이다.


정말 더운 여름이다. 꼭 2년전 여름을 닮았다.
연습하다가 물기가 있길래 쳐다보니 세상에, 셔츠가 땀에 젖어 그것이 악기에 묻어있었다.
나는 늘 악기를 잘 닦는 편이었다. 그런데 지난 몇 달 동안에는 그런 것들도 하지 않았다.
지난 주말의 야외공연들을 마친 후에도 베이스를 닦아주는 일은 하지 않았다.
오늘은 오랜만에 마른 헝겊을 들고 악기를 문질러 닦았다. 조금씩 까지고 칠이 떨어져 나간 부분들이 더 생겼다.
큰 공연장이나 야외무대에서 연주했을 때엔 그저 마른수건으로 닦아주는 것만으로도 괜찮을때가 많다. 땀이 배었을 때엔 물을 적셔 문질러 닦아줄 때도 있었다.
하지만 클럽에서 연주를 할때에는 악기를 좀 더 자주 닦았고 시중에 판매되는 약품을 사용하여 관리를 했었다. 왜냐면 담배연기가 기타에 배여서 언젠가는 찐득거리는 때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친구와 선배들의 기타를 슬쩍 집어서 닦아주는 일이 있었다. 그들의 악기는 더러울 때가 많았다. 세균들이 어떻고, 하며 말했다가는 당장 결벽증 환자로 몰릴지도 모르지만 손으로 다뤄야하는 것을 자주 닦지도 않고, 그런것에 무심하다는 것이 나에겐 약간 견디기 힘든 일이다. 야외이거나 실내이거나 공연을 마치면 적어도 네크와 지판 부분만은 늘 닦아준다. 손에서 나오는 염분과 먼지들은 서로 금세 친해진다.
실제로, 깨끗하면 소리도 좋다. (...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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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8일 화요일

거울 앞에 앉은 순이.



처음 이 고양이와 동거를 시작했을때에 당황했던 일은 항상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가장 부담스러웠던 것은 고양이가 화장실에 따라 들어오는 일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사람과 함께 사는 모든 고양이들이 똑같은 행동을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서서쏴'로 볼일을 봐야하는 나로서는 화장실에 미리 들어가 바로 앞에서 나를 지켜보는 시선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는 입장이 있는 것이다.
신통하게도 내가 화장실에 갈 것 같으면 잽싸게도 먼저 들어가 앉아 있는 것이어서 매번 녀석을 문밖으로 내보내고 문을 꼭 닫은 뒤 내 볼일을 보는 것으로 습관이 들었다. 칫솔질을 하러 갈때에도 어떻게 아는 것인지 늘 먼저 들어가서 저렇게 앉아있다. 한번은 고양이가 어디선가 자고 있다는 것을 잊고 나혼자 황급히 화장실안에 들어가 문을 재빨리 닫는 짓을 한 적도 있다.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혼자 창피해했다.
샤워를 해야할 때엔 오히려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적당히 녀석의 얼굴에 물을 뿌려주면 나지막히 야옹거리며 나가준다. 순이는 섭섭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 문 앞에서 똑같은 자세로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내일은 순이에게 줄 깡통을 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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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7일 월요일

여름 밤.


걷고 있으면 온몸에 땀이 흘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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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공연.


광석형님과의 연주. 공연장이 예뻤다.

나는 즐거워했다.

하지만 손에 땀이 너무 많이 났다.
언제나 이것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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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5일 토요일

한양대에서 공연을 했다.


야외 무대였다.
공연장 전체에 물기가 떠다니는 것 처럼 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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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순이.


집을 나서려는데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찾아보니 화장실에서 열심히 모래를 뒤덮고 있었다.
용변을 토닥토닥 덮어놓고 손을 흔들어 모래를 털어내고 있었다.
순이를 다시 혼자 두고 외출을 하려니 마음이 무거워졌었다.
미안,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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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덥다.


지금까지는 잘 버티고 있는데... 보름정도는 더 견뎌야하는 것일까.
한밤중에도 꽤 덥다.
하지만 여름철에 땀흘리는 것이 나는 좋다. 겨울엔 옷을 껴입고 추워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사는 맛이 나고, 짧은 봄과 가을이 달콤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빨래를 했다.
내일 낮에 햇볕이 좋지 않으면 아마 마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높은 습도 때문에 악기 관리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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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4일 금요일

순이와 보내는 여름.


