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30일 금요일

에스컬레이터.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장을 보러 갔었다. 별 것 아닌 몇 가지를 구입하고 반찬거리 몇 개를 골라 넣었을 뿐인데도 지갑이 홀쭉, 금세 가벼워졌다. 물가가 오른다는 것이 이렇게 느껴지는 것이구나.
자동차의 연료값도 올랐다. 거창하게 경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이제 상식처럼 안다. 석유값이 오르면 휘발유값, 교통비, 물가는 순서대로 함께 오르고야만다, 라는 것.

미국경제를 돕느라 바쁜 명박이님은 도착하는 나라에서마다 등신짓을 하면서도, 국제유가가 오르니까 물가도... 따위의 말을 하려는가본데, 국제유가라는 것이 언제 내려간 적이 있었나. 석유값은 언제나 '사상최고'였고, 지난 5년 동안에도 꾸준히 올랐었다. 조중동이 미친듯이 걸레처럼 씹고 물고 흔들던 전 정부 때에도 '기름값'은 폭등이었지만, IMF의 타격으로 등장했던 천 원 짜리 김밥은 십 여년간 천 원이었었다. 지금은 석달만에 이게 뭐냐고. 철학이 없는 녀석들에게 정권을 던져주고 고스란히 당하는 시민들, 쌤통이다. 그러나 명박이 뽑은 사람들, 아직도 안 미안하지? 몇 만 명이 애꿎은 양초를 들고 시내에 꾸역꾸역 모인 것을 보고도 그것을 손가락질하며 혀를 차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명박이 정부 애들은 좋겠다, 좋겠어. 신나겠다.
그리고 실제로, 그 인간들은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니까, 정유회사들도 함께 신나겠구나. 나라를 말아먹더라도 재산은 불리겠다는 것이다. 수도물 민영화에 뛰어들겠다는 코오롱의 임원중 한 명은 아마 명박이 친형 상득이라지. 코오롱의 전 사장 출신. 

뭐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괜히 사고 싶은 것도 꾹 참고 에스컬레이터에 쭈그려 앉아있는가 싶어서, 아내의 손에서 무거운 장바구니를 빼앗아 굳이 들고 돌아왔다. 누구의 잘못이 되었든 같은 궤도 위에 올라타있는 것이니 '잘 되어지도록' 해야 옳은 일. 너덜너덜해진다고 해도 싸우고 싸워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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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8일 수요일

주말을 기다린다.

월요일 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가 견딜 수 없어서 광화문으로 달려갔었다. 아무 것도 볼 수 없었고 사람들도 찾지 못했다. 허탕만 치고 돌아왔다. 너무 늦게 갔어서 그랬나보다 했다. 알고보니 아내와 내가 시내바닥을 빙빙 돌고 있을 무렵, 경찰들은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을 몰아놓고 개패듯 패고 끌고 가고 있었다.
생계에 목이 묶여 일터로 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어디 나뿐인가. 다들 분하고 부끄러워한다. 주말을 기다린다. 인터넷을 열어 블로그와 기사들을 읽느라 매일 밤을 보낸다.

오랜 친구에게서 문자메세지가 왔다. '동창회 카페 왜 탈퇴했냐'.
생각이 다를 뿐이거나 혹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거나 그렇겠지만, 고기와 술을 먹고 놀러다니고 야구 축구 보러 다니느라 바쁜 친구들이 모여있는 곳에 내가 왜 들어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뭐가 그렇게 복잡하느냐고 나에게 반문했지만 주말에 또 놀러갈 계획이나 하고 있는 선량한 친구들에게 '어쩜 그렇게 단순하느냐'라고 내가 되물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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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6일 월요일

지루한 싸움.



이것은 정말 지루하고 긴 싸움일 뿐일테지. 그저 거꾸로 가고 있는줄 알았던 세상이 알고보면 새로운 최악의 길로 치닫고 있었던 것인데, 이 나라의 다수 시민들이라는 사람들은 그나마 곧 잊을 것이다.
언제나 싸우고 맞서서 지켜내려는 소수들이 있고, 굿을 보고 떡을 주워먹는 다수들이 있고.
너무 오래된 역사를 가진 저질 세력의 나라이기 때문에 다수라는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옹졸한 이기주의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이명박은 드디어 시민들을 방패로 패고 경찰들에게 갑옷을 입혔다. 곤봉에 맞아 터지고, 살수차를 가로막고, 몸에 불을 질러버린 사람도 생겼다고 했다. 결국은 피를 부르는구나.아주 오래된 지루한 싸움... 절대로 끝나지 않을테지.

