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4일 월요일

레코딩.

21일 금요일 아침에 멤버들과 춘천에 모여 녹음을 시작했다.

좋은 녹음실이었다. 사람들도 좋았다.
계속 잠이 부족한 날들을 보냈던 것 외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녹음을 할 수 있도록 악기와 장비들을 준비하는데에 들인 시간을 제외하면 이번에도 녹음은 속전속결로...

앰프는 에덴을 골랐다.
정직한 소리를 내주는 앰프와 캐비넷의 소리가 좋았다.

편안한 환경이었다. 내가 사용했던 페달은 베이스 드라이브 한 개.

이 녹음실의 느낌이 좋았던 이유는 나중에 생각해보니 무려 창 밖에 흐르고 있는 강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나 보다. 사람들이 찾는 공원이기도 해서 녹음 도중에 뛰어 노는 아이들과 아직 서먹하게 손을 잡고 덜 가까이 함께 걷는 커플들도 볼 수 있었다.

미국 공연을 마치고 돌아와 녹음까지 끝낸 직후, 감기가 찾아왔다.
조금 긴 시간 오래 얻어맞은 것 같은 컨디션이 되어 그만 뻗어버렸다가, 다음날에도 알람이 울리기 직전에 일어났다. 그리고 졸음 운전... 도로 정체...

이튿날 더빙과 보컬 녹음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자동차 안에서 침낭을 베고 두어 시간 자버렸다. 깨어나면서 오들 오들 떨었다.

혹시나 하여 갈아뒀던 퍼즈의 건전지는 잊지 않고 빼뒀다. 한동안 쓰지 않을 것이다.



귀여운 발.



집을 떠나 멀리 있을 때에, 사람의 사진도 가끔은 보고 있지만 무엇 보다도 집에 두고온 고양이들 사진을 꺼내어 볼 때가 잦다.



2014년 11월 23일 일요일

감기.



엘에이에서 돌아와 이틀은 일을 했다.
그리고 금요일 부터 춘천에 있는 녹음실에서 밴드의 새 노래들을 녹음했다.

녹음실이 새로 자리잡은 곳은 불과 작년 3월에도 들렀었던 중도 앞의 그곳. 소양강을 따라 달리면 내가 군복무를 하던 부대도 볼 수 있는 그곳.

월요일에 귀국을 위해 엘에이 공항으로 가는 자동차 안에서 갑자기 목이 아파왔다. 집에 돌아와서는 조금씩 두통이 있었다.

낯선 동네에서 마주친 건달이 시비를 걸어오듯, 위협적이지도 못하면서 성가시게 구는 증세가 툭툭 들어오더니 급기야 녹음 첫째날을 마치고는 감기에 걸렸다. 올해 초에 겪었던 증세 보다 조금 심하다.

이제 계속되는 기침은 멎었고 더 이상 두통이 심하지는 않다. 이번에도 병원에 가지 않고 스스로 낫게 하려고 미련하게 버티는 중이다. 아프면 아픈대로 조금 몸을 놓아두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아직 덜 아파보아서 그럴 것이다.



2014년 11월 22일 토요일

공연을 마치고.

이것은 사실은 연출된 사진. 나는 화투도 포커도 할줄 모른다. 이런 것 해보았다면 보나마나 죄다 잃었겠지.
실내에서는 어디라고 해도 금연이라는 캘리포니아였는데, 카지노에서는 자리마다 재떨이가 준비되어 있었다. 무엇으로 환기를 하고 있는지 담배연기도 보이지 않았고 담배냄새도 나지 않았다.

공연을 마친 후 호텔방에 돌아와 짐을 꾸렸다. 떠나오는 날 아침처럼.
밤을 새운채로 새벽 네 시 반에 무려 스테이크와 달걀로 배를 채웠다. 여섯 시 반에 다시 엘에이 공항으로 출발.
동이 터오는 하늘 빛이 비현실적으로 파랬다. 누군가 저기 바다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면 속아주고 싶었다. 몽롱한 상태로 사나흘을 보내고 집으로 떠나기 직전의 풍경이었다.

매우 깔끔하게, 할 일만 마치고 서둘러 돌아왔던 여행.
다만 어서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언젠가는 아무 할 일 없이 한번쯤은 놀러오겠다고, 전에는 그렇게 말해보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말도 꿀꺽 삼켜두게 되었다.



엘에이 공연.


옷차림과 무대배경만 보아서는 엘에이인지 서울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름 구경을 와줬던 오랜 친구가 객석에서 찍어준 것.

아무리 보아도 어디인지 알 수는 없으나, 나름 현지 교포가 찍어준 사진.

공연 시작 즈음.



공연을 기획하고 밴드를 초대한 회사의 모든 분들은 몹시 성실한 사람들이었고, 자신의 일들을 제대로 하기 위해 열의를 보이는 분들이었다. 덕분에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평소에 하던 공연의 절반 분량 정도였어서, 너무 짧았다는 느낌.

그렇게 다음 날까지 이어졌던 두 차례의 공연을 마쳤다.



2014년 11월 21일 금요일

엘에이 연주여행.


11월 13일.

새벽에 깨어났다. 옷가지를 챙기고 악기가방에는 에어캡을 잔뜩 채워넣는 정도의 일만 남았어서 준비는 너무 일찍 끝났다. 샤워를 하고 아내가 방금 익혀준 고구마를 먹고 커피는 두 번을 내려 함께 마셨다.

고양이 순이는 내가 가방을 싸고 옷을 정리하는 것을 보고 있다가 그만 내가 멀리 떠난다는 것을 알게 되어버렸다. 벽을 보고 앉은채로 서운함을 드러냈던 내 고양이.

로스 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했던 것은 13일 오전. 나 혼자 입국심사에서 문제가 생겨 경찰에게 앞장 세워져 격리된 채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세 사람의 직원에게 순서대로 똑같은 인터뷰를 하고 난 후 풀려났고 아직도 이유는 모른다. 아마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첫날엔 엘에이의 밀레니엄 빌트모어 호텔에서 짧은 공연. 홍보를 위한 것인지 단순히 초대받은 행사를 위해 봉사를 했던 것인지는 잘 모르고, 비몽사몽 간에 몇 곡을 연주했다.
그것을 마치고 났더니 밤 열 시 오십 분. 엘에이에서 샌디에고 방향으로 두 시간을 달리면 갑자기 등장하는 카지노 리조트 호텔, Pechanga에 도착했다.
피곤에 절여져서 배추처럼 늘어진 모습으로 샤워를 하고 만 이틀만에 옷을 갈아입고 편하게 잤다.

잠을 깨어 호텔 안과 밖을 돌아다녀 보니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11월 15일, 공식적인 첫 공연은 저녁 여덟 시.
일부러 좋은 케이블을 챙겨오길 잘했다고 여기며 안도했다. 이번 투어에 사용한 것은 이것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