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27일 화요일

커피와 담배.


나는 담배를 좋아한다. 언젠가는 그만 피우기로 결심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담배 피우는 것은 나에게 큰 즐거움이다.
이제 점점 더 많은 커피집이 재떨이를 없애고 금연구역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처럼 커피와 담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불행한 일이다. 친구의 커피집에는 아직 재떨이가 놓여져 있지만, 이 곳도 조만간 담배를 피울 수 없는 커피집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영업이 끝난 시간에, 친구와 나는 좋은 커피를 여러 잔 마시고 담배를 계속 피웠다.



2007년 3월 23일 금요일

예의가 불편하다.

어찌 어찌 살다보니 일주일에 수십 명의 학생들을 만나게 되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나는 자주 학생들에게 예의따위는 집어치우고 좀 시건방지게 해보라는 말을 하고는 했다.
그것을 두고 내가 학생들에게 어줍잖게 환심이라도 사려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어린 학생들은 그것이 무슨 말인지 잘 알아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무엇이 거드름이고 무엇이 진심인지 쉽게 알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때묻은 얼굴을 가린채 곁눈질하는 어른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예의라는 것은 유치한 권위를 보전하기 위해 만든 것도 아니고, 겨우 나이를 헤아려 대접해주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을 혼동하거나 어설프게 배워온 사람들은 자주 위에서 아래로의 예의란 처음부터 없는 것으로 여기고 행동한다. 나이어린 사람들에 대한 예의는 어디에서 배울 것인지.
예의라는 것은 아주 간단하게, 상대방에 대한 양해이고, 존중이고, 남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나도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하자는 합의일 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경직되고 가식적인 태도와 자세로는 악기이고 음악이고 아무 것도 배우고 익히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내 앞에서 다리를 꼬고 등받이에 등을 기댄채 담배를 피워물고 있어도 상관없다. 나는 그런 것에 전혀 불편해하지 않으니까, 양해도 된 것이고 적당히 합의도 된 셈이다. 최대한 자유로운 상태가 되어있지 않으면 아무 것에도 집중할 수 없다. 마음을 연 관계도 이루어질 수 없는게 당연하다. 자연스럽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커뮤니케이션이 된다고, 그들은 이미 몸에 익힌 어리숙한 단정함으로 치장한 말과 행동을 해보이려 애쓴다. 
그것은 말하자면 아닌데 그런척, 그런데 아닌척하는 것일뿐, 나는 그런 것이 불편하다. 거기에는 진심이 없기 때문이다.

2007년 3월 15일 목요일

연습하기 싫은 날이 있다.


연습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소리에 시달려 귀를 막고 지내고 싶은 하루가 생기기도 한다.
그런 날도 있는 것이고 그럴 수도 있는 것인데, 연습을 하지 않은채 하루를 보내면 기분이 개운하지 않았다. 연주하며 살고 싶다고 열심히 해왔던 일이었는데 게으름을 피워도 좋은지 자신을 책망해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하기 싫을 때에는 잠깐 놓아두고 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몰입하여 열심히 해보는 날도 있는 것이고 게으름을 피우며 드러누워 지내고 싶은 날도 있기 마련이라고,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2007년 3월 12일 월요일

다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 달 부터 다시 공연들이 기다리고 있다.
연속극이 끝난지 얼마 안되었으니 이 분도 좀 쉬실만 한데, 정말 놀라운 체력이시라고 생각했다.
공연은 아무리 많이 해도 모자르다. 무대에 있지 못하면 자꾸 땅에 묻혀있는 기분이어서 몹시 답답할 뻔 했다. 하지만 나는 조금만 바빠져도 일마다 집중하느라 정신을 못차리는데, 이 분은 언제나 여러가지 일들을 다 해내며 사신다.

사진 속의 나는 저 때에, 벌컥 들이킨 네 잔의 데킬라와 맥주 다섯 병에 그만 적당히 취기가 올라와있었다. 그 직후에 겨울바람이 부는 외국의 거리를 걸었고, 너무 추워서 그만 술이 깨고 말았었다.


.

블루스 파티를 했다.

지난 금요일에는 오랜 친구들과 연주를 했다.
그날은 잠이 부족했고 장거리 운전 직후였어서 피로했었다.
그러나 오래간만에 한 자리에 모여 친구들과 연주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피곤한 것을 잊었다.
반가왔던 얼굴들, 세월이 흘러 서로 잘 지내고 있는 친구들과 잡담을 하고 블루스를 연주했다. 이런 공연을 드문 드문 하며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07년 3월 7일 수요일

생활이 달라졌다.


학원에서 레슨을 하는 일들이 일상이 되어버린지 오래이다.
이제는 학교의 일까지 시작했다.
며칠 동안 종일 이런 저런 서류와 증명사진들에 치였다.

뭐니뭐니해도 연주를 해야하는데.
계속 하고 있지 않으면 쓸모없는 나날을 보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연주를 하지 못하며 지냈던 때가 생각이 나서 내가 불안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공연장 뒤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극장의 뒷편 구석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담배를 피웠다.
잠깐 바람이 멎으면 햇빛이 부드럽게 지나갔다.
공기는 하루 종일 맑았다.

나는 내 나라에 두고 온 내 고양이를 무척 보고싶어했다.


발이 아프도록...


