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7일 수요일

길에 사는 샴고양이.


지난 번 사냥꾼 샴고양이, 그 녀석. 찍어두었던 짧은 동영상에서 한 컷.
사진을 보니 꽤 귀여웠던 녀석이었다.
이 놈을 다시 한 번 만나려면 결국 그 식당에 가서 밥을 먹어야 하나.

그러고보니 식당 부근을 어슬렁거리며 기식하며 살고 있는 것이니 길고양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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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심심한 고양이.


하루 종일 장난만 생각하는 꼬마 고양이.
집안의 고양이들이 자신과 놀아주지 않자 드디어 사람의 다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피곤할 때에 다리에 달려들어 때리고 물고 엉겨붙으면 정말 성가시고 귀엽다.
짜증이 나려고 할 즈음에는 반드시 저런 얼굴을 하고 올려다봐주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간사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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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학생들 중에서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그들 중 몇 사람이다.
나는 타인의 인생에 참견하거나 간섭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고 표정도 함께 늙어져버리고 있는 그들을 만나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아진다. 쓸데없는 잔소리라며 핀잔을 주는 일 없이 그들은 오지랖 넓은 체하는 나와 어울려줬다.


가르치는 일을 하는 주제에 해도 되는 말인가 의심되지만, 나는 그들이 몇 개의 요령을 배우느라 연습실에 틀어박혀 있는 것 보다는 차라리 여행을 다닌다거나 연애질을 일삼았으면 좋겠다. 천성이 rocker인 몇 명은 재즈이론을 배우느라 졸음을 참고, 연주자가 체질인 것 같은 몇 사람은 대학입시에 쓰여질 한 두곡을 수 백 번 연습하며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 나는 그런 것이 안타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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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자는 고양이.


무더위가 지나고 나니, 샴고양이 순이는 하루 종일 자다가 가끔 잠에서 깨어나는 것 같다.
자다가 일어나서는 다른 자리에 가서 다시 눕는다. 아니면, 아무데나 우선 눕고 본다.
고양이는 정말 많이 잔다.
잘 먹고 마시고는 있는지 종일 지켜볼 수 없어서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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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았던 하늘.


월요일 낮, 하늘은 투명했고 내 머리속은 혼탁했다. 잠을 못자서 멍청한 상태에다 머리를 다쳤던 것 때문인지 계속 어지러웠다.
저녁의 일정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하늘에 걸린 구름을 구경했다.

그런데 고장났던 카메라는 다시 멀쩡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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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4일 일요일

공연장에서 하루 종일.


연주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볼 겨를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 무려 일곱 시간을, 콘솔 앞에 서있어야했다. 앉을만한 의자도 없고 공간도 없었기 때문에.


슬럼프의 연속인가...
연주 순서가 되었을 때에 피로감이 너무 심했다. 계속 서있었던 것이 나빴기도 했다.
그리고 두 번째 곡에서 솔로 연주를 하다가, 그만 네 마디를 빼먹고 슬쩍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민망하기 이를데 없는 실수. 게다가 지난 밤에 나는 그 곡을 잘 연주하기 위해 늦게까지 연습도 했었다.


가장 큰 잘못은, 앰프의 소리가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좋지 않았는데 그냥 대충 해버리고 끝내자, 라는 생각으로 연주를 시작한 것... 이런 것은 실수가 아니고 잘못이다. 몹시 몹시 우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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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 샴고양이.


