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31일 월요일

카페에서 연주

나는 처음에 일어서면 천장에 머리가 닿는 작은 카페에서 연주를 시작했었다.
그 때는 그런 곳이 지금보다 많았다. 연주하다 보면 내 무릎에 손님의 발 끝이 닿거나 하는 정도의 공간이었다. 지금도 나는 매일 그런 곳에서 연주하면서 지내고 싶다.
오래된 친구와의 연주라면 더없이 좋다.

다만 악보를 보며 서로 소리내어 책을 읽듯이 하고 있는 것이 답답했다. 다 외버리면 제일 좋겠지만 잘 알지 못하는 분과 함께 하다보면 익숙하지 않은 곡들이 더러 있어서 어쩔 수 없다... 가능한 지난 번에 한 번 해봤던 것은 외우고 있는 것으로 하고 있는데, 사실은 나의 기억력을 그다지 신뢰하지 못하여 또 책을 펴놓게 되고 만다. 쳐다보지 않더라도 앞에 두고 있으면 안심이 된다는 느낌 때문이다.
자주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여의치 않다. 이런 곳에서 자주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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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30일 일요일

'라이브 세션'

몇 주 전에 녹화했던 어느 프로그램이 방송되기 시작했다.
인터넷 방송으로 모바일 서비스를 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했는데, SK의 서비스이니 아이폰에서는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컴퓨터로 볼 수 있다고 했었어서 '티스토어' 사이트에 가보니 회원가입을 요구했다.
가입해버릴까 생각해봤지만 PC매니저가 있어야 다운로드가 가능하다고 써있었다. 매킨토시에서는 가입도 할 수 없었다.
옛 '하나TV"가 SK의 B TV로 변해서 셋탑으로 볼 수 있을 줄 알았더니 거기엔 아예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었다.
이 날의 연주가 궁금한 이유는 윤기형님이 합류하자 마자 첫 번째 대외적인 연주의 기록이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유튜브에서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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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29일 토요일

5월도 지나갔다.

블로그에 글을 거의 써놓지 못했던 이유는 트위터에 매일 끄적이는 낙서들과 잡담 때문이기도 했고, 아이폰으로 대부분의 소비활동을 하다보니 컴퓨터를 잘 열지 않게 되어졌어서였기도 했다.

그리고 그동안 읽은 것이 너무 없었다.

매일 마주치게 되는 새로운 진상들, 찌질이 여러분들에게 몸에 배인 친절을 언뜻 비췄다가 혼자 돌아서서 민망해하기도 했다.

나도 누군가들에게는 진상짓, 찌질이의 모습을 보이며 나이 먹어왔을테지. 그들을 거울 삼아 매무새를 다듬으며 살면 되겠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아뿔싸 이런 식으로 나이들며 무감각해져버리는 건가하여 흠칫 놀라기도 하고.

읽다가 멈춰둔 책은 딱 읽은 곳 까지만 책장이 벌어져서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오면 그 부분만 팔랑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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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28일 금요일

아이폰 뻘짓.

작년 겨울에 JK형님이 선물로 주셨던 아이폰 스킨을 붙였다.
탈옥한 아이폰은 무엇을 새로 해보려고만 하면 먹통이 되고는 했다.

새로 도착한 콩을 갈아 커피를 마시며 웨스 몽고메리와 지미 스미스의 음반을 들었다.
담배를 연달아 피우고 다시 방에 돌아와 처음 부터 다시 복원, 복구를 반복....
이번엔 전화기가 활성화 되지 않는다는 불안한 메세지가 보였다.

몇 달 전 내 정보가 KT에서 다 사라져버리고 말았을 때 내가 했던 뻘짓을 기록해둔 것이 기억나서 그것을 다시 읽어보고,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다시 커피 한 컵 더 마시고 AccuRadio에서 Kurt Rosenwinkel의 음악을 한 곡 들었다.
아침 여덟시에 모든 설정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이폰을 주물럭거리며 안경테를 고치거나 TV 리모콘을 만지듯 뚝딱 뚝딱 잘도 고치고 바꾸고 하는 재근형님이 생각났다. 

생각난 김에 선물로 주셨던 Gela Skins 붙여놓고 배경화면도 바꿔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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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4일 금요일

순이는 변신 중

이런 일이 흔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지난 번 수술 후에 고양이 순이의 눈가에 밝은 색 털이 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점점 번지면서 얼굴 전체가 밝은색으로 변하고 있는 것. 짧은 털이 아닌 것으로 보아 새로 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얼굴 부분만 털의 색상이 변하고 있는 중인 것이었다.
호르몬의 작용이라거나... 그런 것이 이유인걸까. 아직은 알 수가 없다.
다시 토실 토실 살이 오르고 표정은 편안한데 전보다 자주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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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5일 수요일

