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30일 금요일

계속 공연중이다.


스페이스 공감의 백피디님이 정말 친절하게 편집해주셨다.
화면으로 그날의 연주를 들었더니 부끄러웠다. 호기만 부리고 건방을 떨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Radial에서 만든 D.I. Box는 아무래도 영 이상하다. 값도 비싸던데 왜 이상할까. 전달되어야할 소리를 자꾸 감춰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앰프 캐비넷에 별도로 마이크를 설치해줘서 고마왔다. D.I.의 선택도 엔지니어분의 의도와 생각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이번 공연엔 원래의 내 방법대로 필터류를 맨 앞에, 콤프와 시그널 부스터 등등을 거쳐서 퍼즈를 맨 뒤에 뒀다. 베이스용 머프가 조용하고 부드러워서 듣기에 괜찮은 듯 했다.
공연이 많고 레슨을 하느라 쉬지 못하는 생활이 힘들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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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9일 목요일

가을


월요일, 이번 공연의 마지막 연습을 마치고 나왔더니 주차장에 가득 은행잎이 물들어 있었다.
차창에 수북히 쌓여있는 은행잎을 그대로 묻힌채 도로를 달렸다.

며칠 동안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집에 돌아와 뉴스를 읽느라 몇 시간을 보냈다.
재보선 선거. 양산은 그렇다치고, 나와 관련이 없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꼭 있는 것도 아닌, 강릉은 뭔가 싶었다.
두환이와 태우들의 사진을 자랑스럽다며 붙여놓았다는 대구공고의 교사들은 또 뭔가.
강릉은 가망이 없는 고장인 것일까.

좋은 말, 좋은 생각, 가능하면 불만보다는 자족하기로 마음 먹어도 늘 눈에 보이고 밟히는 것들이 많기만 하다.
감기 걸리면 정말 큰일이라고 생각하여 신체리듬 어지럽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스타킹 재질로 되어있는 의상을 입어야했다.
두 시간 동안 흘린 땀을 배출도 흡수도 하지 않는 옷 때문에 찬바람이 들었다. 결국 감기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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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8일 수요일

고양이들이 뛰어 놀았다.


아내가 고양이들과 놀아주면 고양이들은 높이뛰기를 한다.


키 차이가 많이 나는 꼼과 이지는 서로의 얼굴을 살피기도 하면서 즐거워했다.


장난하기 좋아하고 놀고싶어서 언제나 안달이었던 꼼과 함께 놀아주는 상대는 언제나 이지이다. 막내 고양이 이지 덕분에 꼼이 더 많이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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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4일 토요일

Thank You, Bona


지난 초여름에 리차드 보나의 새 음반이 나온다는 소식을 보았다.  심지어 음반 발매기념 투어가 시작되었다며 스케줄이 공개되어있었다. 그러나 음반을 팔고 있는 곳은 없었다.
지난 달이 되어서야 아마존에 출시일자가 표시되기 시작했다.
지난 주 수요일 음반 발매, 이번에도 일본 아마존을 통해 주문했다.
그저께 주문했는데 오늘 낮에 도착했다.

좋다. 무척 좋다.
이 사람은 걸어다니는 음악 자체라고 생각했다.
이번엔 대부분의 곡에서 이런 악기들을 연주했다. 기타, 베이스, 만돌린, 콘트라베이스, 키보드, 모든 타악기, 그리고 드럼까지. 참여해준 다른 연주자들에 대한 아름다운 감사의 말도 인상적이다.
좋은 음악 덕분에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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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글로 적어두려 하다가, 엔지니어의 세계에 대하여는 그다지 아는 것이 없어서 이 글에 붙여 둔다...

마이클 브렉커의 유작이 되어버린 Pilgrimage, Pat Metheny와 Brad Mehldau의 듀엣 음반, Metheny & Mehldau Quartet, Pat Metheny Trio의 Day Trip 음반에서 보았던 엔지니어 강효민씨가 이 음반의 믹싱에 참여하고 있다. 이 분은 뉴욕의 Legacy 스튜디오에 계신 분으로, 언젠가 신문작가 기자  한 사람이 그래미가 어떻고 하면서 소개를 했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래미상, 대단한거다. 그러나 사람들의 판단 기준이란 고작 수상 여부일뿐이다. 아니면 비욘세나 요요마를 언급하거나.)
검색해보니 Legacy 스튜디오의 하우스 엔지니어로서 이 분의 이름을 구경할 수 있는 음반과 영화, 뮤지컬은 정말 꽤 많았다. 역시 업무상의 일이므로 고되기도 하고 바쁘기도 하시겠지만... 그 훌륭한 음악들의 날 것 상태를 콘솔 앞에서 매만지시다니, 부럽다고 생각했다.

