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5일 수요일

고양이와 아내.

절대 호락 호락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고양이.

2015년 2월 24일 화요일

아내와 고양이.

고양이를 학대하고 있는 아내.
하지만 가해자는 학대가 아니라 예뻐해주고 있다고 우긴다.

​고양이로서의 삶도 그렇게 편안한 것만은 아닌 것이라고 생각했다.

방송이란 것은.

낮 부터 하루 종일 방송 녹화 준비 중.
언제나 방송사에서 일하는 분들이 제일 고생이 많으신 것 같다. 똑같은 일을 몇 번이나 반복해도 무슨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아직 모른다.
그러므로 다시 같은 일을 반복, 또 반복.

그러나 결국은 제대로 되어지지 않았고, 그러나 놀랍게도 어쨌든 매일 방송은 만들어진다는 것. '테레비'란 그런 것.

2015년 2월 21일 토요일

오늘 아침.


고양이 꼼과 함께 밤을 새우고 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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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7일 화요일

혈압.

바쁜 일이 지나고 나니 궁금해졌다.
어째서 내가 이렇게 저혈압인 것일까.

평소 성질머리로 봐서는 고혈압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5년 2월 16일 월요일

대학로 공연.

공연 직전 까지 추리고 덜어내어 스물 다섯 곡 정도가 되었다.

음악에 맞추어 악기를 바꿔 썼다. 두 시간 분량의 공연 중 베이스를 다섯 번 교환하느라 머리 속이 바빴다.



세 개의 악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에덴 앰프에는 펜더 재즈와 물론 5현을 페달보드를 거쳐 연결했다.
암펙 앰프에는 플렛리스 펜더 프레시젼을 던롭 페이저만 통과시켜 플러그를 꽂았다.

내가 악기를 바꾸고 조율을 고치는 것이 공연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했기 때문에 타이머를 켜두고 악기 별로 가장 빠르게 바꿔 멜 수 있는 효율적인 동작을 연습했다. 작은 일이지만 미리 생각해 두지 않으면 언제나 문제가 생긴다.



네 명으로 시작하는 첫 번째 공연을 잘 마쳤다. 연속 공연을 마친 후 하루를 잘 쉬었다.

깊이 오래 자보는 일이 적다 보니, 조금 많이 쉬어버린 날에는 숙제 하는 것을 잊은 학생 처럼 어딘가 마음이 불편하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프레디 허바드가 지나고 캐논볼 애덜리의 음악이 시작되었다.

연휴 시작.


공연을 모두 마쳤더니 어느새 내가 질식한다는 명절연휴 주간이 시작되어버렸다.

어디로 도망을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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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4일 토요일

권유해볼테다.



구조해왔던 고양이가 병으로 죽고, 보호하던 고양이를 어떻게든 살려 보려 애쓰다가 떠나 보내는 일을 많이 반복했던 아내는 요즘 자신과 반 평생을 함께 했던 스무 살 고양이를 돌보느라 긴 잠을 자 본 적이 없다.

아직 덜 나이 든 집안의 고양이들도 아내가 노인 고양이를 돌보고 있을 때에는 뒷꿈치를 들고 조심 조심 다닌다. (정말 그렇게 다니지는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어도, 아내의 면전에 대고 아무렇지도 않게 "안락사 시켜, 안락사." 따위의 말을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그들이 아파서 몸져 눕게 될 때를 기다려, 아내와 함께 찾아가 귀에 대고 안락사를 권유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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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순이.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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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2일 목요일

공연 준비.

기타 염민열이 1월에 입대를 했고, 밴드는 그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 까지 4인조로 활동하게 되었다.

공연 분량의 전체를 공연 순서대로 리허설을 마쳤다.
편곡을 바꾸기도 하고 이미 해오고 있던 곡에서도 다르게 연주해야 할 것이 있었어서 혼자 연습을 반복했다. 오래 준비한 공연이라고는 해도 멤버들이 함께 모여서 연습했던 것은 단 두 번.
나머지는 각자의 개인연습이 기본이 된다.

좋은 음향과 조명 덕분에 연주는 즐거울 듯.



영화 버드맨이 좋았다.