목사 추부길이 현장에 나와 주머니에 손 넣고 서있는 모습이나, 어청수가 '시위는 틀림없이 치밀한 계획에 이뤄졌다'고 떠드는 장면을 보면 아직은 웃음도 난다. 너무 익숙한 꼴과 사운드여서 그렇다. 하도 많이 보아서 친숙한 장면이지 않은가, 좀 오래전 기억이 되어버렸긴 했지만... 하긴 그들도 저 쪽에서 피식 냄새나는 웃음을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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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5일 일요일

홈페이지 삽질.

멀쩡했던 홈페이지가 갑자기 먹통이 되었었다.
그리고 파일 (이미지) 업로드가 안되었다.
글을 삭제하려고 하면 에러가 났다.

참 이상한 것은, 바로 전날 백업을 해뒀다는 것.
그냥 '백업해둔지 좀 오래 되었으니까 오늘쯤... 해둘까' 했던 것인데... 운이 좋았던 걸까.

어떻게든 고쳐보겠다고 애를 쓰다가 결국은 최신버젼의 블로그 툴을 다운로드했다.
설치하고 백업파일을 복구했는데, 이번엔 또 한글 검색이 동작불능.
파일을 수정하고 복구시키기를 수십번은 했다.
결국 한글 검색을 고치면 파일 업로드가 안되고...
다른 것을 고치면 한글 검색이 안되고.

예전 같으면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어떻게든 바로잡아보겠다고 했겠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고 그렇게 하기도 힘에 부친다. 뭐 아는 것이 있어야지.... PHP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너무 능력 밖의 일...

마침 웹호스팅 기간이 며칠 안남았다. 수 년 동안의 기록들을 관리하기 위해 블로그 툴을 쓰기 시작했는데 검색기능이 바보라면 의미가 없다. 별 것을 가지고 다 고민을 하고 있어야 하다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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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팅 업체의 서버관리자에게 도움을 받아서 다시 바로잡을 수 있었다. (무려 이틀만에.) 하지만 어쨌든 임시적인 방법... 남들이 공들여 만든 툴을 거저 써먹자고하니, 이런 정도의 수고를 감수해야할 때란 있는 법.

2008년 5월 24일 토요일

대기실에서.

공연 전 대기실에서.
언제나 두 사람 함께 다니나요, 라는 질문을 몇 분에게 받았는데, 사실은 '시끄러운 공연장'에 이제 그만 가보고 싶지 않다는 아내를 내가 꼬드겨서 데리고 나오는 모양으로 되어있다.
공연이 시작되면 아내는 대기실에 혼자 앉아서 고양이를 만들거나 책을 읽거나 한다고 했다.

제 공연을 객석에 앉아서 보았던 것은 두 번 정도로, 모두 친구가 구경하러 와주는 바람에 '할 수 없이' 구경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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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3일 금요일

순이의 골목.

집안에는 고양이가 노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이 녀석들이 한 번 숨어버리면 찾아낼 수가 없다.
소파 뒤의 좁은 통로는 고양이들의 비밀 골목이다.
이 집에서 나와 쭉 함께 살고 있는 순이는 이런 곳을 다니는데에 누구보다 익숙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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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공연을 벌써 기다리고 있다.


상승하고 있는 밴드의 분위기라고는 했지만, 지난 공연이 너무 즐거웠어서 그 후유증이 오래 가고 있다.
공연 끝난지 며칠 지나지 않아 벌써 다음 스케줄이 생기기를 바라고 있게 되었다.
진작 이랬어야 좋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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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2일 목요일

서울을 다녔다.


머리를 아주 아주 짧게 깎고, 오랜만에 서울 시내를 쏘다녔다.
동대문, 종로의 골목길들, 인사동, 악기상가, 안국동과 삼청동의 뒷길, 그리고 지랄맞은 청계천, 청계천.

