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31일 일요일

공연 이틀 째


이틀 째의 공연,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로 어제 보다 힘들었다.
많이 지쳐서 집에 돌아왔다.
어제와 오늘, 리허설 도중에 사진을 찍었다.

나는 이번 공연에서 어쿠스틱 베이스와 어쿠스틱 기타를 쳤다.

2006년 12월 30일 토요일

연말 공연 중.


연말 공연을 하고 있는 중이다.
말일 까지 사흘 동안의 공연이다.
즐겁게 재미있게 여유를 부리며 하고 있다.

연주를 하며 한 해를 보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2006년 12월 29일 금요일

그래미 상.

어릴적엔 정말 훌륭한 상인줄로 알았던 그래미상.
이제는 뭐 그쪽 업계를 위한 그들의 잔치인건가보다... 하는 생각뿐이지만, 그래도 음악상다운 틀은 제대로 갖추고 있다. 비교할 수 없지만, 그런 시선으로 우리나라 TV의 가요대상을 흘깃거리다보면 탄식만 나온다.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


리차드 보나의 TIKI가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
"Best Contemporary World Music Album"에 후보로 되어있다. 분류는 월드뮤직. 어쨌거나 그가 수상했으면 좋겠다. 그것으로 나같은 팬들은 그의 양질의 음악을 더 들을 수 있는 복을 누리게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보나가 세션으로 참가한 마이크 스턴의 새 음반도 재즈 쪽에서 후보로 되어있다.

2006년 12월 26일 화요일

손가락을 밟혔다.

별로 사람이 붐비지도 않았던 식당에서 학원 원장님이 사주신 갈비를 먹고 있었다.
오래 앉아있으려니 다리가 아파서 양손을 뒤로 뻗어 잠시 기운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데, 일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그만 내 손가락을 플라스틱 슬리퍼를 신은 채 밟고 지나갔다.

밟힌 손가락은 왼손 검지였다. 선명하게 신발자국이 찍힐 정도로 밟히고 말았다. 그 아주머니는 숯불이 들어있는 무거운 솥을 든채 내 손을 밟고 잠시 서 있었다.
뒤늦게 알고 놀라며 사과를 하시려는 아주머니에게는 여유있게 웃어보이며, 아유, 가벼우세요... 괜찮습니다, 라고 했는데,
집에 돌아와서까지 욱신거리며 손가락 마디가 아프더니 급기야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오른손 검지도 마디가 아파 파스를 바르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는 왼손 검지손가락이 쉽게 나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하고 있다. 내가 베이스를 연주할때에 가장 혹사당하는 손가락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붓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06년 12월 25일 월요일

아침에.

거의 한 시간도 못자고 다시 일어나 부산을 떨며 나가려는데,
내 고양이는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자리를 옮겨가며 졸고 있었다.

연주를 더 많이 하고 싶다.


벌써 연말.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달려야할 일주일을 남겨놓고는 있지만 그래도 연말.
올해엔 첫날부터 연주를 시작해서 참 부지런히도 돌아다녔다.

부디 그런 밥벌이용 시간메우기 식의 연주들 말고, 새해엔 초긴장상태로 365일을 살아도 좋으니 더 좋은 공연들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배가 고파졌다.


밖에서 누군가가 뭘 좀 먹자고 말해줄때엔,
배탈이 나지 않은 이상 얼싸 좋구나 하고 꼭 먹고 들어오기로 했다.
아까 밖에 있을 때에는 입맛이 없길래 안 먹고 말았다.

새벽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허기가 느껴졌다. 오늘 밤은 그냥 참고 잠을 자려고 했다.
자기 전에 동생의 블로그에 들렀다가 그만 조카 녀석의 국수먹는 장면을 보고 말았다.
그 뒤로 계속 배에서 복잡한 소리가 나고 있다.
너무나 배가 고파졌다.

2006년 12월 23일 토요일

노래

오래도록 연주곡만 즐겨 듣느라 자주 잊고 살기는 하지만, 역시 노랫말이 담긴 좋은 노래 한 곡을 듣고 있을 때가 좋다.

아주 아주 오래 전 어린 시절에 친구의 작은 방에 둘이 앉아서 밤 깊도록 음악을 들었었다. 그 해 가을이던가 '기타가 있는 수필'을 들으며 딴엔 깊은 생각에 골몰했던 때도 있었다.
이 노래, '내방을 흰색으로 칠해주오'를 듣고 있을 때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흥얼거리면서 뭘 안답시고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었는데, 사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 노랫말의 속내를 다 알 수 없어서 뭔가 뿌연 느낌이 그대로 있었다. 모호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을 이해할 수 없어했다.

