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31일 화요일

올해의 끝 공연.



자, 올해의 마지막 공연 한 시간 전.
극장 길 건너 커피집 흡연실에 앉아 기다리는 중.

설레임, 긴장 등등은 느껴봤던게 언제인가 싶고… 다만 두어 시간 동안 내가 공연에 푹 빠질 수 있으면 좋은.

2013년 12월 27일 금요일

그 개와 고양이의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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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지내는 개와 고양이는 하루 종일 붙어 지낸다.

어린 고양이는 몸집이 불었고 나이든 개는 건강이 아주 좋지는 않아 보였다. 기왕 마련해준 집이니까 거기에서라도 잠을 자주면 좋겠는데 오늘도 그 집 현관 앞에서 잤는가보다.



2013년 12월 25일 수요일

연주 준비.

어제는 몸 상태 덕분에 종일 가로로 누워서 보냈고... 그러므로 밤중에 맑은 정신으로 깨어있는 중. 밤중이 아니라 이미 새벽이 되었... -_-;;

연말 공연을 위해 (그동안 쓰지 않던) 페달보드 세팅을 바꾸고 사용할 악기별로 연주해보고, 케이블과 전원을 점검했다. 이것으로 이 무겁고 성가신 기계들 준비는 끝.

자동차에 자주 싣고 다니던 악기들은 전부 상태가 좋지 않다. 중요한 때에 악기에 말썽이 생겨도 크게 영향받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 과하게 연습을 해둘 필요가 있다. 연말 이후에는 연주곡만 하는 새로운 프로젝트 팀의 일도 기다리고 있고.

새해 첫 달에, 침을 맞거나 앓아 눕는 일 없기를.
합주와 공연으로 겨울을 다 보내게 되어 좋은데, 시간 나는대로 만나고 찾아뵙겠다던 약속들도 지켜야... 이렇게 지내다가는 언젠가 아무도 나를 만나주지 않을거야.



2013년 12월 24일 화요일

위통.

사진은 몇 년 전 감기가 심했던 날, 어느 방송을 녹화하고 있던 장면이었다.

어제 아침부터 시작되었던 위통을 버티며 낮 합주를 다녀왔다. 그 후 저녁까지 일을 하다가 결국 더 견디지 못하고 처음으로 레슨 도중에 조퇴를 했다. 어떻게 운전을 하여 집에 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곳에 자동차를 주차했었는지 잊고 말았었다.

밤새 통증 때문에 놀라고 두려워했다. 옷을 껴입은채로 잠들어버렸다.
중간 중간 아내와 고양이들이 곁에 왔다가 갔던 것 같은데, 걱정을 해준 것 같기도 하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을 하러 온 것 같기도 했다.

짧은 꿈 속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악기의 케이블이 너무 길었다.
무슨 분뇨차가 무대를 가로 막고 있지를 않나, 내 악기들이 허공에 매달려 있어서 필요할 때 마다 손으로 잡아 끌어내려 사용하기도 했고... 별 복잡한 개꿈을 다 꾸었다.

죽과 생강차를 마시며 겨우 일어나 앉아 창문을 조금 열어 찬공기를 들이마셨다.

일년 동안 계속 아프지 않으려고 꽤 신경을 써왔다. 감기도 걸리지 않았었는데 연말 공연들을 앞두고 이렇게 되었다. 심한 위경련과 위통을 해마다 두 세번씩 겪고 있다. 내일 모레가 공연인데 어서 나았으면.


파업중인 철로 위의 고양이.

고양이 한 마리가 빈 철로를 가로질러 걷고 있다. 이것은 1995년 철도노조가 파업했을 때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의 한 장면이었다. 이 사람들은 무슨 일로 파업을 하는가.

2001년에도 프랑스 철도는 파업을 했는데 요구조건은 기관사들의 임금인상과 퇴직연금 받는 기한을 앞당겨줄 것 등이었다. 같은 시기에 '대중교통수단 파업'이 동시에 진행되었었고 그 이유는 정년퇴임을 55세로 앞당겨달라는 것이었다.

노조와 파업은 원래 이런 일을 위해 있는 것이고 벌여지는 것이다. 파업이 잦은 프랑스이긴 하지만 당시 프랑스 철도노조는 '프랑스 국철'이 추진중이었던 경영개선방안이 각 부문의 독립성을 저해하고 기관사들의 지위를 낮아지게 할 수 있다며 파업을 벌였다. 뭔가 낭만적이기까지 하지 않나.

이런 말을 이 나라에서 하면 불법파업이 된다.
보통 정당성 없는 정권과 깨끗하지 못한 기업은 파업을 불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불법노조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이 나라는 거기에 빨갱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가져다 붙이는데, 불법 노조와 불법 파업이라는 것은 없는거다.
그것을 불법이라고 말하고 싶은 집단들이 있는 것이다. 특히 이 나라에서 구경할 수 있는, 정상적이지 않은 기업과 정권이 만드는 어용노조와 불법 경찰폭동 Police Riot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야말로 불법인 것이고 민주주의의 반대쪽에 있는 무리들이 벌이는 짓이다. 돈을 쥐어주면 폭력을 행사해주는 용역과 다를 바 없어진 지금의 경찰과 소방관을 누가 만들고 있는가.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지지한다. 국민총파업이 시작되어 생활이 불편해진다고 하더라도 어제 하루 처럼 마음을 졸이며 분노를 견디는 일 보다는 몇 배 낫다.