어두운 한 밤중에 여러 대의 '추럭'이 남녀노소의 사람들을 가득 싣고 와서는, 아무 것도 없는 깜깜한 언덕에 쓰레기를 버리듯 부려놓고 떠났다. 그것이 개발을 위해, 수도 서울의 미관을 위해 청계천에 거주하던 가난한 빈민들을 강제로 이주시켰던 이 나라의 '추진력'이었다. 그놈의 개발이라는 것을 해놓고 사람들을 떠나보낸 것도 아닌, 사람을 먼저 데려다 놓은 후에 알아서 개발을 하고 살으라고 하는.... 선이주 후개발이라는 창의성 가득한 일을 벌였던 것인데, 이런 사실들을 기억하는 사람도 이제는 거의 없다. 그들이 버려지듯 옮겨져야했던 곳은 경기도 광주, 지금의 성남이다.

20대의 시절에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인사동을 지나 종로길을 걸어가려면 보도에 까맣게 줄지어 앉은 전경들을 지나야했다. 말콤 엑스 책을 보고 마르크스라고 생각하여 가방을 빼앗아 검문했던 경찰도 있었다. 21세기의 서울 도심을 걸으면서 생각나지 않아도 좋을 그 시절이 저절로 떠올려지는 것이 답답했다.
오래된 골목 어귀에는 담쟁이가 늘어진채로 햇빛을 받으며 졸고 있었고, 대형 신문사의 전광판에는 끊임없이 정부의 광고가 비춰지고 있었다. 몇 시인가 싶어 휴대전화를 열어보니 오후 여덟 시에 청계천의 소라기둥에서 모이자고 하는 촛불집회 메세지가 도착해있었다.

2008년 5월 21일 수요일

함께 살아가기.

정리되지 않은 잡념들을 나열해보았다.

- 미국 시민인 이모님은 나와 내 동생에게 '속상하게하는 녀석들'이라고 했다. 동생이 첫째와 둘째 아이를 낳게 되었을 때에 미국에 '들어와서' 애를 낳고 가라고, 모든 것을 다 준비해주겠다고 그렇게도 힘주어 이야기했는데 말을 듣지 않더니, 오빠라고 하는 나 역시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 답답한 녀석이구나, 라고 했다.

자신의 아기를 어느 곳에서 출산하는가라는 것은 전적으로 내 여동생 부부의 마음이니까 내가 뭐라고 할 것이 아니다. 다만 최소한 내 조카들이 으앙 하고 첫 울음을 터뜨렸던 곳이 이역만리의 그 나라가 아니었다는 것에는 동생에게 박수라도 쳐주고 싶다. 객쩍은 생각이긴 하지만, 워낙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가 되었으니까 나와 내 동생같은 사람들은 별종이거나 유별난 인간들로 보일지도 모른다. 내 기준으로는 미국 시민이 되어버린 내 이모가 안스럽다. 열흘 후에 그 분은 다시 '스테이츠'로 '들어가실'텐데, 부디 지난 달에 한국으로 '나오실' 때 처럼 예방주사를 네 개나 맞는다던가 하는 일을 겪지 않으시길. 미합중국의 모든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분의 정서가 가능한 상처입지 않으며 여생을 보낼 수 있으시길 바라면 되는 걸까.


- 어릴 적의 친구를 반가와한다, 라고 하는 분은 아름다운 우정을 지닌 분들이다. 나에게는 옛 친구라는 말처럼 섬뜩한 것이 없다. 그보다는 지금 여기에서 계속 친구가 되어지고 싶은 대상들이 소중하다.
사고와 생활방식, 머리속의 가치관과 살아가는 태도를 다 묵인하며 옛 친구이니까 함께 어울릴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여간 비위가 좋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비위가 좋은 사람들이 아주 많거나 (이번에도) 내 인격형성이 비뚤게 되어있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될 것 같다.
서로의 생활이 달라 만나지 못하며 지내도 마음 속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는 우정이라는 것이 있고, 시시콜콜 옛 이야기를 나누며 언제라도 술과 고기를 나눠먹을 수 있다고 해도 그나마 말라 붙어있던 정마저 뚝 떨어지는 존재들이 있는 법인데, 참으로 마음도 여유롭고 비위도 세다. 나는 도저히 그렇게 못하겠다.


