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7일 수요일

자전거


2주 전, 동료인 상훈씨가 툭 던지듯 이야기했던 자전거에 솔깃하여 검색하고 뒤져보았다. 그리고 잠깐의 시간이 났던 일요일에 덜컥 구입하고 차에 실어왔다.
몹시 피곤했던 그날, 마지막 클럽 연주를 마쳤더니 새벽 한 시였는데 집에 돌아와 그 밤중에 끌고 나갔었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자전거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해줬는데도 꿈쩍 안하던 내가, 가장 자주 얼굴 보는 친구의 말 한 마디는 뭐가 그렇게 설득력 있고 타당하게 들렸던지. 하여간 나는 줏대없고 귀는 얇다.


그리고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참 게으른 천성인 것을 새삼 자각. 우리 동네에 이런 길이 있는줄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다. 오후엔 팔당대교를 넘어서 건너편 미사리까지.
무려 이십여년만에 자전거를 타는 주제에 처음 부터 무리를 했더니 가로본능으로 누워 있던 근육들이 짜증을 부리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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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악기용 가방과 그 가방에 부속으로 함께 들어있던 작은 등가방을 십 년 가까이 쓰고 있다.
거의 매일 들고 다녔고 비행기에 화물로도 수 십 번 부쳐졌었다.
하나 둘 고리가 끊어지고 지퍼의 이가 빠지고 낡아지고 있는데도 워낙 튼튼하여 멀쩡하게 버텨주고 있는데... 문제는 이것이 이제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 단종 제품이다. 같은 것을 구입할 수 없다.
이것과 비슷한 가방이 있으면 좋겠다.

지난 주에 이어 오늘도 여수로 출발, 그곳에서 소록도로 이동하여 내일 낮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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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6일 화요일

공연장에서


지난 주 목요일에, 오랜 기간 여러번 수정되고 번복되었던 음악을 녹음했다.
내 일정에 쫓겨서 계속 시계를 들여다보며 단숨에 세 가지 버젼을 세 번 연주하는 것으로 녹음음을 마쳤다. 그 결과물이 궁금하다.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그 다음날엔 포천에서 공연을 했고, 그 다음날이었던 주말에는 여수에 공연하러 갔었다.
아름다운 바닷마을이 눈앞에 있는데도 리허설만 마치고 호텔방에 들어가 잠만 잤다.

공연을 마친 후에도 겨우 늦은 저녁을 먹고 또 호텔방에서 아침까지 잠만 잤다. 일찍 일어난 덕분에 새벽 공기 가득한 여수의 바다와 섬을 보았던 것이 다행이었다.

여수에서의 공연중에 일어났던 일.

공연이 시작되고 두어 곡이 지났을 때에, VIP로 보이는 (이 단어가 짜증나긴 하지만) 부부가 누군가의 안내를 받으며 맨 앞자리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한 가운데의 앞자리로 가더니, 이미 의자에 앉아 손뼉을 치며 공연을 보고 있던 어린이 두 명을 툭툭 쳐서 일으켜 세우고는 그 자리에 편안하게 앉아버리는 것이었다. 쫓겨나 버린 어린이들은 한 켠으로 물러나 맨 바닥에 앉았는데 이번엔 카메라맨의 동작에 방해가 되었는지 그나마도 다시 쫓겨나 버렸다. 결국 네 번째 곡을 연주하고 있을 즈음 그 어린이들은 공연장 밖으로 터덜 터덜 걸어나가버렸다.

빼앗은 자리에 점잖게 앉아서 웃음 띤 얼굴로 무대를 보고 있는 양복입은 사람들과, 흙이 묻은 반바지를 털지도 못하고 공연장을 걸어나가는 어린이들의 뒤통수가 계속 눈에 들어와서 마음이 복잡했다.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거나, 세상 일이 다 그런 것 아니느냐고 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다. 그러면 안되는 것이고 못쓰는 것이고 빌어먹을 일인 것이지.
좀, 촌티 나게 나이 먹지 않으면 좋겠다. 앞자리 차지하고 앉았지만 결국 아는 곡도 없고 음악이 좋은지도 영 모르겠고...  입은 왜 헤 벌리고 앉아있던걸까. 그 두 분 모두 정말 바보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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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8일 월요일

일요일

구석에서 고양이 꼼이 시무룩하게 있길래 조금 재미있게 해줬더니....

곧 키득 키득 웃고 구른다. (이건...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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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0일 일요일

오후를 함께.

고양이 이지가 오후 내내 창문 곁에 앉아있었다.
저녁 노을의 색이 변하는 것을 다 구경한 뒤에 물을 마시러 가는 것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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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일 금요일

평창에서 소나기.



일요일에 평창에 갔을 때에 전날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채 잠도 못잤어서 비틀거리다가 민박집 방안에서 드러누워 Christian McBride의 음반 한 장을 들으며 한숨 쉬었다.
음악이 끝난 후 이어폰에서 계속 타악기의 소리가 나고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굳이 눈을 뜨고 아이팟을 만져보기가 귀찮았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소리가 나고 있는 것을 듣고 그제서야 이어폰 밖의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리인 것을 알았다.

잠깐 잠든 사이에 소나기가 내렸고, 그 소리는 빗물이 관을 타고 내려와 방울 방울 부딪히는 소리였다.

주말 전주와 평창을 다녀오면서 생활의 리듬이 바뀌어버렸다. 사흘 연속으로 일찍 잠들고 새벽에 깨어났다. 오늘도 다섯 시에 일어났다. 잠을 깨며 커피를 만들어 한 손에 들고 헤드폰을 쓴 채로 서너 시간을 보내버렸다.

이제 잠시 후엔 춘천으로 출발.

습기가 가득한 날씨가 참 마음에 드는 목요일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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