이놈의 집안구석은 그늘진 곳이 더 덥다.
볕이 따가와도 창문 곁이 더 낫다.
순이는 조금이라도 바람이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누워서, 최대한 일광을 가리고 자고 있었다.
순이와 보내는 여름. 너무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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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야외 공연의 연속.



어쩌다보니 연달아 덥고 습한날의 야외공연들이 이어지고 있다.
악기를 차에 실은채 뜨거운 한낮의 도로를 달리는 날들이다.
차에서 악기를 꺼내면 뜨끈 뜨끈해져 있었다.
가뜩이나 눅눅한 습도에, 연주를 끝낸 후엔 셔츠와 악기가 모두 땀에 적셔져있었다.

리허설 직후에 튜너의 건전지가 닳아버린것을 알게 되었다.
교환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기온이 높으면 혹시 건전지도 빨리 닳아버리는 것일까.

일부러 말씀드리지 않았는데도 두 달 전의 공연때에 부탁드렸던 세팅 그대로 베이스 소리를 만져주신 엔지니어 영교형님에게 고마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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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가 여름밤을 보내고 있다.


순이는 털이 있으니 아마 나 보다 더 더울 것이다.
나는 순이에게 선풍기 바람이 향하도록 해두고 가까이 앉아 있었다.


더우니까 고양이 순이는 점점 길게 늘어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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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3일 목요일

인디아 아리



India.Arie의 새 음반 Testimony:vol1, Life & Relationship은 아름답고 행복하다. 이런 음악은 쟝르이고 뭐고를 떠나서 '거의'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것 같다.
삶과 관계에 대한 그녀의 고백(다분히 종교적으로 해석하자면 신앙고백이라고 해도 되겠다)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착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미 곡 잘만들고 노래 잘하고 기타 잘치는 풋풋한 젊은 가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새 음반에서의 그녀의 노래들은 삶이라는 것의 기쁨을 다 품은 나이 지긋한 누나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이 음반에서는 피아노도 연주했다. 전체적인 사운드는 담백하고 지나침이라고는 조금도 없다.
무엇보다도 가사는, 전혀 멋부리지 않은 쉬운 단어들이 숨쉬듯 자연스러운 멜로디 위에 크림처럼 부드럽게 발라져있다. 도무지 이 언니에게는 삶에 대한 비관이라고는 없어 보여서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여자는 아닐까 생각될 정도이다. 수록된 모든 곡의 가사가 아름답고 적당히 애잔하고... 눈에 눈물이 맺히면서도 미소를 짓게 한다. 시련, 고독, 좌절, 실연 속에서 계속 희망이 샘솟고 있다.


"......Good morning optimism
Good morning to my faith

Good morning to the beginning of a brand new day


I know that God's will be done
So I lay down my pain and I'm moving on


I know that God's will be done.
So it's a good morning after all....."
- Good Morning 중에서

2001년 첫 음반을 발표한 후에 그녀의 음반 리뷰들에는 '뉴웨이브 네오소울'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녔었다. 하지만 새 음반은 뭐라고 불러야할지? 거의 모든 음악들이 녹아있는 이지리스닝이라고 해야하는건가. 그러면 너무 무책임한 이름붙이기일지도 모르겠다. 어쿠스틱 소울이든, 이지리스닝 컨츄리뮤직이든 이름붙여지는 것은 어차피 음악의 본질과는 상관 없겠지만, 음악듣는 사람들 중에서는 이것도 저것도 어느것도 아닌 사운드에, 강하고 흑인다운 그녀의 원래의 재능을 희생한 (혹은 지나치게 정제해놓은) 이 음반에 불평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느끼한 음악을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아주 듣기 좋은 팝음악이다. 
컨추리 밴드 Rascal Flatts가 참여한 Summer(당연히 컨추리 스타일의 곡이다)에서는 빅터 우튼의 업라이트 베이스도 들을 수 있다. (음반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빅터 우튼의 절제된 베이스가 좋았다.)
인트로, 인터루드, 아웃트로의 짧은 세 곡의 소품들이 각각 Loving, Living, Learning이라는 부제로 음반 전체를 정리해주고 있다. (삶보다 사랑이 먼저다.) 한 시간 분량의 CD를 들으면서 음미하며 즐길만한 부분이다. 너무 상냥하게 세상을 노래하고 있어서 가끔은 울컥하며 "이건 다 뻥이야"라고 하고 싶을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음반이 좋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듣고 있는 동안에는 정말 삶이란 살아볼만한 것처럼 여겨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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