- 루소는 자유와 평등과 우애를 말했다고 했다. 함께 살아가는데에 제일의 가치가 될만한 말들을 남겨주긴 했으나, 그것은 비현실적이어서 가치를 더 가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들이 따뜻한 곳에 있기 위해서는 세상의 음울한 골목이 당연히 존재해야한다고 여기는 사람들과, 내 것과 남의 것은 결코 똑같은 무게일 수 없다는 것을 종교로 삼는 사람들과 우애를 나누며 살 수 있다면, 존 레논도 자신이 쓴 가사를 두고 머쓱해할지 모른다. 그것은 환상일 것 같다. 그런데도 간혹 끝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을 놓지 않고 그들에게 헌신하며 삶을 꾸려가는 분들을 보게 될 때면 나는 부끄럽고 난처하다. 나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하지 못하면서 입속에서 우물거리기만 하며 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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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에서.

사진 : 니나

공연의 연속이었던 몇 주가 지나가고 나니 사람을 고생시키던 지독한 감기도 함께 지나가 버렸다.
공연장의 대기실에서도 계속 코를 풀고 기침을 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옮기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병원에 두 번이나 갔었고 심지어 약도 꼬박 꼬박 챙겨 먹어야했다. 이 달의 공연을 기억할 때에는 꼭 감기가 함께 생각날 것 같다.


2008년 5월 20일 화요일

공연을 마쳤다.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일상처럼 되어있다고 해도, 어떤 공연은 끝이 난 후에 진짜 일상으로 돌아오는데에 시간이 걸릴 때가 있다.

하루를 쉬고 다시 레슨을 위해 일터로 갔는데, 너무 피로해졌다.
사실은 피곤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좁은 방에서 레슨하는 것은 재미가 없고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은 즐겁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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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사용하기.

작년 부터 필요한 곡에서는 피크를 사용하고 있다.
어떤 곡에서는 피크를 사용해야할 소리와 손가락을 써야할 부분이 섞여 있어서 피크를 잠시 입에 물고 있다거나 손바닥 안에 꼭 쥐고 있어야할 때가 있다.
마침 베이스의 헤드에 피크를 꽂아둘 수 있는 부속을 발견해서 그것을 계속 쓰게 되었다.
베이스를 연주하며 가지고 다니지 않았던 피크를 이제는 늘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게 되었다.
가장 좋은 소리를 내주는 피크의 두께라는 것이 있고 내 취향에 맞는 모양이라는 것도 있어서 두께와 모양이 조금만 달라도 무척 불편하다. 그런데 덜렁거리는 나는 언제나 피크를 한 두 개씩 잃어버리곤 했다. 아주 가끔씩 베이스의 헤드에 꽂아둔 피크를 누군가 슬쩍 가져가버릴 때도 있는데 가격이 비싸서가 아니라 연주를 할 수 없게 되어서 매우 곤란해진다. 여벌의 피크들을 언제나 한쪽 주머니에 가지고 다녀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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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


공연이 끝난 후에 웹을 돌아다니다가 이번 공연을 구경하신 분들의 블로그에서 공연에 관련된 글들을 읽게 되었다. 더러 비난이 담긴 내용을 읽을 때도 있다.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눈여겨 읽어둘 필요가 있는 글도 있다. 그러나 음악이나 공연과는 상관없는 편견과 좁은 식견의 개인감상문들도 있기 마련이다. 개인블로그에 올린 감상의 글을 가지고 뭐라고 말할 일도 아니지만, 그런 분들에게도 반드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공연을 하겠다고 다짐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누구나 만족해하는 공연을 하려고 한다면 결국 TV의 오락 프로그램처럼 되어버리기 십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보이는 것이 자신의 내면인 것 처럼 음악을 구경하며 무엇을 보는가라는 문제는 어쩌면 자신의 감성지수의 문제일 수도 있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의 표정과 몸짓같은 것을 두고 그 이유를 묻는 분에게도 조금 강하게 말하자면 별로 대답을 해드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 질문은 어쩌면 한 번도 음악을 들으며 희열을 느껴본적이 없다거나 음악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무엇인가에 흥취해본 적이 없었던 사람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연주자의 몸짓에도 분명히 계산된 동작이 있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동작과 표정은 연주를 위해 '필요'한 어떤 것이 된다. 어째서 기타리스트의 오른손 동작이 크거나 작은 것인지, 왜 소리에 따라서 몸의 흔들림이 달라져야하는지를 '들을 수' 있게 된다면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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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9일 월요일

마포아트센터 공연.


