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7일 목요일

고양이 꼼이 아프다.


열 두 살 하고 여덟 달 나이가 된 고양이 꼼이가 아프다.
부쩍 뼈가 만져질 정도로 말라서 그동안 우리는 고양이에게 강제로 사료라도 더 많이 먹이려고만 했었다. 지난 주에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했고 진단을 받아 한 주일 동안 통원치료를 했다. 동물병원에도 사정이 있었어서 빨리 입원을 할 수 없었다. 매일 병원에 다니는 치료로는 나빠진 수치가 좋아지지 않았다. 시간을 더 허비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엊그제 진료 후 고양이 꼼을 동물병원에 입원 시켰다.

이틀 정도 지나자 얼굴 표정이 조금 나아졌다. 병원에서는 우리가 찾아가기 전에 직원 분이 직접 사진을 찍어서 아침 일찍 보내줬다.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가 아플 때 마다, 고양이가 아프다는 것을 더 일찍 알지 못했던 것이 항상 미안하고 후회스럽다. 이번에는 늦기 전에 치료할 수 있어서 다행인 결과가 되어지길 바라고 있다.

뉴스 화면은 온통 바이러스, 전염병, 이상한 종교와 더 이상한 정치집단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고양이 꼼을 돌보러 동물병원에 가면 여러 마리의 강아지들과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고 함께 데려온 동물들은 너무 발랄하거나 간혹 가여운 상태가 되어 있었다. 처음 보는 동물들과 사람들이지만 그들 모두 건강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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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4일 금요일

봄이 일찍 오는가 보다.


올해엔 겨울이 조금 일찍 끝나려나 보다.
새벽 공기가 덜 추워서 잠깐 밖에 나가 산책을 했다. 강가에는 안개가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조용히 열었더니 고양이 꼼이 높고 좁은 곳에 올라가 나를 내려다 보았다. 깜깜하면 고양이가 뛰어 내려올 때에 다치기라도 할까봐 전등을 켜둔 채로 놓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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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1일 화요일

영화.


지난 몇 달 동안 내가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에 관한 소식들이 풍성했었다.
새해의 첫 달에는 봉준호 감독의 수 많은 스피치들을 찾아보며 재미있어 했다. 통역가라기 보다는 문학인에 가까운 샤론 최라는 분이 유명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오늘 미국에서, 감독과 그 영화는 오스카 상을 여러 개 받았다. 기분이 좋았다.

영화는 주관적이고 비타협적인 경험이다. 남들이 역겹다고 하는 영화가 나에게는 아름다울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열광하는 영화가 나에게는 참고 봐주기에 고통스러운 경우도 많다. 그래서 영화가 나올 때 마다 평론을 하고 대중들을 대상으로 리뷰를 해주는 분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객관화된 특별한 능력인 것 같다.
올해 그 시상식에 한국영화 한 편과 함께 후보에 올랐던 영화들을 대부분 보았다. 내 취향으로 본다면, 나는 타란티노 감독의 슬픈 동화가 상을 한 개 쯤은 더 받을 줄 알았다. 원테이크처럼 보이도록 찍은 그 영국 전쟁영화는 유치했다. 와이티티 감독의 것은 진부했다. 스콜세지의 영화는 재미있었지만 두 세 번 볼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의 시상식 방송으로 생중계가 다 지나간 다음에서야 뒤늦게 보았다. 집에는 TV가 없고, 있었어도 굳이 그 종편 방송에서 보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오스카상 중계 전체를, 그것도 레드 카펫 인터뷰 부터 몇 시간 동안 보았다.
내가 어렸던 시절에는 일본어의 흔적이었던 '방화' (邦畵) 라는 명칭으로 '국산 영화'를 불렀었다. 큰 극장에는 주로 당시에 화제였던 미국영화를 보러 다녔다. '방화'는 주로 한적한 동네에서 '동시 상영'을 하는 극장으로 보러 다녔었다. 그랬던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의 한국 영화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도 우리 말로 만들어진 좋은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것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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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


친구들과 함께 하고있는 밴드의 사진이 필요하여, 사진을 찍으러 오전에 남산으로 갔다.
평일 오전에 남산 도서관 앞은 한산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계속 지나다녔다. 하늘은 오랜만에 맑았다.

촬영을 마치고 근처에 있는 기사식당에서 양이 많이 나오는 그 돈까스를 멤버들과 함께 먹었다. 나는 삼분의 일 정도를 남겨야 했다. 명동과 퇴계로를 자주 쏘다니던 어린 시절에는 어떻게 그 큰 접시를 싹싹 비웠는지 모르겠다.

사진 찍는 일을 마쳤고, 이제 다음 주에는 지난 가을에 녹음했던 음악이 발매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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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3일 월요일

겨울을 보낸다.


귀여운 식구들이 아침 마다 창가에 모여 앉아 새를 구경한다.
비둘기와 참새와 직박구리들이 베란다 창가에 매일 비슷한 시간에 찾아 오고 있다. 막내 고양이 깜이는 새들을 보는 것이 정말 재미있는가 보다. 오늘 아침 깜이는 굳이 내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자다가 반쯤 열어둔 커텐 사이로 새들을 구경하느라 잠을 깨었던 것 같다. 나는 잠결에 이 장면을 찍어 놓고 다시 눈을 감고 조금 더 자버렸다.

어릴 적에 나는 겨울을 좋아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 추운 날들이 싫어졌다.
집안의 화분에는 새로 싹이 나는 여린 풀들이 보인다. 어서 따스한 바람 들어오는 계절이 시작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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