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28일 금요일

"The Judge" Milt Hinton


밀트 힌튼이 세상을 떠났다. 조 헨더슨이 돌아가셨을 때에도 마치 만나본 적이 있고 알고 지냈던 분이 죽은 것처럼 마음이 안 좋았다. 밀트 힌튼도 그랬다.

밀트 힌튼은 1910년생이다. 두 해 전인 2000년 12월에 세상을 떠났다. 90세를 살았으니 장수한 셈이다. 이 분은 재즈라는 음악이 기지개를 펼 때에도, 전성기를 누릴 때에도,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을 때에도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 한 가운데에서 그는 언제나 연주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연주했던 사람들의 이름은 늘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많다.
그와 연주했던 이들의 이름을 보고 있으면 이 사람은 편견도 아집도 없는 자유로운 사고를 하였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의 별명은 The Judge 였다.
밀트 힌튼은 사진작가로서 많은 전시회도 열었었다. 다양한 매체에서 그가 찍었던 재즈 연주자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전시회를 열었었고 그의 사진들에 대한 평도 좋았었다. 그의 사진집은 이제 인터넷에서 20달러에 살 수 있다. 흑백사진들도 좋고, 재즈 연주자들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있는 것도 흥미롭다.

지금은 브랜포드 마살리스와 함께 연주한 곡을 듣고 있는 중이었다. 브랜포드 마살리스가 레스터 영에게 헌정하는 곡이다. 레스터 영의 별명은 President 였다.

베이스와 색소폰으로만 연주하고 있는 이 음악 Three Little Words 는 앨범 Trio Jeepy 에 수록되어있다.
귀를 씻고 싶을 때에 종종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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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27일 목요일

아침.


밝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에 잠을 자지 못하면 종일 고생이다.
낮에 전화벨이 울려서 모든 흐름이 깨어졌다.
전화기를 진동으로 해두고 살기로 했다.

문자메세지를 보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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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25일 화요일

녹음실.


녹음할 것은 다 끝났는데 일하러 가기는 싫고.
괜히 짐을 챙기지 않은체 뭉개고 앉아 있었다.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길래 지금까지 했던 것을 지우고 다시 하자고 해볼까, 생각하기도 했다.
녹음실에 있는 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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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아무리 하찮은 곡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가 자작곡이라고 말하며 건네어 주는 악보를 받으면 일단 더 관심있게 보기 마련이다.
평범하고 그럴듯한 구석이 없어 보이는 곡이라고 해도 누군가의 작곡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더 신경 써서 연주하게 된다. 한 개의 음이라도 만든이의 의도를 곡해하지는 않을까 하여 긴장하기도 한다.

간혹 터무니 없이 엉터리 같은 곡도 있지만, 그것은 만든이의 잘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인 연주자들을 더러 보게 된다.
타인의 곡을 시덥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의 연주는 숙련된 기술자일 수는 있어도, 무엇인가를 새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은 뭔가 만들었다고 해도 기껏해야 잠재적 표절이다. 스스로 능력이 없으니까 외국곡이나 이미 유명해진 남의 것과 비슷해져야 안심하는 것이다.

모든 음악들은 다 누군가들의 자작곡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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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21일 금요일

반성.


주변의 모든 일들을 마음에 두고 고려하며 늘 사려 깊게 행동하기란 어렵다.
자신이 모르고 저질로 버린 짓을 뒤늦게 알게 된 다음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지만 부끄럽고 자기혐오가 일어난다. 스스로가 고약하다고 생각되어 미워지게 된다.

모든 사물을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사람들의 일만큼은 함부로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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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20일 목요일

커피가 좋다.


몸에 나쁘니까 끊어라, 먹지 말아라, 멀리 해라, 습관을 고쳐라.
그런 이야기를 점점 더 많이 듣는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기호품들은 전부 다 몸에 나쁘다고들 한다.

담배와 커피를 더 이상 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그런 경고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따르지 않기로 했다.
두 가지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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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9일 일요일

Barney Kessel


이 앨범은 재즈잡지의 애독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던 세 명을 모아 기획하여 만들었던 것으로 시작했다. 이 음반 이후 몇 장이 더 나와있다고 했다. 들어본 것은 이것이 유일하다. 재즈잡지는 아마 Down Beat 지였을 것이다.

정신없이 빠르고 현란한 연주들을 밤새 들은 후에 이 음반에 있는 두번째 곡 Satin Doll 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겸손해질 수 있다.
레이 브라운의 하모닉스로 시작하는 편곡이고, 바니 케슬의 정교한 기타연주가 촛불처럼 고요하게 이어진다. 고요하지만 음악으로 가득한 방을 닮았다.

기타 트리오 음반 중에는 이렇게 편안한 음색으로 채워진 앨범들이 있다. 따뜻하고 균형이 잡혀있으며 함께 하는 연주자들과 아직 누구인지 모르는 청중을 고루 배려하는 연주이다.
왼쪽에는 기타, 오른쪽에는 베이스와 드럼이 들리도록 녹음되어있다.
1957년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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