마포아트센터 마지막 공연날의 장면.


안양문화센터 공연.



2008년 5월 18일 일요일

마포 공연 중 .



마포 공연.


얌전했던 전반부.


드러머 민우씨의 드럼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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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했던 공연.

이틀의 공연이 끝났다.
즐거웠고 유쾌했다.
마지막 곡을 마치고 난 후에도 기운이 펄펄 났다. 전혀 피곤하지도 않았다.
이것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인지 어떤지는 훗날이 되어서야 알게 되겠지만, 비로소 무엇인가 시작했다는 느낌은 들었다.



2008년 5월 17일 토요일

사이 좋은 고양이들.


자주 집을 비우고 있었다.
그것이 고양이들에게 미안했다.
사람들이 자주 외출을 하는 동안에 순이와 꼼은 더 사이가 가까와졌던 모양이었다.
둘이 함께 나란히 앉아있거나 잠들어 있는 장면을 더 자주 보게 되었다.
부쩍 자라서 순이 보다 몸집이 커져버린 꼼이 순이가 하는 행동을 모방하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바쁘게 사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고양이들과 더 시간을 보내줄 수 있는 여유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드러머

밴드의 에너지 공급 담당이 되어버린 민우씨.
공연이 무르익으면서 공연장 전체를 압도해버리고 말았다.
무대 위의 동료들은 힘을 받아서 낄낄 웃으며 연주했다.
짧은 준비 기간이었는데도 맡겨진 모든 것을 해주고 있어서 무척 고마왔다.

2008년 5월 16일 금요일

단짝이 되었다.


꼼은 몸집이 커져버렸고, 순이는 꼼과 함께 노는 일을 많이 즐거워하게 되었다.
둘은 단짝이 되어서 함께 놀고 함께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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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궁금한 고양이들.

고양이 두 마리가 나란히 앉아 방안을 계속 기웃거리고 있었다.
알고보니 방 안에서도 에기가 바깥의 고양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대로 두면 저녁까지 저렇게 놀고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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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한 순이.


고양이 에기를 위해서 제일 큰 방의 창문과 문을 닫아놓고 있었다.
작은 방에 격리해두는 것은 너무 안스러워서 큰 방을 제공해주고 집안의 나머지 공간은 순이와 꼼이 사용하기로 하면 뭔가 협의가 잘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양이 순이의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이 집의 주인이었으므로 지금의 상황이 납득이 가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무거운 창문을 조금씩 열면서 방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손을 넣어 휘휘 저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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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5일 목요일

2008년 5월 14일 수요일

안양에서 공연.



악기가방

5년째 자알 쓰고 있는 기타가방.
잘 만들어진 가방이어서 아주 편하고 기능적이다.
문제는 수납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다보니 필요한 것들을 잔뜩 넣어서 들고 다닌다는 것.
당연히 엄청나게 무거워져있다.
베이스 기타만으로도 가볍지 않은데, 케이블 두어 개, 작은 공구들과 손톱깎이, 항상 몇 장의 악보, 필통, 튜너, 얇은 책 한 권, 수첩, 칫솔과 수건, 스페어용 베이스 줄 한 셋트, 가끔 연주하러 멀리 갈 때엔 얇은 속옷과 양말도 쑤셔 넣는다. 거기에다 자주 꺼내어 사용하기 위해 작은 카메라와 지갑이 들어있는 손가방도 매달아두었으니 정말 정말 무겁다.
난처한 일을 겪을 때도 있다.
어쩌다가 급히 다른 악기가 담긴 가방을 들고 나가면, 필요할 때가 되어서야 집에 '생필품'을 모두 두고 온 것을 알아차린 적이 많았다.

이것 보다 더 가벼운 가방이 보인다면 한 개 더 장만해야겠다.
같은 회사에서 혹시 개선된 제품이 나오지는 않았을까 생각하며 가끔 검색을 해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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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3일 화요일

힘들었던 연주.