이번 연말공연때에 이 노래를 연주하게 되었다. 연습 첫날 매니저님으로부터 이 노래가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구나, 그랬었구나. 죽은이의 말일 수도 죽어가는 이의 말일수도 있는 노래였군. 결국은 살아있는 이의 말이겠지만.
이제서야 무엇인가 뿌옇던 것이 치워져버렸다. 20여년이 지나서야 이 노래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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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을 흰색으로 칠해주오
작은 장미 꽃송이와 함께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릇소리는
초인종으로 달아주오
천정엔 하늘과 구름 그리고 바람
추억을 담은 단지도 예쁜것으로 해주오

시간의 고동소리 이제 멈추면
모든 내 방에 구석들은 아늑해지고
비로소 텅빈 가슴 꼭 껴안아
한없이 편안해지네
돌덩이가 된 내 슬픔이 내려 앉

2006년 12월 18일 월요일

겨울 볕 쬐기.


청소를 하고 빨래를 널어놓았더니 고양이 순이는 창가에서 햇빛을 쬐며 놀고 있었다.

2006년 12월 14일 목요일

겨울비가 내렸다.


성남에서 공연을 했다.


비가 내리는 낮의 냄새가 좋았다. 

순이의 마음 씀씀이.


오래 잠을 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가장 깊이 잠들었었다.
잠결에 내가 자주 기침을 하고 몸을 뒤척였다.
그때마다 내 손과 팔을 꾹꾹 누르며 따뜻하게 와닿는 작은 물체를 느꼈다.
잠에서 깨어나보니 고양이는 한쪽 손(정확히는 발)을 침대 위에 올려둔채 선잠을 자고 있었다.
작년 초의 겨울에 독감에 걸려 진땀을 흘리며 자고 있었을때엔 가슴 위에 올라와 입술을 핥아주기도 했었다.
고양이 순이는 저 쬐그만 발로 내가 뒤척일때마다 넌지시 지긋이 토닥거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조그맣고 따신 체온이 고마왔다.

짐을 꾸리고 나가는 길에 순이가 좋아하는 통조림 깡통을 한 개 따줬다.
아직 잠들어 있는 고양이를 깨우지 않으려 조심 조심 현관문을 닫고 나왔다.
집에 돌아오니 그릇이 말끔히 비워져있었다.
나는 순이를 한참 동안 안아주었다. 순이는 좋아하는 소리를 점점 크게 내고 있었다.


2006년 12월 9일 토요일

환청에 시달렸다.

어떤 행동의 선택은 당연히 이후의 행동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간은 항상 선택을 하고 선택에 의한 새로운 상황에 자기자신을 새롭게 구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 처해서도 그 한계 내에서 자유롭게 행동을 선택할 수 있고, 숙고한 행동 그 자체는 물론, 상황을 무시한 것과 자유를 버려두고 돌보지 않은 선택까지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선택과 책임따위는 이제 그만 두고 그냥 좀 편하게 살고 싶다.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으면서 적당히 살아보고 싶다. 

억지로 잠이 들었는데 환청에 시달렸다.
기분나쁘게 반복되는 타악기와 베이스의 분절음이 계속 들렸다.
처음엔 잠속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거나 뭔가를 집어던지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너무나 현실적으로 들려오던 그 소리들은 스네어 드럼, 킥 드럼의 분별없는 음들이었다.
사람을 녹초로 만드는 저음들도 분명하게 들려오며 귀를 괴롭혔다.
결국 다시 잠을 깨어 비틀거렸다.

다시 잠들었다가 지독한 꿈을 꾸고 또 깨어났다.
이번엔 살인을 하고 개를 죽이고 무엇인가를 훔쳐서 달아나는 꿈이었다.
시계를 보니 겨우 한 시간 남짓 잠들었었다.
이대로 오늘 공연장에 나간다면 낭패를 볼 것이다.

다시 자야했는데, 결국 밤을 새웠다.

2006년 12월 5일 화요일

겨울 맞이 목욕.


이틀 전에 집에 돌아오면서 오늘은 고양이를 씻겨야겠다고 생각했었다가, 귀가 후에 내가 목욕을 하고 나니 모든게 귀찮아져서 그냥 침대에 누워 자려고 했었다.
그런데 잠이 들 무렵 갑자기 욕실에서 풍덩하는 물소리가 나더니 순이의 비명이 들리는 것이었다. 두 번 세 번 큰 소리로 야옹거리고 물에서 버둥거리는 소리가 들렸을때야 나는 위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욕실로 달려갔다.

변기에 빠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욕실의 불을 켜고 보니 고양이는 내가 욕조에 받아놓았던 물에 빠져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너무 난감해하고 불쾌해하는 표정으로, 도움을 청한다기 보다는 원망하거나 수치심의 표현처럼 들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모양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나는 물에서 꺼내주는 것도 잊고 그만 킬킬 웃고 말았다. 순이는 내가 꽤 얄미웠나보다.

그 바람에 결국 새벽시간, 갑자기 고양이를 목욕시키는 일을 벌이게 되었다. 순이는 목욕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엔 항의를 하는건지 심술이 난 것인지 유난히 많이 투덜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