아이폰 완전탈옥

아이폰의 오에스를 3.1.3으로 업데이트하고 다시 탈옥을 해봤다.
이번엔 완전탈옥이라고들 말하는, 아이폰의 전원이 꺼져도 별도의 수작업이 필요없이 다시 켜서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해보는 이유는 아마도 아직은 정식 OS가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에 전화기의 모든 정보가 KT의 서버에서 사라져버렸었다. 내 잘못이었다. 그때에 큰 곤란을 겪었던 일로 수 십번 재 설치를 거듭하여 겨우 복구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백업을 해왔다. Cydia를 통한 것들은 Apt Backup을 사용했는데 이번에 그 덕을 봤다. 백업해둔 설정까지 말끔히 복원할 수 있었다. 시스템의 설정들을 잊을까봐 그림 파일로 남겨뒀던 것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해줬다.
탈옥이 필요 없게될 오에스는 언제쯤 나와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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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2일 일요일

편안하고픈 고양이

우리집 연장자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들이 귀찮게 하는 것이 싫다.
그냥 조용하고 따뜻한 곳이면 좋으니까 성가시게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그런데 젊고 어린 냥이들은 도무지 공경할줄 모르고 놀자고 덤비고 장난을 거느라 괴롭힌다.
어제도 셋째 꼬맹이 넘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등이며 옆구리를 맞고 물렸다고 했다.

큰 언니 고양이를 괴롭힌 꼬맹이는 그만 큰 언니 발톱에 맞아 코에 상처를 입었다.
집에 들어오니 사람 아내가 또 기운이 쪽 빠진채로 앉아있었다.
고양이와 아내가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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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일 토요일

순이가 나았다.

아픈 곳이 다 나은 후 순이는 하루 종일 칭얼거리며 종알 종알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닭고기 캔을 원했던 것이었나보다.
수술 후 체중이 줄었는데도 사료를 조금만 먹고 있어서 걱정했었다. 그러다 닭고기 사료를 줬더니 한 그릇을 뚝딱했다고 들었다. 깨끗하게 폭식을 한 뒤 세수하고 쿨쿨 자고. 그 후로 칭얼 칭얼이 멎었다.

표정은 밝고 눈망울은 초롱 초롱. 이제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 아내가 찍어놓은 사진을 보니 고양이 눈동자에 아이폰이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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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레슨을 준비했다. 아내가 갈아서 준 삶은 콩을 한 컵 마시고 밴드 합주를 하러 나갔다. 오후 네 시 다 되어 겨우 한 끼 식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긴 시간 운전을 했다. 저녁의 일은 밤 열 시에 끝이 났다. 배가 무척 고팠다.
현관문을 열고 막 집으로 들어왔다. 집안 공기가 상쾌하고 좋은 냄새도 났다. 설거지대 앞에서 그릇을 씻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보고는, 할말을 잊었다. 눈 아래에 짙게 그늘이 생겼고 하루 사이에 야위어진 모습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술받은 고양이 순이는 하루 종일 종알거리며 쫓아다니고 수다를 떠는데 잠시도 조용하지 않고, 뭘 요구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큰 언니 고양이는 아내가 조금만 자리를 비워도 악을 쓰며 울어댔다. 그렇다고 품에 안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막내 고양이는 잠깐 한 눈을 판 사이에 그만 깨끗하게 청소를 한 뒤 푸른색 세정액을 풀어놓은 변기 속에 빠져서 꽥꽥거리며 허우적대더라는 것. 뛰어가 고양이를 꺼내어주고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셋째 고양이가 눈을 희번득 거리며 다른 사고를 쳤단다.

막내 고양이를 구출하여 난데없는 목욕을 시작하려는데, 야단맞을까봐 겁이 났었는지 물 세례에 놀랐었는지 꼬마 냥이는 발톱을 휘둘러서 그만 아내의 입술에 피가 흐르는 상처까지 내고 말았다.

아침 부터 시작한 청소는 그 덕분에 밤이 되어서도 끝나지 않았고. 설거지통을 보니 한숨만 나오고.
아내의 얼굴을 보니 이건 뭐 마치 잘못을 한 것 처럼 미안했다.
내가 집에 왔을때에는 고양이들이 조용히 각자 자리잡고 잠을 자고 있었다. 하루종일 난리를 떨며 놀았으니 그들은 아마도 잠을 푹 잘것이었다.
지쳐버린 아내는 엎드린채 잠들어버렸다. 나는 아내가 그 와중에 만들어 놓은 음식을 먹고 조용히 집안을 걸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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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을 쬐며 커피 한 잔

합주를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오후, 밖은 바람이 불고 꽃들이 얻어맞는듯 흔들리고 있었다. 햇빛이 눈부시게 비추고 있는 탁자 위에 커피 한 잔이 올려졌다.
흰 커피 잔과 스푼이 부록으로 따라온, 햇빛 가득한 오후의 몇 분이 하도 눈이 부셔서 나는 실눈을 뜨고 코를 벌름거리며 한 모금씩 천천히 마셨다.
조금 전 우연히 흘러나왔을 One More Cup of Coffee는 왜 몇 십년을 들어도 나머지 가사는 외우지 못했느냐는 생각도 해보고,
힘든 노동을 해본 적 없는 내 못생긴 손가락은 옆자리 음악선배의 굵고 세월로 주름진 손에 비해 꽤나 형편없다는 생각도 해봤다.

왼손에 만지작거리던 아이폰, 다음 일정을 재촉하는 알람 소리가 울렸다.
아직 따뜻한 커피를 털어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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