박자, 코드, 잡다한 스케일 이름과 남이 써놓은 교재에 충실하면 음악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을까.
영화 ‘위플래쉬 Whiplash’ 는 그렇게 믿고 있는 분들에게는 정말 재미있을 영화다. 1985년생 젊은 감독의 순수하고 영리한 각본과 연출이 훌륭하다. 고교밴드 시절의 경험이 모티브가 되었다더니 과연 실감나고 재미있는 성장영화이고, 동화이고, 무협지스러운 흥행 영화였다. 가르치는 것 없이 사람을 몰아붙이고 윽박지르는 괴팍한 스승 밑에서 철사장, 응익공, 번등술을 밤낮 없이 수련하면 어느덧 무예를 갖추게 된다는 교훈을 주는 영화이기도 했다. 버디 리치를 수도 없이 듣고 카피하고 손에서 흐르는 피가 드럼과 심벌즈에 튀도록 연습하면 재즈 드러머가 될 수 있다니, 희망적인 메세지 아닌가.


위플래쉬를 재미있게 보고 난 후에, 정말로 재즈 드럼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마이클 키튼이 주연을 맡은 ‘버드맨’을 보면 좋다.
영화가 주인공 리건 톰슨의 내면으로 들어갈 때 마다, 냉정한 현실의 반대쪽으로 가라앉을 때 마다, 안토니오 산체스 Antonio Sánchez 의 솔로 드럼이 시종일관 흐른다. 음악은 주인공이 직면할 수 밖에 없는 바깥세상에 노출될 때에는 클래시컬 피스들로 바뀌고 있다. 영화적인 다른 장치 없이 단지 음악만으로 이냐리투 감독은 장면들을 대비시킨다.

위플래쉬는 이미 크게 흥행했다고 들었다. 그럴만 하지. 액션영화거든. 그래서 노파심도 들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오는 동안에 나는 드문 드문 영화 속의 플렛처 선생과 비슷한 언행을 일삼는 선생님들을 목격했다. 주인공인 앤드루 처럼 음악을 대하는 학생들도 많이 보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나쁘다, 좋다 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음악은 무공을 닦는 일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좋은 연주와 훌륭한 음악은 숙련된 기술과 욕망으로만 되어지지는 않는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 Miles Teller는 실제로 드러머이기도 하고 색소폰과 피아노를 배웠다고 했다. 고교시절 록 밴드를 했었고, 이 영화에서 90% 이상의 연주를 직접 해냈다고 한다. 영화를 위하여 Whiplash와 Caravan을 하루에 4시간씩 4주 동안 연습한 덕분에 그 두 곡을 모두 외워버릴 수 있었단다. 하기 쉽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이란 그렇게 숙련될 수 있다.

버드맨의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는 안토니오 산체스에게 영화에 쓰일 드럼연주를 부탁하면서 아무런 참고자료 없이 대본만 줬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멕시코 출신이다.) 다른 악기가 하나도 없이 드럼 솔로로만 꾸며진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가 얼마나 멜로디컬하고 음악적인지 나는 잘 설명할 재주가 없다. 영화가 흐르는 동안 주인공의 심박과 호흡이 드럼 사운드로 전해지는 느낌이었다면 너무 과장하는걸까. 장면에 따라 드럼 사운드의 리버브와 패닝이 달라지고 있는데 평범하고 담백한 덕분에 오히려 여운이 길다. 그리고 이 영화는 아름답다.

영화에는 드럼은 커녕 스틱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스네어 드럼 위에 튀어서 말라붙은 핏자국 따위도 보여지지 않고, 드럼을 집어 던지는 장면도 없다. 그냥 음악은 들려지고 있을 뿐.
드러머 분들과 음악 좋아하는 분들은 이 영화음악 음반도 꼭 들어보시길 추천.

** 부러운 것 : 좋은 영상을 만드는 감독들은 언제나 음악적으로도 훌륭한 안목이 있다. 어떤 악기가 등장하더라도 배우들은 악기를 연주하는 연기가 자연스럽고 멋지다. 한국영화에는 언제쯤 제대로 코드를 잡을 줄 아는 배우들과 음악을 음악답게 사용할 줄 아는 감독들이 등장할 수 있을까.

** 우드스톡 세대를 부모로 둔 좋은 연주자들의 음악적 배경은 쟝르나 스타일에 갇혀 있는 법이 없다. 안토니오 산체스의 연주에서도 언제나 그런 것들이 느껴진다.

** 너무 야박하긴 하지만, 위플래쉬는 결국 스타벅스 재즈앨범의 영상물 버젼일지도 모르게 되어버렸다.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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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1일 수요일

음악.



