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30일 토요일

연속 근무중인 고양이.


잠깐 화장실 다녀왔더니 또 어제 아침 그 자리.
비켜주지도 않는다.

내 고양이, 순이.
너 왜 이틀 연속 근무냐.




2013년 11월 25일 월요일

수다스런 사람.

과묵한 사람은 그가 하고싶은 말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인간관계 속에서 기대가 무너져왔기 때문에 생긴 습관이라고 들었다. 말이 없는 것은 내성적인 성격 탓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 반대는 어떨까. 끊임없이 말하는 사람들, 주변에 몇 있다. 그들은 떠오르는 생각을 말한다. 생각이 머리 속에서 다듬어지고 말을 사용하여 표현하기 위해 문장을 고르는 시간을 사용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결국 끝없이 말한다. 곁에 사람이 없어도 아마 말하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들은 외향적인 성격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여전히 인간관계 속에서 기대할 것이 많은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그 기대 앞에 타인을 관찰해보려는 시선이라도 숨어들 수 있다면.

그런데 쉴틈 없이 떠드는 사람은 대개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상대의 의사를 파악할 여유가 없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관심의 문제다. 그들은 남의 말 보다는 자신이 말하고 있는 행위에 관심이 있다.



2013년 11월 23일 토요일

광화문에서.

이제 바깥에서의 공연은 무리인 추운 날씨. 한달 전에 의뢰받았던 공연 세션이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알고보니 무려 야외공연이었다고.
그 사람, 처음 전화할 때엔 야외에서라고 말해주지 않았었다. 무서운 사람일세. 취소되어 다행이다.

2013년 11월 20일 수요일

Parkland

Parkland는 존 핏츠제럴드 케네디가 총을 맞은 날의 일을 그리고 있다. 달라스에서 총을 맞고 파크랜드 병원으로 옮겨진 뒤 죽은 그가, 결국 관에 담겨져 비행기에 실리는 장면들을 영화는 다큐멘터리처럼 묘사하고 있다.
암살범으로 붙잡힌 오스왈드는 이틀 후에 잭 루비가 쏜 총에 맞아 죽었다. 총에 맞은 오스왈드가 급히 옮겨졌던 병원도 바로 파크랜드 병원. 이틀 전 대통령을 살리려 안간힘을 쓰던 의료진들이 같은 방에서 총상을 입은 암살범을 소생시키려 다급하게 움직이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결국 모두 죽었지만.

상황도 시대도 다르고 이유와 결과도 다르지만 대통령의 죽음이 있던 날을 우리도 겪었다. 독재자 말고, 정상적으로 선출되었던 대통령의 죽음.

오래 묵은 비밀문서들이 공개되고 오십여년 동안 수도 없이 쏟아진 자료들이 걸러지면서 케네디에 대한 진실도 드러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인들에게 케네디는 인기가 높다. 겨우 3년간 대통령을 하면서 무슨 업적을 남기거나 했던 것도 아니고 그럴만한 시간이 주어지지도 못했던 젊은 대통령에 대한 호감에는 다분히 만들어진 감성들이 존재한다. 비극적으로 죽음으로써 오래 추앙받게된 셈이다.

레이건도 총격을 받았었는데 살아났었다. 레이건 같은 인간이 클린턴과 함께 미국인들에게 인기있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사실 대통령으로서는 뭐 하나 해놓은 것이 없는 케네디를 추억하는 미국인들의 감상은 어떻게 보아도 쇼비지니스 같이 여겨진다. 미디어를 잘 활용하고 아버지의 막대한 재산과 인맥의 도움 위에 짧은 생애 동안 줄곧 건강과도 싸워야했던 그는, 어쨌든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거의 모든 서사를 두루 갖추고 있었던 모양이다.

한편 케네디와는 완전히 다른 배경으로 고생 끝에 ’합법적으로’ 당선된 후 임기 동안 일만 했던 이곳의 그 대통령은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그리고 죽은 이후에도 꺼내어져 욕보여지고 부관참시를 당하는 중이다. 결국 사람들이란 이미지와 미디어에 종속되는 것 뿐인지도 모른다. 오직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나쁜짓을 일삼다가 술과 여자를 곁에 두고 총 맞아 죽은 독재자는 오히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추앙을 받는다.
대중이란 로맨스와 공포심을 버무려 요리되는 식재료와 같다. 잘 버무려두면 사후에도 동상이 세워질 수 있는 나라, 끝내준다. 호감을 얻지 못하면 죽음을 당한 이후에도 조롱을 받는다. 대단하다.

건강이 좋지 않았다는 케네디는 아버지의 재력과 정치인맥으로 군에 입대했다. 그리고 최전방에 배치받아 참전했다. 그의 형은 그 전쟁에서 죽었다. 영화 Parkland는 다큐멘터리 처럼 담담하게 상황을 묘사하는 가운데 그 시대의 미국인들이 케네디에게 보였던 애정의 시선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영화 보다 더 좋은 영화는 ’그때 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부럽다. 물론 다수의 지지와 애정을 받았던, 혹은 받을만한 지도자를 많이 경험해온 센 나라와, 대부분 독재와 부정으로 점철된 지배자만 겪어본 신생 공화국을 쉽게 비교할 일은 아닐 것이다.