요즘 뉴욕에서 녹음되는, 좋은 음악들의 믹싱과 마스터링은 대충 Legacy 스튜디오와 Sterling 스튜디오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음반 The Ten Shades of Blues는 뉴욕과 인도의 녹음실에서 녹음했고, 믹싱과 마스터링은 위의 순서로 했다. 마스터링은 그렉 칼비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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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0일 화요일

털과의 전쟁



고양이 네 마리와 즐겁게 살고 있다.
고양이 네 마리의 털과 함께 전쟁을 벌이며 살고 있다.


컴퓨터가 최근에 점점 더 심하게 발열하고 팬에서 기이한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결국 맥북을 열어서 청소를 했다. 이렇게 청소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드라이버로 나사 몇 십 개만 풀어주면 되는 일이었다. 해보니 정말 귀찮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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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9일 월요일

막내 노랑이


먹성 좋고 잘 놀고, 무럭무럭 잘 크고 있는 막내 고양이 이지.
건강하게 자라면서 표정과 생김새도 변했다.
아프지 말고 매일 즐겁게 살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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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합주 연습 중에 촬영을 당했다.
월말의 공연을 연습하던 중이었다.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서 이제 월말 공연 전까지 연습은 단 한 번 남았다.
그것만으로 공연이 잘 될 것인지 약간 조마조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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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8일 일요일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연했다.
디자이너가 제공해주신 옷을 입었었다.
리프트로 밀어 올려 고정되는 밴드의 연주 자리는 심하게 흔들렸다. 이러다가 무대가 무너지고 뭔가 사고가 날 것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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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6일 금요일

가을 하늘


하늘만 푸르르다.
다른 것들은 죄다 누렇게 떠버렸는데, 하늘만 파랗게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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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사진


방송 리허설 중이었다.
미니 사이즈의 모니터 스피커를 가리키며 귀엽게 보인다는 잡담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D.I. 로 연결하여 앰프의 사운드는 녹음도 되지 않을 것이면 굳이 왜 앰프를 렌탈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보다는, 베이스의 음색이 D.I.로 녹음되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보편화되어버린 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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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갑자기 연락을 받고 급한 사정이 생긴 연주자 대신에 대리 연주를 하러 가게 되었다. 절묘하게 시간이 맞춰져서 약속시간을 지킬 수 있었다. 우연히도 몇 주 전 건너편 건물 2층에서 그 클럽을 쳐다보며 궁금하군, 한 번 가봐야겠네,라고 했던 장소가 그곳이었다. 연주하는 무대가 창가였는데 아득히 옛 이야기가 되어버린 오래전 이태원, 강변들의 클럽이 생각났다. 익숙한 곡들, 세월이 흘렀어도 그다지 발전이 없는 라이브 클럽의 모양새... 연주하면서 창밖의 풍경을 구경하다가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흔드는 발끝도 보다가... 이렇게 긴장감 없는 것은 곤란하다는 투정도 해보다가.
낯선 장소이지만 졸업한 학교라든가 살았던 동네에 다시 와본듯 친숙했다. 끝없이 스윙하며 밤 새워도 좋다고 생각했다.

벽에 싼값에 박제되어있는 유명한 연주자들의 이름을 하나씩 기억해보면서, 쉬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맨날 쉬는 날이 필요하다며 투덜거렸던 주제에. 아무렴, 쉴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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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5일 목요일

책과 음악


자주 잊으며 살지만, 책과 음악은 언제나 나를 도와줬다.
한 번 읽고 통찰할만한 두뇌가 되지 못하는 대신에 같은 책을 몇 번이나 다시 읽어도 지루해하지 않는 미련함을 지닌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기차를 타는 덕분에 운전을 하지 않으며 이동하는 시간은 꿀맛이다. 아득히 옛일처럼 여겨지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책장 넘기기. 대구를 지날 무렵이던가... 랜덤으로 플레이해놓았던 아이팟에서 오넷 콜맨에 이어 팻 메스니의 80/81, 그리고 다시 Song X의 음악이 우연히 연결되었던 것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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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1일 일요일

