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7일 일요일

여름 내내 잠을 잔다.


고양이 두 마리는 하루 종일 소파 위에서.
여름날의 고양이들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잘 놀고 지낸다.
내 고양이 순이는 더 예뻐졌다.
막내 고양이 꼼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좋은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

2008년 7월 24일 목요일

달팽이.

민달팽이 한 놈이 집안에서 발견되었다.
아내는 그 녀석을 화분 안에 잠시 옮겨주었다가 집 밖의 풀밭에 데려다주고 돌아왔다.
과연 어떤 경로로 여기까지 왔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없이 다니는 민달팽이 정도는 몇 마리 정도 함께 살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히 고양이들이 딴엔 장난한다고 잔인하게 살육해버리고 말 것 같아서 화분 안에 두고 키울 수는 없었다.


그런데 어제 아침, 아파트 단지 안의 풀밭을 소독한다고 하는 관리실의 방송을 들었는데... 어휴, 무사할까. 지렁이와 달팽이들을 위해서라도 소독을 안할 수는 없을까.


.

2008년 7월 14일 월요일

많이 덥다.


내가 부쩍 더위를 못 견디며 자주 허덕거리는 것을 두고 아내는 그것이 모두 체중이 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과연 내가 날씬했던 (?) 시절엔 지금보다 더위를 잘 견뎠을까. 그렇지는 않았는데.

털옷을 입은 고양이들도 더울텐데, 지난 계절보다 더 많이 자고 밤중이면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바람을 쐬며 다시 졸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삶의 대부분을 자버리는 것 싶을 정도였다.



.

2008년 7월 12일 토요일

조카와 나들이.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한 조카의 손을 붙들고 지난 번의 뮤지컬을 다시 보러 갔었다.
이제 거의 첫 공연의 막을 내리는 시점, 처음 시작했을 때 보다 분명 많이 좋아졌을 것이라는 기대도 해보고.
한 시간 반 가까이의 공연, 즐거웠다. 훌륭했다. 고쳐지고 보완해놓은 것들도 많았다. 배우들을 위해 박수를 보냈다. 공연을 이어오면서 계속 고민하고 수정해왔던 세세한 구석들이 보였다.

더 어릴 적 부터 그림을 좋아하던 조카 아이는 여전히 그림 앞에서는 눈을 굴리며 맛있는 과자를 빨듯 구경했다. 프린트 되어진 그림들 앞에 함께 쭈그리고 앉아서 나는 조카의 설명을 듣고 그는 내 의견을 물었다.

'귀를 잘랐던 그 그림은 봤어요?'라고 갑자기 물어보는 바람에 어어... 멈칫했다.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해버려도 되는 것인가 싶었다.
진지하게 말해야 할 일도 아니긴 했지만.
적어도 화가의 귀였는데.


.

2008년 7월 5일 토요일

명복을 빕니다.

두 달 전, 형천씨로부터 '그 선생님이 쓰러지셨어요'라는 소식을 들었다.
심각한 것 같아서 더 이상 출강하시지 못하실 것 같다는 소식이었다. 그 때문에 급히 그 분이 맡으셨던 수업이 변경되어야했다.
초봄에 학교의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우연히 마주쳐서 인사를 드렸었다.
황급히 담배를 비벼 끄고 몇 마디를 나누다가 어색한 침묵... 괜히 한 마디 더 여쭙겠다고 대뜸 물어본 것이 '저... 스틱은 주로 어떤 것 사용하셔요?' 였다.
대답이 돌아왔다.
'그냥 뭐 요즘 나오는 것 쓰지. ... 허허'
나는 주로 사용하시는 스틱의 굵기가 궁금했던 것인데 그렇게 말씀하시며 클클 웃으셨었다. 소모품이므로 당연히 요즘 것을 쓰시겠죠, 라고 받아쳐드리지도 못하고 나도 그저 웃고 있었다. 곁에 있던 학생은 우스운 이야기인줄도 모르고 서있었다.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기사로 읽었다. 갑자기 고 김대환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났었다.
조금 더 오래 연주해주셨으면 했던 분들이었는데.

명복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