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7일 금요일

여름 공연 준비


내가 혹서기 라이브 훈련이라고 말했던 여름 공연 릴레이가 시작됐다.
지난 수 년 간 여름의 가장 더운 기간 마다 공연의 연속이었다.
이제 아프리카 공연도 가능할 것 같다.
내일 공연은 한 시간 분량이고 선곡된 열 대여섯 곡들의 범주가 다양하다.
매니저 미정씨가 백업용 악기를 가져갈 예정이냐고 물어보아서 몇 번 고민을 하다가, 얘만 데리고 가기로. 그런데 이 악기가 세세한 점검이 필요했다. 새벽에 이것 저것 불빛에 비춰보며 닦고 조이고 잘 닦아뒀다.

지난 여름 어떤 곡에서 피크로 연주하던 중에 굵은 줄이 너트에서 빠져나가버리는 일이 생겼어서 헤드에 고무줄을 묶어두고 있다. 계속 (나름) 관리해왔으니까 문제는 없을테지만 신경은 쓰인다. 겨울에 다쳤던 검지 손가락은 조금만 무리하면 자꾸 손톱이 들려지고 있어서 피크를 많이 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펙터는 한 개도 쓰지 않을 예정이다. 올해 들어 이펙터 페달보드를 들고 나간 적이 거의 없다.

오늘 일을 마치고 새 줄로 갈아놓는 것으로 준비를 마쳤다.



.

2012년 7월 5일 목요일

여름을 보내고 있는 고양이


여름을 보내고 있는 고양이...와 여자.
고양이도 여자 고양이.
다 컸는데도 쬐그만 이 고양이는 나보다 집안의 여자를 확실히 더 좋아한다.

고양이 이지는 동물병원의 쇠창살에 갇힌채로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앞발을 뻗어 내 손가락을 꽉 잡았던 녀석이었다. 보호하고 있던 동네 동물병원의 담당자는, 어렸던 요 녀석을 열악한 철사 바닥에 화장실 모래도 없이 가둬두고는, 어디 입양되어지지 않으면 곧 '처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에게 잘 들리도록 말하고 있었다.
몰랐으면 모를까, 집에 돌아와서도 손가락을 꼭 붙잡고 눈을 마주치던 얘가 계속 생각나서 아내에게 아무래도 데려오고 싶다고 했던 사람은 바로.... 나였는데!

요뇬이 내 곁에는 잘 오지도 않고 집안의 여자를 친엄마로 굳게 믿고 산다.
그래서 나는 뭔가 무척 억울하다.



.

2012년 7월 2일 월요일

자전거 일주일 째


자전거를 구입한지 이레.
지난 주에 작정하고 자전거를 샀던 이후로 오늘까지, 지방에 공연하러갔던 날 외에는 매일 자전거를 탔다. 아이처럼 신나하며 달렸다.
그 짧은 며칠 동안 집 근처 강변 자전거길에는 백여 미터 구간에 새로 아스팔트가 뿌려졌다. 자전거 도로에 문제가 있었는지 아니면 뭔가 파손되었었는지, 마침 한참 공사중일 때에 나는 그 곁을 지나가고 있었다.
내가 처음 이 동네에 이사왔을 때엔 작은 하천에도 물이 많아서 언제나 물 흐르는 소리, 새소리,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여름을 보냈다. 여름날 아침이면 아파트 베란다 앞을 유유히 날고 있는 큰 새들을 구경하며 아름다움에 탄식한 적도 많았었다.
이제는 내 집 앞에서도, 강을 따라 한번에 이어버린 자전거 도로의 일부라는 집 근처 자전거길 주변에서도, 풀벌레 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새들도 다 쫓겨났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강과 강가의 땅에 아름답게 경계를 그어 놓은 자전거길 양 옆으로는 가뭄으로 말라버린 실개천과, 터전을 잃고 노숙자처럼 배회하는 새들이 몇 마리 보였다.
낮에 집을 나설 때에는 팔당의 자전거길을 달리며 집 가까운 곳에 이런 길이 있었다니 좋군...이라고 생각했는데, 배가 고파 들렀던 식당에서 만났던 할머니, 그곳이 고향이라고 하시던 국수집 할머니는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삼십여년 유기농 농사를 짓던 분들은 쫓겨나고 그 농지는 '친환경적'이고 누군가들의 건강에는 좋다는 자전거길에 관통당해 죽어버렸다.

그 길을 따라 다시 돌아올 때엔 마음이 좋지 않았다. 길 옆에 일부러 심어둔 꽃들이 예쁘게 말라가고 있었다. 휴일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길 위에 피난민들처럼 꼬리를 물고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큰 비가 내리면 하루 아침에 뻘로 변할지도 모르는 자전거길을 위해서는 계속 가뭄이 이어져야 좋을 것 같았다. 그 많은 자전거 바퀴와 사람들의 운동화들은 강을 따라 만들어진 길을 걷고 달리고는 있지만 그 곳에 가본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들은 강가에 우거져있었을 수풀을 보아야할 이유도, 지역의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구경할 이유도 없으니까, 뭐 괜찮을거다. 물과 먹을 것을 보충할 편의점이나 강가에 즐비해지면 좋아할 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그 길이 지루해져버렸다.

심어진지 얼마되지 않은 가느다란 가로수 곁으로, 깎이고 베어진 산이 보이는 고운 이 동네.

떠나버린 새들과 점점 숫자가 줄고 있는 동양하루살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자전거를 구입한지 겨우 일곱 날 만에 내가 뭔가 잘못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사람들이 잘 쓰고 잘 가꾸고 행정을 잘 하면, 이 인위적인 길도 풍경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건강해질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날이 된다고 해도 이미 훼손되어지고 희생되어진 것은 다시 살아나 줄리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