무척 추웠던 외국의 거리를 발이 아프도록 오래 걸었다.
발가락이 얼어 감각이 없었다.
볼이 얼어서 실내에 들어가면 피부가 따갑게 느껴졌다.



길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나름 웃었던 것이었다.
너무 추워서 표정을 제대로 짓지 못했었던 모양이었다.
따뜻한 계절에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었다.


.

2007년 3월 3일 토요일

순이는 장난꾸러기가 되었다.


외국에서 돌아와 열흘만에 내 고양이 순이를 만났다.
그날 나는 순이를 꼭 끌어안고 미안하다고 열 번 넘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고양이 순이는 나에게 쉬지 않고 소리내어 뭔가를 따지고 있었다.
여행 내내 순이를 생각했다. 브룩클린의 어느 집에서는 그 집의 고양이와 한참 이야기를 했다. 미국 고양이에게 내 고양이 순이 자랑을 하고 있었다.

순이는 부쩍 장난이 심해지고 활발해졌다.
나도 집안에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도 내 고양이도 며칠만에 다시 만나 서로 무척 반가와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순이는 응석도 더 부리고 말도 많아졌다. 

앞으로는 너무 긴 여행, 출장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곁에서 떨어지려하지 않는 순이를 어깨 위에 올려태우고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뒹굴며 지냈다.


순이.


순이는 자주 깨어나서 나에게 다가와 치근거렸다.
쳐다보면 벌러덩 누워서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러면 서로 바라보고 행복해햇다.

일부러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밤을 꼬박 새워버렸다.
이제 비로소 시차적응이 완벽히 될 것이다.
며칠 동안 밤에 자고 낮에 돌아다녔어야했다.
정신이 혼미했었다.

뜬눈으로 모니터 앞에서 지새운 밤은 너무 짧았다. 정말 금세 지나가버렸다.
적당히 습하더니 이내 비가 내렸다.
비 색깔은 고와 보였고 기분은 좋아졌다.
기분좋게 잠들 것 같다.
고양이 순이는 벌써 내 이불을 차지하고 누웠다.
순이를 토닥거려주고 나도 천천히 잠들어 오래 자버리고 싶다.

.

주눅들었다.

저녁 일곱 시에 경비실에서 연락이 왔다.
인터폰 너머로 근무하시는 분의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원래 목소리가 크신 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일을 마치고 조금 일찍 돌아왔었다.
이펙터들을 바닥에 늘어놓고 체크를 했을 뿐이었다. 15분 정도 베이스 소리를 내보았다. 겨우 30와트짜리 연습용 앰프였다.
그리고 플러그를 뽑으며 정리를 하고 있을 때에 경비실로부터 연락이 왔던 것이었다.
'지금 그 주변 집들로부터 항의가...'로 시작하여, '이런 식으로 하면 안된다.'고 하는 꾸지람도 듣고 말았다.

나는 죄송하다고 하고 책상 앞에 잠시 앉아 있었다.
나는 늘 윗층의 무분별한 기계소리를 새벽 내내 들으며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아침에는 청소기 소리와 누군가들의 고함소리,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문을 세게 닫은 후 쿵쿵거리는 발소리를 견디며 살고 있었다.

아마 내 악기의 저음이 다른 소리들 보다 더 멀리 진동하기 때문에 이웃들에게 불편을 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당분간 악기를 메고 집을 나설때에 이웃의 눈치를 보며 지낼 것 같다.
주눅이 들어버렸다.
기분이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지금쯤 동경의 어느 이름모를 (얼굴도 모르는) 청년의 인터넷 상태가 궁금하다. 그 사람 자신은, 자기 집의 인터넷 모뎀 상태에 일본과 한국의 두 사람이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다.



2007년 3월 2일 금요일

돌아왔다.


순이는 부시럭 소리도 내지 않고 슬며시 다가와 내 곁에 앉았다.
나는 정리를 많이 해야했다.
버릴 것을 한쪽에 담아두고 보관할 것은 대충 구석으로 밀어뒀다.
청소를 하고 순이가 앉거나 누워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리를 몇 군데 더 마련했다.

순이는 저런 자세로 앉아서 고개만 이리 저리 돌리며 일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모든 일을 마치고 순이 앞에 털썩 앉았더니, 고양이는 그 자리에서 기지개를 펴더니 나를 올려다보며 누웠다.

내 고양이 덕분에 집에 돌아온 기분이 더 좋아졌다.


.

2007년 3월 1일 목요일

집 없는 사람들을 보았다.


처음에는 쓰레기통 등을 관리하는 사람이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사진을 찍고 나서야 그가 음식물을 줍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많이 추웠던 오후였다.

새벽 한 시 즈음에 거리를 걸어가는데 꽁꽁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속에서 큰 짐을 끌고 밀며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는 '집없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조금 형편 좋은 사람들은 24시간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에도 그들이 모여서 간신히 하룻밤을 보내고 있었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건물의 좁은 사이에 때가 묻어 까맣게 되어버린 담요를 여러장 덮어쓰고 잠들어 있는 사람도 보았다.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던 서울의 '집없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바닥까지 내려와버린 사람들이 바닥을 뚫고 더 깊은 아래로 파고 들어가버리지 않게 해주면 좋을텐데. 그래야만 문명화된 사회인 것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