2013년 12월 22일 일요일

개와 고양이




길에 있는 고양이와 개

개는 지난 여름에 버려졌다.
좁은 길 건너 아파트에서 어느 집이 이사를 가며 버리고 갔다.
그 날 부터 이 개는 그 집 앞을 떠나지 못하고 비 맞고 눈 맞으며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사람들이 먹을 것을 주면 조심 조심 받아 먹지만 다가가 쓰다듬으려 하면 으르렁 거리며 도망을 쳤다.
이제 이웃의 사람들이 모두 이 개를 알고, 밥과 물을 챙겨 주기도 하고 집도 마련해줬다.
그런데도 자기가 살았던 그 집 현관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듯 웅크리고 잠을 잔다.

어린 고양이는 엄마가 있었다.
동네 길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던 아내는 개가 길 위에 출현한 후 어느날, 이 개와 엄마 고양이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았다.
어린 고양이에게는 형제도 있었는데, 깨어진 유리에 몸을 찔린채 죽어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했었다.
도움을 청하여 죽은 고양이를 묻어주고 깨어진 창과 유리조각을 치웠다.
추워진 후에, 개와 친하게 지내던 엄마 고양이는 언젠가 부터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어제 밤에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아내는 이 개와 어린이 고양이가 꼭 안고 자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근처에 사람들이 마련해준 집도 있는데, 아기 고양이를 품은채 그 집 현관 앞에서 몸을 말고 자고 있었다고 했다.
밥그릇과 물그릇은 누군가가 발로 찼는지 먼 곳에 엎어져 있었다.

겨우 개이고 고양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버리기도 하고 밥그릇을 깨버리기도 한다.
겨우 개, 고양이일 뿐이니까 그들은 의지하고 체온을 나누며 차가운 길바닥에서 겨울을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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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9일 목요일

물건들.


중고악기 장터에 십여년 전 내가 팔아버렸던 악기가 매물이 되어 올라왔다. 그동안 몇 명의 주인을 거쳤던 것인지는 몰라도, 내가 팔았던 것 보다 40만원 더 비싸졌다. 악기 뒷 편에 칠이 벗겨진 것이 그대로 보여서 그 시절의 기억들을 떠올려 볼 수 있었지. 좋은 악기였지만 내가 쓸 것은 아니었다. 인연이란 대부분 그런 비슷한 것.

트위터에 타자기를 팔겠다고 누군가 글을 올렸는데… 이 놈은 군복무 시절 낮과 밤 내내 만지고 살던 그 모델이었다. 추억의 물건들을 보았다.


2013년 12월 14일 토요일

매정하고 더럽다.

한국은, 남한은, 이곳에 살고있는 우리는 너무 매정하고 너무 비정하다.
한 공장에서 수십명이 죽었는데.
그 회사에서 새로 나온 자동차의 광고 보다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그 사람들의 죽음.

수 년 동안 진행 중인 밀양, 강정의 일들에도 무관심하고 철도노조의 어이없는 일에도 우리들의 여론은 데면 데면.

언론이 똥과 같은 시절, 우리는 똑같이 더럽다. 연예인들의 성매매 기사들의 저의는 덮어두더라도, 매춘을 소비하고 있었을 그 놈들에게는 손가락질을 거둔지 오래. 그저 여배우들을 씹고 조롱하는 일은 재미있는가보다.

우리는 정말 매정하고 비열하고 다 함께 더럽다.






2013년 12월 10일 화요일

매일 밤.

잠이 들 때 마다 도중에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어김없이 검은 새벽에 벌떡 일어난다.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났던 일은 아스라이 먼 추억.
원하지 않는 습관이 되어 다음날 연주할 것을 죽 쳐보면 거의 공연 러닝타임과 비슷하게 시간이 흘러가 있다.

고양이는 굳이 곁에 다가와 악기소리를 들으며 그르릉 거리고, 그를 쓰다듬으며 문득 허리를 움직이면 내 살 같은 통증에 몸이 저린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는 몸과 마음에 화를 가득 담아놓았는데 그것을 녹이지도 내보내지도 못하고 있던 모양이다.

다시 잠들기 위해 불을 끄고 웅크려 잠들면 무서운 꿈이라도 꾸게 되면 좋겠다. 너무 끔찍한 꿈이어서 깨어나길 잘했다고 여길 수 있으면 오늘 하루가 조금 나을지도 모른다.





2013년 12월 7일 토요일

집에서 온 사진.



리허설을 마친 후 네 시간째 대기중이었다.
아내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을 봤다.


내가 없는 집에서, 고양이들은 재미있게 지내고 있었던거구나.




2013년 12월 3일 화요일

고양이와 낮잠을.


낮에 그곳에 볕이 들어온다고 고양이들이 좁은 선반 위에 나란히 누워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을, 자주 보았다.
사진을 찍고 싶어 단잠을 깨운뒤 미안해, 소리를 두 번 해줬다. 동시에 하품을 하고 이어서 다시 자는 꼬락서니는 미처 찍지 못하였다.

십이월이 됐다. 내일부터 연말까지 잠자는 일을 잘 제어하는 것이 운전이나 연습보다 중요하다는걸 이제 그동안 배워서 안다.