스튜디오에서


나는 늘 불평하고 있어서 그곳에 종사하는 분들이 싫어할 것 같다.
그러나 방송이라는 것은 이런 것으로 나는 생각하고 있다.
치밀한 준비 대신에 효율성 극대화, 작가정신 대신에 제품양산 정신으로 일하는 분들이 사이좋게 출퇴근하는 곳. 그러나 결국 효율성도 없고 적절한 제품을 생산하는데에도 벅차하는 곳. 그리고 절대로 제대로 일하지는 않는 회사.
그런 그들의 자긍심은 어디에서 나오는걸까. 바지춤에 매단 사원출입증인걸까, 구내식당 식권인걸까.

뭐 그건 그거고... 어떤 종류라고 해도 스튜디오라는 공간은 기분좋은 곳이다. 그렇게 천장이 높은 곳에서 정기적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게 생겨날 가능성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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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0일 토요일

부산에서.


이 도시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었다.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인지 지난번 제천의 영화제에서도 좋은 영화들이 가득했는데 한 편도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긴 했다. 전날 공연을 마치고 새벽부터 일어나 기차에 몸을 실었다. 부산에 도착하여 리허설을 마치고 몇 시간 후에 공연을 했다. 연주를 마치자마자 다시 기차를 타고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왔더니 새벽 두 시였다.

바람이 불고 기온이 떨어져서 낮부터 추웠었다. 가슴 파인 옷을 입고 공들여 화장을 하고 입장하는 여배우들을 기다리던 사진 기자들은 그들의 가슴을 촬영하느라 큰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바닷가에 정박한 요트의 돛대들이 맥주 한 병씩 들고 몸을 흔드는 사람들처럼 서로 엇갈리며 허공에 출렁이고 있었다. 무너지거나 주저앉거나, 어쩌면 공중으로 튕겨져 올라갈지도 모르는 부실한 이동식 무대 위에 세 개의 앰프와 캐비넷과 드럼셋트와 건반악기가 올려져있었다. 그 위에 우리들 네 명이 악기를 들고 올라갔더니 무대가 기울어져버렸다. 우리들은 바닷가의 요트들 처럼 출렁거렸다. 항구도시 부산을 잘 표현한 라이브 무대 시설이었다.
준비했던 곡들이 너무 잔잔하여 아름답고 규모가 큰 영화제에 잘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공연 전에 좀 더 흥겹고 센 곡으로 바꾸면 어떨까 의논했었다. 그랬었다면 정말 사고가 날 뻔 했다. 비틀거리던 무대가 무너지고 우리는 추락했을 것이었다.
뒤이어 뛰어나오는 여자아이들의 무대는 앞쪽이어서 안전하기도 했고, 아마도 그들의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뛰며 춤을 출 수 있었을 것이었다. 체중감량은 생존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레모니를 지루해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누가 말을 하고 있거나 누가 노래를 하고 있거나간에 화면에는 배우들의 얼굴을 띄워놓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인사들이 얼굴도장을 찍고 할 일을 하러 떠날 수 있도록 불꽃놀이를 핑계로 조명도 꺼주는 배려심. 하루 종일 고생했을 자원봉사자들은 청소를 하느라 애먹었을 것 같았다. 내년에는 휴지통이라도 좀 사다 놓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시간을 내어 영화제 구경 좀 하러 다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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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공감 녹화

밴드의 멤버들은 각자, 이 밴드의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인생에서 독특한 경험을 하고 있다.
두 번 다시 '밴드'는 하지 않겠다고 했던 나는 어느새 하루중 대부분을 이 밴드의 일에 관한 생각에 골몰하고 있고... 나와 똑같은 말을 했던 다른 한 사람도 나처럼 밴드의 일정을 위해 자신의 사생활을 내어놓았다.
음악적인 일과 음악 이전의 삶에 대한 일들은 아무리 오래 배워도 끝이 없다.

