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31일 목요일

순이도 바빴다.


그동안 순이도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아직 추웠던 어느날 밤에 순이와 마주 앉아 의논을 했다. 의논이라고 해보았자 나는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순이는 눈을 반짝이며 들어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결정하는 일들 때문에 내 고양이가 함께 겪게 될 일들에 대하여 미리 변명도 했던 것 같다.
순이가 그 변화들에 잘 적응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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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27일 일요일

비내리는 밤에 절에서 공연했다.

연등 천장 아래에서의 연주.
비를 맞으며 매달려 있던 고운 빛의 등마다, 불자들의 이름들이 써있었다.
이름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는 것으로 복을 얻고 열반에 이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테지만, 종교가 되었든 마음의 기원이 되었든 사람들의 희망들이 걸려있다고 여겨졌다.
빼곡히 걸어둔 많은 연등 위를 두들기는 소리를 내며 비가 퍼붓고 있었다.

'비가온다고 해도 일정대로 공연은 진행할 것입니다', 라고 안내하는 분이 말했었다.
비가 많이 내릴 것을 대비하여 공연스탭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빗속에서의 공연은 아름다왔다. 빗소리는 그다지 들을 여지가 없었다. 다른 악기들의 소리에 예민해져있어야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연주하는 내내 고개를 들어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방울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젠 장마가 온다고 하면 예전처럼 즐거워하거나 하지는 않게되었다. 해마다 수재를 입는 같은 땅의 다른 분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날이 궂으면 어쩐지 무릎이 아플 때가 있어서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것 보다, 이제는 좀 맑은 하늘 젖지 않은 땅에서 걷고 싶어졌다. 그것이 한참동안이든 당분간이든간에 눅눅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는 느낌일까, 그런 것이 생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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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23일 수요일

순이와 샐러드를 나눠먹었다.


유진이 샐러드를 만들어줬다.
그것을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려두었다.
다른 식기를 준비하여 다시 테이블 앞에 왔더니 순이가 샐러드 안에 들어있던 '게살'을 빼먹었다. 어린이 시절 내가 순이에게 마땅히 줄 간식이 없을 때에 '게맛살'을 잘게 뜯어 줬던 적이 있었다. 가끔 순이가 그것을 먹고 싶어할 때가 있었다.

접시에서 게살 사실은 생선묵 을 조금 더 집어 예전처럼 잘게 찢어서 순이에게 줬다.
순이는 그것을 맛있게 먹더니 기분이 좋아져서 그루밍을 하기 시작했다.


2007년 5월 21일 월요일

야외연주.


늦은 봄날 밤에 야외에서 재즈연주를 했다.
클럽연주와 재즈연주에 목 말라 했었다. 작은 공연이었지만 그래서 조금 기대를 했었는데, 연주를 마치고 나니 조금 더 갈증이 심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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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가 좋아했다.


오후에 순이가 혼자 테이블 위에 앉아 있길래 살금 살금 다가가 뒤에서 놀래켰다.
하지만 귀가 밝은 고양이를 깜짝 놀라게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순이는 깜짝 놀라는 대신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예쁜 목소리로 말을 해줬다.
그 모습이 많이 귀여워서 끌어안고 집안을 돌아다녔다.
많이 평화로왔던 월요일 오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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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7일 목요일

순이가 놀고 있었다.


고양이 순이는 자신의 행동에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반응을 보이면 스스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모양이었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상자 안에 뛰어 들어가고 보이는 봉지와 가방마다 들어가 앉아 보더니 오늘은 저런 모습으로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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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2일 토요일

야외무대.


조금 따스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야외에서의 연주들이 몇 회 기다리고 있다.
어제 낮에는 연주를 하는 도중에 바람이 많이 불었다.
지난 해 여름에 했던 야외공연들을 기억하면 숨이 막힐 듯 더웠었는데, 나는 겨울동안 그 습도 가득했던 여름의 야외무대를 그리워했다.
뭔가 올해엔 더 즐거울 여름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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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6일 일요일

순이와 함께.


유진과 밤에 대화를 나누며 죄없는 바나나에 낙서를 하고 있는 동안에, 내 고양이 순이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내 곁에서 함께 졸고 있었다.

순이는 왜 불편한데도 자리로 돌아가 편안히 잠들지 못하고 있는 걸까. 하루도 어김없이 내 곁에서 졸거나 심심해하다가 내가 잠이 들면 그제서야 곁에서 함께 잠들어왔다.
나는 대화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 도중에 자주 손을 뻗어 순이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순이는 고로롱 소리를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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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5일 토요일

공연 중 나의 실수.


연주하는 도중에 케이블에 이상이 생겼었다.
정확하게 다시 문장을 쓰자면, 이상이 있는 케이블을 미리 확인하지 못하고 공연을 해버렸던 것이었다. 나의 실수였다.
케이블이 이상했던 것인지 플러그의 접촉이 불량했던 것인지 갑자기 소리가 나지 않고 있었다. 오랜만에 정말 많이 당황했다.
나는 재빨리 페달들과 케이블들을 발로 건드려보며 줄을 퉁기고 있었다. 여전히 소리가 나지 않는 사이에 이미 여덟 마디의 인트로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더니 역시 무슨 조화였는지 노래가 시작되는 부분부터 적절한 타이밍에 다시 소리가 나게 되었었다. 그 이후에는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하여줘서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매우 긴장했던 순간이었다.


2007년 5월 4일 금요일

대기실에서.


분장실에서 공연진행표를 읽고 있었다.
십 몇 년 전에 나는 이 공연장에서 어느 선배 연주인들의 공연을 돕는 일을 했었다. 
그날 나는 열심히 물과 포카리스웨트를 나르고 무대 뒷일을 하고 악기와 짐을 실어 옮기고 있었다.
그런 추억과 기억이 났었다.

동료 중 한 분이 '이상해, 전혀 긴장이 되지 않아요'라고 했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나도 그랬다.
그러고보니 공연전에 마지막으로 긴장을 해보았던 적이 언제였었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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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2일 수요일

준비를 마쳤다.


이번 공연의 마지막 연습을 몇 시간 전에 마쳤다.
더 많은 연습을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멤버들 각자의 일들로 시간을 약속하는 일이 워낙 힘들었다.
여전히 답답하거나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어서 공연의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있다고 말하지 못할 것 같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뭔가 더 좋은 것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내 힘으로 되어지지 않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아쉬웠다.
성에 차지 않겠지만, 그래도 공연은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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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일 화요일

캡쳐당했다.


일터에 갔더니 사람들이 TV에서 나를 보았다며 말을 해줬다.
나는 TV를 보지 않아서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화면을 캡쳐하여 나에게 보내준 사람도 있었다. 정말 부끄러웠다.
카메라 앞에서 색안경을 쓰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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