오전에 합주, 오후부터 밤까지 레슨. 심야에 또 다른 합주연습. 다음날에는 학교수업 아홉시간, 다음날에는 오전에 공연연습 저녁에 레슨…주말에 서로 다른 두 개의 공연. 그것을 반복하여 올해의 마지막날 공연을 마치면, 내 한 해의 공연도 마쳤다는듯 두꺼운 커텐을 두르고 깊은 잠을 한번 자볼거야.

새해가 되어 시간이 많이 생기면 입김 불며 이삼일 방랑을 해도 좋겠는데, 너무 오래 놀러가본 일이 없어서 떠나는 일도 서툴다. 잘 되어지지 않는다.


그럼 그냥 고양이들과 낮잠을 자버릴테다.





2013년 11월 30일 토요일

연속 근무중인 고양이.


잠깐 화장실 다녀왔더니 또 어제 아침 그 자리.
비켜주지도 않는다.

내 고양이, 순이.
너 왜 이틀 연속 근무냐.




2013년 11월 25일 월요일

수다스런 사람.

과묵한 사람은 그가 하고싶은 말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인간관계 속에서 기대가 무너져왔기 때문에 생긴 습관이라고 들었다. 말이 없는 것은 내성적인 성격 탓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 반대는 어떨까. 끊임없이 말하는 사람들, 주변에 몇 있다. 그들은 떠오르는 생각을 말한다. 생각이 머리 속에서 다듬어지고 말을 사용하여 표현하기 위해 문장을 고르는 시간을 사용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결국 끝없이 말한다. 곁에 사람이 없어도 아마 말하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들은 외향적인 성격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여전히 인간관계 속에서 기대할 것이 많은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그 기대 앞에 타인을 관찰해보려는 시선이라도 숨어들 수 있다면.

그런데 쉴틈 없이 떠드는 사람은 대개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상대의 의사를 파악할 여유가 없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관심의 문제다. 그들은 남의 말 보다는 자신이 말하고 있는 행위에 관심이 있다.



2013년 11월 23일 토요일

광화문에서.

이제 바깥에서의 공연은 무리인 추운 날씨. 한달 전에 의뢰받았던 공연 세션이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알고보니 무려 야외공연이었다고.
그 사람, 처음 전화할 때엔 야외에서라고 말해주지 않았었다. 무서운 사람일세. 취소되어 다행이다.

2013년 11월 20일 수요일

Parkland

Parkland는 존 핏츠제럴드 케네디가 총을 맞은 날의 일을 그리고 있다. 달라스에서 총을 맞고 파크랜드 병원으로 옮겨진 뒤 죽은 그가, 결국 관에 담겨져 비행기에 실리는 장면들을 영화는 다큐멘터리처럼 묘사하고 있다.
암살범으로 붙잡힌 오스왈드는 이틀 후에 잭 루비가 쏜 총에 맞아 죽었다. 총에 맞은 오스왈드가 급히 옮겨졌던 병원도 바로 파크랜드 병원. 이틀 전 대통령을 살리려 안간힘을 쓰던 의료진들이 같은 방에서 총상을 입은 암살범을 소생시키려 다급하게 움직이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결국 모두 죽었지만.

상황도 시대도 다르고 이유와 결과도 다르지만 대통령의 죽음이 있던 날을 우리도 겪었다. 독재자 말고, 정상적으로 선출되었던 대통령의 죽음.

오래 묵은 비밀문서들이 공개되고 오십여년 동안 수도 없이 쏟아진 자료들이 걸러지면서 케네디에 대한 진실도 드러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인들에게 케네디는 인기가 높다. 겨우 3년간 대통령을 하면서 무슨 업적을 남기거나 했던 것도 아니고 그럴만한 시간이 주어지지도 못했던 젊은 대통령에 대한 호감에는 다분히 만들어진 감성들이 존재한다. 비극적으로 죽음으로써 오래 추앙받게된 셈이다.

레이건도 총격을 받았었는데 살아났었다. 레이건 같은 인간이 클린턴과 함께 미국인들에게 인기있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사실 대통령으로서는 뭐 하나 해놓은 것이 없는 케네디를 추억하는 미국인들의 감상은 어떻게 보아도 쇼비지니스 같이 여겨진다. 미디어를 잘 활용하고 아버지의 막대한 재산과 인맥의 도움 위에 짧은 생애 동안 줄곧 건강과도 싸워야했던 그는, 어쨌든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거의 모든 서사를 두루 갖추고 있었던 모양이다.

한편 케네디와는 완전히 다른 배경으로 고생 끝에 ’합법적으로’ 당선된 후 임기 동안 일만 했던 이곳의 그 대통령은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그리고 죽은 이후에도 꺼내어져 욕보여지고 부관참시를 당하는 중이다. 결국 사람들이란 이미지와 미디어에 종속되는 것 뿐인지도 모른다. 오직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나쁜짓을 일삼다가 술과 여자를 곁에 두고 총 맞아 죽은 독재자는 오히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추앙을 받는다.
대중이란 로맨스와 공포심을 버무려 요리되는 식재료와 같다. 잘 버무려두면 사후에도 동상이 세워질 수 있는 나라, 끝내준다. 호감을 얻지 못하면 죽음을 당한 이후에도 조롱을 받는다. 대단하다.