음악하는 사람들은 남의 음악을 원래 잘 안 듣잖아요, 라고 말하는 분을 보았다.

그건 그냥... 네가 원래 음악을 안 듣는 거잖어. 이상한 일반화야, 왜.

연주하고 노래한다는 사람들에게 음악 좀 들으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참 기괴한 것이긴 하지만, 전공하는 분들과 현업에 있는 분들 모두 음악 좀 들으시면 좋겠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후진 작가도 여러분들이 음악 듣는 것 보다는 더 많이 책을 읽을거야,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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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잠.


입춘이 지났으니, 봄잠.
몇 달 동안은 겨울잠이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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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9일 월요일

그렇게 늙고 싶지 않다.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연주를 할 때에 나는 헌신적으로 일을 한다.

레슨을 할 때에는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고 해도 내가 가진 것을 다 주겠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 합주를 하거나 연주를 할 때에는 마치 녹음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는 다만, 그렇게 까지 하여도 내가 지닌 능력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성껏 한다고 해도 부족할 것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대충 대충 일을 할 수가 있나, 그렇게 생각해왔다.


헌신적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거기엔 내가 마땅히 가져가야 할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거나, 더러는 손해를 본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원래 헌신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 자신에게 특별한 이득이 없는 것 같은데도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그들은 그 사람이 헌신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취미로 열중한다고 생각하거나, 시간이 남아서라거나, 그냥 그 녀석이 혼자 좋아서 저러는가 보다 라고 생각한다.

일터에서 가족같이, 식구처럼이라는 말을 들먹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무리 선하게 보이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전부 사기꾼일 가능성이 많다.
일은 일이고, 일할 때엔 일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만 유지할 수 있으면 족하다. ’가족’이라느니 ’우리 식구’라느니 하며 계속 봉사할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거꾸로 자신들이 상대방에게 업무상 마땅히 해야할 의무에 대해서는 가족끼리, 식구들 사이에 뭘 그렇게 까지 야박하게 구느냐고 하기 일쑤이다.

나는 몇 달 전에도 그런 경험을 했다.
아주 오랜 기간을, 나는 돈과 상관없이 내 기회비용과 금전을 희생하면서 일을 했다. 그렇게 했던 이유는 위에 써둔 것이 전부였을 뿐, 내가 그들을 가족같이 여겨서는 아니었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를 강조하고 식구처럼을 입에 올리던 그 분들은 지난 수 년 동안 그들이 나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을 거의 한 번도 제 날짜에 줬던 적이 없었다. 가끔은 액수도 맞지 않았다.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우리끼리 뭘 그런걸 가지고... 라며 ’퉁 치자’는 듯 가볍게 대했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특징은 바로, 자기 자신의 손익 앞에서는 사나와진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는 인간의 그런 특성을 목격했다.
결국 아직까지 나는 마지막 급여를 받지 못한지 한 달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고, 그렇다고 하여 별로 연연해하지는 않는다. 경험상 이럴 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일을 할 때에는 헌신적으로 해야 한다. 왜냐면 일이라는 것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 만은 아니라고 하는 낭만적인 생각을 나는 아직도 믿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내 재능과 능력이 거기까지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며 살고 싶다. 가능하면 나는 내가 태만하고 성실하지 못했던 탓에 일을 똑바로 하지 않았다고 여겨지는 인간으로 늙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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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6일 금요일

용서.



나는 용서를 잘 하는 편이다.
마음 먹으면 하루에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용서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절대로 그냥 덮어두고 잊어버리는 일은 못 배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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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공연.


음반 발매기념 공연을 했다.
기자회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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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사진.



사용할 일이 있으므로 어릴적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는 바람에 발견했다.
열 두 살 때 그해 겨울, 친구집에서 연출하여 찍었던 사진.
나는 늘 하고 싶었지만 결국 피아노를 배우지는 못했다.
어릴 적엔 피아노를 배우지 못한 것이 언제나 아쉬웠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할 놈'이었다면 혼자서라도 했을 것이었다.

언제나 재능이 부족한 사람들은 자신이 하지 않은 것을 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우기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