심야에 찾아갔던 식당의 너른 주차장에서, 샴고양이를 만났다.
길에서 샴고양이를 만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내가 쭈그려 앉아 불러보았더니 샴고양이다운 소리를 내며 졸졸 뛰어와 부비고 그르릉 거렸다.
귀여운 어린 고양이였다. 안아올려 쓰다듬어 주었는데 지저분했지만 나름 그루밍을 많이 한 것으로 보였다.
다른 거리의 고양이들과 어울려 다니는 모양이었다. 살은 포동포동했고 털에도 윤기가 있었다.
사진도 찍고 몇 번을 놀아주다가 담배를 한 대 피우러 잠시 일어났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낮은 자세를 하더니 어두운 나무 밑으로 화살처럼 달려갔다.
그리고 다시 다가오는데.....
....입에, 쥐가 물려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고, 녀석은 내가 놀라는 것에 놀랐었나보다. 방향을 바꿔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고양이가 사냥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며 내가 본 것을 말했지만, 어딘가 의심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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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챗.

지난 주엔 내가 모처럼 잠들었을 때에 전화질을 해서 깨우더니, 오늘은 젖은 솜처럼 지쳐 소파에 파묻혀 자고 싶을 순간에 마침 잘도 알고 불러대었다.
강을 건너 한참 달려야 하는 곳에 살고 있는 옛 친구와 화면을 보며 이야기 하기. 가끔씩이라면 반갑다. 배경으로 보이는 그의 일터는 아무 것도 변하는 것이 없어보인다. 그의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지금의 내가 모르는 것 처럼, 나의 일상에 대하여 그가 알 수 있는 것도 이제는 참 많이 없다.
혼자 틀어박혀 좋은 음반을 듣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일이 있을 때에, 대뜸 불러내어 몇 마디 나눌 수 있다는 것으로도 위안이 되는 나이가 되기는 싫다. 아직은 싫다.

옛 동무, 다음엔 뭔가 즐거운 일을 가지고 불러내주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잠들기 직전에 깨웠다고 나무라지는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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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3일 토요일

습기 가득한 나무


살고 있는 곳은 가까이에 한강이 흐르는데다가 집 옆에는 강으로 이어지는 큰 냇물이 있다. 여름에 이곳은 습기가 가득하다.

아침, 밤으로 바람이 시원하여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여름을 지냈다. 에어콘을 자주 켜지 않은 탓에 집안 가득 음습할 때가 많았다. 그 덕분에 방 안에 세워둔 악기들도 습기만 흠뻑 먹었다. 최근에는 밴드 연습날을 제외하고는 보름 가까이 플렛리스로 개조한 프레시젼만 들고 다녔었는데 아무리해도 묘하게 틀어진 네크의 상태를 좋게 하기 어려웠다. 습도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해결하면 좋을 일이지만 내일 저녁에는 작은 연주가 있다. 고민하다가 처음으로 트러스로드를 돌려 바로잡았다. 분리하여 조금 돌리고 다시 조립하기를 세 번 반복했다. 좋은 상태가 되어줬다.

아이팟


무려 5년여 동안 사용하고 있는 구형 아이팟. 
아내의 것도 내 것과 같은 모델이었다. 연애하는 사람들은 별의별 실없는 것을 가지고도 키득거리고 반가와한다. 그 정도 까지는 아니었지만 아내와 나도 처음 만났을 때에 어,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네... 와 같은 말을 주고 받았었다. 
나는 수 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저것을 지닌채 돌아다녔다. 낯선 곳에서 이어폰을 쥔 채 음악을 고르고 있었거나,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책상 위에 저것을 놓으며 큰 숨을 쉬었다거나 하는 행적이 묻어있다. 그래서 두 개의 아이팟은 두 사람이 만나기 전의 생활에 대한 냄새가 배어있다고 생각했다. 때도 묻고 흠집도 많이 났다.

아내는 가볍고 얇은 아이팟 터치만 들고 다니고 있어서 스피커 옆에는 항상 저렇게 두 개가 놓여지게 되었다. 마치 쟤들도 어쩌다가 결국 만나서 같이 살게 된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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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情


사람들은 함께 사는 개와 야옹이들에게서 작은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그 반대의 경우는 과연 있는지 모르겠다. 개와 고양이들은 함께 사는 사람들로부터 성가신 경우를 당할 때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샴 고양이 순이는 새벽 내내 곁에서 떠나지 않으며 졸거나 한다. 언제나 그렇게 해왔다. 푹신하고 편한 곳에 가서 잠을 자도 좋을텐데 자주 가까이에 붙어서 몸을 말고 잠들거나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거나 하고 있다.

