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7일 토요일

리차드 보나 내한 소식.


마커스 밀러, 빅터 우튼, 스탠리 클락의 공연 소식을 듣고도 심드렁했었다.
어차피 다음 주의 존 스코필드와 빅터 베일리 공연은 같은 날 내 공연이 있어서...라는 핑계로 관심도 두지 않았다. 구경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뭐, 못봐도 그만이라는 기분. 주다스 프리스트 어른들이 오셨을 때에도 마음을 접어야 했었다.
학생중 한 명이 '우리더러는 공연장을 자주 찾아다니며 많이 보라고 하더니 그런 태도는 뭔가요'라는 어조로 힐난을 하길래 무심코, "리차드 보나라도 오신다면 모를까, 어우 가뜩이나 피곤해서..."라고 대답했었다.

그런데 오신단다.
하마터면 모르고 지나갈 뻔 했다. 전화제보를 해준 성진에게 고맙다.
연락을 받자마자 정신없이 전화를 하고 예매를 했다. 약간 치사했지만 나도 모르게 내 것 부터 예매를 서둘러 해놓고 나서야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고 있었다.
다음 달은 항상 가방을 싸두고 돌아다니는 날들의 연속이 될 것이다. 공연은 대략 여섯 개, 그리고 레슨들 때문에 쉬는 날은 이틀도 채 안될 것 같다. 보나의 공연은 정신없이 일을 한 보상이라도 되는 것 같아 미리 반갑다. 게다가 아슬아슬하게 하루 차이로 내 공연 일정과 겹치지 않아줘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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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bonatology.com의 공연 일정표에는 9월 이후 11월 부터의 영국공연 스케줄만 나와있어서 나는 내한공연에 대한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나마 그 홈페이지의 포럼에 누군가가 올려줬던 누락된 공연일정표가 있어서 찾아봤더니 내한공연 직전까지 무려 일주일 동안 일본 공연이 약속되어있었다. "음, 바쁘고 예정에는 없었던 것이지만, 뭐 나고야 공연을 마치고 다음날 정도에 잠깐 들르도록 해보죠." 이런 식으로 된 일이었나보다.

위의 사진은 보나의 뉴욕 집에 쌓여있는 베이스들. DVD에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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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5일 목요일

일하는 사람들.


몇 달 전의 공연에서 음향을 맡았던 업체의 홈페이지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런 곳에서 내 페달보드의 사진을 보게 될 줄 몰랐다.

좋은 기계와 장비가 있으면 더 좋은 것이겠지만, 그것보다는 언제나 사람이 더 중요하다. 어떤 사람들이 일을 하고있는지가 어떤 기계를 사용했느냐보다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이 사진의 공연에서는 소리가 좋았어서 무대위에서 아무 것도 신경쓸 일이 없었다. 음향업체의 홈페이지를 구경해보니 과연 이 업체가 맡았던 소리가 좋을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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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4일 수요일

정동 공연.


공연이라기 보다는, 라디오 방송을 위한 공개녹음이었다.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은 소리가 잘 나는 공간이었다.
연주를 마치고 공연장 밖에 나왔을때, 도로가 가을비에 적셔져서 꽃처럼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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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2일 월요일

물을 마시는 고양이들.

낮에 아내가 화분을 위해 받아놓았던 물을 고양이들이 마시고 있었다.
이 집의 고양이들은 각자의 물그릇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결국 깨끗한 물이 담겨져 있는 모든 것을 자신들의 공용 물그릇으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어서 늘 조심스럽다. 식은 커피라든가 쥬스 등을 컵에 남겨둔 채 잠시 자리를 비우면 사람이 없을 때에 그것을 마셔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벌레를 잡기 위한 약이라도 뿌렸다거나 더러운 물이 담겨있는 그릇이 있다면 안되니까 우리는 그것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햇빛이 잔뜩 내려 따스한 초가을 낮에, 플라스틱 대야에 코가 닿도록 물을 퍼마시고 있는 사진을 보니 평화롭게 보였다. 그런데 그토록 깔끔을 떠는 고양이들 주제에 아무데나 물만 보면 맛을 보는 취향을 어떻게 설명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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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색.