원테이크니 뭐니를 가지고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동시에 합주하며 녹음하는 것이란 새로운 것도 아니고 획기적인 방법도 아니다. 나중에는 각자 부스에 들어가 앉아서 더빙을 수백번하며 녹음해야 더 좋은 곡이 생길지도 모르는 것인데... 어쨌든 방식과 수법의 문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떤 음악은 지금 우리들의 작업처럼 스냅사진을 찍듯이 녹음하는 것이 좋은 것이고, 또 다른 경우엔 외과수술 하듯이 정교하고 완벽하게 꾸며져야 좋은 음악도 있는 거다. 스냅사진을 찍거나 외과수술을 하거나간에, 어쨌든 완벽한 것은 없다. 너무 완벽해서 불완전하고 불편한 음악도 많다. 비워두는 것이 더 아름다울 때도 있는 것이고.

사람을 사랑하듯, 음악을 들으며 좋다고 말할 때엔 뭐라고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순수한 태도일 경우가 많다. 좋은 사운드가 무엇인지를 데시벨과 음압의 수치로 가르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왜 그를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려고 시작할 때에 이미 사랑과 별개의 것을 끌어와 이유로 삼게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설령 이유가 있더라도 그것을 핑계삼지 말자. 아무리 얼룩이 묻고 주름이 늘었어도 음악 앞에서의 태도만큼은 단정해지면 좋겠다. 연애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좋은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느낌으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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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8일 목요일

공감 공연


상암동의 공연때에 도로에 차가 막혀서 그만 리허설 시간에 맞춰 공연장에 도착하지 못했었다.
이제 절대로 그런 일은 없게 하겠다며 작정하고 약속시간 세 시간 전에 집을 나섰더니, 약속시간 두 시간 전에 도착해버렸다. 이런 날에는 도로도 막히지 않는다.
커피 두 잔 마시고, 담배 피우고 바람냄새도 맡고, 건물옆 볕이 드는 길목에서 햇볕쬐던 고양이도 쳐다보았다.

이틀간 이어질 이번 공연은 음반의 곡들을 순서대로 연주하는 내용이 되어버렸다.
녹화되어 방송되어질 때에 몇 곡은 걸러지거나 하겠지만.
음반 녹음 이후에 이것 저것 궁리를 해보았던 이펙터 세팅으로 연주하기로 했다.
POG와 두 개의 옥타브 이펙터를 섞어서 빈번하게 조합을 바꾸며 연주했다. 어떤 소리로 기록이 될지 궁금하다.
퍼즈는 베이스용 빅머프를 썼다.
악기는 Moollon과 Fender Jazz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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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5일 월요일

급했던 상황


지난 달 24일의 일.

정식 공연 무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연달아 음악을 연주하고 있던 시간.
분명히 공연 직전 볼일을 보고 시작했는데... 두 곡이 끝나고 나니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졌었다.
처음엔 그냥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목이 말라 물을 몇 모금 마셨더니 그때부터 급속도로 내장의 일부가 팽창하는 느낌이 밀려왔다.
적절한 때를 기다려 조용하고 느린 몸짓으로 악기를 내려놓고 무대를 빠져나와 허겁지겁 뛰어서 화장실로 뛰어갔다. 갈등과 번민을 해소하고...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점잖은체 하며 무대로 올라갈 수 있었다.
얼마나 편안해졌는지 그 후의 연주는 평소보다 잘 되어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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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4일 일요일

틈이 없는 생활


시월의 일정표를 펴두고 퍼즐게임 하듯이 시간표를 짜고 있기를 며칠째.
밴드의 일정들이 많은 달에는 매일 해야하는 일들을 이리 저리 미루고 당겨 시간을 맞춰야한다.
이 달의 경우엔 어차피 모든 곳의 일정을 균형있게 짜맞추기는 틀렸다.
좋지 않은 머리를 아무리 굴려도 어느쪽에는 미안하게 되어있다.
빈둥거리며 놀 수 있는 하루를 더 벌고 싶어서가 아니라, 휴식없이 밀리며 다니다가 성의없이 대충 지나가버리는 어떤 날을 만들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내 능력이란 것이 한 달을 꾹꾹 채워가며 모든 일을 다 잘해내기엔 모자라기 때문이다. 나라는 인간은 원래 방구석에서 뭉기적 거리다가 가끔씩 외출하는 밤이 생기면 좋은 게으름뱅이 아니었던가. 적성이라면 그쪽이 맞을 것이다.
열심히 계산하여 보아도 (사실은 계산도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결국 약속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줄여버리고 있다. 지키지 못한 약속을 보상하겠다며 다음달의 달력을 펴면 새로운 퍼즐게임의 연속인 생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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