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9일 일요일

각성상태...

지나치게 말똥 말똥. 잠을 잘 수 없다. 
이번엔 피곤해서가 아니라 친구가 만들어 주는 진하디 진한 에스프레소를 몇 컵 그냥 마셔버렸기 때문이다.
계속 각성 상태이다. 친구가 뜨거운 물을 섞어서 마시라고 곁에 주전자도 가져다 줬었는데, 나는 생각없이 원액에 가까운 커피를 벌컥 벌컥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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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28일 토요일

고양이 화장실

왼쪽은 암고양이 화장실, 오른쪽은 숫넘 고양이 화장실.
(거짓말. 그런게 있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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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16일 월요일

비오는 날

구름 속을 걷는 듯, 습기가 가득했던 하루였다. 결국 공연 시간에 맞춰 폭우가 쏟아졌다. 얼굴에 뿌려지는 빗방울들이 시원했다. 마이크에 입술이 닿으면 지지직 따갑고 아픈 전기가 흘렀다.
비오는 날의 야외공연, 홈빡 젖어버리는 것이 연주를 방해했던 것은 아니었다. 소리와 음악에 존경심이 없는 사람들이 기계를 다루는 바람에 사운드가 나쁘기는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다.
집에 돌아와 냉방기계를 틀어놓고 악기들을 말렸다. 내일도 야외공연이고 비가 내릴 확률이 높다고 했다.

몇 년 전 쉬지 않고 비가 내리던 밤에 급조된 비닐 지붕 아래에서 공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연주하는 내내 비닐과 처마, 사람들의 우산, 나뭇잎에 소란스럽게 떨어지던 빗물의 소리가 함께 섞였었다. 아무리 잘 녹음을 해도 재현될 수 없을 것 같았던 소리의 경험이었다. 한 곡이 끝날 때 마다 빗소리가 빈 곳을 가득 메워주던 그날 밤이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예정보다 몇 분 앞당겨 공연을 마치고 다시 비에 흠씬 두들겨 맞으며 악기를 챙겨 공연장을 빠져나와 차에 올라탔다. 그랬더니 거짓말 처럼 비가 멈췄다.
아직도 가방은 덜 짜서 널어둔 빨래처럼 축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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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12일 목요일

운수 좋았던 날

어제 아침, 잠이 덜 깬 채로 아이팟과 이어폰을 찾고 있었다. 이어폰의 모양이 약간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끊어져 있었다. 무슨 일인지 생각해내려는 중에 곁에 따라왔던 막내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이 녀석이 갑자기 무서워하며 꼬리를 감고 도망을 쳤다. 으악, 이뇬....!
가장 애용하던 이어폰이었는데, 이 전과자 고양이는 벌써 이어폰만 두 개 째 끊어놓았다. 그것도 비싼 것으로만!

낮에는 갑자기 분주한 일이 생겨 허둥대던 중에 담배불을 붙이다가 그만 라이터를 잘 못 켜서 엄지 손톱이 또각, 부러졌다. 이거 뭔가 운수가 나쁜 날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지.

오후에는 강변북로 원효대교에서 마포대교 방향으로 진행 중에 갑자기 앞서 가던 큰 트럭에서 알 수 없는 물체가 내 앞에 떨어졌다. 청명한 소리를 내면서 자동차 앞유리에 뭔가가 부딪혔는데 처음엔 유리가 멀쩡한 줄 알았다. 5분이나 지났을까, 운전 중인 내 눈에 자동차 유리가 조금씩 갈라지고 있는 것이 느린 속도로 보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완전히 금이 가버렸고 점점 그 금은 길어지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잠깐 신기해하다가, 오늘 정말 제대로 나빠지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끝내주는 하루였다. 아이팟을 엉뚱한 걸 들고 나오는 바람에 들었어야 할 음악을 못 들었고, 담배는 떨어졌는데 새 것을 살 틈도 없이 밤 열 시 까지 견뎌야했고, 따라 마시려던 커피를 엎질러 청바지를 적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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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7일 토요일

반가왔던 비

무덥고 음습한 여름이다.
버럭 쏟아졌던 소나기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자동차 지붕 위에 물방울들이 기분좋게 부딪혔다.

몸은 눅눅하고 마음도 축축하다.
순조롭다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인생이란걸 진작 알아뒀던게 다행이지. 일상 속에 강약이 있고 엇박자가 난무하니 재미있다. 재미없어도 뭐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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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3일 화요일

카세트 테이프

에릭 사티를 나에게 소개해줬던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의 이름도 얼굴도 잊고 말았다.
음악을 녹음한 카세트 테이프를 빌려주면서 ' 원판을 크롬 테이프에 담은 것이니까 흠집 내지 말고 돌려달라' 라고 말했다.

그런 말을 듣고서야 마음이 쓰여서, 원... 앞면을 들어보고 다음 날 돌려줘버렸다.
그리고 명동까지 가서 겨우 비닐판을 한 장 사가지고 돌아왔었다. 디아파송이었던가.

이제는 이름도 얼굴도 기억이 안나는 그 친구는 나에게 짐노페디가 무슨 뜻인지 아느냐며 우쭐대기도 했었던 것 같은데. 걔는 아직도 음악을 들을까. 그다지 궁금하지는 않지만. 문득 그 녀석에겐 에릭 사티 음악 '원판 ' 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들었다.

어디에 음반 소개를 할 일이 있어서 브래드 멜다우의 음반을 여러번 듣고 있었다.
낮에 방정리를 하느라 시디를 이리 저리 뺐다 꽂았다 했더니 연상이 되었던 것인지, 갑자기 에릭 사티의 음악이 생각이 났는데 지금 나에겐 음반이 없다. 모리스 라벨도 없다. 다 어디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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