건강이 좋지 않았다는 케네디는 아버지의 재력과 정치인맥으로 군에 입대했다. 그리고 최전방에 배치받아 참전했다. 그의 형은 그 전쟁에서 죽었다. 영화 Parkland는 다큐멘터리 처럼 담담하게 상황을 묘사하는 가운데 그 시대의 미국인들이 케네디에게 보였던 애정의 시선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영화 보다 더 좋은 영화는 ’그때 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부럽다. 물론 다수의 지지와 애정을 받았던, 혹은 받을만한 지도자를 많이 경험해온 센 나라와, 대부분 독재와 부정으로 점철된 지배자만 겪어본 신생 공화국을 쉽게 비교할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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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뉴욕이라는 곳에 갔던 날, 나에게는 JFK 공항 화장실에서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다. 보기 드물게 더럽던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 중에는 한 사람도 백인이 없고 ... 어느 동양인에게 무례하게 굴던 흑인의 몸수색은 불친절하고 모욕적이었다. 나는 그 기분을 기억하고 있다.

2013년 11월 18일 월요일

부산.

부산에 도착하면 세련된 차림새의 예쁜 여자들과, 상냥하거나 억센 억양의 남자들이 따뜻한 날씨 속에서 바쁘게 걷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다리던 자동차를 얻어타고 도로에 나가면 험하고 무섭게 끼어드는 차들이 여기가 부산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 이것이 부산에 공연하러 올 때 마다 확인하는 부산 느낌.
그것은 기질이나 성향이라기 보다는 현상.

여유가 없는 일정이었지만 혹시나 시간이 된다면 만나고 싶어서 이곳에 살고 있는 옛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봤다. 주말 오후의 귀찮은 외출을 마다하지 않고 나와준다는 친구들의 문자메세지. 공연장에서 리허설을 마친 후 그들을 만나 겨우 사오십 분 동안 커피 한 잔과 가벼운 잡담 몇 마디. 모자란 잠을 채우느라 대기실 의자에 기대어있었다면 얻지 못했을 따스함. 일부러 주문해준 따뜻한 와플은 절반이나 남긴채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공연은 쏟아지는 졸음을 이겨보느라 처음엔 어려워하며 시작했다. 하지만 고맙게도 악기팀이 캐비넷을 두 개 준비해줘서 앰프 사운드를 즐길 수 있었다. 음향팀에게 부탁하여 모니터에서는 내 악기의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두고 묵직하게 앰프 소리를 맞춰두고 연주했다.

공연을 마치자마자 다시 부산역. 서울행 열차에 짐을 풀고 털썩 앉았더니 갑자기 밤이 되었다.
오늘 집에 가서는 도중에 깨어나는 일 없이 동이 틀 때 까지 잘 수 있다면.

2013년 11월 17일 일요일

새벽 부산행.

어두운 새벽, 알람이 울리기 전에 잠에서 깨었다.
생각했던 순서대로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허리 통증이 나아지지 않아 몇 분 동안 스트레칭을 했다.
고양이들은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 순이만 혼자 일어나 나를 쳐다보며 앉아 있었다.
바쁘게 나가는 길에 늘 편의점에 들러서 커피를 샀는데, 오늘은 집에서 내린 커피를 들고 나가고 싶었다. 불 위에 주전자를 올리고 커피콩을 갈아두고 입고 나갈 옷을 찾아 놓았다.
커피를 내리면서 뉴스앱에 올라온 기사들을 흝어봤다. 세상은 변함없이 한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악기와 커피를 담은 병,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열차 출발 한 시간 전에 서울역에 도착했다.몇 달 동안 용산역 서울역을 자주 다니다보니 이제는 집 근처의 지하철역 처럼 여겨졌다.
서울역 앞에는 경찰들이 ’집회대비’라고 적힌 작은 표지판을 세워놓고 모여있던데, 보나마나 어설픈 군복차림인 무리들의 관제시위가 있었을 것이다. 이 시절에 경찰이 보호하는 집회란 그런 것들 뿐이고, 생각해보면 특별한 이슈가 만들어지지 않아도 왜 주말 마다 그들이 광장을 선점하여 모이는 것인지 알 것도 같다.
부산행 열차는 방금 출발했다.
잠을 못 자서 몸이 힘들다. 항상 이런 상태로 다니고 있다.
아버지의 요관암이 발견되고 수술 소식을 듣기 전인 수요일 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좋았었다. 내 삶은 도무지 쉴틈을 주지 않는다.
걱정이나 근심은 숨쉬는 것 처럼 자연스럽다.
마음의 상태가 고요하도록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에 도착할 때 까지 한숨 잠을 자야겠다.
열차 출발 전 부터 소리를 지르듯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은 아직도 전화를 하고 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잠시라도 푹 잘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안되겠지.

9:47 AM



2013년 11월 9일 토요일

음악.


지난 밤에는 노래를 녹음하느라 헤드폰을 쓰고 있다가 시계를 보고 깜짝 놀라 하던 것을 멈췄다. 아무래도 집에 있는 방 하나를 방음해야할 것이다. 이대로는 머지않아 쫓겨날 것 같다.

거의 밤을 새우고 아침 일찍 일산으로 와서 리허설을 마쳤다. 이제 이십 분 후에 공연을 한 시간 하고, 내일 아침에는 창원으로 떠난다.

눈가리개를 준비하여 틈만 나면 기대어 잘 작정을 하고 있다. 기차와 버스에서 듣고 싶은 음악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에디 히긴스.


화요일 부터 며칠은 덱스터 고든과 캐논볼 애덜리로 보냈다.

2013년 11월 3일 일요일

쉬는 날.



두 달 만에 쉴 수 있는 토요일을 맞았다.
어제 저녁에는 유난히도 삶이 무겁고 지루하여 물소리 음악소리가 욕설처럼 들렸었다.