이 고양이와 내가 이쪽에서 밤을 새우고 있는 동안 저쪽 어느 방에서는 아내와 십여년 넘게 함께 살아온 언니 고양이가 아내의 곁에 바짝 달라붙어 잠을 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고 일어나는 주제에 잠을 깰 때마다 얼굴을 부비고 인사를 한다. 내 생각에 인간의 인사성이라는 것은 고양이와 비교하자면 허례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나 반복되는, 부정확한 시간에 막내 고양이를 선두로 하여 위험한 속도를 내며 집안을 달리는 때만 빼면 평온하기 이를데 없는 새벽이다. 악기들 사이를 통과하는 시합만 덜 해준다면 좋겠다. 가슴이 철렁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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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1일 목요일

여름이 벌써 지난다.


어미 개 옆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졸졸거리며 뛰어다니던 한 여름낮의 강아지 사진을 꺼내놓았는데 벌써 선선한 바람이 분다.
소파에서 잠들었다가 콜록 콜록... 기침을 하는 바람에 잠을 깼다.
활짝 열려진 창문, 습하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망설이다가 일어나서 창문을 닫고 더운 물을 끓여 마시려 하고 있었다.
여름 다 갔다.
뙤약볕에서 혀를 빼물고 뛰어놀던 강아지는 사춘기를 겪을 것이다.
지난 밤 연습했던 그 건물의 지하는 유난히 습도가 높았다. 에어콘을 켜두고 있었는데도 후덥지근했다. 연습을 마치고 밤 열 두 시, 주차해둔 곳을 향해 걸어 나올 때에 선뜻했었다. 서늘한 바람이었다. 주말의 작은 공연은 가을 분위기가 날지도 모르겠다.
계절은 빠르다. 4光分 거리의 태양이 남은 여름용 열을 쏘아주겠지만 며칠 남지 않았다. 곧 추석이 올테지. 세월 빠르다.

그런데 추악한 정권에서의 올 가을은 또 얼마나 추할까. 요즘 세상... 추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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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17일 일요일

카메라 고장

카메라가 고장나버렸다.
이미 몇 주 전 부터 자주 켜지지 않는 증상을 앓더니 완전히 켜지지 않게 되어버렸다.
가벼운 디지털 카메라를 손에 들고, 건전지가 필요없었던 옛적 똑딱이 카메라를 그리워했다.
전지의 힘이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것, 집적회로 기판과 단순한 광학기계. 언제까지나 외부 동력 없이 제 기능을 다 해주는 것은 옛날 기계들이었던가.
늘 시험지 공책과 연필을 두고 지냈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는데 이제는 눈만 뜨면 잠자고 있는 컴퓨터를 깨워야한다. 주말에는 컴퓨터를 들고 일하러 갔어야했는데 그만 깜박 잊고 파워어댑터를 챙기지 않았었다. 일 년이 넘도록 혹사시켜오고 있는 맥북은 충전지의 힘으로 무려 세 시간이 넘도록 업무를 도와줬다. 어휴, 다행이군, 이라고 했지만 도중에 멈춰버릴까봐 얼마나 신경이 쓰였는지.

고장나버린 카메라야 뭐 수리를 하던가 하면 될일이고... 컴퓨터의 충전지도 여벌로 한 개 더 사두면 그만이다. 그런데 전기가 없어도 되었던 물건들을 자주 그리워한다.

2008년 8월 11일 월요일

커피집에서


비내리던 날 커피집에 모여 앉아있었다.

사실은 리허설을 마치고 커피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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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꿈.