연주하고 있는 동안 만큼은 즐거웠다.
그렇지만 너무 힘든 하루였다.
즐거웠다고는 말하고 있지만 정말 엉망인 공연이었다.
관중들 앞에서 부끄러웠는데 내색할 수도 없었다.
스트레스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감기를 앓고 있어서였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은 다 핑계이고.
에이, 자꾸 불쾌해진다.
오늘은 참 재미없었다.


2008년 5월 12일 월요일

리허설.

이틀 전 공연의 리허설 장면.
그리고 날씨 좋은 오늘은 전혀 다른 재즈 공연을 위해 곧 출발해야한다.
두통이 여전하고 숨쉬기가 좋지 않다. 게다가 야외공연이어서 낫고 있는 감기가 더 심해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아직도 몸살기운이 남아있는데, 저녁에 연주할 것을 생각하다보니 조금 기운이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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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나는 곁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내가 목격했던 것 그대로 옮겨 보기로 한다.

순이 : 이제 그만 일어나라.
꼼 : 몇 시...이길래...?
순이 : 내가 그 자리에 누워야겠다.
꼼 : 싫은데...


결국 순이가 그 자리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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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문예회관 공연.


2008년 5월 11일 일요일

무지개


공연장에 가는 길에, 하늘에 무지개가 떠있었다.
나는 경쾌하게 앞질러 가는 상훈씨의 차를 쫓느라 주변을 살펴볼 정신이 없었다.
날씨 좋은 주말 - 어떤 다수의 분들에게는 연휴의 첫날 - 공연장에 도착했더니 초록색 나뭇잎들이 바람에 춤을 추고 있었다.
조금 더 격렬한 선곡이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 시원한 공연을 했다.

선명한 무지개의 아래쪽에 함께 촬영된 검은 물체는.... 역시, U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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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앰프

베이스 앰프는 저음이 풍부하도록 설계되어있다.
다른 악기의 소리를 잡아먹게 하지 않으려면 그 저음을 절제해줘야 한다.
천장이 높고 공간이 넓은 무대의 경우일 수록 낮은 주파수의 음들이 회오리바람처럼 공간을 휘감기 쉽다. 이런 경우 앰프의 저음쪽 이퀄라이저를 조금 줄여주면 해결될 수 있다. 

똑같은 헤드앰프라고 해도 어떤 크기의 캐비넷이 연결되어있는지, 앰프 주변의 다른 사물은 어떤 상황인지, 입력될 악기가 패시브인지에 따라 조작법은 다양하게 달라진다. 아주 민감하게 신경을 써주지 않으면 밴드 전체의 사운드를 엉망으로 만들 수 있는 부분이므로 그 책임은 베이스 연주자의 몫이 된다. 

어제의 공연에서는 모니터 스피커의 콘트롤을 맡아주셨던 엔지니어와 충분히 의견을 나눴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무대 위에서는 엔지니어와 스탭들을 신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연주자들은 엔지니어가 자신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잊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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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8일 목요일

病.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사흘 째의 날.
아침 부터 온몸이 무겁고 관절마다 통증이 심했다.
머리에도 고통, 목에도 고통, 숨이 가빴다.
엄지 손가락은 많이 좋아졌었는데, 그만 방심하여 악기를 들어 올리다가 다시 삐끗하고 말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약속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약속을 해두고는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해야 한다. 길고 긴 하루를 마쳤다고 생각하고 짐을 챙기려는데 '아직 덜 마친' 일감들이 있었다.
혼자만의 일이라면 다 집어치우고 집으로 달렸겠지만, 어린 학생들과의 약속이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온몸이 떨리고 식은땀은 흥건한채로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다시 계단을 한 개씩 꾹꾹 밟으며 집으로 향하면서 생각했다.
부모님이 그렇게 반대를 했을 때에 나는 몰래 몰래 밤에 돌아다니며 연주자가 되고 싶어했다.
어느날 차비가 모자라 이태원의 길바닥에 앉아 첫 버스를 기다리면서 생각했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음악의 일만 하고 살 수 있다면 그까짓 것 괜찮다, 라고.
지금 바쁘게, 쉴틈없이 음악의 일만 하고 살고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
병이야 귀찮은 것이지만 뭐 그까짓 것 괜찮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내 일을 하겠다고 종일 도로를 기어다니고 있는 동안에, 아내는 먼 길을 지하철을 갈아타며 어르신들을 찾아가 꽃을 드리느라 하루를 보냈다. 밤 늦은 시간에 어머니로 부터 고맙다, 는 전화를 받았다. (물론 나는 혼만 났다.) 나는 아파서 흐느적거리고 고양이들은 심심하여 난동을 부렸다. 아내는 피곤에 절어 털실처럼 힘없이 늘어져버렸다. 많이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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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

