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28일 토요일

연휴 보내기.


아픈 곳이 없는데 며칠 동안 계속 몸이 이상했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며 살아야 잘 돌아다닐텐데.
약간의 감기기운이 느껴졌을 때에 한 번 더 새벽 달리기를 다녀왔다.
안개 자욱한 강가에서 뛰는 행위는 약간 우스꽝스럽다. 운동하기엔 조금 음습한 배경이다.
땀을 식히지 않은 채 더운물에 목욕을 하고, 충분히 자고 일어났다.

일어나 보니 순이가 인사도 받아주지 않고 화가 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물그릇과 밥그릇이 비워져 있었던 것이었다.
미안했다. 내가 잊었던 것이 아니었는데... 정신을 잃고 잠을 자버렸지 뭐야.
고양이 순이는 뒤늦은 식사를 마친 뒤에 계속 의자를 차지하고는, 단단히 삐쳐있었다.
나는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이름을 부르며 장난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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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26일 목요일

고요함.



아무리 빠르고 소란한 음악이라고 해도 고요한 순간들이 있다고 했다.
요즘은 그런 고요함을 자주 느낀다. 오만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어떤 여유가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연이 끝나고 어느 분이 찍어준 사진들을 보았더니 언젠가부터 나의 몸짓도 변해져있었나 보다. 자세도 그렇고.
긴 연주를 끝내고 나서도 허리와 다리가 아프지 않았다. 긴장하더라도 움츠러들지 않고 기분을 내더라도 흥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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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23일 월요일

녹음실.



이 달의 세 번째 녹음실.
오늘 갔었던 이 녹음실의 프리앰프도 참 좋았다.
베이스만을 위한 좋은 프리앰프들이 많이 있다. 언젠가 좋은 것으로 한 개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난 주의 녹음실과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맥 오에스에 프로툴즈, 그리고 엔지니어는 모두 여자분들이었다.
이런 녹음실에만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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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21일 토요일

전화기를 사야한다.



잠을 못 자다가 겨우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런데 잠결에 진동으로 해뒀던 전화기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에 놀라서 깨었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화가 났던 것도 아니었는데, 너무 침착하게 눈을 감은채 전화기를 잡아서 벽에다 냅다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그 직후에 눈을 크게 뜨고 벌떡 일어났다. 고양이 순이가 맞았으면 어떻게 하지?
전화기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순이는 자고 있다가 괜한 소란이 싫다는 듯 침대 밑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런데 지금 전화기의 전원이 더 이상 켜지지 않는다.

어제 다녀왔던 녹음실에서 사진을 찍어왔다.
맨 위의 api 프리앰프 소리가 좋았다.
아발론과 저것을 번갈아 사용해보았다.

그리고 이제 전화기를 새로 구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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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7일 토요일

집에 가고 싶다.


정초부터 계속되었던 일들 때문에 정신을 못차렸다.
나는 뭐니뭐니 해도 '노는 시간'이 보장되어야 계속 움직이고 일할 수 있다.
자꾸 길을 잃은 것 같고, 뭔가를 잃어버리고 다니는 것 같았다.
상실감인지 우울함이지, 바쁠수록, 연주를 많이 할수록, 집에 돌아오는 길이 쓸쓸했다. 살고 있지만 어쩐지 내집은 아닌 기분.
악기의 줄을 갈아 매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그것을 구경하는 순이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 뒤통수가 귀여워서 나는 그만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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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4일 수요일

피곤하다.

목을 죄어오는 타이에 익숙해지고, 인간미라고는 없는 여관 - 신라호텔의 구린 분위기도 이제는 눈 감고 넘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슬슬 몸이 피곤해졌다. 아직 연주할 날이 더 남아있으니 너무 피로하지 않게 조절을 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올해엔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잘도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집에 돌아와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들었다. 그런데 꿈에서 많은 고양이들이 나타났다. 나는 그들과 일일이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을 들어주고 하느라 꿈속에서 피곤해지고 있었다. 피곤한 꿈을 꾸고 있다가 깨어났더니, 내 고양이 순이가 내 발을 깨물고 껴안으며 놀고 있었다. 떼를 지어 나타난 고양이 꿈을 꾸다니, 원.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를 깨우고 이메일을 확인했다. 그 중 기이한 내용이 있었다. 리차드 보나의 홈페이지가 해킹을 당하여 팬들이 남겼던 메세지들 중의 일부가 삭제되었다는 것에 대한 사과의 메일이 와있었다. 보나의 홈페이지에 가서 지난해 여름 내가 써뒀던 메세지를 찾아보았더니 과연 사라지도 없었다. 내 메세지와 함께 그가 직접 남겨줬던 답글도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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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2일 월요일

2006

밤 열 한 시 삼십 분에 잠들었다가 깨어났더니 새벽 한 시가 되어있었다.
세상은 2006년으로 바뀌어져있었다.

새해 첫 날은 신라호텔 로비에서 재즈연주를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아흐레 동안 하게 되었다.
하루 일을 했을 뿐인데 남아있는 여덟 날을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연주하는 일은 힘들 것이 없고, 함께 연주하는 친구들도 좋다. 밤새 긴 시간 연주하는 것은 여전히 즐겁다. 그런 것은 괜찮다.

그러나 양복에 타이를 졸라 매고있어야 하는 것이 제일 나쁘다. 그냥 너무 싫다.
그리고 그다지 힘 있어 보이지도 않는 하급 관리직 직원들의 고압적인 자세라니. 그들 곁을 지나갈 때에 무슨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나는 숨을 잠시 참는다.

이번 일이 끝나면 새 청바지와 셔츠를 사러가고 싶다.
운동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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