새벽에 음악작업을 하나 마친 뒤에 잠을 깨고 다시 일어나 틀어두고, 커피를 내려 연거푸 석 잔을 마셨다.


2013년 11월 1일 금요일

물 마시는 고양이.


컵에 새로 물을 따라놓았다.
잠시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시 왔더니 순이가 물을 떠먹고 있었다.



2013년 10월 31일 목요일

일상.



학교에 다니는 국도에는 몇 개의 터널을 지나야하는 구간이 있는데 그곳이 공사중이어서 도로가 꽉 막혀있었다. 결국 그만 너무 늦어버려 첫 수업을 하지 못했다.
공사가 12월까지 계속된다고 써있었다. 학기말 까지 츨근길은 고속도로를 이용해야 좋을 것 같다.

학생들 중에는 실력이 늘은 사람도 있고 헤메이는 사람도 있다.
나는 오후 다섯 시가 넘어가면 기운이 빠진다.
배가 고파서 뭔가를 사먹으면 정신이 몽롱하고 졸음이 쏟아진다.
찬물로 연신 얼굴을 씻고 종일 커피를 마시며 마지막 수업을 마치면 아홉 시.
집에 오면 열 시 반 쯤.

고양이는 곁에 다가와 졸고, 나는 책을 펴놓고 졸았다.


2013년 10월 27일 일요일

제주도.


지난 번 늦가을 제주에 왔을 때에 바람에 흠씬 두들겨 맞았었다.


아침에 집에서 나오면서 '남들이 놀려도 좋아'라고 하며 겨울외투를 챙겨왔다.
제주의 바람은 과연 추웠다.
두꺼운 옷을 가져오길 잘했다.


평소 자주 마시지 않는 술을 먹었으니 그것도 기록해두자.
제주도 소주 한라산은 아주 좋은 술인가보다. 맛있고 깨끗했다.

공연은 계속 말썽을 부릴 것 같은 넥이 휜 재즈베이스와 물론 프레시젼으로.

그리고 햇볕이 가득 들어오던 애월 해변의 그 집.
그 볕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공연


더 없이 간단한 내 발 앞의 페달.
이 달의 공연들에서는 모두 겨우 이 것들에 무거운 프리앰프 박스 하나를 더 연결하여 사용했다.

내일 제주도 공연은 분량이 길고 악기가 더 필요하여 짐이 많아졌는데, 갯수는 어쩔 수 없어도 무게는 줄여보겠다고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지만… 답은 없다.


2013년 10월 26일 토요일

음악.

몇 달 동안 녹음해두었던 것을 모두 듣고 정리했다.
대부분 제대로 쓰이지 못할 음질이거나 내용…
어휴, 쓸모없어라.

비행기 타러 가려면 오전에 일찍 나가야 하는데 벌써 아침이 됐다.

공연을 마치면 그 직후 부터 다음날 까지 자버리고 싶다.

공연 후에.


공연 후 땀에 젖은 셔츠를 갈아입을 시간이 없어서 일단 이동 중.
노곤하다.
배고프다.
춥지않다.

Steve Gadd Band의 올해 음반을 아이팟에 담아 놓았으니 밤에는 귀에 그걸 꽂아두고 잘거야.






2013년 10월 25일 금요일

가을 바람 서늘하다.


큰 언니 고양이가 가을하늘에 붙은채 골골거린다.

오늘은 하필 추워진 날씨에 시청 앞에서 야외공연을 하기로 되어있다.

내일은 제주도에서 공연한다.  바람을 실컷 맞을 것이다.


.

큰언니 고양이.


큰 언니 고양이가 가을하늘에 붙은채 골골거린다.

오늘은 하필 추워진 날씨에 시청 앞에서 야외공연을 할 예정이다.


겔혼과 헤밍웨이.

많은 사람들이 영화 Gravity를 칭찬하고 있지만 나는 보러가지 못하고 있다.
주연배우 때문인데, 영화 Speed와 Net를 본 이후 산드라 블록이 나오는 영화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 세상에, 그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이 무려 1995년, 20세기의 일이다.


특정배우를 싫어하는 이유는 뭐라고 설명하기 어렵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않나. Gravity에 도전해보기 위해 산드라 블록이 출연한 가장 최근작인 코메디물을 보았는데 역시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중에, 너무 궁금하여 어쩔 수 없을 정도가 된다면 지금의 영화를 한 번 보아주기로.


반면에 Jennifer Connelly가 출연하는 거의 모든 영화들은 무턱대고 볼 수 있다. 이유는 역시 말하기 어렵다. 그럴 수 있는 것이잖아.


최근에 보았던 영화 중에는 Hemingway And Gellhorn이 참 좋았다.
이 제목에 겔혼의 이름이 앞에 왔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같은 생각을 잠깐 할 수 있었다.
니콜 키드먼에게는 그다지 팬으로서의 느낌은 없지만 그가 고르는 작품들이 내 취향에 잘 맞는다고 할까.


헤밍웨이는 내가 좋아하는 죽은사람들 중 하나인데, 그는 고양이를 무척 사랑했던 일면과는 상관없이 사냥과 바다낚시를 즐기며 너무 많은 동물들을 재미삼아 죽였다. 사냥으로 익숙해진 엽총이라는 무기로 스스로를 쏘아 자살할 수 있었던 것에 조금은 관계가 있지 않을까.