녹음한 것을 들어본 후 곧 잠들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만 귀에 이어폰을 꽂은채로 선잠이 들었다가 꿈을 꾸고 깨어버렸다. (물론 그 후로 못자고 아침을 맞았다.)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전부 믿지 못하겠다.
어떤 것은 아득한 옛일처럼 기억하지만 불과 몇 년 전의 일인 것이 있고 어떤 것은 문득 떠오르면 생생하게 기억하지만 사실은 선잠을 자다가 꿈을 꾼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낯선 공연장에서 연주를 하는 도중에 기시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이제는 내가 정말 느꼈던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머리 속에서 멋대로 만들어낸 기억인지 잘 모르겠다.

깨어나서 뭉기적거리며 일어나기 직전에, 꿈에서 베이스를 질질 끌고 걸어다녔다. 가방도 케이스도 없이 악기를 땅에 끌며 걷고 있었는데, 왜 그랬던 것인지는 당연히 모른다. 어쨌든 꿈속에서 다리가 아프도록 그렇게 돌아다녔다....는 느낌이 들었다. 끌고 걸어가면서 실실 웃었던 것도 같다. 혹시 나는 장차 미치거나 그러는걸까.

오늘은 유난히 일하러 가기 싫은 기분이 들었다.
꾀병이라도 부릴까 고민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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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아끼는 것.


개와 고양이들을 보면 어떤 물건에 집착하는 경향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함께 살고 있는 막내 고양이는 유난히 높은 회전의자에 집착하고 있다. 끈, 줄을 가지고 노는 것을 즐긴다거나 담요를 입에 문채 질질 끌고 다닌다거나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마치 '이건 내거.'라고 말하는 듯 차지하고 앉아서는 기분 좋아하고 있다.

의자 위로 펄쩍 뛰어오르면 그 관성으로 의자가 잠시 회전을 하는데, 녀석은 그 놀이를 즐기다가 드디어 의자와 함께 큰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다. 다행히도 다치지는 않았지만 반나절 동안은 의자 곁에 있기 싫어하고 있었다.


내가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고양이는 목욕을 마친 후였다.
아내가 고양이의 젖은 털을 말려주고 한참을 빗질을 해줬더니 다시 그 의자 위로 뛰어 올라가 개운하다는듯 구르며 까불고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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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8일 금요일

고양이 꼼의 표정.



나는 이 표정을 좋아한다.
잠시 에어컨을 켰더니 그 앞에 놓여있던 의자 위에 올라가 몸을 펴고 누웠다.
흐뭇한 것인지 그저 편안한 것인지, 기묘한 표정을 한 채로 즐기고 있었다.
너도 더웠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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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7일 목요일

한양대 공연.


방송사에서 주최했던 공연 중의 모습이었다.
2008년 8월 2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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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에서.


바닥이 많이 미끄러웠다.
비가 무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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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en to Bona.


스위스의 Elogia라는 분은 Richard Bona의 홈페이지 멤버중 한 사람이다.
그의 글 아래에는 아래와 같은 글귀가 있다.

"Some people take pills, I listen to Bona!"


잠을 설쳐서 피로했었는데 Toto, Bona & Lokua의 노래를 들으며 길게 엎드려있었더니 피곤이 다 풀렸다. 지금 그들은 저쪽 유럽의 나라들을 옮겨다니며 공연을 하고 있을텐데, 정말 꼭 한 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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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5일 화요일

부쩍 자라버린 고양이.

막내 고양이를 붙잡고 줄자를 가져와서 길이를 재어보았다. 코끝에서 꼬리의 끝까지 무려 80cm.
세 배는 자라버린 것 같다.
자라기도 하고 많이도 먹어서 체중도 꽤 불었는데, 신체 비례 덕분에 비교할만한 사물과 함께 있지 않으면 그다지 크지도 않고 뚱뚱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몸집이 커지면서 점점 힘도 세어져서 커다란 미닫이 유리문도 코와 주둥이로 가뿐히 열어버리고, 기분 좋다고 장난삼아 가볍게 물어도 몹시 아프다. 하루에 한 두 번 시간표에 맞춰 미친듯이 뛸때엔 잠시 후 무엇인가에 충돌하여 기절해버릴까봐 조마조마하다.