--
태어나서 처음 뉴욕이라는 곳에 갔던 날, 나에게는 JFK 공항 화장실에서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다. 보기 드물게 더럽던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 중에는 한 사람도 백인이 없고 ... 어느 동양인에게 무례하게 굴던 흑인의 몸수색은 불친절하고 모욕적이었다. 나는 그 기분을 기억하고 있다.

2013년 11월 18일 월요일

부산.

부산에 도착하면 세련된 차림새의 예쁜 여자들과, 상냥하거나 억센 억양의 남자들이 따뜻한 날씨 속에서 바쁘게 걷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다리던 자동차를 얻어타고 도로에 나가면 험하고 무섭게 끼어드는 차들이 여기가 부산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 이것이 부산에 공연하러 올 때 마다 확인하는 부산 느낌.
그것은 기질이나 성향이라기 보다는 현상.

여유가 없는 일정이었지만 혹시나 시간이 된다면 만나고 싶어서 이곳에 살고 있는 옛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봤다. 주말 오후의 귀찮은 외출을 마다하지 않고 나와준다는 친구들의 문자메세지. 공연장에서 리허설을 마친 후 그들을 만나 겨우 사오십 분 동안 커피 한 잔과 가벼운 잡담 몇 마디. 모자란 잠을 채우느라 대기실 의자에 기대어있었다면 얻지 못했을 따스함. 일부러 주문해준 따뜻한 와플은 절반이나 남긴채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공연은 쏟아지는 졸음을 이겨보느라 처음엔 어려워하며 시작했다. 하지만 고맙게도 악기팀이 캐비넷을 두 개 준비해줘서 앰프 사운드를 즐길 수 있었다. 음향팀에게 부탁하여 모니터에서는 내 악기의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두고 묵직하게 앰프 소리를 맞춰두고 연주했다.

공연을 마치자마자 다시 부산역. 서울행 열차에 짐을 풀고 털썩 앉았더니 갑자기 밤이 되었다.
오늘 집에 가서는 도중에 깨어나는 일 없이 동이 틀 때 까지 잘 수 있다면.

2013년 11월 17일 일요일

새벽 부산행.

어두운 새벽, 알람이 울리기 전에 잠에서 깨었다.
생각했던 순서대로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허리 통증이 나아지지 않아 몇 분 동안 스트레칭을 했다.
고양이들은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 순이만 혼자 일어나 나를 쳐다보며 앉아 있었다.
바쁘게 나가는 길에 늘 편의점에 들러서 커피를 샀는데, 오늘은 집에서 내린 커피를 들고 나가고 싶었다. 불 위에 주전자를 올리고 커피콩을 갈아두고 입고 나갈 옷을 찾아 놓았다.
커피를 내리면서 뉴스앱에 올라온 기사들을 흝어봤다. 세상은 변함없이 한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악기와 커피를 담은 병,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열차 출발 한 시간 전에 서울역에 도착했다.몇 달 동안 용산역 서울역을 자주 다니다보니 이제는 집 근처의 지하철역 처럼 여겨졌다.
서울역 앞에는 경찰들이 ’집회대비’라고 적힌 작은 표지판을 세워놓고 모여있던데, 보나마나 어설픈 군복차림인 무리들의 관제시위가 있었을 것이다. 이 시절에 경찰이 보호하는 집회란 그런 것들 뿐이고, 생각해보면 특별한 이슈가 만들어지지 않아도 왜 주말 마다 그들이 광장을 선점하여 모이는 것인지 알 것도 같다.
부산행 열차는 방금 출발했다.
잠을 못 자서 몸이 힘들다. 항상 이런 상태로 다니고 있다.
아버지의 요관암이 발견되고 수술 소식을 듣기 전인 수요일 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좋았었다. 내 삶은 도무지 쉴틈을 주지 않는다.
걱정이나 근심은 숨쉬는 것 처럼 자연스럽다.
마음의 상태가 고요하도록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에 도착할 때 까지 한숨 잠을 자야겠다.
열차 출발 전 부터 소리를 지르듯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은 아직도 전화를 하고 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잠시라도 푹 잘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안되겠지.

9:47 AM



2013년 11월 9일 토요일

음악.


지난 밤에는 노래를 녹음하느라 헤드폰을 쓰고 있다가 시계를 보고 깜짝 놀라 하던 것을 멈췄다. 아무래도 집에 있는 방 하나를 방음해야할 것이다. 이대로는 머지않아 쫓겨날 것 같다.

거의 밤을 새우고 아침 일찍 일산으로 와서 리허설을 마쳤다. 이제 이십 분 후에 공연을 한 시간 하고, 내일 아침에는 창원으로 떠난다.

눈가리개를 준비하여 틈만 나면 기대어 잘 작정을 하고 있다. 기차와 버스에서 듣고 싶은 음악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에디 히긴스.


화요일 부터 며칠은 덱스터 고든과 캐논볼 애덜리로 보냈다.

2013년 11월 3일 일요일

쉬는 날.



두 달 만에 쉴 수 있는 토요일을 맞았다.
어제 저녁에는 유난히도 삶이 무겁고 지루하여 물소리 음악소리가 욕설처럼 들렸었다.

새벽에 음악작업을 하나 마친 뒤에 잠을 깨고 다시 일어나 틀어두고, 커피를 내려 연거푸 석 잔을 마셨다.


2013년 11월 1일 금요일

물 마시는 고양이.


컵에 새로 물을 따라놓았다.
잠시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시 왔더니 순이가 물을 떠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