스페인 내전과 쿠바의 독립 저항, 장개석과 스탈린과 프랑코와 나치들의 시대에 살았던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보아둘만 하다. 하지만 교훈을 얻지는 못한다. Martha Gellhorn의 말 처럼 그저 인류에 대해 실망하면 될 일일지도 모른다.


- 메탈리카의 드러머 Lars Ulrich가 출연하고 있는데, 그 역할에 정말 잘 어울린다. 계속 배우를 해도 좋을 정도.


- 스페인 내전은 2차 대전의 인트로였다. 미국은 이 때에도 한쪽편에는 전투기를 팔고 상대편에는 다른 무기와 생필품들을 팔며 장사를 했었다. 그리고 이 땅에는 지금 그 때에도 있었던 지배세력들이 여전히 먹이사슬 위에 앉아있다. 교훈은 개뿔 없다.



- 로버트 카파의 작품 중 조작의 의혹을 받고 있던 사진에 대하여 그것이 있었던 사실이었다고 증언하는 것 같은 씬이 있다. 그렇거나 아니거나 큰 관심은 없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모든 것이 꼭 사실이어야만 했던 적은 없었다.



2013년 10월 22일 화요일

돌아가신 분.


너무 찌뿌듯하다.
쌓인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운동을 하지 않아서일테지.

평균 하루에 여섯 시간 이상 연습한다.
이렇게 해온지 아주 오래되었다.
그런데도 실력은 고만큼만. 아니지, 어쩌면 그렇게라도 하니까 유지하고 있는 것일 수도…

주찬권 형님과는 십 년 전에 여러가지 일이 엉키면서 잠시 함께 연주했었다. 전화번호를 만지작 거리며 망설이다가 들국화가 다시 활동을 한 뒤에는 이젠 나중에 연락 한 번 드려도 되겠지, 하고 그만뒀었다.

좋은 사람이 갑자기 떠나는 일은 세상에 흔하다.
사악하면 어쩐지 오래 사는가 보다.


밀림같은 세상에 어울리는 법칙이랄까.



2013년 10월 21일 월요일

예산에서 공연.


충남 예산군에서의 공연을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서둘렀는데도 세 시간이나 걸렸다.
공연장 주차장에 멈춰 서서 둘러본 풍경이 하도 가을가을거리길래 사진을 몇 장 찍어뒀었는데, 아뿔싸, 흑백으로 찍었을 줄이야.

공연을 잘 마치고 모두 홀가분하게 헤어져 다시 두어 시간 운전하여 집에 돌아왔더니 밤 열 한 시. 그런데 아내가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려는 중이었다.
Catering 일을 친구와 함께 하는데, 내일은 일손이 부족하여 직접 가서 음식도 돕고 일도 해야한다는 것.
그래서 다시 차를 돌려 아내를 목적지에 태워다드리고 돌아왔더니 밤 한 시.

고양이들은 현관 앞에 반갑게 뛰어나오더니 나 혼자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각자 흩어져 자러 가버렸다. 나쁜 놈들...


2013년 10월 20일 일요일

고약한 이웃.

나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언제나 다양한 쓰레기를 우리집 현관 쪽에 슬쩍 놓아둔다거나 함께 사용하는 계단에 버려두고 있는 맞은편 이웃…

며칠 전 그 이웃이 글쎄 우리집에 고양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현관 앞에 잔뜩, 소금을 뿌려놓았다.

어쩔 수 없잖아.
고양이를 혐오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런데 뿌려놓은 소금을 아내가 또 치우고, 우리집 앞에 던져둔 광고전단지들은 늘 내가 알아서 버리는 생활은 몇 년 간 반복되고 있고… 이 정도면 이웃이 어서 이사가주길 바랄뿐.

확.. 부적을 그려서 붙여줄까보다.


2013년 10월 17일 목요일

강의실에서.



이상하다.
다른 때 보다 일찍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열 시라니.

나는 목소리가 작고 목이 약한데다가 몇 시간 동안 힘을 주어 말을 하고 나면 정신이 멍해진다.
종이컵에 남은 커피를 마시고 조금만 앉았다가 가야지.


2013년 10월 15일 화요일

나는 겨 묻은 개.


새벽에는 이웃집 화장실에서 항상 누군가의 일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그 소리를 들을 때 마다 그집은 저 남자 때문에 화장실이 꽤 더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책상 앞에 돌아와 스피커 볼륨을 줄였다.
이웃 중 누군가는 내 음악소리 때문에 자주 불편해할 것이다.




.

다 해봤던 짓.


방금 올라와 누웠다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구르고 뛰고 이불을 헤집고 다닌거잖아.

나도 다 해본 짓이야. 누굴 속여.



2013년 10월 12일 토요일

종로에서.


종로1가 편의점에서 막걸리를 사 마시던 노인들은 종북 좌익세력 때문에 현재 대통령이 공약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성토하고 있었다.

비워져 바닥에 뒹구는 플라스틱 막걸리 병이 그들의 모습처럼 고단해 보였다.

편의점은 오래된 친구의 가게. 리허설을 마치고 전화를 걸어 찾아갔다. 따뜻한 커피를 얻어 마셨다. 찬 바람에 손이 얼어있었어서 커피는 두 배로 맛 좋았고, 가게 앞은 무려 흡연구역.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저녁 여섯 시 반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건가 놀라기도 했다. 금요일에 대형서점이 붐비지 않는다니. 홍대앞은 사람과 쓰레기가 함께 넘쳐날 시간일텐데.