오갈데 없이 버려지기 직전, 인연이 닿았는지 만나게 되어서 함께 살기 시작했었다. 우리집에 오자마자 큰 수술도 받아야했던 막내 고양이. 아무런 잔병없이 잘 자라고 잘 놀아줘서 아내와 나는 흐뭇해하고 있다.

배불리 먹고 평소보다 더 길게 누워 조용하게 잘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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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올해가 되면서 연주하는 음악들의 조調를 원래의 것으로 하고 있다.
노래하는 분의 체력이라든가 목소리의 상태가 점점 더 좋아지고 계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반음을 내려서 연주하고 있을 때에도 나름 괜찮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원래의 조성으로 다시 올려서 연주하고 있으니 어딘가 더 단단한 느낌이 생겼다.

현악기의 경우 반음을 내려서 조율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느낌은 많이 다르다. 줄의 세기라고 할까 진동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조율되어있는 음높이에 따라 차이가 많다.
스트링을 바꾼 이유 중에는, 이제 원래의 튜닝 그대로 연주하도록 되었으니 텐션이 세지 않은 것이 필요해졌기 때문인 것도 있었다.
잠을 잘 못잔다고 언제나 우는 소리를 했던 글들이 이곳에 더러 남아있는데 요즘의 나를 보자면, 꽤 잘 잔다. 항상 충분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기분이어서 피로함이 없다.
연주를 할 때에 신경쓰이고 불편한 것은 이제 한 가지, 체중인가보다.
움직임이 둔해져버렸다. 
무릎도 아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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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에.

온몸에 살이 점점 더 붙어서, 이곳 저곳이 무겁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코의 윤곽이 보이고 있지만 머지않아 양쪽 볼 사이에 깊숙히 파묻힐지도 모른다.

늦봄의 공연 이후로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피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번에 모든 것을 잘하지 못하는 모자란 재능 탓에, 피크를 몇 달 사용했더니 금세 핑거링이 부자연스러워졌어서 두어 달은 계속 손가락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한 분이 '공연 잘 봤습니다. 피크 있으면 한 개 주세요'라고 하셨다.
공연을 보고 있었다면 손가락으로 연주하고 있는 것도 알았을텐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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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3일 일요일

안심하는 고양이.


소심하고 불안해하는 성격의 큰언니 고양이는 함께 산지 일 년. 이제서야 큰언니 고양이는 안심을 하고 '여기가 내 집이구나'싶은가 보다. 다른 고양이와 지내는 것도 서툴고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기도 더뎠어서, 늘 방안에 틀어박혀 나오기 싫어했다. 이제는 걸핏하면 밖으로 나와서 다시 들어가기 싫어하는 바람에 다른 고양이들은 당황하기도 하고.

문득 컴퓨터 스크린 너머로 흰색 귀 두 개가 보였다. 고양이는 한참 동안 기계를 베고 누운채로 곁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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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서 공연.

검은 구름이 하늘을 메우더니 리허설 때 부터 비가 내렸다.
습하고 더웠다.
여름마다 비내리는 날의 공연을 한 두 번씩 하고 있다.
비옷을 입고 관객석을 메운채 흥겨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행복해보여서 주머니에 카메라를 넣은채 올라가 음악 중간에 관객들의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만 잊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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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고양이들.

큰언니 고양이도 역시 악기상자를 좋아했다.
악기정리를 하다가 장소를 옮기면서 뚜껑을 열었다. 샴, 흰 막내 고양이, 큰언니 고양이들은 한 묘(猫)씩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막내 고양이는 길게 누웠다.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외출을 하여 집을 비웠었다. 혼자 지낼때와 마찬가지로 집에 돌아갈 시간이 늦어지면 집에 남아있는 고양이들 걱정에 불안해졌다.

