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7일 목요일

음악

친구가 권해준 음반을 며칠 째 듣고있다. 아주 오랜만에 몰입하여 듣고있다.
음악을 들으며 탄식이 나왔다.

분명한 수준의 차이, 나는 이 정도의 질은 결국 다다르지 못하고 말겠구나 하는 자괴감이 생겼다.
한편으로는 왜 할 수 없느냐며 소심하게 발끈해보기도 하지만, 그냥 혼자 허공에 주먹질 해보는 기분이다. 벌써 열 번은 반복해서 들어보다가 잠시 쉬면서 어릴적에 좋아하여 밤새워 듣던 음반도 꺼내어 다시 들어보고 있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 현실과 꿈이 유리되어 있어야 했던 시절의 간절했던 마음이 되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새벽에 악기를 들고 앉아 무언가 해보려다가, 땀이 묻어 얼룩진 악기를 닦으며 앉아 있다.
헤드폰을 쓰고, 음악은 조금 크게 틀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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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4일 월요일

꽃과 어린이


이것 좀 보세요~ 라고 하는 말에 돌아다보니, 조카의 손에 꽃이 들려있었다.
어린 여자아이의 손에 앙증맞게 쥐어진 꽃 송이들이 예쁘게 보였고 처연하게도 보였다.
조카는 자신이 지금 이 꽃처럼, 꽃만큼 예쁜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모를거다. 자라서 어른이 되어지지 않을 도리는 없으니까, 꽃을 쥐고 이것 좀 보라고 말하고 있던 어린이 시절의 너를 잊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보들레르의 시집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가 달에 대하여 썼던 어떤 시 중간에,

꽃이 피어나듯 푸른 하늘에
솟아오르는 하얀 그림자를 본다. 

...라고 했던 구절이 있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서 검색을 하여 다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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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2일 토요일

함께 자전거 타기


여름 초입에 '가만히 있던' 나에게 덜컥 자전거를 사자고 했던 장본인, 상훈씨와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만났다. 현재의 내 라이프스타일에 큰 책임이 있는 인물이라고 하겠다.
여름 내내 각자의 일로 바쁘고, 한 사람은 일산, 한 사람은 덕소에 살고 있다는 광역형 밴드멤버 거주지 분포상 일할 때에만 만날 수 있었다. 기회를 노려 약속을 잡았다. 사람좋은 인상의 훈남 해성씨와도 반가운 만남.

사진 한 장 함께 찍는 것도 뭔가 어색하고 우스워서 금세 정색하고 말았지만, 반갑고 즐거웠던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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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 강북강변 일주


자전거 잘 타는 아내.
과거 십여년 동안 외국에서 자전거로 통학했던 경험을 말할 때에는 허세가 좀 있으시군, 했는데... 과연 잘 타는 것이었다.
다만, 안전한 라이딩을 모토로 한다고 말은 해놓고, 헬멧 안쓰기, 내리막에서 질주하기, 이상한 타이밍에서 속도를 내기 등으로 나를 당황하게 만들 때가 있다.
일회 라이딩에 쭈쭈바 두 세 개 사먹기도 포함.


전날 밤중에 다음날의 날씨를 확인하고 상훈씨에게 연락하여 강변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덕소에서 가양대교 부근 하늘공원 앞 까지 한 시간 사십 분 걸렸다.
편도 40.8km.
돌아올 때엔 식당도 들러보고 차도로 달리기도 하여... 오늘 총거리는 팔십 몇 킬로미터 정도.

돌아올 때엔 강변을 빠져나와 국수집에서 오늘의 첫 끼 식사를 했다. 지난 번에 이어 씨제이 아지트를 또 지나다가 이성진 엔지니어님도 만나 인사도 했다. (이 때에도 아내는 한 손에 '쭈쭈바'를 들고 있었다...) 쉬엄 쉬엄 비릿한 강내음을 맡으며 귀가했다.

하지만 나란히 속도를 맞춰 달린다거나 어딘가에 멈춰서 함께 사진 한 장 찍어보는 것도 닭살 돋아하는 성격들이어서, 기껏해야 자전거가 잠시 쉴 때에 이런 사진이나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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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0일 목요일

목적지는 집


언제나 목적지는 결국 집인데, 뭐가 그리 좋다고 해만 뜨면 달리러 나갔었다.
며칠 동안 여름이 다 가버렸다고 아쉬워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방한용품을 준비하여 겨울에도 줄곧 타고, 도로 위에서 봄을 마중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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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7일 월요일

쉽게 오고 간다.


계절은 쉽게 오고 간다.
몇 달 동안 사진 찍어둔 것들이 고양이와 자전거와 특별할 것 없는 풍경들이 전부이다.
먼 길 오신 분 마중차 나갔던 강 건너의 어느 식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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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6일 일요일

자전거로 여름을 보냈다.


어릴적 기억으로 끝이었던 자전거 타기를 별안간 시작했던 올 여름.
주변 사람들 중에는 '네가 며칠이나 하는가 보자', '충동구매도 분수가 있지...' 등의 반응을 보였던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매우 타당한 분석이며 놀림이었는데...
지난 석 달 동안, 비가 오지 않으면 매일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바쁘다더니 시간 많구나'라는 말도 들었다.
심지어 공연하러 멀리 운전하고 가야했던 날 아침에도 일부러 일찍 일어나 한 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 다시 일하러 나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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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4일 화요일

양수역 고양이


수도권 전철 중앙선이 다니는 양평의 양수역.
역 앞의 자전거 거치대 부근에 고양이들이 살고 있었다.
이틀 전에 이곳에 들렀다가 고양이를 보았다. 다시 찾아갈 때에는 아내가 캔사료를 준비해갔다. 깡통을 열어 바닥에 있던 깨끗한 그릇에 담아줬었다.
맛있게 간식을 먹던 고양이 곁에 다른 녀석이 다가왔었는데, 먼저 먹고 있던 애는 살짝 몸을 비켜주며 나중에 온 고양이와 착하게도 나눠먹었다.

다시 들러보았던 양수역 앞에서 오늘은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을 만났다.
역 바로 앞의 커피집 분들이 예쁜 집도 마련해주고 밥도 주고 계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내의 특별식을 냠냠 다 먹고 나서는 하나 둘 덤불 속으로 사라지고... 남아 있는 녀석 하나는 그 자리에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모두 좋은 분인가보다, 했다. 여기서 만난 고양이들에게 전혀 경계심이란 것이 보이지 않았다.

어느 곳이나 이렇다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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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몇 장 더...

사이좋은 고양이들. 어린이들이었다.

나중에 온 녀석을 위해 밥을 남겨두고 근처에 자리잡고 누운 언니 고양이들.

"너희들, 내일도 올거냐...입니까?" 라는 눈빛이었다. (아니면 말고...)


하품을 몇 초 간격으로 서너 번 하던 녀석. 곧 잠들었다.
잘들 지내라, 고양이. 곧 가을이 올텐데 사이좋게 잘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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