시간이 되어 무대 옆에서 순서를 기다리는데 앞 무대의 출연자들이 노래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원하는 우리나라 만드세’라는 구절이 반복되던데…

누가 원하는 누구의 나라 말씀이련지.



2013년 10월 11일 금요일

인성.



겨우 악기레슨이나 하면서 인성이니 교양이니를 언급하는 것이 주제 넘는다고 생각하고는 있다.

그런데 정의감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학생들을 상대하게 될 때엔 당혹스럽기도 하고 비위가 상하기도 한다.

십대와 이십대는 이미 어린이가 아니라 단지 앞으로의 시간이 더 많이 남은 인격체일텐데, 대부분 타고난 게산벽과 이기심, 몰인정한 것은 삼십 사십대가 되어도 큰 변화가 없더라.



2013년 10월 10일 목요일

오늘 근무자.



오늘은 순이.
확실히 격일 근무가 맞는 것 같다…는 증거.

허리가 아파 불을 끄고 엎드렸더니 고양이는 그제서야 제 자리에 가서 누웠다.


2013년 10월 9일 수요일

근무자.

나와 함께 밤을새워주는 고양이들은 사실, 순번이 정해져있다.
얘와 순이가 아마도 격일제로 근무를 하는 모양이고 나머지 녀석들은 언제나 드르렁 거리며 잠만 잔다.

새벽 찬 바람. 나는 다가온 고양이를 쓰다듬으려 했는데 고양이는 기꺼이 품에 들어와 사람을 덥혀줬다.


2013년 10월 7일 월요일

새벽 기차역.



새벽, 기차역에 도착하여 일행들과 인사하고 헤어져 주차장을 찾아 걸었다.
어두운 용산역사를 걸어가다가 내가 이 미로같은 길을 어떻게 알고 있는건가 했더니.

그랬구나, 잊고 지냈던 기억.
십 년 전에 나는 완전히 무너졌던 적이 있었는데, 그다지 욕구도 희망도 없이 여름의 몇 달 동안을 아침 저녁으로 이곳을 지나며 음악과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었다.

습하고 더웠던 그 해 여름에 인파 속에서 갯벌에 빠진듯 무거운 발을 옮기며 리차드 보나를 듣고 있었다.

흠, 거기가 여기였군, 하며 잠깐 서서 담배 한 개비. 허공에 뿌려지는 연기가 상쾌하게 흩어졌다.



2013년 10월 6일 일요일

자라섬.


한 시간 이십 분 전에 기차역에 도착.
타이머를 맞춰두고 음악을 틀어둔채 눈을 감고 있다가 놀라서 일어났다.
내가 다시 잠들었는 줄 알고.

어제 가평에서는 인연이 있는 학생들이 모임이라도 가진듯 공연장에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지금 학생인 사람, 졸업한 사람, 그리고 졸업 후 음악을 하면서 이제는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어린 친구들을 만나니 반갑고 기분 좋았다.


쌀쌀한 새벽에 혼자 집으로 돌아올 때엔, 어쩐지 나는 늘 같은 자리에서 고여있는 물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한기를 느꼈다.


2013년 10월 5일 토요일

합천에서.


합천에서 이상하게 여겼던 것.

구겐하임 미술관의 내부를 옮겨오려고 한 것 같은 느낌이었던 과천현대미술관은 김태수의 작품.
과천현대미술관 내부의 Ramp Core를 그대로 베껴온 합천 대장경천년관의 내부는 함인선의 작품.
함인선은 김태수 문하에서 8년간 일하고 2000년에 독립.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래도 되는 건가? 그쪽 업계(?)에서는…?

그리고 산을 깎아 마련한 공간에 들어선 그 건물들과 배열이 정말 괜찮다고 생각하는건가. 동선은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떻게 의도되고 있는지. 의도라는 것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뭐 그냥 그런가 보다 해야 하나.

그곳을 걸으며 기분이 나빠졌다.



합천에서 만났던 개.


새벽 다섯 시에 잠들어서 여덟시에 일어남.
265km를 만만히 보았는데 도로정체로 무려 다섯 시간 걸려 합천에 도착. 휴게소에서 먹었던 라면은 중부내륙고속도로에 뿌리며 온듯 배고파하며 공연 시작.

공연 후 식당에 들렀을 때에 즐거워하며 뛰놀던 개 한 마리. 얼른 앉아 불러보니 뛰어와 몸을 부볐다. 나이든 개의 목덜미가 차가와 한참을 쓰다듬었다.

말없이 배불리 밥을 먹고 근처의 호텔에서 하루를 머문다는 멤버들에게 인사하고 다시 집으로 세 시간 운전.


동네의 길 어귀에서 자동차를 아슬 아슬 피하는 고양이들을 보니 식당에서의 착한 개가 자꾸 생각났다.

합천 공연.

합천에 다녀왔다.

새벽 다섯 시에 잠들었다. 아침 여덟시에 일어났다.
265km 를 만만하게 보았다. 도로정체로 무려 다섯 시간을 운전하여 합천에 도착했다. 휴게소에서 먹었던 라면은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모두 소화해버렸다. 공연을 시작할 때에 배가 무척 고파져있었다.

