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30일 금요일

가을이 되었다.


새벽, 창문을 지나가는 바람이 서늘했다.
가을이 되었다.
나는 웃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배불러 하기도 하며 매일을 산다.
고양이 순이가 없는 첫 가을을 보낸다.
이 해의 여름은 고약했다.

볕이 고왔던 오후에 고양이 이지가 창문 앞에서 졸고 있었다.
작은 고양이의 숨소리가 행복하게 들렸다.
나는 셔터 소리에 잠을 깨어버린 고양이를 살며시 들어서, 꼭 껴안아 보았다.



2016년 9월 11일 일요일

말들의 숨소리를 들었다.


몽골로 우리를 초대하셨던 분은 관광지를 안내하고, 말을 타 본다거나 양고기를 맛 볼 수 있게 해주시느라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다.

그렇지만 나는 평소의 생각 때문에, 그런 것을 즐기고 싶지 않았다.
매번 정중히 사양할 때 마다 죄송스러워했다.

거듭 권유하는 말씀과 신경 써 주시는 마음 때문에 나는 더 사양하지 못하고 결국 몽골에서의 마지막 날에는 일행과 동행하여 초원에 함께 갔었다. 물론 말을 타거나 양고기를 먹는 일은 하지 않았다. 단지 넓은 땅을 걸어 보았을 뿐이었지만 나름 한적하게 쉬는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평야를 걷다가 뼈와 가죽이 일부 남아 있는 말의 시체를 만났다.
반쯤은 땅에 묻혀 있었고 나머지 부분은 주변에 흩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말들은 관광객의 유희를 위해 사람을 태우고 뚜벅 뚜벅 걷고 걷다가 생을 마친다. 고단하지 않은 삶이 없고 짐승으로서 고통스럽지 않은 생이 있겠느냐만, 나는 사람들이 이런 일을 점점 삼가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말들은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나는 오래 전에 행복한 얼굴의 말을 가까이에서 만져보고 지켜보았던 적이 있었다. 행복한 개와 말들은 허세를 부리거나 자존심을 세우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힘들어하는 동물들을 보면 한참 동안 마음이 좋지 않아서 괴롭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앉아서 쉬려 하는 말의 뺨에 손을 대어 어루만지고 싶어했는데, 주변에 흩어진 말의 똥 무더기를 피하려다가 넘어질 뻔 했다. 따분한 낮 시간을 보내던 말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올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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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10일 토요일

초원에서.


몽골의 초원을 산책 삼아 걸었다.
드넓은 곳을 잠깐 걸어보겠다고 했다가, 거리를 가늠하지 못하여 그만 두 시간을 걷게 되었다.
물가에 몽골 사람들이 자동차에서 내려 불을 피우고 둥글게 모여 앉아 있었다.
그들이 근처를 지나던 나를 불러 초대를 했다.
출발 전에 간단하게 외워두었던 몽골의 인사를 말했더니 그들도 짤막한 우리말로 대답을 해줬다.
한 사람이 건네어 준 따뜻한 차는 맛이 있었다. 금세 몸이 따뜻해졌다.
가득 담아준 차를 모두 마시고 흐르는 강물에 몸을 숙여 컵을 대충이나마 씻어서 돌려줬다.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그들은 자동차에 오르더니 그곳을 떠났다.
근처에 모여 앉아 있던 까마귀들이 동료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았더니 어느새 여러 마리의 까마귀가 그곳에 날아와 사람들이 남기고 간 간식을 나눠 먹고 있었다.



2016년 9월 8일 목요일

몽골에서 공연을 했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공연을 했다.
하늘은 넓고 맑았다.
저녁이 되어가면서 건조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며칠 전 파주와 안동에서 야외공연을 했을 때에 베이스의 네크에 습기가 가득했던 것이 기억났다. 몽골에서는 악기의 나무가 바짝 마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공연을 준비하셨던 분들이 작은 것에도 많은 신경을 써주셨기 때문에 편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


2016년 9월 4일 일요일

안동에서 공연을 했다.


안동의 고택마을에서 공연을 했다.
낮에 도착하여 한옥을 구경하며 주변을 걸었다.
풍경이 좋았다.

낮에 몸을 숙여 들여다 보았던 논 주변의 물이 하도 맑아서 쪼그려 앉아 다슬기와 잠자리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2016년 9월 3일 토요일

파주에서 공연을 했다.


파주에서 공연을 했다.
포크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하고 있는 행사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전에도 연주하러 왔던 적이 있었다.

오랜만에 탁 트인 넓은 장소였다.
리허설을 할 때에 사진을 찍었다.
행사장에서 반가운 옛 동료들, 언제나 지나가며 인사하고 지내는 연주인들을 만났다.
덥고 습했던 탓이었는지 몸이 쉽게 지쳤다.
집에 돌아오는 길이 멀게 느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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