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31일 수요일

경험.

5년 전 여름날, 장모님이 크게 다치셨다. 여러군데 중요한 수술을 받고 긴 입원생활을 하셨다. 퇴원 후에도 한동안 간호가 필요하셨다. 나와 아내는 아예 우리집에 모셔서 가을까지 함께 계시도록 하였다. 아내는 전력을 다해 어머니의 병간호를 했다. 집안의 고양이들은 누워계신 노모 곁에 또아리를 틀고 함께 자고는 했다.

지난 주에, 이번에는 내 엄마가 응급실에 실려와 그대로 입원, 장기적인 치료가 불가피하게 됐다. 나는 매일 밤과 아침을 병실에서 보내고 일하러 갔다가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다시 병원으로 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아내와 내가 함께 겪었던 몇년 전의 일이 경험이 되어, 서로 주고받는 말도 필요없이 각자 알아서 대처하고 있다. 아내와 동생은 혼자 있는 아버지를 챙겨드리거나 낮시간에 엄마의 간호를 맡았다. 나는 (원래 야행성이기도 하니까) 밤부터 아침까지 엄마의 병실을 지키고 있다.

살면서 함께 어떤 일을 겪어내면, 그렇다고 하여 마음이 심드렁해지는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눈앞에 닥친 비슷한 일 앞에서 크게 당황하지 않게 된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에 '이것은 전에도 비슷하게 겪어봤잖아' 라는 생각을 하게 된 후, 정서적인 최소한의 편안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지금보다 젋거나 어린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하기 싫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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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7일 일요일

산책.


자전거를 타고 나가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가 계속 되었지만, 나는 휴일이 아니면 시간을 낼 수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오늘도 휴일이었으나 볕이 남아있을 때에 몇 시간 정도 달려보고싶었다.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데 길에 사람과 자전거들이 너무 많았다.
사람이 많지 않은 식당을 찾아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 조금 더 달렸다. 겨우 찾은 식당은 사람도 반찬인심도 붐비지 않는 곳이었다. 반찬을 더 달라고 부탁하면 작은 종지같은 접시에 꼭 두 개씩만 새로 담아줬다. 세 번 더 달라고하기엔 눈치가 보였다.

배를 채우고 해가 저무는 집쪽을 보며 잠시 앉았다가, 준비해온 외투를 걸쳤다. 이제 머지않아 추워질 것이다. 올 겨울에는 옷을 껴입더라도 자전거를 계속 타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몇 해 전 겨울에는 그만 입김이 마스크 안에서 얼어붙어 덜덜 떨면서 집에 돌아왔었다. 덜 추운 겨울이 오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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