특별한 생각을 해낸다고 해도 달리 도리가 없으므로,
시간이 흐르는 방향으로 걸어갈 수 밖에 없는 일.
무슨 애를 써본다고 해도 늙어지는 것이고 죽어지는 것이니까,
어렵고 긴 여행이라고 해도 결국 흘러가야한다는 것이니까,
등을 떠밀려 흐느적거리며 걷진 않겠다는 정도.
겨우 그 정도의 다짐.

감기 몸살로 며칠 동안 고생을 하고 있었더니
어금니가 아프다. 아마 운전을 오래 하면서 이를 꽉 물고 다녔었나보다.
엄지 손가락을 다쳤는데 쉽게 낫지 않는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가 없다. 많이 부었다가 점점 가라앉으면서 오히려 통증이 심하다.

새벽에 신기한 꿈을 꾸고 일어났다.
분명히 어둠 속에서 몸을 일으킬 때에는 꿈의 전부를 기억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기억해낼 수가 없다.
목이 부어서 침을 삼키기가 힘들다. 우유를 꺼내어 한 잔 마셨더니 갑자기 몸이 더 춥고 떨린다.
어느 분이 방송의 HD 화면을 캡쳐해주신 덕분에 공연했던 것의 일부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생각이 많아져서 어지럽거나, 아니면 열이 많이 나서 빙빙 도는 것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텐데,
어찌된 일인지 다시 잠들기가 어렵다.

2008년 5월 3일 토요일

기다려주는 고양이.


내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비교적 일정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고양이 순이가 매일 밤 같은 시간에 현관 앞에 앉아서 나를 기다린다고, 어느날 아내가 말해줬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고양이가 그럴리가''라고 생각했다. 현관 밖에서 나는 무슨 소리를 들었다거나 그런 것이겠지, 라고 여기고 말았다. 그런데 그 다음 날에도, 또 다음에도 아내가 같은 말을 했다. 자고 있거나 놀다가도 그 시간이 되면 현관 앞에 앉아 한참을 기다린다는 것이었다. 가끔 내가 시간을 넘겨 늦게 들어온다거나 할 때엔 기다리다가 '에이, 안오나보다'라고 단념하는듯 돌아서서 다시 잠을 자러 가거나 한다고 했다.

혹시 아내가 나를 제 시간에 꼬박꼬박 들어오게 만들기 위해 지어낸 픽션인 것일까, 라고 생각하고 또 넘기려고 했는데... 결국 순이가 기다려주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줬다.

정말이었던걸까. 어쩌다가 무심코 '그 녀석은 왜 집에 안오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일 수 있겠지만, 괜히 사진을 보고 미안해졌다. 혼자 집을 보고 있을 때에도 순이는 저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적이 많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가끔 일 때문에 아주 늦도록 귀가하지 못했던 때도 있었다. 고양이이니까 사람이 없으면 알아서 잘 놀던가 잠이나 푹 자고 있겠지, 생각했었다. 미안했다.

집에 돌아오면 현관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나와 인사를 하는 고양이 순이. 항상 한 발 늦게 느릿느릿 나와서 몸을 부비는 흰둥이 꼬맹이, 기지개를 펴고 한 바퀴 뒹굴면서 눈인사를 건네는 언니 고양이 에기까지... 유유자적, 편안하고 재밌게 잘 지내자고 한 마리씩 다가가 말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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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일 목요일

Green Room


그린룸이라는 말의 기원은 이것 저것 추측되는 것이 많은데, 그 의견들이 다 그럴 듯하다.
어쨌든 그 의미는 출연자들이 분장실로 돌아갈 필요가 없이 잠시 휴식을 하거나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머물 수 있도록 준비되어있는 방을 말한다.
그러니 '출연자 대기실'이라고 되어있는 우리말 이름(사실은 한자이름)이 적절하다. 물론 'Green' 색상으로 방을 꾸며둘 필요는 없다. 사진은 지난 주에 갔었던 방송사의 대기실이었다.