집에 돌아오니 고양이들이 반가와하며 뒹굴고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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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1일 금요일

오래된 물건.

밤중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주말까지 휴가라고 했던 희준을 불러냈다. 오랜만에 아내와 아기와 함께 집에서 쉬고 있을 친구를 꼬드긴 입장이니까 (미안해서) 내가 그의 집 앞으로 가서 차에 태워 이동하기로 했다. 도착하면 다시 전화하기로 했는데, 그는 시간에 맞춰 미리 집 앞에 나와서 서있었다. 인사와 함께 차에 올라타자마자 내미는 것이 있어서 뭔가 했더니 캔 커피.
요즘은 깡통에 담긴 그 커피를 한 번도 사먹지 않고 있지만, 예전에 나는 하루에도 몇 개씩 캔커피를 사마셨다. 오래된 친구는 그것을 기억해준 것이라고 할까. 잊고 있던 음료 한 개를 받아 마시면서 뭐라고 인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사소한 것을 기억해주는 것에 사람은 고마움을 느낀다.

요즘 집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플러그인의 유저인터페이스로 볼 수 있었던 구형 리미터. 재근형님의 녹음실에 들렀다가 새삼 그것을 보고 반가와했다. 구닥다리 기계가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훌륭한 물건이었다. 전에는 무심코 보고 지나쳤던 것이 반갑고 귀하게 여겨진다. 거기에다가 선배형의 스튜디오에 있는 프로툴은 무려 버젼 5.1.... 로딩하는데에 담배 한 개비 꺼내어 불을 붙이고 몇 모금 피워도 될 정도로 시간이 걸리는 매킨토시 G4... 그러나 지금도 TV 에 보여지고 있는 수많은 광고녹음들을 충분히 해내고 있었다. 의자를 끌어와 자리잡고 앉아서 궁금하던 것을 끝없이 묻고 배웠다.

최신형으로 바꾸시지 그러세요, 라는 말을 이제는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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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짝.

둘은 서로 좋아하고 친하다. 언제나 만나면 반갑게 싸우고 가끔 서로 쓰다듬어주기도 하는 두 고양이들.

막내 고양이 녀석은 어째서 먹으라고 떠다준 물그릇에 자주 발을 담그고 노는걸까.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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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의 그림을 얻었다.



외출하면서 아내에게 이펙터를 내밀며 부탁했었다.
"여기에 고양이 그림을 그려주면 좋겠는데..."


나갔다가 집에 돌아왔더니, 순이의 그림을 얻었다.
나는 많이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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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쓴 언니고양이.

아이포토를 열어서 사진들을 주욱 보고 있자니, 그동안 찍어놓은 사진들 중 사람 담겨있는 것들은 거의 없고 전부 고양이 사진들 뿐이다. 오랜만에 글들을 올리려고 하는데 폴더에서 꺼내어 들면 모두 고양이 사진들이었다.

이 집의 큰 언니 고양이는 몇 개월 동안 큰 방을 차지하고 은둔하더니 요즘은 부쩍 마루로 나와서 놀며 돌아다닌다.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지내주는 것이 고맙다. 계속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아주면 좋겠다.

한쪽 귀에 걸치고 있는 것은 아내가 만든 뜨거운 냄비용 손잡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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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일상.

오랜만에 전화하는 친구, 오랜만에 만난 친구 두 사람이 각각 요즘 왜 블로그에 글도 안 올리고... 라고 인사해줬다.
쓰고 싶고 올려두고 싶은 것 참 많은데, 생각하다가 그만두고는 했다.
일기장에 따로 써두는 것이 더 나을 내용이 대부분이니까.

매일 뉴스를 읽고 책을 뒤지고 한강을 노려보다가도 고양이들과 눈이 마주치면 잠시나마 기분이 풀렸다. 그래서 이 홈페이지는 마냥 고양이 사진들로 도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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