MTD 베이스는 내가 스트랩의 길이를 잘 못 조정하는 바람에 무게 균형이 맞지 않았다. 연주하기에는 편안했다.
다만 공연장의 사정이 좋지 않았다. 베이스의 음색이 밴드의 전체 사운드와 잘 어울리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2013년 10월 4일 금요일

초가을.


나는 그러니까, 생의 거의 모든 면에서 늘 늦고 더디고 오래걸렸다.
그것은 환경이나 주변상황의 탓이 아니었다. 타고난 내 성격과 능력의 한계이고 깜냥이었다. 그 대신에 (다행히도) 오래 버틴다. 어쩌면 지구력이라도 있었어야 했으니까 그렇게 되어져온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무엇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언제나 늦고 작업시간은 오래 걸린다. 대신 미련하게 버티는 것일 뿐. 그러니까 몸뚱이라도 맷집 좋게 잘 버텨줘야한다.

구월의 마지막 주에 부하가 걸렸던 생활패턴을 내 몸이 견뎌내지 못했다. 어제는 그만 낮 동안 계속 누워있어야했다. 하루의 일을 못하여 마음은 무거워졌고, 하루를 쉬었더니 몸은 가벼워졌다.
회복이 되는게 어디야.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저녁에 외출하여 볼일을 보고 일찍 돌아와 이불을 덮고 두어 시간 또 자뒀다.


몇 시간 후에 합천으로 출발, 토요일 까지 매일 공연. 
괜찮은 늦여름, 초가을이다.

2013년 10월 1일 화요일

전주에서 공연.


전주 KBS에서 마련해준 대기실 옆 옥상에 철퍼덕 앉으면 좋을 잔디가 있었다.
심지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재떨이도 준비되어 있었다.

아침 부터 리허설을 마칠 때 까지 먹은 것이 없다가, 전주 중앙동에 가서 맛있는 비빔밥을 먹었다. 식사 후 대기실로 돌아왔더니 너무 노곤했다.

악기를 들고 나와서 주저 앉아 쉬려고 했는데 잔디가 조금 축축하여 그만뒀다.

민열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곳에 앉아서 기타줄을 갈고 있었다. (강하다...)



운전하지 않고 기차로 이동했던 덕분에 기차 안에서 잠도 잤고 피곤도 덜했다.

새벽에 집에 돌아와 허기를 참지 못하고 라면을 먹었다.

그래서 지금 특별히 할 일이 없는데도 책상 앞에 앉아있는 중.




새로 나온 엘튼 존 음반 좋다.


2013년 9월 30일 월요일

반가운 친구.



일요일 아침에 반가운 친구가 집앞에 찾아왔다.
새로 생긴 강변의 커피집에서 (졸리워서 비몽사몽인 상태로) 계속 반가와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자주 만나지 못하여 아쉬운 사람인데 그래도 일 년에 한 번씩은 이렇게 보고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저 오토바이는 평소에 가지고 싶어서 가끔 검색하여 사진만 구경하던 것이었다. 진심 부러웠다.


2013년 9월 27일 금요일

시골에서.



이틀 전, 남도 끝자락의 시골마을에 다녀왔다.
깨끗한 골목 어귀에 고양이들이 저녁을 먹고있었다.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돌보는 분이 계셔서 비어있는 집을 아파트 삼아 많은 고양이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다들 깔끔하고 윤기가 흘렀다. 아내는 그분과 인사를 했다.

노인들만 남은 마을에서 노인들은 노인이 된 친구들을 만나 얼싸안아보고 얼굴을 쓰다듬었다.
삶은 고단했고 몸은 노쇠하였다. 멀리 도로를 걷는 사람의 기침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한 마을에는 아픈 사람과 일찍 떠나버린 사람들의 자리만 남아있었다.
죽음으로 농담을 삼고 서로의 늙음을 놀음 삼으며 마주 보고 웃고 있었다.

나는 스무 시간 연속 운전을 하다가 정말 죽을뻔했다.


2013년 9월 22일 일요일

자전거 타기.

왕복 80km를 달렸는데, 여의치 않아 때를 놓치고 그만 한 끼도 먹지 않았다.
물통을 비우면서 뭐 굶어도 괜찮을거야...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굶어 죽을 뻔 했다.
날씨가 맑길래 할머니를 만나러 공릉동에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마음 먹었다.
아내가 밥을 차려줄테니 먹고 가라고 했지만 속이 더부룩한 것이 싫어서 편의점에 들어 쵸코바 두 개를 사먹고 출발했다. 출발 부터 가느다란 비가 조금씩 오고 있었다. 
소나기일 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갈 때에도 올 때에도 가는 비를 맞으며 달려야 했다.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여 돌아가기도 했으므로, 아마도 거의 팔십 킬로미터를 달린 셈일 것이다. 할머니는 혼자 계셨고, 밥상을 차린다거나 하실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안먹었다.
할머니집에서 출발할 때에 국수집 앞에서 잠시 고민을 했다가, 어서 집에 돌아가 밥을 먹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멍청한 짓이었다. 
영동대교를 지날 때에 부터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더니 통증이 생겼다. 근육통도 아니고 뼈가 아픈 것도 아니고... 아픈 느낌인데 정확히 어디가 아프다고는 할 수 없는 느낌. 그리고 이어서 허리에 통증이 오기 시작하고 배가 고파졌다. 하지만 그 때 부터 자전거길에 음식을 파는 곳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덕소 산 앞에 아직 문을 연 식당이 있어서 칼국수를 사먹고 겨우 살아났다. 집에 오니 여덟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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