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17일 토요일

내 고양이.


깊은 밤이 되면 나는 혼자 한 쪽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경우가 잦다.
가능한 소란스럽지 않게 하기 위해 방문을 닫아두고 창문도 닫는다. (사실은 요즘 추우니까)
다른 사람과 고양이들은 집안의 다른 곳에서 각자의 자리를 잡고 잠을 자고 있다.
다만 고양이 순이는 나와 함께 방에서 밤 시간을 보낸다. 내 곁에서 졸다가, 일부러 가까이 다가와 참견을 하다가, 장난을 걸다가, 다시 근처에 누워 잠을 청하더라도 늘 함께 있어준다. 음악소리가 거슬리면 구석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을 잔다. 몸을 길게 펴고 편하게 자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인데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함께 있는 것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고 좀 미련해보이기도 한다.

커피를 만들어 놓으면 적당히 식을 즈음 발로 찍어 먹어보거나 한다. 요즘은 대담하게 컵에 머리를 박고 훌쩍 훌쩍 마시기도 한다.
기타를 치고 있을 때에 무릎 위에 올라와 앉는다.
하던 일을 멈추고 순이야, 하고 부르면 눈을 마주치며 그르릉 소리를 낸다.
나와 함께 지내는 몇 년 동안 고양이 순이는 하루도 어김없이 내 곁에 함께 있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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