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4일 화요일

감전.

앰프에 연결된 악기를 안은채로, 아이팟 터치를 컴퓨터에 연결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전기 충격을 느꼈다.
손에 쥔 것을 빨리 내려놓지 못하고 몇 초간 전기를 더 받아들였다. 팔을 흔들어 기계를 떨구고 정신차려보니 한쪽 발로 9볼트 어댑터 끄트머리를 밟고 있었다. 괜히 혼자 엄살을 부린 것 같았다.

콧속에서 머리카락 타는 냄새와 함께 양쪽 눈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는 것은 물론 거짓말이지만, 어휴, 내가 전기를 얼마나 싫어하는데.

그 바람에 세수 한 번 더 하고, 하던 것을 주섬주섬 정리하고, 알람을 맞춰두고, 내일의 긴 일정을 구구단 외듯 한 번 죽 읊어보았다.
오늘도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전기충격으로 기절했다면 아마 푹 잤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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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0일 금요일

이가 아프다.

미련한 습성은 나이 먹는다고 배워지고 배워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미련 곰탱이임에 틀림 없다. 
그저 피곤이 쌓여서 잇몸이 부었나 했더니 지금 하루가 넘게 치통에 시달리는 중. 
예기치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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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9일 목요일

어린 연주자

한 번 좋은 것의 맛을 보게되면 그것이 그대로 기준이 되어버린다.
그동안 운 좋게 좋은 드러머 분들을 겪어오다보니 음악도 모르고 아직 갈 길이 먼 어린 드러머 친구와 연주하는 것은 마치 힘겹게 언덕을 오르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내 어릴적에 나를 토닥거려주시던 선배 분들을 떠올리며 어떻게든 내가 밀고 끌고 올라가보아야 직성이 풀리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적어도 음악을 연주하려 한다면 음악을 사랑하는 법 부터 배우면 좋겠다. 음악을 말과 글로 배우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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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6일 월요일

개꿈을 꾸었다.

늦은 밤 저녁식사 후 기절하듯 쓰러져 세 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꿈에서 옷을 홀랑 벗고 동네를 뛰어다녔다. 이건 무슨 개꿈인걸까.

커피를 만들으려다 그릇을 닦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큰 쓰레기 봉투를 수거장에 내려다 놓았다. 집 밖은 고요하고 시원했다.

다시 커피를 만들어 마시려다가 이번엔 전기 주전자를 닦고, 내친 김에 주방청소를 해버렸더니 땀이 흠뻑 났다. 아이폰의 할 일 목록을 읽고, 시간을 계산해보고, 큰 숨 한 번 쉬고 샤워를 했다.
나는 일과를 시작하려고 했던 것인데, 잠에서 깨어난 고양이들이 아내를 깨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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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의 장면.

새벽에 집에 돌아왔다. 
외곽순환도로를 달리던 중 처참하게 부서진 자동차가 넓은 핏자욱과 함께 치워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위로 밤하늘은 무심하게 내리고 있었다.
산의 내장을 후벼 파 놓은 긴 굴을 지나니 하루의 끝이 보였다. 그 순간 좋아하는 음반의 마지막 곡이 절묘하게 끝났다.

오후 부터 이어지는 개인레슨... 이제 8시에 올 학생 한 명만 남았다. 지치지 않기 위해 잠시 담배 두 개비를 연거푸 피웠다.  몸이 지쳐오긴 하지만 비바람을 맞으며 악기를 들고 온 학생들의 성의가 고맙다.

트위터를 보다 보면 합리적인 이성, 수학적인 사고를 해야 마땅할 직업의 종사자들이 객관적 사실과 자신의 취향을 혼동하는 것도 모자라 그것을 바탕삼아 타인을 훈계하려 하는 꼴을 매일 본다. 
이것은 요즘만의 일이 아니라 고래로 부터 내려오는 인간사의 장면이어서,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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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5일 일요일

광주에서 공연

4:00 AM
오늘은 몇 주 만에 다시 광주에서 공연을 한다. 
이동하는 버스에서 잠을 자면 될 것이라는 대책없는 마음가짐으로 밤을 새우는 중이다. 
맥북은 또 두 번 자동으로 꺼졌다. 기계나 주인넘이나 잠이 모자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러다 나도 픽 하고 꺼져 버릴지도 모르겠다.

11:00 AM
지금 김창완 밴드는 승합차에 멤버들이 함께 타고 광주로 가는 중이다. 운전은 제일 연장자... 리더분이 하고 계심. 11인승 승합차를 오토바이가 질주하듯이 운전하고 계심... 
앞 자리에 앉은 나는 집에서 책상정리라도 해놓고 올걸... 고마왔던 분들에게 편지라도 남겨둘걸...하고 있는 중이다.


2:20 PM
김창완 밴드. 전원 무사히 광주에 도착. 예쁜 동네의 식당에 들어왔다.



11:00 PM
무사히 공연 잘 마치고 돌아가는 길. 운전은 상훈씨가 하고 있다.
이제 나는 앞 자리에서 생명의 위험 없이 조금 졸다가 운전을 교대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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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3일 금요일

피로가 쌓일대로 쌓였다.

오후에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가 거울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 눈 밑에 검은 그림자가 문신이라도 한 것 처럼 진하게 드리워져있었다. 좀비가 되어 하루를 보내고 이제 무사히 집에 돌아왔더니, 창 밖으로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허기는 참겠지만 위통을 견디지 못하여, 운전하다가 멈춰서 음식을 사 먹었다.
기운 없이 움직이다가 그만 테이블 위의 간장통을 쓰러뜨려 다 쏟아지게 하고 말았다. 점원 분에게 사과를 드렸더니 넉넉하게 웃어주며 다른 자리를 권해줬다... 너무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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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이 말썽이다.

내일의 일을 준비하던 중 맥북이 저절로 두 번이나 꺼져버렸다. 
무엇을 의심해야하는지 생각해내거나 유닉스 모드로 들어가서 복구를 해보거나 하는 것이 당연할텐데 그냥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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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2일 목요일

밤을 새웠다.



애플 키노트를 보지 말았어야 했다. 
아무 것도 못하고 새벽시간이 다 지났다. 
아이팟 시리즈는 그냥 한 개 씩 다 사두고 싶어졌다.

생각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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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일 수요일

위통

급체로 여겨지는 위통 때문에 저녁 시간을 누워서 보내버렸다. 
나는 내 속의 장기들에게 너무 못할 짓을 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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