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30일 월요일

굶기로 했다.

새벽에 배가 고프면 들렀던 밥집이 있다.
주인이 바뀐 후에 점점 위생상태가 나빠졌다.
그러더니 결국 주방아줌마가 바뀌었다.
항상 깊은 밤에 혼자 들르고는했던, 남양주에서 제일 깔끔했던 24시간 식당이었는데 많이 아쉽다.
경영하는 사람이 바뀌자, 그 식당은 정말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맛이 형편없어졌다. 
언제나 깔끔했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한눈에 봐도 절대 깨끗하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이 음식을 만들고 나른다.  내어 놓는 물컵에는 심지어 립스틱 자국, 고추가루가 묻어 있고 숟가락에는 심지어 밥풀이 덜 닦여져 있었다. 새로 바뀐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입구 바로앞의 의자에 다리를 꼰채 앉아서 발가락을 만지다가 그 손으로 반찬을 덜어다 내놓았다. 그 식당 주인은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있는 탁자 사이를 지나다니며 비질을 하고 있었다. 음식 옆으로 뽀얀 먼지가 오르더니 공기를 따라 떠다녔다. 그는 쓱쓱 쓰레받이에 내용물을 담고 식당 문을 연 다음 바깥에 휘리릭 버리고 만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은 나에게 이제 더 이상의 야식생활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하늘의 뜻일 수도 있다고 여기기로 했다.
이,삼년 사이에 엄청나게 살이 붓고 배가 나와버린 원인들 중 하나는 새벽에 먹어댔던 질나쁜 음식때문일테니, 이 기회에 밤에는 뭘 먹지 않는 생활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내가 야식을 먹지 않는 것은 그렇다고 치고, 그 음식점은 정말 더러워졌다. 주인이 바뀌기 전에는 한번도 깨끗하지 않은 모양을 본 적이 없었다. 아주머니들은 모두 흰색 옷에 깨끗한 모자를 쓰고 있었고 바닥에는 작은 먼지 하나 없었다. 나는 그동안 그런 것을 일일이 따져보며 드나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갑자기 나쁜 상태로 바뀌고보니 사소했던 것들이 비교되고 생각나게 되었다.

2006년 10월 25일 수요일

순이가 자고 있었다.


집에 돌아왔더니 순이가 새로 사준 고양이 침대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내가 내는 소리에 잠이 깬 고양이 앞에 다가가 앉아서 늦게 들어온 것을 사과했다.
고양이를 안아주고 새로 물을 떠줬다.
순이는 내 어깨에 매달려 그르릉 소리를 한참 동안 내었다.


2006년 10월 24일 화요일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기온이 차가와졌다.
고양이 순이는 내 곁에 다가와 바짝 붙어서 함께 자기 시작했다.


나가야 할 시간이 되어 씻고 옷을 챙겨 입는 동안에도 순이는 이불 위가 따스하고 편했던 모양이었다. 그대로 누워서 고개만 돌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빈 집에 자주 혼자 두게 되어서 언제나 미안하다. 순이는 잠이 깨자 마자 외출을 하는 나를 책망했을지도 모르겠다. 함께 다닐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언제나 미안하고 안타깝다.

2006년 10월 18일 수요일

이상한 일들.

얼마전엔 철제의자가 갑자기 뚝 부러졌었다. 내가 조금(?) 체중이 불었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으로 볼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늘낮에는 어처구니없이 자동차의 앞유리가 쩍 소리를 내며 금이 가버렸다. 어이없는 일이기도 했지만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이어서 할말을 잊었다. 내 일상에서는 이런 일들이 항다반사恒茶飯事인건가 보다. 
주차장에서 잠시 내차에 올라탔던 만 세 살짜리 조카 아이가 내가 틀어놓은 음악소리를 듣고 좋아하며 단 한 번 제자리에서 뛰었을 뿐이었다. 아주 절묘한 각도로 조카녀석의 머리와 유리가 부딛혔던 때문인지 그만 유리가 깨어져버렸다.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약간의 통증도 없었던 모양이어서 들이받은 직후에도 그냥 생글거리며 놀고 있는 것이었다. 오히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계속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몹시 놀랐던 내 모습을 보며 이상하다는듯 바라보며 천진하게 '무슨 걱정해?'라고 했다.

밤중에 집에 돌아와서야 비로소 지난밤 꿈을 기억하고 나는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너무 사실적으로, 꼬마 계집아이가 내 이름을 부르며 웃다가 병을 깨뜨리는 꿈을 꿨던 것이다. 아까는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아침에 잠을 깨어서 도대체 또 무슨 꿈인가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버렸다. 


2006년 10월 10일 화요일

녹이 잔뜩.


내일은 오랜만에 녹음을 하러 가게 되었다.
녹슬었던 브릿지를 큰맘먹고 분리하여 라이터 기름으로 깨끗하게 닦았다.
그러나 닦아서 다시 조립한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전처럼 녹이 슬었다.
결국 부식이 심했던 나사 대가리 한 개는 어느틈엔가 그냥 바스러져버리고 없었다.
지금은 당장 사용하는데에 지장이 없어서 내버려두고 있지만 이것도 머피의 법칙이라고, 이러다가 반드시 다급하게 브릿지를 조정해야만 하는 급한 순간을 만나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미리 여벌을 사두어야겠다.


2006년 10월 9일 월요일

조카 남매


한 동네에 살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하는 동생네 식구들. 
연휴때에 한번 만나보려 했는데 또 못보고 지나가버렸다.
내 동생의 블로그에 들러서야 사진으로 조카들을 구경해야 했다.
사내아이는 자꾸 제 외할머니에게 삼촌의 흡연을 고자질하고, 꼬마 여자아이는 밝고 활발하다. '내가 이렇게 아이들을 좋아했던가, 정말 귀엽기만 하구나.'라고 말했더니 곁에 있던 동생이 툭 뱉듯이 대답을 했다.

"직접 키우는게 아니니까 그렇게 쉽게 말하는거지."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