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30일 일요일

집에서.


오전에 일어나 자리에 앉았는데, 허리에 통증이 평소보다 심하게 느껴졌다.
아내는 친구네에 다녀온다고 했었다.
얼핏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았다.
아마 그 소리에 내가 일어났던 것인가, 했다.

목의 뒷쪽을 한참 주무르고 주먹으로 허리를 문질렀다.
고양이 이지에게 깡통 사료를 한 개 따서 먹였다. 이지는 절반 정도를 비우고 난 뒤 볕이 드는 곳으로 가서 세수를 시작했다.

음악을 틀어두고 청소기로 바닥을 청소했다.
고양이들에게 물을 새로 따라 주었다.

저녁에는 아내가 가져온 인스턴트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내가 그것을 만들고 있는 동안 아내는 이지에게 미리 물에 불려 놓았던 사료를 먹이고 있었다.
나는 음식을 망치지 않도록 타이머를 맞춰 놓은 전화를 들고 불 앞에 서서 냄비 속의 재료를 한참 동안 저었다. 손이 뜨거워지니까 어쩐지 숲속이 떠올랐다.
숲에서 잠을 잤던 기억이 났는데 그것이 언제였을까, 생각해보았다.
역시 군대 시절의 일이었던 것 같았다.
겨울에 산에서 A 텐트를 펴고 비를 맞으며 잠을 잔 후에 일어났을 때에 간절히 불을 원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2017년 4월 22일 토요일

고양이를 그리워했다.


순이가 떠난지 아홉 달이 지났다.
오래 되었다. 오래 되었는데도 여전히 매일 나는 고양이 순이를 생각한다.
신비롭게도 늘 곁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는 곁에 없는 짐승의 체온을 느낀다.
그 고양이가 앉아서 나를 올려다 보고 있던 집안의 모든 곳에서 나는 순이의 얼굴을 본다.

나는 더 이상 순이의 옛 사진들을 일일이 찾아 보지 않는다.
그 대신 달이 밝은 밤이거나 꽃이 가득 피어있는 나무를 볼 때에, 나는 순이의 목소리를 듣고 순이의 냄새를 맡는다.


2017년 4월 4일 화요일

생일이었다.


또 생일이라니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다.
페이스북에 내 생일이 노출되는 것이 싫어서 이틀 전에 개인정보를 비공개로 바꿔뒀었다.
사람들은 그런 것에 표시되는 남의 생일을 발견하고, 영혼 없는 축하 메세지를 남기고는 한다.
그런 서비스가 알려주지 않으면 기억해주지 않는 생일을 축하 받으면 뭐하나, 생각했다.
사실은, 생일이라고 축하를 받을만한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기분을 우울하게 했다.

아내가 미역국과 두부김치와 버섯을 쇠고기에 말은 어떤 요리를 해줬다.
그 음식의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던 모양이었지만, 맛있고 고맙게 잘 받아 먹었다.
한밤중에 편의점에서 담배를 샀다.
집에 돌아올 때에는 일부러 강쪽의 길을 걸었다.

아침에는 고양이 이지가 오랜만에 야옹, 소리를 내주었다.
마치 생일 축하 인사를 해주는 것 같아서 대답해주며 이마를 쓰다듬으려 했는데, 그만 아내의 침실로 도망가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