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8일 목요일

어쩌다 보니...

재즈공연이 시작되고 두 번째 곡이 연주될 즈음, 객석의 맨 앞 VIP 자리에 앉아서 꾸벅 꾸벅 졸았던 인물이 있었다.
리허설 중에 스탭 중 누군가가 자신에게 '~선생님'이라고 하지 않고 '~씨'라고 칭했다며 굳이 불러 세워 망신을 주었던 그 인물이, 음악이 내 인생입네, 음악에 몸을 바쳤네...하고 있는 기사를 또 읽는다.

일관성 있고 흔들림 없는 삶의 자세이지 않은가 싶기도 하고, 뭐가 뭐를 못 끊는다는 말이 생각나기도 하고.

나도 어쩌다 보니 더 이상 어린 쪽에 들지 않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살다 보면 아직도 '뭐 이런 새끼가 버젓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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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5일 월요일

계속 끔찍하다.





달이 바뀌고 계절이 밀려가더라도, 해마다 오던 사월이 없어져버린다고 해도 평생 기억에 남을 봄.

그리고 또 잊어먹어지지 않는... 마치 사진을 가져와 머리통에 구겨 넣어버리기라도 한 것 처럼 아프고 아린 이런 장면.




내 라이터.


내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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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4일 일요일

리허설.


리허설, 한남동 언더스테이지.

속 깊은 고양이.

평소 아내 곁을 졸졸 따라다니며 나에게는 냉정하게 굴던 고양이.
아내가 집을 비우자 다가와 조용히 앉아 있다.


아내와 특별하게 감응하는 것 같은 이 녀석은 큰 언니 고양이가 세상을 떠난 후에 무슨 감정이입을 했는지, 하루 종일 아내의 곁에 붙어 지냈다. 얘는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말라도 보채거나 조르는 일이 없는 성격이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더 자주 살펴보게 하는 주제에... 자신이 사람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듯 교감하려 한다.

2015년 5월 22일 금요일

공연 한 시간 전.

새로 생긴 홀에서 첫 공연을 했다.


좋은 공연장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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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1일 목요일

고양이들의 어리광.

남학생 고양이들의 어리광.

발에 채여서 집안을 돌아다닐 때에 주의해야 한다.

화장실 볼일이 급할 때에 이런 상황이면 매우 곤란.
안 비켜줌.

2015년 5월 16일 토요일

그가 서거했다.



B.B. King이 세상을 떠났다. 어쩐지 '서거'라는 말을 붙여도 될 것 같다.

https://youtube.com/bb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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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12일 화요일

토요일 공연.



5월 9일 토요일, 성남 중앙공원에서.




2015년 5월 9일 토요일

고양이, 편안해라.

나는 이 고양이를 8년 전 어느날 밤, 맥북의 화면 속에서 처음 만났다.
외국에 있던 내 아내는 고양이를 안고 컴퓨터의 카메라 앞에 앉아서 나에게 소개를 해줬었다.
아내의 이십대와 삼십대 전부를 온전히 함께 보낸 고양이. 아내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귀국을 하던 날 고양이를 보호하다가 무릎이 깨지고 냉정한 사람들의 시선과 비협조 때문에 손과 얼굴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무사히 함께 집에 돌아왔다. 그날 나는 처음 이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인사를 했다.

아내는 나와 결혼을 했고, 고양이 에기는 나와 함께 살던 고양이와 가족이 되었다.
일본에서 태어난 어린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학대를 당했었다. 내 아내가 떠맡았다. 서로 어렸던 시절, 게다가 외국에서의 유학생활. 아내는 서툴고 힘든 생활 속에서도 고양이를 돌보며 함께 나이 들었다. 어린 시절의 나쁜 기억 때문이었는지 유난히 예민하고 경계심 많았던 고양이는 나이가 들면서 아내에게 모든 것을 의지했다. 십여년 넘는 외국생활 내내 아내가 고양이에게 의지해왔던 것 처럼.

추위를 많이 타고 경계심 많은 고양이였지만 늘 다가와 먼저 몸을 부비고 이마에 입을 맞춰주면 무척 좋아했다. 우연의 연속으로 집안에 고양이들이 하나 둘 더 늘어가는 동안 큰 언니 고양이는 스무 살 할머니 고양이가 되었다.

지난 해 여름에, 밖에 있던 내가 다급한 아내의 전화를 받고 집에 달려왔더니 고양이가 발작을 일으키고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병원에 데려가서 의사로부터 들을 수 있던 이야기는 그저 노환. 약을 쓰거나 치료를 하기에는 그런 시도만으로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거의 일 년 동안 아내는 고양이를 위해 정성을 다 했다. 가끔 쓰러지고 점점 스스로 먹지 못하게 되었어도 정신을 차리고 기운을 얻으면 그르릉 거리며 아내에게 고마와했다. 밤중에도 몇 번씩 괴로와하는 소리를 내고 가쁜 숨을 이으며 힘들어 하는 고양이를 돌보느라 계절이 세 번 바뀌는 내내 아내는 긴 잠을 자보았던 적이 없었다.


지난 밤에, 열 두시가 다 되어서 아내가 조용히 불러 방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우리 고양이 에기가 막 숨을 멈추고 말았다. 아내는 붙잡고 있던 앞발을 가지런히 놓아주고 감지 못한 눈을 감기느라 작은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며 쓰다듬고 있었다.
몇 달 동안 아파하고 괴로와 했던 작고 가벼워진 고양이의 몸이 천천히 이완되며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아직 세상을 떠나지 않은 상태라고 믿고 싶었다.
고양이는 편안해졌다. 비로소 아프지 않게 되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착하게도 제 엄마가 지켜보는 앞에서 작별을 했다.

밖에서 새벽을 보내고, 우리는 작은 상자로 변한 고양이를 안고 집에 돌아왔다.
아내는 나 보다 열 배는 더 마음이 아플텐데, 말없이 뒷정리를 하고 방을 치웠다.

나는 하루 종일 고양이를 보고 싶어했다.
눈이 예뻤던 착한 고양이, 보고 싶다.
고마왔다. 편안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