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5일 화요일

오키나와


그곳에서 자주 보았던 나뭇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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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24일 월요일

고드름


고드름.


녹아서 그 많은 돼지들이 산채로 묻힌 땅 위에 비명처럼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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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22일 토요일

낯이 익었다.

내가 꼬마였던 시절, 눈에 익었던 그 동네의 골목과 너무 닮았다고 생각했다.
사진에 담아와서 다시 바라보니 그냥 흔한 동네의 장면이었다.
그곳에 서있을 때엔 낯익었던 풍경이었는데 다시 보니 평범한 도로와 집과 전봇대일 뿐이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하릴없이 이국의 거리와 골목을 걷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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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9일 수요일

네코짱, 곤니치와

사흘 동안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제일 먼저 블로그에 올려두고 싶었던 사진은 그곳의 수산시장에서 만났던 고양이였다.
내가 건네어준 다랑어 회를 넙죽 넙죽 다 먹어버리더니 위풍당당하게 더 내놓으라고 훈계조로 야옹거렸다.
마침 곁을 지나던 젊은 엄마가 유모차에 앉아있는 어린이에게 "네코짱, 곤니치와~"라며 고양이에게 인사를 시키고 있었다. 고양이는 자연스럽게 어린이에게도 눈길을 주며 인사를 받고 있었다.
바닷바람이 드나드는 아스팔트 위에서, 통통하게 살이 오른 이 고양이는 넉살이 좋았다. 사람들 앞에서 뒹굴고 장난도 치며 음식을 받아먹고 있었다. 미처 사진에 담지 못했던 마르고 병들어 보이던 다른 고양이 한 마리는 겨우 회 한 점을 입에 물고는 달아났다가 눈치를 살피며 다시 돌아와 구걸을 했다. 아마도 그 구역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놈인 것 같았다.
열심히들 살고 있거라,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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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0일 월요일

마이크로폰

녹음실의 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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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9일 일요일

악기 관리

일주일 전에 악기들을 점검할 때에 혼자 남겨두었던 재즈베이스.
웬만하면 답답해도 그냥 견딜까 생각했었는데 이미 줄의 수명도 다 되었고 차에 자주 싣고 다녔던 탓에 상태도 좋지 않았다.
월요일 부터의 바쁜 일정을 위해 자동차가 붐비는 주말 오후에 악기점으로 갔다.

가습기를 언제나 켜두고 숯을 담은 그릇에 더운물을 부어가며 습도 조절을 했었다. 그랬지만 추운 겨울날 자동차에 실린채 떠돌아다녔던 탓에 네크의 플렛들이 삐져나오고 조금 휘어버리기도 했다.
레몬 오일로 지판을 잘 닦아주고 플렛 청소도 하고 네크도 바로 잡았다.
어떤 분들은 평생 기타를 닦거나 하지 않으면서도 연주하며 지낸다지만, 나에게는 도구를 손보고 닦고 기름칠해주는 것이 그 일의 시작이 된다.

그런데 마음의 결을 손질하는 일은 몇 살을 더 먹어야 수월하게 되는걸까.
의혹을 버릴 나이가 되었는데 마음은 조금도 수양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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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8일 토요일

학생친구들.

내 중딩 학생들.
언제나 유쾌하고 자주 배고프며 간혹 심각하다.
덕분에 새해 첫 주의 낮 시간을 즐겁게 보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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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5일 수요일

실수

합주 녹음을 싹 날려 먹었다.
심야 연습 마치고 집에 돌아와, 흥얼거리며 잡다한 작업까지 마치고는 기분 좋게 스피커로 들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랩탑에 저장되어있던 파일을 외장하드디스크에 옮긴 후 원본을 삭제했다. 스피커로 음량을 크게 듣고 있다보니 문득 새벽이 깊었다는 것을 알았다. 황급히 스피커를 끄고 헤드폰을 연결하려다가 그만, USB케이블을 건드리고 말았다. 그러다 그 케이블이 밀리미터 정도 뽑히고 말았다.
일시적으로 외장하드가 맥북과 연결해제 되어 버렸다. 그리고 파일은 사라져버렸다. 곧 다시 연결했지만 이미 소용없었다.
폴더만 남아 있고 오디오파일만 없어졌다. 필요없는 프로그램 설정 파일 등은 다 남아있었다. 없어도 좋은 것은 그대로 있고 있어줘야할 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구글 검색도 해보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봤지만 복구할 수 없었다.
이유는 내가 습관적으로 말끔하게 파일을 지워버렸기 때문.
그놈의 단축키로 그만 내장하드의 원본 파일까지 깔끔하게 삭제해버렸다.
한 해에 몇 번씩 나는 정말 왜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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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4일 화요일

개운해하는 고양이.


높은 곳에 올라가 집안 구경을 한참 하더니 늘어지게 기지개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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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2일 일요일

악기

악기를 눕혀놓고 툭 툭 줄을 끊어냈다. 닳아서 먹먹하고 생기가 다 빠진 소리를 내더니 끊어질 때엔 성깔이 있었다. 팽 소리를 내더니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악기가게에서 깨끗하게 손질해준지 몇 주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 사이에 또 잔뜩 더럽혀져 있었다.
악기를 닦아주다가 군데 군데 상처가 더 생긴 것을 보았다. 녹이 슬었던 부품의 부식이 조금 더 심해진 것은 당놀랍지 않았다. 스크루 드라이버를 몇 번 대지도 않았던 픽업의 나사 머리들에 녹이 슬어 짓물러져 있었다. 에... 이것도 내 손의 땀 때문이었나 보다.

금요일 부터 악기를 멀리하고 집에서 뒹굴었다. 아주 많이 자버려서 너무 많이 개운했다. 며칠을 잘 쉬었다.
새로 줄을 감은 악기를 들고 줄을 튕겨보니 느낌이 좋았다.

나머지 악기들은 월요일 부터 한 개씩 닦고 정비하기로 했다.
여유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새해엔 숨도 고르며 묵직하게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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