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0일 금요일

까만 고양이.


내가 사는 집은 낮에는 햇빛을 잔뜩 받아 덥고 밤에는 개천과 강물 덕분에 습기가 가득하다.
이렇게 더운데 까만 고양이는 언제나 내 곁에 바짝 붙어서 지낸다.
내가 집에 오래 머물고 있으니 좋아하는 것 같다.
잠을 자다가 푹신한 것이 느껴져서 깨어나보면 언제나 까만 고양이가 있다. 내 다리를 껴안고 자거나 발목을 베게삼아 베고 잔다. 며칠 전에는 꿈에서 구덩이에 발이 빠져 애를 먹었었다. 고양이가 베고 자는 바람에 발이 저렸었던 것이었다.

두 해 전 11월 말에 나와 아내는 아파트 현관 앞에서 이 어린 고양이를 만났다. 꽤 추운날 밤이었다. 고양이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봤더니 작고 까만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 고양이는 남은 힘을 다해서 더 크게 울며 다가왔다. 고양이는 우리들의 바지춤과 신발을 움켜쥐고 떨어지려 하지 않았었다.

고양이를 안고 집으로 들어와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먹을 것을 내어줬다. 하지만 무려 사흘 동안 고양이는 물과 사료를 먹지도 않고 쿨쿨 잠만 자고 있었다.
어린 고양이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 다음 고양이를 씻기고 털을 말려주었더니 갑자기 집안의 고양이 사료 그릇을 돌아다니며 비우기 시작했다. 얼마나 고되고 배고팠었으면 그랬을까 하여 안스러웠다.

까만 고양이 까미는 우리와 만났을 때부터 한쪽 귀가 꺾여 있었고 한쪽 다리는 부러졌던 흔적이 있었다. 고양이 자신으로서는 누구라도 붙잡고 '나를 좀 키워라' 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혹시 하필 그날 밤 늦게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우리와 만나게 될 줄을 알고있었던 것일까.

고양이들과 살면서 처음으로 털을 깎아줬다. 조금이라도 덜 더워할까 하여 얼굴만 남기고 이발을 했다. 침대에 새 이불을 깔았더니 까미는 새벽부터 낮까지 이불 위에서 뒹굴며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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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9일 목요일

능내역.


낮에 너무 더웠기 때문에 해가 질 무렵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밤이 되기 전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몇 주 전에 자전거를 정비받은 이후 야간용 라이트를 다시 부착하지 않았다. 이쪽은 가로등이 없는 구간이 많아서 불빛이 없으면 밤중에 자전거를 탈 수가 없다. 돌아올 때엔 서둘러야 했다.

능내역까지만 갔다가 잠시 앉아서 물을 마시고 돌아왔다.
해가 저무는 길 위에는 하루살이와 잠자리와 풍뎅이처럼 보이는 뚱뚱한 벌레들이 잔뜩 날고 있었다. 하필 고글도 마스크도 쓰지 않았다. 달리는 동안 작은 벌레들이 입과 코에 들어왔다. 하루살이 한 마리가 왼쪽 눈에 들어가는 바람에 괴로왔다. 집에 돌아와 눈꺼풀 밑에서 벌레를 발견하여 꺼냈다.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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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6일 월요일

꽃.


볕이 뜨거웠고 흙에서는 사우나처럼 열기가 올라왔다.
꽃들이 알록달록하게 피어있었다.
나는 그 꽃들이 저절로 피어난 줄 알았다. 알고보니 모친이 씨를 뿌려놓았던 것이었다.
꽃들 사이로 부지런한 벌들이 붉은 주머니를 한 개씩 차고 바쁘게 돌아다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야 뒤늦게 꽃들에게 물이라도 뿌려주고 올 것을 그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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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3일 금요일

오랜만에.


비가 그쳤으니 오늘이 딱 좋은날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오랜만에 자전거를 가지고 나갈 준비를 하려니 여러가지가 서툴었다. 타이어에 공기를 채우는 데에도 오래 걸렸다.

강을 따라 달려 팔당교 아래에 섰다. 기온 때문인지 자전거 때문인지 옷이 젖도록 땀이 났다.
팔당교 밑 벤치에 앉아서 물을 마셨다. 이 년 반만에 이 자리에 나와 앉아 본다.

자전거를 사고 한참을 미친듯 타고 다닐 때가 있었다. 나는 무척 즐거워했다. 매일 자전거를 탔고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모두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었다. 얼굴에 부딪는 바람, 풀냄새와 강비린내, 자전거 바퀴가 바닥을 지나는 소리들이 모두 기분좋게 느껴졌었다. 나는 최소한 그 몇 해 동안 자전거를 타는 순간만큼은 행복해했다.

그리고 내가 행복해하는 사이에 내 고양이는 죽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몰랐다.
순이가 이미 죽음에 임박했을 때에야 나는 뒤늦게 한탄했다. 그리고 이 년 전 그날 새벽 한 시 반에, 순이는 내 품에서 마지막 숨을 쉬더니 액체가 된 것처럼 몸이 흘러내렸었다. 그 다음은 빠르게 식어가고, 굳어갔다.

팔당교 아래 벤치 주변은 변한 것이 없었다. 강변도 그대로이고 노을이 지는 하늘도 변함없었다. 내 고양이 순이만 이젠 없구나, 했다.
그  때에 내가 자전거에 미쳐있지 않았었다면 집에서 내 고양이를 더 자주 보았을 것이고 아픈데는 없는지 더 살펴볼 수 있었을 것이었다. 나는 순이를 어쩌면 더 빨리 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놀고' 있던 동안에 내 고양이는 죽어가고 있었다.
순이가 죽은 후 지난 이 년 동안 나는 자전거에 손도 대지 않았었다.

기어를 느슨하게 해두고 천천히 달렸다. 바람도 햇빛도 까불며 눈앞을 스쳐가는 새들도 이제 예전과 같지는 않았다. 나는 어쩌면 더 조용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돌아와 반겨주는 고양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한 마리씩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2018년 7월 1일 일요일

경기도 광주에서 공연.


경기도 광주에서 공연했던 사진을 꼬마야님이 또 찍어주셨다.
그 날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갔다가 대기실에서 민열이와 하원이가 사다 준 샌드위치를 먹고 힘을 냈다. 그 샌드위치가 무척 맛있었는데, 다음에 한 번 그것을 사먹기 위해 저 공연장에 가볼까, 생각 중이다.

좋은 컨디션으로 연주했던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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