전에는 제법 돈들여 지어놓은 어느 지역 공연장의 무대 뒤에서 그린룸, 화이트룸, 오렌지룸 등이 적힌 방문들을 보았었다. 그리고 우리말로 각각 '분장실'이라고만 되어있었다. 그저 몇 개의 분장실을 구분하기 위해 적어둔 것이었던 모양이었다.

화이트룸은 잭 부르스가 만들고 에릭 클랩튼과 진저 베이커가 함께 연주했던 크림의 노래였다.
나는 이 노래만 들으면 경천 형님의 와우와우 소리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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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고양이의 삶.


지난 겨울, 베이스를 배우고 있는 학생 은지가 침착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새끼 고양이의 상태가 아무래도 심각하다는 것이었던가, 침착하지만 빠른 말투였다. 어쨌든 그런 내용이었다.
그의 친구 한 사람이 아주 작은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겠다고 해놓고서는, '여건상' 못 기르겠다며 은지에게 떠맡겼던 모양이었다. 몇 번 그 이야기를 들었고, 하루 정도 집에 맡아준 적도 있었다. 그중 한 마리는 너무 허약하고 힘이 없어서 걱정하고 있었다.

결국 나와 아내는 깊은 밤중에 어린 학생과 그보다 한참 더 어린 고양이를 태우고 심야 동물병원으로 달려갔었다. 피검사를 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던 새끼 고양이의 검사 결과는 생각보다 더 위중했었고, 살려내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무턱대고 데려와서 책임없이 남에게 떠맡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수의사의 설명을 들은 은지는 우리에게 고양이의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에 입원시키고 싶다고 말했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단호한 음성이었고, 아내는 내가 의견을 묻기 위해 얼굴을 쳐다보자 이내 나를 계산대로 떠밀었었다. 졸지에 카드로 고양이의 입원비가 계산되어버렸다. 지출이 많았어서 조금 빠듯한 때였지만, 뭐 어떻게 되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너무 가느다란 발 끝에 큰 주사를 꽂은채로, 힘없는 눈빛의 새끼 고양이는 우리를 바라보며 울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틀 후에 새끼 고양이가 퇴원을 했고, 큰 고비는 넘겼으니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고양이를 입원시킨 다음 날에 나는 레슨을 마치고 은지에게, 돈 따위는 신경쓰지 않아도 좋으니 병원비 걱정말고 고양이를 잘 살려내렴, 이라고 말했었다. 그러자 학생은, "계산해주셨던 병원비를 드리려고 지금 가져왔는걸요"라고 하며 손에 쥔 것을 내밀었다. 주머니 속에 반으로 접혀있던 지폐에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다.

한참이 지난 후, 어느날 내가 없는 사이에 은지가 고양이를 데리고 집에 방문했었다고 했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고양이가 팔팔해져서, 잠시도 쉬지 않고 장난하고 뛰어다니던 통에 촛점이 맞은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다고 했다. 비실거리던 눈빛은 반짝거리고 배는 잘 먹어서 빵빵해져있었다고 들었다. 두 여자는 오후 내내 고양이와 장난치며 보냈던 모양이었다. 아내는 그 사이 새끼 고양이를 모델삼아 인형을 한 개 만들어두었었다. 나란히 찍어둔 사진을 보니 우습다. 한참 지난 사진을 이제야 구경하면서 기분좋아하고 있었다. 이제 아프지 말고 재미있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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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하고 싶은 고양이.

먹고 자고 장난치느라 하루가 모자른 고양이 녀석.
정말 쉼 없이 놀고싶어한다.
불쌍한 인형 고양이 한 마리는 바닥에 기절해있었다.
아내가 만들어준 인형을 고양이 꼼은 물고 던지고 짓밟다가 가끔 머리를 베고 잠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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