순이는 샴고양이이다. 
작년에 도배를 새로 하고 꾸밀 때에,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집안의 배색이 샴고양이의 색상과 흡사하게 해버리게 되고 말았다. 꾸며놓고보니 어딘가 친근해,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고양이 순이가 어슬렁거리며 방문과 벽을 지나 걸어가는 것을 보다가 집안의 색상과 하도 잘 어울려 우스웠었다.
집에 돌아와 소파에 길게 엎드린채 컴퓨터에 사진들을 담아두고 있었는데, 자꾸만 눈 귀퉁이로 벽과 방문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머리 위에서 고양이가 자리를 잡고 앉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제 모습을 가진 작은 인형은 꽁무니만 보이고... 그 곁에 앉아있는 모양이 재미있어서 얼른 찍었던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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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13일 토요일

한가위.

한가위를 즐겁게 보내라는 인사들이 오고 간다.
하지만 과연 즐거우면 뭐 얼마나 즐거울까.
이곳의 명절은 정말 뭔가 다르게 바뀌어지면 좋겠다.
명절을 싫어하는 者의 투덜투덜일 뿐이겠지만.

아직 덥지만 그래도 가을이다.
주차해뒀던 자동차에 올라탔더니 앞유리에 낙엽이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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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7일 일요일

바가지.


집 근처에는 음식점들이 많이 있다.
가끔 먹고 싶은 것을 결정하지 못할 때에 슬쩍 동네 어귀를 어슬렁 거리다가 아무 곳에나 들어가서 한 끼를 먹을 때가 있다. 대부분 먹을만한 음식을 내는 식당들이어서 갈 곳이 많다.
오후, 늦은 점심을 먹으러 모험삼아 들어갔던 식당에서 보리밥을 주문했더니 큰 양푼 그릇 두 개와 바가지에 담긴 밥을 내왔다. 예상하지 못했던 소품에 놀라고 키득거리면서 맛있게 먹었다.

찍어뒀던 사진을 보다가 텅 빈 바가지 두 개와 밥풀이 묻은 주걱을 보고 있으니, 우리가 먹는 비빔밥이란 아무래도 너무나 곤궁하여 먹을 것이 없었던 탓에 발명되었던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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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와 여치.


바가지가 등장했던 식당에서 개구리와 여치를 만났다.
언제나 밤생활, 콘크리트 건물과 건물을 자동차 페달 위에 발을 얹은채 돌아다니는 생활만 하다가 보니 개구리와 여치가 반가왔다.


내 눈에는 여간해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나는 삭막한 일상을 너무 오래 지내고 있었던 것인가 보다. 지난 번 민달팽이도, 풀잎 색으로 완벽하게 몸을 감췄던 여치도 모두 아내가 발견했다. 아내는 나보다 시력이 좋지 않은데도.
아내가 동경에서는 개구리며 벌레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나는 서울에서도 얘네들을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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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6일 토요일

괴물 고양이.


물욕이 심한, 절대로 손에 쥔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하는 못되게 생긴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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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공연.


이른 시간에 리허설을 하고 낮에 공연을 하려다 보니 멤버들 대부분은 졸음을 참고 있었다.


그런데 소리가 좋았다. 특별한 엔지니어 분 덕택일 수도 있고 극장의 시설이 좋아서였을 수도 있지만 나는 역시 베이스 앰프에 마이크를 사용해줬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무대에 도착했더니 앰프 캐비넷에 마이크가 턱 박혀 있고 어느 곳에도 D.I. 박스가 없었어서 무척 좋아했다. 당연한 것으로 되어야할 마이크를 보고 좋아하다니, 원... 
물론 이런 엔지니어 분들은 '앰프 볼륨을 줄여주세요'라는 주문도 하지 않는다. 자주 변하던 무대 위 모니터의 밸런스를 공연 도중에 계속 바로잡아주고 있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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